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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62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7.26 23:58
조회
23,588
추천
696
글자
20쪽

정예멤버 4

DUMMY

“금방 사람이 올 겁니다.”


늦은 오후, 회사에 도착한 세 사람을 6층 대기실로 안내한 관리팀 직원은 그렇게만 말하고 나가버렸다.


“어떤 사람들일까.”


자리에 앉은 허관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졸고 있던 그는 눈 밑에 시커먼 다크서클을 달고 있었다. 새로운 스킬을 연습한다고 무리를 한 까닭이다.


“금방 보게 될 텐데, 그렇게 궁금합니까.”


성진의 물음에 허관우가 뻐기듯이 말했다.


“내가 클랜 생활을 좀 했잖냐. 사람과의 상성이 얼마나 중요한데.”

“어차피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사이인데 굳이 좋고 싫고를 따져서 뭐하게요.”

“그러니까 기왕이면 좋은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리고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잖아. 처음부터 밉보이기라도 해 봐. 앞으로의 생활이 엄청 고단해 질 거라구.”


성진이 허관우의 말을 듣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커다란 장신의 여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유성진. 허관우, 차도희.”


여자가 자료 화면을 들여다보며 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블라인드로 새어 들어오는 오후의 황금빛 햇살을 등지고 있는 여자는 키가 굉장히 컸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팀장 천마리다.”


마침내 고개를 든 여자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180이 넘는 장신의 팀장을 올려다보는 차도희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고, 허관우 역시 그답지 않게 쫄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비교적 담담한 성진까지, 세 사람의 얼굴을 죽 훑어본 천마리가 딱딱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진정한 팀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4팀은 여러 신입들이 와서 잠시 거쳐가는 곳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너희 세 사람이 들어오면서 팀의 멤버가 다른 팀으로 옮겨갔지.”


“그럼 정민기도 이 팀이었나요?”


허관우의 질문에 여자가 말했다.


“정민기? 아니, 그는 우리 팀이 아니었다.”


그렇게 말한 팀장이 성진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유성진. 개인 스케줄이 제법 잡혀있는 것 같은데, 팀의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주의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성진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즉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따라 와.”


건물 하층부 4층~6층까지, 1,2군 정예 멤버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군의 개별공간이 있는 곳은 6층. 팀의 숙소로 향하는 동안,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천마리 팀장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뒤를 따르는 신입들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대부분 2군 멤버들이었다.

통로를 걸으며 여기저기 붙여진 안내 표지를 살피던 허관우가 물었다.


“2군 멤버는 인원수가 어떻게 됩니까?”

“2군 멤버는 총 30명. 4개팀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희들까지 포함하면 33명이 되겠군.”

“1군은요?”

“27명.”


짧게 대답한 팀장이 걸음을 멈췄다. 그녀를 따라 신입들도 자연스럽게 자리에 멈춰 섰다.

2-4. 커다란 고딕체의 숫자가 있는 문 앞에서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서부터 안쪽은 외부와 격리된 구역이다. 이곳 출입구에서 스캔을 통과해야지만 출입이 가능해.”


출입구의 문을 통과해 한참을 걸어 들어가자, 넓은 라운지가 나왔다. 은은한 조명과 의자, 테이블 등 고풍스런 엔티크 스타일의 가구로 채워진 공간은 편안한 카페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입구에 선 천마리의 시선이 무언가를 찾듯 안쪽의 깊은 구석으로 향했다.


“거기에 있었습니까.”


멀리 당구대 앞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피부가 검어서 눈만 하얗게 보이는 커다란 덩치의 흑인. 그리고 다른 한 사람, 어딘지 모르게 경박스러운 인상을 풍기는 남자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소문의 얼라들이 납셨네. 그쪽이 우리가 돌보게 된 애기들입니까?”


남자의 말에 천마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복남 헌터. 신입들에게 안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스 맴. 분부대로 합죠.”


지시를 내린 팀장은 곧바로 밖으로 나가버리고, 잠시 후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온 남자가 신입들을 쳐다보았다.


