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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헌터의 보편적인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사천원
그림/삽화
사천원
작품등록일 :
2018.05.14 05:22
최근연재일 :
2018.08.04 19:0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392,457
추천수 :
30,098
글자수 :
210,944

작성
18.05.16 15:33
조회
42,176
추천
962
글자
9쪽

과거의 정리 3

DUMMY

까짓 소문이 무슨 대수냐. 가볍게 넘겨버렸지만 이내 성진은 소문의 여파를 체감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두 사람의 주변으로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식당 내에 학생들이 많아 굉장히 붐비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앞쪽으로 휑하게 길이 나 있을 정도.


“어떻게 생각하냐?”

"뭘?"


현수가 얼빵한 얼굴로 반문했다.


“소문 말이야.”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네 실력은 진짠데. 황동철을 날려버리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맹해 보여도 근본적인 머리는 있는 것 같다."

"저기 나 과 수석인데···."


"그러니까 너 머리 좋다고 칭찬한거야."


"근데 너 어째 좋아하는 것 같다?

"나쁠게 뭐 있어."


평소 교내를 다니다 보면 귀찮은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일방적으로 다가와 친한 척 자기소개를 하고 어떻게든 말을 섞으려 애를 쓰는 것이다 그게 다 아버지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런 류의 인간들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보이냐?”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조금은 신경 쓰이지 않아?”

“전혀.”


그렇게 말하며 성진은 좋아하는 스테이크 정식의 주문을 넣었다.


“잠깐, 내 건 취소해줘. 난 일반정식 먹을래.”

“귀찮게스리···, 그냥 먹어.”

“그러니까. 매번 얻어먹기도 부담스럽고.”

“신경 쓰지 마.”


성진은 오랫동안 형편없는 식사를 했다. 정부자산에 속하는 죄수이기에 어느 정도 대접은 해주었지만, 호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특히 먹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가히 최악이라고 할 밖에.

그래서 돌아온 이후로 성진은 먹는 것만큼은 굉장히 신경을 써서 잘 챙겨먹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고기로만.


잠시 후 현수의 것까지 음식을 받아서 자리로 가져가자 먼저 앉아있던 현수가 성진에게 말했다.


“이렇게 매 끼니마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던데.”

“누가 그래?”


“우리 엄마가.”

“······.”


현수는 홀어머니의 외아들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돈 때문에 고생하시는 엄마를 보고 자란 현수는 근검절약의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야. 배 나온 중년도 아닌데, 뭘 벌써부터 건강을 챙기고 그래?”

“그래도.”


“너 키 몇이야?”

“176.”

“몸무게는?”

“63.”


“그 봐. 고기를 안 먹으니까 몸이 그렇게 부실한 거 아냐. 몸이 부실하니 약한 생각만 하는 거지.”



잠시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서고 있을 때였다.


“뭐냐. 심현수. 정말 이놈이랑 붙어다니네?”


노랑머리를 한 이죽거리는 얄미운 얼굴이 말했다.


미친개 황동철. 어쩐 일로 놈이 의기양양인가 싶었더니 녀석의 뒤쪽으로 의외의 인물들이 보였다.


아카데미의 모범 아이돌. 차준영. 차도희.


현재 19살. 아카데미 2년차 쌍둥이 남매로 불과 얼음의 마법력을 쓰는 마력등급 B급의 능력자들.


16세 때 받은 적성 검사에서 마력측정 레벨 B급을 받으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화제의 남매는 차세대 빅7, 국가 유망주로 불리우며 어지간히 유명세를 탔다.

마침 성진이 각성했을 무렵의 일이다. 그로 하여금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만든 상대였던 탓에 남매가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땐 절로 눈길이 갔다. 그렇게 몇 달 간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본 결과, 인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 한 살 어린 나이에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희귀한 마법적 능력까지. 도저히 깔래야 깔 데가 없다고 할까. B등급 각성자인 두 남매는 굉장한 노력파이기도 해서 서로 번갈아 가며 학년 수석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급이 다른 인간이 있다고 하더니 애초에 비교할 레벨이 아니었던 것.


철없는 그조차 그렇게 생각했을진대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굳이 물어볼 것도 없이 남매는 대다수 학생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받으며 아카데미의 아이돌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쟤들이 왜···.


특히 차도희를 보는 성진은 속이 썼다. 쌍둥이 남매의 여동생 도희는 전부터 성진을 볼 때마다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더니, 지금도 무슨 버러지를 보듯 아니꼽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쟤한테 뭔 잘못이라도 했나? 몇 번인가 같이 실습을 나갔던 걸 제외하면 그쪽과 엮일 일이라곤 없었는데.

도저히 같은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남매를 은연중에 멀리 했던 것이다.


아리송한 기억을 더듬으며 성진은 저를 노려보는 도희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마주했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그쪽 따위한테 볼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근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재수없게 생겨서···.”


거참. 할 말 없게 만드네.


“너 나한테 관심 있냐···?”

“어디서 헛소리야. 이 거짓말쟁이가!”


“그게 아니면 왜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쳐다보는데?”

