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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의 서재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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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
작품등록일 :
2021.06.02 02:07
최근연재일 :
2021.11.20 03:13
연재수 :
151 회
조회수 :
308,785
추천수 :
8,194
글자수 :
1,0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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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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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게임 속 인연(2)

DUMMY

142. 게임 속 인연(2)


펄럭!


테러리스트 호의 1등 병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둠은 새로 준비된 실험 가운을 멋들어지게 입었다.

이젠 실험 가운이 아닌 다른 옷은 본능이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마지막 전투로 깔끔한 재킷이나 코트를 입을 수도 있었지만, 둠의 인격이 그걸 꺼렸다.


'이제 진짜 둠이 되어 가네.'


[트라우마: 91%]


시스템창으로 확인한 트라우마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이성현의 인격은 남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이 빌어먹을 게임을 클리어한다.'


로픽셀사의 실수, 바이러스.

놈을 처단하고 반드시 이 세계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멋대로 자신을 납치한 회사에 그만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거대 기업이라고 인권을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이잉.


"일어나셨습니까."


매튜가 들어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둠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빌은?"

"이미 함교에 계십니다. 시간 아깝다고, 어서 오라고 하십니다."

"짜식이, 할 일이 많긴 하지. 가자."

"예."


병실을 나선 둠은 가운을 펄럭이며 이동했다.

매튜는 그의 뒤를 따라 보좌관처럼 수행했다.



둠이 걸음을 옮길 때, 그를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인사를 건네왔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박사님.

-몸은 괜찮으시죠?



둠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을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매튜는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위이이잉!



커다란 문이 열리고 테러리스트 호의 함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한가운데서 기계식 곰방대를 물고 있던 빌이 둠을 발견하고는 역정을 냈다.


"이 말라깽이 멀대야! 내가 한가한 줄 알어?! 불러 놨으면 빨리 오든가!"

"케흐흐, 진정해, 배불뚝이야. 너 좋아할 만한 거 잔뜩 구해놨으니까."

"웬만한 거 아니면, 갈 거다. 나 바빠!"


츤츤거리는 빌이었지만, 그는 내심 둠이 걱정스러웠는지 눈을 굴려 둠의 전신을 살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둠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내었다.

공중 전함의 생산 시간을 극도로 단축하고, 여러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달려온 것이다.


"흥. 그래서 뭔데?"


그는 오만하게 팔짱을 끼며, 아닌 척했지만 살짝 기대하는 얼굴로 둠을 흘겨보았다.

둠이 씩 웃었다.


"나를 따라와. 매튜, 우리 둘만 알고리즘 세계로 간다."

"함교 내에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매튜가 함교 시스템을 두드리자, 함교 내부에 공간이 죽 찢어졌다.



어둠으로 가득한 공간. 둠에겐 0과 1이 보이는 알고리즘 세계.

둠이 먼저 입구로 들어섰고, 빌이 뒤따라 들어갔다.


빌은 어둠을 밟으며 투덜거렸다.


"야, 넌 여기 두렵지도 않은 거냐? 난 어둠뿐이라 무섭기만 한데..."

"그냥저냥 버틸 만해."


오직 어둠으로만 뒤덮인 세상이다.

0과 1이 아니라면, 이곳에 산과 들, 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없을 정도의 미지의 공간.


평범한 인간이 독방에 며칠만 갇혀도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것처럼 빌도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

이동하는 중, 그가 패닉하지 않도록 둠이 말을 꺼냈다.


"내 말 잘 들어. 우린 딱 2개만 만들면 돼."

"2개?"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개."


뭘 만들자는 건지 몰랐지만, 빌은 둠이 하자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어느 것이든 항상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둠이 말했다.


"우선은 텔레포트기. 포탈 이동 기술을 발전시킨 거라고 보면 돼."

"흠... 어떤 형식으로 사용할 거냐."

"호송함이나 공중 전함을 통해 일정 공간에 있는 사람은 전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거."

"당치도 않은! 무생물에겐 적용이 가능하지만, 생물체에겐 위험해!"


빌이 곰방대를 씰룩이며 말했다.

둠은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허튼소리 하는 줄 알아? 생물체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할 거다."