“이야. 다들 인물들이 좋네.”


신입들의 희멀건 얼굴을 보며 감탄하는 듯 보였으나, 곧바로 오만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난 얼굴만 반반한 것들이 제일 싫더라.”

“······.”


분위기가 싸해졌다.

바로 그런 분위기를 원했다는 듯 흡족한 얼굴로 웃은 남자가 다시 말을 꺼냈다.


“내 이름은 오복남. 나이는 서른 넷이고 변환계 법사다.”

“풋!”


말을 하던 남자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린 허관우를 흘낏 노려보았다.


“왜 웃어?”

“아뇨. 이건, 그냥 헛바람이 나온 겁니다.”

“그렇겠지. 새파란 신입이 고참 앞에서 싸가지 없이 웃었을 리가 없지.”


허관우의 얼굴을 보며 남자가 강하게 말했다.


“참고로 우리 팀장님은 날 제일 믿고 의지하신다. 그 이유는 바로 복스러운 이름 때문이지.”

“······.”

“······.”


"그리고 저쪽은."


오복남이라는 남자가 뒤들 돌아보자, 멀리서 흑인 남자가 입을 열었다.


“김 메이슨. 강화계 딜러다.”

“저 분, 한국사람 맞나요?”

“한국 사람 맞다.”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질문이었는데 흑인 메이슨은 시큰둥하니 표정에 별 변화가 없었다.


“근데···여기 마스터 아들이.”


폰을 켜고 사진을 들여다 본 남자의 시선이 성진에게로 향했다.


“너구나. 유성진.”

“네.”

“사장 아들이랍시고 달리 대접받을 생각은 말아라.”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좋아.”


성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말했다.


“질문 있으면 해.”

“저기,”

“오 그래. 이쁜이 말해 봐.”


차도희가 묻자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인 남자.


“팀장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우리 팀장님?”


잠시 생각에 잠긴 남자가 손으로 턱을 만지며 말했다.


“음. 우리 팀장님. 무서운 사람이지···.”


남자는 말을 끊었다가 진지한 얼굴로 이어 말했다.


“근데 우리 팀장이 무서운 건 성격이 아니야.”

“······?”

“우리 팀장님은 좋아. 참 좋은데."


A급 헌터에 외모와 능력이 출중하고 그래서 팬들도 많이 있다고 설명하는 남자.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자꾸만 사고가 생겨. 왜 유난히 불운이 따르는 사람이 있잖아.”


사건 사고에, 이런 저런 이유로 그간 팀원들의 교체가 잦았다고.

신입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과장되게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말짱 헛소리 같지는 않았다.


“오복. 그쯤 해 두지.”


메이슨의 말에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던 남자가 안쪽의 시설로 신입들을 데리고 갔다.


“5호실부터 14호실까지 전부 비어있는 방이니까 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골라 쓰면 돼.”


이 방 저 방 문을 열어보고 다니던 허관우가 문득 무언가를 발견하고 말했다.


“뭐지 이건?”

“아. 그거 건드리지 마.”


문 앞에 붙여져 있는 노란 종이를 발견한 허관우가 무심코 손을 대자, 남자가 외치듯 말했다.


“굉장히 중요한 거니까.”

“무슨 부적처럼 보이는데.”

“부적 맞아. 용필이가 소중히 여기는 부적이니까 조심해.”

“용필이?”


그때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머리가 길고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뒤덮인 남자를 본 차도희가 물었다.


“뭐에요. 이 사람도 팀원이에요?”

“······.”

“힐러 모용필이야.”


그렇게 말한 남자가 이번에는 수염 모용필에게 말했다.


“용필아. 신입들이야.”

“······.”


용필이 신입들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지? 19살 꽃띠 법사다.”

“······.”


나이를 알 수 없는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에서 눈만 초롱초롱 빛나는 남자를 본 차도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용필이도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저 사람은 입 없어요?”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지.”


“혹시 벙어리인···?”

