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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꿈꾸는 몽상가

인피니티-진화의 시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장호영
작품등록일 :
2014.10.24 20:16
최근연재일 :
2015.02.25 00:0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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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170
추천수 :
959
글자수 :
213,539

작성
14.1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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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8장 죽음

DUMMY

제8장 죽음


살육(殺戮)의 길에 들어서는 것에 타당함은 없다. 누군가의 죽음에 당연함은 없다.

살고자하는 의지가 결코 이유가 될 수가 없고 변명이 될 수 없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살생(殺生)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되었든 그 어떤 변명이 되었든 면죄(免罪) 되지 않는다.

그 죄의 값은 결국엔 다시 돌아온다. 그 어떤 방향으로든…….

---




“헉, 헉, 헉.”

거친 숨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뚝 뚝

땀방울이 이마를 따라 흘러 코끝에 모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힐끗

땀과 몸에서 나는 열기로 이젠 거추장스러워진 손목시계를 슬쩍 보았다. 4시 50분. 길고도 길었다. 이제 10분.

하지만 몸은 이미 한계치였다.

털썩

완전히 무너져 버린 예전엔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을 건물의 벽에 기대어 있던 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온몸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시큼한 냄새가 올라온다. 무려 30분. 녀석을 유인하면서 난 지쳐갔다.

무리해서 능력을 쓴 것도 겹쳐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지속적으로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그 때문에 죽을 뻔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이도 녀석은 지능이 많이 낮았다. 덩치에 비해 행동도 느렸고. 다만 크기가 너무 크다보니 금방 따라잡히고 힘도 무지막지하게 강해 녀석이 그저 손을 휘저으면 주변의 공기가 태풍이 온 것처럼 휘몰아친다.

진짜 스쳐도 치명상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후.......”

조금은 진정되는 것을 느끼며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우선 주변은 꾀나 조용했다. 10여분 전만 해도 들리던 몬스터들의 괴성과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생각보다 일행들과 멀리 떨어진 것 같았다.

우선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일행과 떨어진 것이 걱정이었다. 들고 있던 무전기도 녀석을 피해 도망가다 잃어버렸고 무기라고 해봐야 5발 남은 권총이 다였다.

방탄조끼와 기타 옷들도 대부분 벗어버린 상황. 반팔 티에 반바지 그리고 권총과 시계가 다였다.

그저 살려면 도망갈 수밖에 없는 상황.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녀석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더욱이 어마어마하게 큰 덩치의 녀석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완전히 따돌렸다는 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마 좀 전에 녀석을 따돌리기 위해 쓴 작전이 먹힌 것 같았다. 우선 녀석을 유인하고 그 곳에 있던 마네킹을 발견하고 그 마네킹에 내 옷과 방탄조끼 등을 입혀 숨겨두었다.

그리고 도망가길 몇 분. 지축을 흔드는 녀석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엄청난 충격음이 연달아 들렸다.

아마 녀석이 마네킹을 나로 착각하고 지금까지의 분풀이를 하고 있을 것 같았다. 난 그대로 도망쳐 지금 이렇게 숨어있는 것이다.

아마 녀석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나를 찾는 것을 포기한 것 같았다. 30여분을 일행과 멀어지려 노력했고 이제 10분남은 상황. 아무리 녀석이라 해도 10분 안에 일행들을 만나진 못 할 것이다.

“아......”

문득 생각난 건. 수진이의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을 마네킹에 입힌 방탄조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는 것이다.

“하아......”

수진이의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은 중요한 단서이자 수진이가 아끼는 물건이었다.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며 그래서 수진이가 절대로 주지 않으려던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두고 갈 순 없었다. 그리고 녀석도 보이지 않았고.

현재 시간 4시 52분. 앞으로 8분. 그 안에 일기장을 찾고 다시 현실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다시 발에 힘을 주었다. 조금 쉬었다고 어느 정도 회복이 된 듯 했다. 그렇게 난 다시 일기장을 찾아 그 곳으로 달렸다.

---




10분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다.

뚝 뚝

그의 얼굴에서 진득한 피와 땀이 같이 흘러 나왔다. 온 몸에 피를 두른 남자. 그는 바로 택윤이었다.

부르르

검을 든 그의 팔이 잘게 떨려왔다.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이젠 검을 들고 있는 것도 힘이 들 만큼.

시야도 그려졌다. 사실 그의 몸엔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상처들에서 나온 피들의 양도 무시 못 할 만큼 흘러나와 빈혈을 일으킨 것이다.

피식

그의 입에서 미약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인생…….”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피로 얼룩진 검을……. 그의 눈엔 씁씁함이 감돌았다. 그저 검이 좋았다. 처음 검도를 접했을 때 그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처음 검도를 접한 건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서였다. 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에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인해 항상 싸움을 하던 나를 차라리 운동을 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한 아버지는 검도장에 무작정 끌고 갔다.

그리고 보게 된 대련. 아직도 눈앞에 그 순간이 생생했다. 내가 아는 검도는 상체만을 이용한 검술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선 실전검술이라 칭하는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철저히 상대를 제압하기위해 만든 검술. 발과 하체도 이용하며 검식보단 순간의 순발력과 기지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검술이었다.

물론 기초 검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 기본은 같았다. 단지 조금 더 치열하고 역동적이었다.

