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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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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K
작품등록일 :
2021.06.02 02:07
최근연재일 :
2021.11.20 03:13
연재수 :
1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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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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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4
글자수 :
1,030,007

작성
21.11.0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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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테라 시티(3)

DUMMY

136. 테라 시티(3)


탈라이는 씰의 바람에 잡혀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테라 시티는 대륙 중앙을 두고 벤투스와 정반대에 위치한 시티다.

바람의 원소를 다루는 자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상성으로 보면 땅은 바람에게 약세.

절대로 바람의 원소를 다루는 자와 싸우면 안 된다고 아버지에게 배웠다.


'땅의 가호가 2단계인데도...'


눈앞에 있는 가녀린 여자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부리는 바람의 기세는 고요했지만, 그 안에 폭풍 같은 기개가 담겨 있었다.


"얌전히 있자. 둠 씨가 올 때까지."


투즈도 베리트의 두 팔을 제압하고 집 안쪽으로 들어왔다.

베리트의 집은 단촐했다.


전 대통령 보좌관의 집치고는 가구도 몇 개 없어서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다.

탈라이가 말했다.


"당신들... 굴딘 삼촌이 보낸 사람들이야?"

"굴딘? 아, 그 대통령이라는 사람! 우린 그 사람과 관계없어."

"거짓말! 그럼 왜 날 잡으려 한 거야?"


투즈는 베리트를 소파에 앉혀 놓고 말했다.


"딱히 잡으려던 건 아니야. 우리는 네 도움이 필요해서 왔어."

"내 도움?"


탈라이가 의뭉스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밖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샅샅이 뒤져! 집 안까지!

-예!



테라 정규군이었다.

탈라이를 찾으려는 듯했다.


쿵쿵쿵!


-문 열어라! 우린 테라 정규군이다!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고 들어가겠다!


그들은 베리트의 집에도 찾아왔다.

투즈는 곧바로 베리트를 묶어 놓은 밧줄을 풀었다.


"이 무슨..."

"나가서 정규군이 들어오면 탈라이가 없다고 말해."


그녀는 그러고는 곧장 씰과 탈라이를 데리고 집 한족에 있는 카펫을 들추었다.

베리트는 그녀가 어떻게 비밀 창고의 위치를 알았는지 몰라 당황한 얼굴이었다.


"어떻게 내 집 비밀 창고의 위치를...?"

"그게 중요해? 얼른!"


베리트는 나가서 문을 열어주었고, 세 사람은 비밀 창고 안으로 숨어들었다.



-노인네 집엔 무슨 일이오.

-노인장! 숨겨주는 사람 없지? 혹시 탈라이를 봤나?

-본 적 없소. 골목 노인네 집에 그런 사람이 왜 들어오겠소?


베리트는 연륜이 있는지 연기를 잘했다.

창고에 숨은 그들은 숨을 참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흐음... 아, 그러고 보니 노인장. 그쪽 전 대통령 보좌관이었지? 이름이 베리트였나?

-옛날 일이오. 은퇴한 노인에게 볼일이라도 있소? 옛날 일은 다 털어버린 지 오래요.

-은퇴한 보좌관치고 너무 가난하게 사는군.


다행히 정규군 리더는 베리트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고 집을 떠났다.

수색할 집이 너무 많았기에 세심하게 살펴보지도 않고, 눈으로 슥 훑고 떠날 뿐이었다.



······.



-이제 나와도 된다네. 다들 갔어.


베리트의 말에 세 사람은 비밀 창고에서 나왔다.

창고가 좁아서 껴 있는 상태가 불편했기에 계속 숨어 있을 순 없었다.


"후. 어쨌든. 이걸로 증명은 된 건가? 우가가 굴딘의 편이었으면 탈라이를 저쪽에 넘겼겠지."

"증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 다른 목적이 있을지 누가 알겠소. 그쪽은 벤투스에서 온 사람 같은데."


베리트는 씰을 보고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적국의 사람이니까.


그러나 씰은 이해한다는 듯이 베리트를 바라보았다.


"당신네들이 땅속에 살아서 바깥소식 잘 모르나 본데. 이미 테라를 제외한 세 시티는 하나로 뭉쳤어요."

"알고 있어요. 연합군이죠?"


탈라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통령의 안전 가옥에 감금되어 있을 때,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당신들은 연합군인가요?"

"평범한 연합군이 아니지."


씰은 어깨를 으쓱하며 활을 꺼냈다.


청룡의 폭풍활.

