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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55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6.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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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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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
글자
18쪽

신입 헌터 5

DUMMY

—끼익!


갓길에 차를 댄 이민호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느새 열려있는 조수석의 문. 거기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언제···!”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민호는 도로 중앙에 쓰러져 있는 24t 탱크로리를 보고 서둘러 휴대폰으로 신고부터 넣었다.

App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위치검색을 하고 119상황실로 정보를 전달했다. 이어 도로의 상황을 촬영하는 이대리의 손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로서도 조금 전 상황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긴박했던 탓이다.

앞서 달리고 있던 탱크로리. 만일 바깥으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저기 추돌한 차량들 속에 여지없이 속해 있었을 터.

이민호가 차선을 변경한 것과 탱크로리 차량이 가운데로 돌진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유성진이 차를 빼라고 말한 시점은 그보다 훨씬 전.


“어떻게 안 거지?”



성진은 사고 현장에 있었다.

내리막길에서 과속으로 달리던 24t 탱크로리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고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전복된 탱크로리 차량이 달리는 차들 사이로 떨어지면서 발생한 연쇄추돌 사고. 4대의 차량이 사고에 휘말렸고, 그리고 그 사고는 아직까지 진행 중이었다.


—끼이이이이!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차량이 세 대, 두 대의 승용차와 15인승 승합차가 빗길을 힘겹게 미끄러지고 있었다.

전방을 가로막은 사고차량들. 공중으로 붕 떠오른 뒤집힌 차의 모습. 달리던 속도가 있어 제동거리가 한참 모자란다. 게다가 빗물 때문에 노면이 미끄러워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로도 피할 길이 없는,

추돌만을 남겨둔 급박한 상황. 승용차 운전자의 크게 뜨인 두 눈에 체념이 담겼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환한 라이트 불빛에 검은 그림자가 뛰어들었다.


쿵!

급격히 정지된 차의 뒷부분이 튀어 올랐다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사고차량과 불과 50cm밖에 남지 않은 거리. 강대한 힘의 여파로 바닥에 함몰된 크레이터 자국이 좍 번졌다. 잠시 후 차에 탄 운전자가 고개를 들었을 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승용차를 멈추고 곧바로 이동한 성진은 다른 차들의 충돌을 막았다.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차를 받아 내리는 그의 의식세계로 현장의 모든 것들이 낱낱이 파악되고 있었다.

화학약품이 들어있는 탱크는 조금 우그러지기는 했어도 심각한 파손은 없었다. 탱크로리와 같은 특수차량의 경우, 차원물질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한 고강도의 차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단 2차적 재난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이른바 차원효과라는 것이다.

운전자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에어백이 터져서 중요한 머리와 가슴을 보호했지만 무릎과 다리 부상이 심각했다. 그래도 당장 죽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다.

사고차량 가운데에는 죽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도 있다. 이미 죽은 사람이야 어찌할 방도가 없지만,

탱크로리에 부딪혀 뒤쪽으로 튕겨져 나간 소형 승용차. 앞쪽 운전석에 있는 여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뒷 좌석에 아이가 둘. 아이들은 괜찮다.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다친 데 없이 기적처럼 멀쩡한 상태. 하지만 여자는 위중한 부상이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롭기만 했다.

뒷자리에 있는 남자아이를 보았다. 열 살이 채 안돼 보이는 어린 아이. 다친 엄마를 향한 아이의 처량한 눈망울이 가슴을 때렸다.

불현듯 속이 뜨거워졌다. 불덩이라도 들어앉은 듯 했다.


누가, 누가 ···없을까?

어디를 찾아봐도 당장 그녀에게 도움을 줄만한 이가 없다. 구급대가 온다고 해도 언제 도착할 지도 모르고, 설령 도착한다 해도 여자를 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이럴 때 치유마법이라도 쓸 수 있다면!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일에 매달릴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다급해진 성진은 도로 후방으로 달렸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인식의 속도를 더욱 높여, 최대한 공명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800m, 810m, 820, 830.


달리면서 여자의 생사를 확인했다.

아직 살아있다. 살아있다···.


900, 1000, 1200, 1500······.