“벙어리라니. 언애 장애인이라고 해야지.”

“정말이에요?”


차도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남자가 말했다.


“농담이지.”


한동안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차도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용필이라는 힐러가 숨듯이 문을 닫아버렸다.


“애가 좀 많이 과묵해. 힐러치고 쟤처럼 조용한 애는 아마 없을 거야.”

“저 사람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 데요?”

“이십대 후반 정도가 아닐까. 자세한 나이는 몰라. 한번도 말한 적이 없으니까.”

“아니, 같은 팀원이면서 나이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허관우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하자, 남자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쟤도 들어온 지 몇 개월 안됐어.”

“······.”


다음으로 팀 회의실의 문을 열어 보인 남자가 안쪽을 들여다보는 신입들에게 말했다.


“일정이 없는 날은 자유시간이야. 트레이닝 센터로 가서 훈련을 하든가, 뭐, 개인시간은 알아서 쓰도록 하고,”

“그런데 다들 여기서 지내나 봐요?”

“호텔 같은 숙소를 놔두고 굳이 집을 왔다 갔다 할 필요가 뭐 있어.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으니까, 다들 숙소생활을 선호하는 편이지.”


마지막으로 출입구 쪽으로 간 남자가 말했다.


“바깥쪽으로는 공유시설. 각 팀들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니까 천천히 구경들 해보고, 선배들 보면 인사 잘해. 괜히 욕먹지 말고.”

“네.”

“자 그럼 할 일을 마쳤으니 난 간다. 이제부턴 너희들끼리 놀아.”


복남이라는 남자가 어기적거리며 돌아간 다음, 허관우가 입을 열었다.


“야. 이 팀 분위기가 좀 요상한 것 같지 않냐?”

“맞아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이상한 것 같아요.”


허관우에 이어 차도희까지,


“사이도 좋지 않으면서 이럴 때만은 의견이 잘 맞네.”

“누가요.”

“섣불리 판단하지 마. 겪어봐야 알게 되는 것도 있어.”


성진의 말에 차도희가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기색을 보이는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성진은 앞에 보이는 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창문과 침대, 간이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깨끗하고 깔끔한 공간이 무난히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가 집에 잘 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때 성진의 전화가 번쩍거리며 울렸다. 메시지를 확인한 성진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차도희였다.

성진이 쳐다보자, 차도희가 주저하며 말했다.


“저 주말 동안 집에 다녀오려고 하는데요.”

“꼭 가야겠어?”

“네. 잠깐 얼굴이라도 비치고 와야 될 것 같아요.”


집에서 사람이 나오기로 했다는 말에 비로소 성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잘 다녀와.”


집까지 바래다줘야 하나 잠시 갈등했지만, 사람이 나온다고 하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성진아.”


새하얀 와이셔츠에 짙은 색 바지. 단정하게 자른 머리까지, 전형적인 회사원의 모습으로 나타난 현수를 본 성진이 기함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너.”


현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이번에 특채로 입사한다고.”

“그 회사가 우리 회사였어?”

“응.”


아카데미 지원과 학부에서도 수석이었던 현수다. 이상할 것까지는 없지만 문득 의구심이 든 성진이 물었다.


“왜 여기야. 네 성적이면 더 좋은 데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게 그렇지도 않아. 대기업 쪽 회사들은 경쟁률이 워낙 세서. 스펙 같은 걸 많이 따지거든. 각성자들도 많이 오고. 게다가 이 회사엔 성진이 네가 있으니까.”

“···설마 너 나 믿고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응. 너만 믿고 온 건데?”


천진한 얼굴로 말하는 현수. 그러나 말의 내용까지 천진하지는 않았다.


“뭐든 비벼댈 언덕이 있어야지. 세상은 연줄인데. 너 정도면 동아줄이지.”


의기양양한 현수의 모습에 피식 웃음지은 성진이 물었다.


“너 원래 그렇게 넉살이 좋았냐?”

“내가 좀 의외성이 있지? 히힛!”