"널 못 믿는 건 아니지만, 텔레포트는 정말 위험한 기술이야. 실상 포탈 기술로 사용하는 디멘션 워프도 텔레포트는 아니란 말이다."


빌의 말대로 디멘션 워프는 텔레포트와 다르다.

현상 세계와 알고리즘 세계 사이에 구멍을 뚫어 최단 거리로 이동할 뿐.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기술은 아니었다.

단순히 구멍을 뚫는 것과 '순간이동'은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마법으로 사용하는 텔레포트도 위험한 축에 속한다.

비즈의 마법기사단처럼 수백 명이 동시에 마나를 제어하며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인명이 위험하다.

그래서 과학 기술이 발달한 벤투스에서도 아직 텔레포트에 대한 부분은 미지에 남아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디멘션 워프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방법은 있어.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둠의 확언.

그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그것은 이루어진다.

빌은 그 장면을 몇 번이나 목격해왔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설레는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헛기침을 하고 곰방대를 쓱 빨아들였다.


"쓰읍, 그래도 내가 필요하니까 부른 거지? 혼자선 못 하니까. 이 몸이 함께 해주는 걸 감사히 여기라고."

"당연하지. 너와 내가 아니면 절대로 만들지 못할 거야."

"그럼...! 이 빌만 믿으면 무엇이든 가능하지."



둠이 치켜세워주자 빌은 희희낙락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곰방대를 빨았다.


"쓰읍. 그래서 두 번째는 뭔데?"


앞서가는 과학자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직접 봐."


.

.

.


빌은 둠이 이끄는 대로 몇 분을 걸었다.

어둠이 가득한 공간에서 점처럼 보이던 것이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커지던 그 물체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봐야 그 끝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빌은 물고 있던 곰방대를 툭 떨어뜨렸다.



둠이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짜잔! 어때?"

"..."


빌은 잠시 말을 잊었다.

그리고 읊조렸다.


"개자식아..."

"뭐?"

"이 자식아! 이런 걸 만들 거면 먼저 나한테 알렸어야지!"


빌이 성큼 다가와 둠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키 차이가 너무 나서 그래 봤자, 명치 부분을 잡을 뿐이었다.

둠은 힘없이 빌의 손을 따라 흔들거렸다.


"서운한 척하는 것치고 너무 들떴는데?"

"크하하합, 들켰나? 어쨌든! 이게 뭔지나 어서 설명해보라고!"


둠이 만들고 있는 기계는 거대한 몸체를 자랑했다.


"아직 뼈대만 완성한 거야. 장갑하고 구동부를 완성해야 해. 그리고 핵융합 원자로는 전함에 들어가는 것보다 소형으로 만들 거야. 출력은 높이고. 연료가 좀 많이 필요해."

"그러려면 소재가 있어야 할 텐데?"


빌의 물음에 둠이 한쪽으로 가서 커다란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장인의 눈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처음 보는 광물들...!"


그곳엔 광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모두 크라이피어를 잡고, 테러리스트 호를 통해 수집해온 것들이었다.

테라 시티를 탈출하고, 지상과 거리가 멀지 않아 전함 내부에 있는 기계병들이 땅을 파서 전부 수거해왔다.


이 부분은 투즈가 수고해주었다.

수많은 광물을 놔두고 가긴 너무 아까우니까.



"설마 이걸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둠이 붉은색 광물 앞에 척 섰다.

거의 건물 높이만 한 매끄러운 광물.


그걸 보고서 빌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높이 솟아오른 광물을 보고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오, 오리하르콘...?"


전설의 금속, 오리하르콘.

그는 동의를 구하듯이 떨리는 얼굴로 둠을 바라보았다.


미친 과학자는 광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하하하! 이걸로 역사상 최강의 무기를 만들어보는 거야!"




***




땅땅땅!


망치질하던 둠은 이마의 땀을 훔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헥헥... 진짜 힘들어 뒤지겠네."


거대한 기계에 쓸 장갑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다.


빌은 아예 자신의 전용 장비들을 들고 와서 작업에 착수했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 공방 제자들도 수백 명이나 함께하고 있었다.