당시 내가 본 대련은 그곳의 관장과 그 도장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의 단원과의 대련이었다. 운이 좋다면 좋은 것이었다. 그런 대련은 쉽게 보기 힘들었으니.

확실히 관장의 실력이 더 출중했으나 순발력과 힘에서는 상대 단원이 더 뛰어났다. 그렇게 나의 인생을 뒤흔든 대련을 보며 난 그길로 검도(劍道)에 들어섰다.

검에 빠져 살자 실력을 점차 늘었다. 검이 좋았고 그 순간의 희열을 즐겼다. 하지만 세상은 나에게 즐기며하는 검을 내 스스로를 위한 검을 들게 하지 않았다.

조직에 들어가 난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때로는 죽음을 주었다. 내가 즐기던 검으로 내가 사랑하던 검으로 말이다.

내가 죽던 날. 조직원의 배신으로 난 함정에 빠졌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 속에서 난 살고자 했고 나를 위해 내 검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지금처럼 피로 얼룩진 검을 보며 난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검을 잡지 않겠다.’

난 피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난 또 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 피의 길이 살생(殺生)의 길이 예전처럼 슬프지만은 않았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니까…….

“.........”

멀리 보이는 택윤씨가 보였다. 몇 발 안남은 권총으로 몬스터들을 사살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호하고 있는 지나.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두려움에 떠는 수진이. 그리고 죽어가는 은성의 곁에서 울부짖는 정수…….

그들을 위해 내 앞의 몬스터들을 죽여야만 했다.


없는 힘을 쥐어짰다. 파워 업이란 능력의 단점은 사용 후 근육에 무리가 온다는 것이다. 뻐근함이 몰려온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능력의 사용으로 팔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젠 능력을 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상태에서 능력을 더 썼다간 평생 팔을 못 쓸 수도 있었다.

거기에다 능력을 쓴 후유증도 강했다. 하지만 그는 검을 잡은 손을 더욱 꽉 쥐었다. 떨리는 팔을 진정시키기 위해. 검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크르르르......”

그의 주변엔 아직도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다. 하지만 쉽사리 그에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에게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어가자 몬스터들도 겁을 먹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힘겨워 한다는 사실을 안 것인지 조금씩 거리를 줄여오고 있었다.

“이 미친놈아~!!!!!!”

“!!!!!!!!”

울부짖는 정수의 목소리. 택윤은 직감했다. 은성의 죽음을……. 눈물이 흘렀다.


아주 한순간 그 순간의 방심이 아니, 인간으로써 당연한 슬픔이 아주 찰나의 감정이 그 순간의 긴장감을 무뎌지게 했고 그의 육감에 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하나의 손이 들어왔다.

“컥!”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흘러나온다.

주룩

입가를 흘러 피가 떨어지며 자신의 왼쪽 복부를 관통한 팔에 떨어져 내렸다. 아주 한순간에 달려와 택윤의 복부에 손을 찔러 넣은 몬스터.

휘익


택윤은 이를 악물며 급히 손을 휘둘러 녀석의 목을 베어버렸다.


녀석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널브러졌고 그와 동시에 녀석이 복부에 박아 넣은 손도 같이 뽑혔다.

쿨럭

“큭…….”

그와 동시에 그의 복부에서 피가 쏟아졌다. 다행이도 완전한 관통상은 아니지만 꾀 깊이 들어간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왼쪽복부 그것도 아주 끝부분. 내상은 있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에 빈혈도 있는 상황에 과대한 출혈은 죽음과 직결된다.

흔들

그의 시야가 흐려진다. 온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아 그를 지탱하던 다리도 힘이 풀린다. 그의 상태를 안 몬스터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지금까지 죽은 동료들의 원수를 갚을 생각인지 그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때보다 사나웠다.

‘여기까진가…….’

은성의 죽음. 그리고 자신의 치명상. 영민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도 없으며, 총알이 바닥나가는 택윤. 그를 지키려 애쓰고 있지만 이미 과도한 힘을 사용한 것이 역력한 지나.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것이 없는 지금의 상황.

“크아아아~!!!!”

“크악~!”

“캭~!”

그 순간 들려온 괴성. 택윤은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떴다. 그리고 보인 한사람의 뒷모습.

“정…….수?”

“지켜드릴게요……. 이젠.……. 그 누구도 죽지 않아요.”

스스로 다짐하듯 말하던 정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아직도 많은 몬스터들. 그리고 아직은 많이 남은 시간.

“쓰으으읍~”

깊게 숨을 들이킨다.

“후우......”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정수.

“크르르…….”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경계하는 몬스터들.

번쩍

갑자기 고개를 든 정수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했다.

“다. 죽. 여. 줄. 게. 요.”


화륵

한손에 빙검(氷劍). 다른 한손엔 화염(火焰)을 감은 정수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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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11장 퍼즐 조각 15.02.06 691 10 11쪽
36 제11장 퍼즐 조각 +1 15.02.04 807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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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9장 빈자리 14.12.31 935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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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죽음 +1 14.12.26 1,007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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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8장 죽음 14.12.22 1,011 18 9쪽
24 제8장 죽음 14.12.19 962 18 7쪽
23 제8장 죽음 14.12.17 1,149 2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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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7장 새로운 정보 14.12.10 1,162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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