경망스럽게 웃어 보이는 현수.

성진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취직도 했으니 사진장사는 그만두는 거지?”

“···알고 있었어?”

“당연히 알지. 밖에만 나가면 아카데미 훈남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기분 나빴냐?”

“그럼 좋겠냐? 귀찮기도 하고.”

“너 나한테 빚진 거 있잖아. 좀 봐주면 안 돼?”

“그 빚을 고작 그렇게 써먹겠다고?”

“응.”


이 녀석 바본가.

그렇지 않아도 이민호 대리가 초상권 침해로 잡아들인다는 걸 간신히 뜯어말렸다. 그래서 심현수가 인터넷으로 유포한 사진들이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그러한 얘기를 해주며 현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 내 사진 올리는 건 그만 해.”

“알았어. 이제 안 할 게.”


우울한 표정을 지은 현수가 넋두리처럼 말했다.


“그나저나 내 고객들이 많이 슬퍼하겠네. 특히 ‘미친년’이.”

“미친년?”

“있어. 최고의 호갱이랄까.”


사진 값을 제일 후하게 쳐주는 고객의 이름이 ‘머리에꽃단’이라서 자기가 그렇게 부르고 있다나.

성진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자, 현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성진이 얼버무리듯 말하자, 현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이거 방송국 PD라는 사람한테 받은 건데, 생각 있으면 연락 한 번 해 봐.”

“방송국 PD?”

“그래. 방송으로 널 다루고 싶대. 나한테 연락이 왔더라고.”


그때 멀리서 현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신입. 뭐하고 섰어! 노가리 까지 말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어휴. 저 새끼 또 지랄이네.”

“누구야?”

“지원팀 사수. 성깔이 장난 아니야. 아주 죽겠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나 먼저 가 볼게.”


부랴부랴 서둘러 걸어가는 현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성진이 몸을 돌렸다. 그가 떠난 자리에 구겨진 명함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잠시 후 건물 외부의 공터에서 한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성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훈련소에서부터 줄곧 수상한 기척을 느끼고 있던 차에 확인 차 나와본 것인데, 상대가 너무 대단하다.


TV나 매스컴 이외에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초월자라고 불리는 특급 헌터—.


능히 그러한 범주에 해당되는 사내가 거기에 있었다.



***


(외전)


“마종석. 과장님이 불러.”


회사로 복귀한 마종석은 곧장 부서의 과장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과장은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얼굴이었다.


“자네. 인사담당에게 연락을 해서 따졌다지?”

“···네.”


과장에게 답하는 마종석의 얼굴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회사로 복귀하기 전 훈련소에서도 소장한테 말을 들었다.


‘그런데 자네. 그거 아나? 유성진이 말이야. 마스터의 아들이야.’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가 못마땅하게 여기던 유성진이 유권명 대표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까 그렇게 갈궜겠지. 알았으면 그랬겠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네 어쩌네 하며 그를 비웃던 교관들의 말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소문이 났는지 어쩌다 마주친 김석돌도 그에게 말했다.


“왜 그랬어. 마군. 내가 신입들 잘 챙기라고 했잖아.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속으로 울화통이 터졌다. 그렇지만 뭐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애써 눌러 참아야 했다.


“왜 그랬어?”


지금 또 들리는 과장의 말은 현실이었다.

내가 알고 그랬나.

마종석이 무거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일개 교관 주제에 무슨 오지랖이냐고, 얼마나 난리가 났었는지 알아?”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 진짜, 꼴도 보기 싫네. 당장 꺼져.”


맥아리 없는 얼굴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는 마 교관의 뒤에서 과장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휴. 저거 장이사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잘라버렸을 텐데.”


잠시 후 사무실을 벗어난 마종석이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에이 재수가 없으려니까, 정민기 그 새끼는 하필 공포증이 뭐야. 공포증이.”

“······.”


한참을 떠들고 났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든 마종석은 기겁했다.


이런 엠병!