"그만 하시죠. 선배님."


약을 올리는 성진의 말에 쌍둥이 오빠인 차준영이 나섰다.


“아시는 지 모르겠지만, 제 여동생이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는 성격이라서요.”

“아 그래?”


성진은 넌지시 여동생 도희를 쳐다보았다.


“나한테 거짓말쟁이라고 했지? 아니면 어쩌려고.”


성진이 싱글싱글 웃고 있자 준영의 얼굴이 동철을 향했다. 그러자 동철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글쎄 말 뿐이지. 아버지라는 사람이 얼굴 한번 보러 온 적이 없다니까. 지난 3년 내내 말이야.”


동철은 자신있게 장담하듯 말했다.


"과연 의심스럽게 보일 만 하네."


하긴 그조차도 아버지의 아들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으니.


성진은 두 남매를 쳐다보았다. 쌍둥이라도 이란성이라 서로 얼굴이 다르다. 준영은 남자답게 강인한 얼굴이고 여동생인 도희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시원하게 생겼다.


근데 미래에 얘네들 이름을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어린 나이에 뭔 사단이라도 겪게 되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한 인재들이기 때문.


“선배로서 충고하겠는데, 저놈 말은 듣지 않는 게 좋아. 설령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그런 나와 어울렸다는 건 놈이 기회주의자라는 뜻이니까.”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얼굴을 붉히며 발악하듯 외치는 동철에게 성진이 차가운 일갈을 날렸다.


“닥치고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열기 오른 동철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동철이 저 졸렬한 혓바닥을 어떤 식으로 놀려 자신을 합리화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됐건 이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동철의 의도와 부합하는 부분이 이들 남매에게 있었다는 것.

보나마나 성진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겠지만, 딱히 화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소로울 따름.


일찍이 바닥 생활을 경험해본 성진이다.

바닥도 어디 보통 바닥인가. 빛이 가려진 어두운 세계. 사회의 법망을 피해 숨어든 각종 범죄자들이 모여드는 이른바 무법지대라는 곳이다. 살인, 강도, 조직의 싸움. 배신과 처벌 등 강도 높은 범죄가 예사로 일어나는 곳. 그런 곳을 전전하다 보면 별별 부류의 인간들을 다 보게 된다.

성격이 야비한 사람, 비굴한 사람. 거만한 사람.

그 모든 특질을 가진 듯한 인간이 바로 황동철이다. 그런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상황에 따른 태도의 전환도 빠르고. 제 딴에는 똑똑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누구나 그 비열한 행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 본인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할 뿐.


“너희 둘 말이야. 그렇게 순진해서 어디에 쓰겠냐. 이 세상이 얼마나 험악하고 더러운데.”

“이, 이 망나니 난봉꾼 같은 인간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도희의 말이었다. 성진은 빙그레 웃음지었다.

오호라. 그래서 날 못마땅하게 여겼던 거였냐.


“내가 뭐라서 하는 말이 아냐. 곧으면 부러진다는 말도 못 들어봤어? 유연성을 가져야지. 세상은 어수룩한 너희를 속이고 이용해먹을 거야. 당장 저놈만 해도 너희에게 빌붙어 제가 원하는 대로 이용해먹고 있잖아.”

“우리가 무슨 이용을 당한다고!”


“글쎄···똑똑한 머리로 잘 생각해 봐. 니 오빠보단 도희 네가 좀 낫지 싶은데···.”

“어디 남의 이름을 함부로···!”


“아, 참고로 난 너한테 전혀 관심 없으니까 걱정 말고. 대신 너도 나한테 관심 가지면 절대 안된다."


도희가 답지 않게 얼굴에 열을 올렸다.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좀 더 골려 주고도 싶었지만, 지켜보는 구경꾼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그만 흥미가 식어버렸다.


“가자."


구경꾼 1로 멍하니 서 있던 현수를 잡아 끌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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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신입 헌터 1 +17 18.06.07 40,887 870 15쪽
19 본 헌터스(Bone Hunters) 4 +16 18.06.05 39,432 860 10쪽
18 본 헌터스(Bone Hunters) 3 +19 18.06.04 39,282 812 13쪽
17 본 헌터스(Bone Hunters) 2 +24 18.06.02 40,334 846 14쪽
16 본 헌터스(Bone Hunters) 1 +19 18.05.31 41,607 890 15쪽
15 다섯 번째 헌터시험 5 +23 18.05.29 41,332 907 12쪽
14 다섯 번째 헌터시험 4 +24 18.05.28 40,899 878 9쪽
13 다섯 번째 헌터시험 3 +24 18.05.23 40,815 870 11쪽
12 다섯 번째 헌터시험 2 +16 18.05.22 41,824 853 13쪽
11 다섯 번째 헌터시험 1 +38 18.05.21 42,914 886 11쪽
10 과거의 정리 4 +43 18.05.17 42,345 900 10쪽
» 과거의 정리 3 +24 18.05.16 42,177 962 9쪽
8 과거의 정리 2 +26 18.05.16 42,681 9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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