옛날엔 혼자서 일했던 빌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거기에 더해 테라 시티의 주민들까지.

그들은 기본적으로 연금술 지식이 있고, 금속 제련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다.

노동력이 추가되자, 빌이 기뻐할 정도였다.


"야, 너! 그거 조심히 안 다룰래?! 네 목숨으로 그 값을 메울 거냐! 그거 13억 셀짜리야! 너 13억 셀보다 비싸냐?!"

"죄,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너 장기 팔아도 그거 못 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옛!"


빌의 호통을 들은 제자들은 더욱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의 제자들은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지도 못하고, 일만 할 뿐이었다.


자신이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만 인지한 채로 말이다.


.


그렇게 하루 치 작업이 끝나고, 빌은 양손에 술병을 들고 가져왔다.


"한잔 하냐?"

"어, 한 잔만 줘봐."


둠은 40도가 넘는 술을 꿀꺽꿀꺽 마셔댔다.

그 모습을 보고 빌이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 환자란 놈이 중노동에 술까지 하네. 다시 눕고 싶은 거냐?"

"내가 계획한 건데 나만 쉴 순 없지."

"이젠 쉬어라. 내가 할 테니까."


빌은 엄지로 자신의 가슴을 척 가리켰다.

그 모습이 퍽 믿음직스러웠다.


그는 둠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술을 들이켰다.

늙은 수염에 술이 흘러내려도 개의치 않았다.


"꿀꺽꿀꺽, 크으...! 너는 마지막까지 날 부려먹는구나."

"..."


마지막이란 말.

그 말에 둠은 실소만 머금었다.


빌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둠의 마지막 웨펀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걸.


"직접 갈 거냐?"

"내가 만들었는데, 직접 가지고 가야지."

"하여간 젊은 놈의 혈기란, 쯧쯧. 나처럼 사릴 때도 되지 않았냐?"

"그러기엔 아직 너무 젊어서 말이지."


공중 전함을 찍어내듯 만든 빌도 이 거대한 기계가 얼마나 대단한 놈이지 알고 있다.

이런 놈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적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잠시간의 침묵.

둘은 한동안 상자 사이에 앉아, 완성되어 가는 기계를 바라보았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늙은 목소리였다.


"고마웠다."

"..."


조금은 갈라진.

그러나 힘이 담긴 한마디.


단 한 마디에 모든 감정이 응축되어 있었다.


이때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고,

엄청난 무기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전혀 알 수 없었던 세상을 가르쳐주었으니.


용병으로 살아와 70에 가까운 나이를 먹으면서 황소고집으로 살아온 남자, 빌.

그 모든 것을 한 마디에 담아 전했다.



둠은 살짝 놀란 얼굴로 빌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빌은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흥, 그냥 해두는 말이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케흐흐, 그래."


빌은 조용히 술병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건배일지도 모르는 술자리.


기름과 금속 냄새가 가득해진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뒤지지 말고 돌아와라."

"당연하지. 난 질 싸움은 안 해."


둠은 씩 웃고 자신의 술병을 부딪쳤다.


"건배."


쨍!




***




이그니스의 황성.

피라미드 모양으로 되어 있는 황성의 대전엔 주인이 있었다.


거대한 풍채를 지닌 그는 차림새를 정돈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흠... 언제 연결하겠다는 거지?"


대 이그니스 시티의 황제를 기다리게 만든다.

이건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옆에 서 있는 루펠몬이 말했다.


"늦는 남자는 아니니까 기다려라, 헬릭스."

"내가 황제인데 넌 왜 반말하는 거냐."

"그 잘나신 황제 폐하께서 이그니스가 위험할 때, 종일 잠만 쳐 잤기 때문이지."

"호오, 황권에 대한 도전인가. 기쁘게 받아들이지."

"너 같은 근육돼지랑 싸우고 싶진 않아."


루펠몬의 이죽거림에 헬릭스는 피식 웃었다.


"내 생명을 구한 남자라. 어서 만나고 싶은데 말이지."

"아, 연결되었다."



홀로그램 회의가 시작되었다.