사람이 너무 놀라면 굳어버린다고, 뻣뻣이 굳어버린 마종석의 눈에 정진후 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정진후는 그가 욕을 한 정민기의 부친이다.

아니 이 사람이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부지런히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든 수습할 방도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그, 그게 말입니다. 실은.”

“됐고. 자네의 말 따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군.”


차디찬 시선을 던지고 가버리는 정진후 팀장. 그의 팀원들이 지나가면서 마 교관을 향해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고 갔다.


“이런 시밤생이를 봤나.”

“감히 팀장님 아들한테 욕지거리를 해?”

“이놈 그냥 확 죽여버릴까?”

“아서라. 괜히 손만 버린다.”

“오래 살고 싶거들랑 앞으로 눈에 뜨이지 마라..”


뭐야. 니들이 조폭이냐? 뭔 말을 그리 상스럽게 하냐!

그저 속으로만 하는 생각이었다. 1군 정예 멤버들의 사나운 기세를 받은 마종석은 오금이 저려 실제로는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그의 수난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관리국에서의 호출.

급작스런 출석요구를 받은 마종석은 심장이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당신, 유성진의 기록을 열람했던데. 왜 그랬지?”


취조를 받는 마종석은 심히 억울했다. 순수한 궁금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상대는 들을 생각도 안하고, 의도가 뭐냐, 누구의 사주를 받았냐는 둥, 작정한 사람처럼 그를 몰아붙였다.


나중에 마종석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대체 저한테 왜 그러시는 겁니까.”

“유성진은 관리국에서 보호하고 있는 인재야. 자네 혹시 암모스라고 들어봤나.”

“아, 암모스···!”


여기서 무시무시한 국제조직의 이름이 왜 나오나.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싶은 마종석이었다.


“유성진의 자료는 봉인이 되어 있는 상태야. 게다가 누구든지 그의 자료를 들이 파면 걸리게끔 조치를 취해두었다는 말이지. 거기에 당신이 걸려든 거고. 알아 들어?”

“그. 그런···.”


그 때 취조실의 문이 열리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스포츠 머리로 짧게 깎은 사내는 조폭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만큼 굉장히 더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뭐야 이놈은."

"유성진 헌터의 회사 트레이너입니다. 하는 짓이 수상해서 조사를..."


마종석을 흘낏 쳐다본 사내가 주먹을 부르르 떨더니, 두꺼운 주먹으로 조사관 남자들의 얼굴을 패고 발로 조인트를 깠다.

비명조차 없이 고스란히 맞고 있는 남자들.

마종석에게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가뜩이나 사람 열 받아 죽겠는데 이젠 별 그지 같은 걸 다 잡아와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과장님이 주변에 수상쩍은 인물이 없는지, 샅샅이 훑어보라고 하셨잖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딱 보면 감이 안 와? 지금 이 딴 잔챙이 놈을 수상하답시고 잡아온 거냐!”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놈도 파보면 뭐가 나올지 모릅니다. 일단 인상이 더럽지 않습니까.”


“뭐? 인상이 더러워? 너 지금 나 디스하는 거냐?”

“그게 아니라···..”


얼버무리듯 목소리가 작아진 사내에게 과장이라는 남자가 말했다.


“근데 이 새끼. 팔에 이 문신은 뭐야.”

“부대 문신이라고 새겼다는데 이놈 이거 군대는 가본 적도 없습니다.”

“뭐야. 겉멋인가.”


잠시 후 과장이라는 사람이 나가고 난 뒤, 사내의 인상이 조금 전 과장 못지 않게 험악해졌다.


“아 진짜 열 받네.”

“이 새낀 왜 쓸데없는 짓을 해가지고!”


화가 난 사내는 마종석을 심하게 갈궜고, 그로 인해 마종석은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끔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Ttttttw님, 웬수님,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더운데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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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신입 헌터 3 +27 18.06.12 38,831 817 13쪽
21 신입 헌터 2 +19 18.06.09 39,743 807 13쪽
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3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7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900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9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7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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