화려한 Led 조명이 달린 드넓은 리무진의 차내. 뒤쪽 중앙의 호화로운 시트에 기대있던 하얀 양복차림의 남자가 몸을 일으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빗줄기는 좀 줄어들었지만, 조금 전부터 바깥 풍경이 멈춘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물.” 남자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기다란 차량의 중간자리, 거대한 덩치를 지닌 두 사람의 경호인 중 한 명이 바의 냉장고에서 고급상표가 붙어있는 생수병을 꺼냈다. 생수병을 받아 든 남자는 목이 타는 듯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는, 눈처럼 하얀 구두로 바닥을 쳐 딱딱 소리를 내더니 좌석에 부착된 버튼을 눌렀다.


“뭐야?”


차내 스피커로 운전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가 좀 막히는 데요. 앞 쪽에 사고라도 났나 봅니다.]


기사의 말을 들은 남자가 초조한 듯 시간을 확인했다. 손목에 찬 최고급 명품시계가 오후 3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필, 곧 있으면 회장님 도착하실 시간인데···.”


고창진. 35살. 치유계 능력자로 VIP만 상대하는 의료계의 유명한 스페샬리스트. 강원도 별장에 있는 재벌 총수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내려가는 길이다.

고창진의 마력등급은 B급. 그러나 국내에서도 몇 안 되는 A급 희귀한 고유능력을 지녔다.

고창진은 헌터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언제나 고객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신주단지처럼 아끼고 아끼는 고창진의 신조는 안전 제일. 자나깨나 몸조심이 일인 사내.

위험한 곳? 무조건 피한다. 하물며 던전 같은 곳은 전혀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돈 많은 이들을 상대하며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는데, 뭣하러 위험한 곳엘 간단 말인가.

그가 생각하기에 헌터가 되는 이들은 쓸데없는 공명심과 허영심으로 머리가 가득찬 똥멍청이들이다.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인생 실리가 최고지.

그처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고창진의 호화로운 명품급 인생에 이변이 닥쳤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날벼락이.


“뭐야. 너?”


갑자기 리무진의 문을 열어젖히고 나타난 낯선 청년. 어리디 어린 청년의 얼굴을 본 고창진은 몸을 들썩이는 경호원들을 손짓으로 앉혔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급합니다.”


무뚝뚝한 청년의 말에 고창진은 코웃음을 쳤다. 웃기시네.


“너 내 몸값이 얼만지 알아?”


“······.”


고창진은 입을 다문 청년의 얼굴을 보며 가소롭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청년이 말했다.


“얼맙니까?”

“하! 니가 돈이라도 줄 거야?”


큭큭, 고창진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잘 모르나 본데, 나 고창진이야. 고창진. 내가 어떤 사람이냐 하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억 소리가 나는···!”

“갑시다.”



—우허어어어억!!!


고창진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가 내지른 소리는 그의 귀로 돌아오지 않았다.

바람을 따라 날아갔는지, 아님 그가 바람이 되어 있는지.

뭐지? 이게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정신이 든 순간 처음으로 드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뒤집어지고 이 모양이다.

그렇지만 생각을 제대로 이어가기가 어려웠다.

온통 흔들리는 시야. 엉덩이로 느껴지는 강한 풍압.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속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일자로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경호원, 이 개 쓸모 없는 새끼들. 둘 다 모가지야!

하느님아버지부처님알라님회장님엄마—.

나 죽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 돌연 어딘가에 멈춰 세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적인 세계가 돌아왔다.


도로 위 어지럽게 놓인 사고 차량의 뒤쪽으로 정지해 있는 차들. 길게 늘어진 차량의 행렬 가운데 대형 버스도 있었다. 정차한 차들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도로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사고요. 글쎄 탱크로리가 사고를 냈다니까! 여기가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저런. 어떡해!”


도로의 사람들은 차량 추돌 사고현장을 보며 제각기 신고를 하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 중에는 인명구조를 위해 현장으로 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뒤집힌 차량과 옆으로 쓰러져 있는 차. 중앙 분리대에 부딪힌 차의 문이 열려있고, 안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쪽으로 달려간 사람들이 차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도왔다. 그들 중에 강화계 각성자가 있는지, 차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문짝을 뜯어내는 모습도 보였다.