대전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각 시티 책임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쿠아 시티의 비즈 아쿠아,

테라 시티의 탈라이 테라,

벤투스 시티의 라튀르 볼셰리치.



그리고 연합군 사령관, 둠.


둠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테이블 위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테이블 위를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손에 들려 있는 캔 음료를 마시는 것도 덤이었다.

요즘 잘 나가는 헬스 시리즈, 오렌지맛이었다.


ㅡ꼴깍꼴깍, 후우. 아아, 내 목소리 들리나? 잘 들리면 됐고. 바로 회의를 시작하지.


헬릭스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내가 올려다보게 만드는 건가."

ㅡ어디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해서 말이야.


초반 기싸움.

둠은 헬릭스의 기세에도 전혀 밀리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대처했다.


어차피 홀로그램으로 마주하고 있을 뿐이지만.


ㅡ명목은 회의지만, 사실상 명령 전달이야. 이의 있는 사람?

"..."


비즈와 라튀르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탈라이는 멋쩍게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명령이란 말에 헬릭스가 꿈틀했다.


"감히 이그니스의 군주인 내게 명령을 내리겠다는 건가?"

ㅡ그래. 불만 있어?


루펠몬이 말했다.


"폐하, 여기서 분란을 일으키는 건 좋지..."

"내가 알아서 한다."

"..."


대륙에서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는 사람이 헬릭스.

둠은 그런 헬릭스를 상대로 전혀 여유를 잃지 않았다.



ㅡ연합군 사령관은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각 시티의 '전쟁권'을 갖는다. 여기에 모두 동의 했으니까 연합군이 창설되었지.

"분명 동의했다. 하지만 사령관이 누가 될지는 아직 동의하진 않았지."


헬릭스가 씩 웃자, 둠이 말했다.


ㅡ사령관 자리가 탐나나?

"당연히. 각 시티의 '전쟁권'을 가진다는 의미를 모를 바보가 있나?"


헬릭스의 말에 라튀르가 반응했다.


ㅡ그걸 몰라서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게 아닐세, 황제. 그러니 가만히 있게.

"늙은이. 당신에게 말한 게 아니야."

ㅡ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ㅡ워워, 그만.


자칫 첫 회의부터 싸움이 촉발될 수도 있는 순간에 둠이 끼어들었다.


ㅡ일단 임시 사령관은 나야. 내 말 안 따르면 다 죽여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혹시 머리 위에서 레이저 소나기가 내리는 걸 원하는 사람이 있어?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데.

ㅡ...

"..."


둠의 말에 라튀르와 헬릭스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사령관은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고 헬릭스를 바라보았다.


ㅡ사령관 자리가 탐나면 줄게.

"정말인가?"

ㅡ어. 대신 날 죽이고 가져가야 할 거야. 날 죽일 자신 있어?


헬릭스는 둠의 눈을 바라보았다.


깊은 감정.

아니, 감정을 뛰어넘은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한 것이 둠의 눈빛 안에 들어있었다.

집착.

혹은 광기.


헬릭스는 그 깊음을 맛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내가 인정한 남자지."

ㅡ케흐흐.


황제가 웃자, 비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ㅡ휴우... 정말로 싸우는 줄 알았소. 이런 건 감정 소모가 심하니 자제했으면 좋겠소.


방금은 헬릭스가 일부러 둠을 시험한 것이었다.

그가 과연 사령관을 맡을 만한 남자인지 말이다.



긴장이 누그러들자, 헬릭스가 말했다.


"좋다, 사령관. 그럼 우릴 소집한 이유를 말해보실까?"

ㅡ우리가 모일 일이 따로 있나? 당연히 중앙에 떡하니 있는 흑기린 때문이지.

"그건 알고 있다. 그럼 그에 대한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자는 거군. 어떻게 할 생각이지?"


헬릭스의 물음에 둠이 광기 서린 미소를 지었다.



ㅡ별거 없어.



꽈드드득.


그의 손에 들린 캔이 으스러졌다.



ㅡ싹다 죽여버리자고.



사령관의 눈이 위험한 빛을 발했다.

흑기린 토벌 회의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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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협력(3) +4 21.10.28 466 19 17쪽
132 협력(2) +2 21.10.28 477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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