“어···어어?”


멀찍이 서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치켜 뜨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뒤쪽으로 늘어선 차들을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저거 뭐야?”

“···?”


길게 정차되어 있는 차량들 사이로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 새 같기도 하고 푸른 연기처럼도 보였다. 눈의 착각인가 싶었지만 그도 아니다.

다음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으로 내려선 남자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사람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어두운 도로위로 번져나는 환한 빛. 반짝반짝 거리는 따스한 녹색의 빛이 점점 커졌다.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치유사의 능력, 힐링. 치유력을 가진 마법적 현상이다.

그 외에도 보는 눈은 많았다. 먼저 누군가가 외쳤다.


“치유사다! 치유사가 나타났어!”



고창진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단단한 손이 그의 몸을 지탱하고 있어 바닥에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속까지 멀쩡하진 못했다.


“으웩!”


도로 바닥에 속을 게워낸 고창진은 급히 자신에게 치유마법을 사용했다. 자신은 소중하니까.

미친 롤로코스터를 수십 시간 탄 것 같은 느낌. 아니 그보다 더한 끔직한 경험이었다. 고작 수초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치료하세요.”


뭐가 어쩌구 저째?

이런···,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쳐드는 순간.


“쌰앙······?”


“우와. 치유사인가봐. 다행이다!”

“치유사님!”


고창진의 입이 쏙 들어갔다.

대형사고가 발발한 현장. 기적처럼 빛나는 치유의 마법을 눈 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흥분된 기색 일색이었다. 가뜩이나 귀하신 몸이라는 치유사. 일반인들에게 치유사를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빛나는 수십 쌍의 눈동자가 기대와 찬탄의 시선을 레이저마냥 쏘아 보내고 있었다.


“크음!”


자신을 향해 모여든 수많은 대중 앞에서 고창진은 옷 매무새를 만졌다.


“아내가 많이 다쳤어요. 제발 제 아내를 살려주세요!”

“아이 엄마가 먼저입니다.”


고창진이 한껏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을 짐짝처럼 들고 온 무뢰배 놈이 그의 어깨를 잡고 억지로 차 쪽을 향해 돌려세웠다.

운전석에 있는 여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머리 색이 온통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뒷좌석의 아이들은 모두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 상태.

부슬 부슬 내리는 비속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들이 애절한 눈빛으로 고창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치유사님! 치유사! 먼저 내 아내부터······!”

“진정하세요. 아저씨.”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가운데, 우격다짐으로 고창진을 잡아당기는 중년인을 짧은 머리의 남자가 나서 제지했다. 조금 전 쓰러진 차량을 세운 힘센 남자다. 부인을 생각하는 절박한 남편의 완력이 대단했지만 일반인은 일반인. 각성자의 힘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얼굴이 벌개진 남편이 제풀에 꺾여 힘을 뺐다.


“시간 없습니다. 어서!”


단호한 말에 우물쭈물하던 고창진이 움직였다.

차로 다가간 고창진의 오른 손 아래서 창이 열리고 마력이 일어났다. 이내 환한 녹색 빛이 여자를 감쌌다. 엄청나게 크고 밝은 빛.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녹빛으로 물들었다.

컴플리트 힐. 완전 회복이라는 그의 고유능력이다.

소잡는 칼로 닭잡는 격이지.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는 고창진.


“엄마!”


치유마법을 받은 여자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여자는 아이들부터 찾았고, 그것을 본 아이들이 울면서 달려들었다.


“으아앙!”


차에서 나온 여자가 두 팔을 벌려 아이들을 끌어 안았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안고 여자는 주문처럼 그 말을 되풀이했다. 고창진은 코끝을 찡그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 나 때문에 살은 거야.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어.”



한껏 거들먹거리는 고창진의 말이었다. 코가 늘어날 정도로 자만심 가득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을 목격한 군중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고창진이다! 고창진 선생님 맞으시죠?”

“치유사님, 치유사님! 먼저 제 아내부터···!”


조금 전부터 필사적이었던 남편이 달려들자, 고창진이 말했다.


“어딥니까.”



잠시 후 경찰과 119 구급대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빗줄기도 많이 줄어들어 거의 보이지도 않는 상태. 현장을 살펴본 구급대원과 경찰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고 차량들이 제대로 서 있다. 24t 탱크로리를 비롯한 모든 차량들을 전부 다 세워놓은 것이다. 한쪽에 앉아 있는 부상자들 역시 모두 치료를 받은 상태로 더 이상 위급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망자 1명. 중상 및 경상자 없음.


1구의 시체가 검정 비닐 백에 담겨 구급차에 실렸다. 그 외 부상자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구급대원들의 모습을 뒤로한 경찰들이 사람들이 몰려있는 현장의 갓길쪽으로 향했다.


“저기 저 하얀 양복 입은 분이요.”


복장 때문에 엄청 눈에 띄는 남자가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근육질 남자와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각성자 분들이십니까?”

“네. 강한석이라고 합니다.”

“고창석이요.”

“그리고 젊은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어디로 갔지···?”


강한석이라는 각성자의 말에 고창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도망이라도 갔나 보지.”


고창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을 납치하듯 끌고 온 어린 그 놈. 귀신보다 무서운 놈이다.

일부러 찾지는 않았지만, 사고 현장이 정리 된 뒤로는 더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돈을 준다느니 어쩌니 하더니 일찌감치 떠나버린 것이다.


“날강도 새끼···.”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고창진에게 경찰이 말했다.


“마침 선생님 같은 치유계 능력자님이 계셔서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그렇죠. 제가 없었으면 오늘 이 현장에서 사망자가 한 둘은 더 나왔겠죠.”

“네. 정말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맞아요. 대단한 능력자십니다.”


그를 치하하는 경찰과 그에 맞장구를 치는 강한석. 두 사람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근데 그 새끼. 내가 치유사인 걸 어떻게 알았지?


***


그 시각 성진은 달리는 차 안에서 이대리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날 줄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분명히 알았던 거죠? 유헌터님은.”


확신적인 이대리의 말에 성진이 자신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들렸어요. 운전사가 당황해서 막 외치는 소리가.”


그러자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대리.


“그랬군요. 각성자의 남다른 능력을 제가 깜박했습니다.”

“이대리님 옛날 팝송 좋아하나 봐요. 이 노래 제목이 yesterday죠?”


화제를 돌릴 겸 성진이 말하자, 이대리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근데 치유사가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습니까?”

“돌아다니면서 찾아본 거죠.”

“어떻게 또 마침 치유사가 있었군요.”


성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화려한 리무진에 타고 있던 고창진의 첫 인상을 떠올린 것이다.


“이대리님. 제 앞으로 책정된 수당이 있죠?”


지난 며칠간 던전을 돌았고 그 만큼 수당이 쌓여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말이다.


“네 당연히. 그간 돈을 꽤 벌었습니다. 유헌터님.”

“그 치유사 이름이 고창진이라고 하더군요. 연락해서 원하는 대로 값을 치러주세요.”

“그 사람이 고창진···이었군요. 돈 많은 사람들만 상대한다는. 원하는 금액이 적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낫겠죠.”

“네. 저도 아이의 엄마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겐 엄마가 세상이고 우주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엄마는 많이 아팠다.

성진의 어머니는 각성자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녀의 마력엔 문제가 있었다. 몸 안에 존재하는 마력이 독이었다. 그 역시 변종이라고 하는 희귀한 케이스였던 것.

오늘 성진이 구한 것은 그 엄마만이 아니다.

그 아이. 어린 날 엄마를 잃고 온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은 깊은 절망에 빠졌던,

기억 속의 아이를 구한 것이다.


성진은 시트를 뒤로 넘겨 기대고 눈을 감았다. 심한 피로가 느껴졌다.

조금 무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고창진이 있던 곳은 근 3키로 후방. 달려나간 거리가 있긴 했지만, 무려 2km가 넘는 거리를 넘는 거리를 스킬로 탐색한 것이다.


—무극대력 수치가 10 증가합니다.


시스템 알림이 들렸지만, 걷잡을 수 없는 피로를 느끼며 성진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민호 대리가 잠든 성진을 보았다. 크지 않은 음악 볼륨을 줄였다.

고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두편으로 나눌까 하다가 그냥 올립니다. 길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족한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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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6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899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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