그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탈라이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신물이야. 너도 땅의 수호자겠지? 난 바람의 수호자. 이쪽은 불의 수호자야."

"당신들도 수호자였군요! 그래서...!"

"쉿. 목소리가 너무 커."


탈라이는 황송하다는 얼굴로 씰의 폭풍활을 이리저리 살폈다.

마치 엄청 예쁜 장난감을 대하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표정이었다.


"대단해요.. 이런 무기가 있다니..."

"너도 있을 텐데?"

"예? 저에게도 이런 무기가 있다고요?"


투즈가 씰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냐. 땅 수호자의 중포(重砲)는 대통령 관저에 있어. 이 녀석은 수호자가 맞지만, 아직 신물을 얻진 못했어."

"완전 꼬맹이네."


꼬맹이란 말에 탈라이가 발끈했다.


"꼬, 꼬맹이라뇨..! 그러는 당신도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길래...!"

"나? 24살인데 꼬맹아? 넌 아직 사춘기 온 10대처럼 보인다 야."

"저도 24살인데요?"

"..."


150밖에 안 된 귀여운 꼬맹이 같았지만, 실상 나이는 씰과 똑같았다.


"좀 더 키가 커야겠다."

"으으... 키 얘기하지 마세요!"


투즈가 말했다.


"아무튼, 우린 여기서 얌전히 기다려야 해. 둠이 올 때까지."

"오늘은 조금 늦으시네."



둠이란 말에 탈라이가 궁금하단 표정을 했다.


"아까도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더니.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죠?"


탈라이의 물음에 씰과 투즈의 얼굴이 바뀌었다.

두 사람은 둠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떠올렸다.



씰은 마치 꿈꾸는 소녀처럼 두 손을 맞잡고 말했다.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 책임감 있고, 항상 모든 일에 준비가 되어있고, 여유를 잃지 않는 남자... 가끔 핀트가 엇나가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야...!"


투즈도 책임감이 서린 얼굴로 말했다.


"생명의 은인... 날 위해 자기 목숨까지 버렸던... 어떻게든 은혜를 갚고 싶은 사람. 그리고 현실로 돌아가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 아니, 계속 친구로라도 남고 싶은 사람..."



베리트와 탈라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게 누구냐고요..."




***




둠은 알파를 이끌고 테라 시티 내부로 들어왔다.


"날 따라와."


바로 탈라이를 데리러 가진 않을 거다.

우선은 테라 시티 대통령 관저에 볼일이 있다.


'탈라이는 아직 수호자의 신물이 없다.'


무기가 없는 수호자는 반쪽짜리나 다름없다.

교감 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해서라도 호감을 사두는 편이 좋다.


관저에 있는 '땅 수호자의 중포'를 가져다줄 생각이었다.


"알파, 시선을 끌어줘."

"맡겨만 주세요."


우리는 곧장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

.

.



테라 시티 대통령 관저.

번쩍이는 황금과 정원을 이루고 있는 대리석 바닥은 굴딘이 부임하자마자 생겨난 것들이다.

외견상으로는 이그니스의 피라미드 황성과 비교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대통령 근위 경호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아, 따분하네. 재밌는 얘기 없냐?“

"있으면 너나 입 좀 털어봐라. 요샌 재밌는 게 없단 말이지."


잡담은 나누던 두 사람은 관저 입구로 다가오는 누군가를 발견하고 권총을 들었다.


"정지! 누구냐!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키가 우월한 여인은 다짜고짜 경호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쾅! 콰직!


곤죽이 된 두 사람이 쓰러지자, 비상 경보음이 들렸다.


웨에에에엥!


"비상! 비상! 침입자다!"

"체포해!"


알파가 정문을 부수고 들어갔고, 그사이 둠은 홀로그램 신체 변형기로 경호원으로 위장해 내부로 진입했다.


탕탕탕탕!


안쪽에서 총성이 빗발쳤지만,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실상 평범한 도끼가 총알보다 알파를 상대하기 유리할 것이다.


알파의 초재생 피부와 단단한 장갑은 겨우 총알 따위로 뚫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기계 골렘의 심장까지 이식받았으니,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최고 스펙이었다.




경호원들의 시선이 알파에게 집중된 틈에 둠은 몰래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


'좋아, 안쪽으로 들어가자.'


이미 관저 내부는 우리 집골목처럼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땅 수호자의 무기는 관저 지하 비밀 금고 안에 들어있다.


-침입자다!

-어서 지원해!


경호원들은 오직 알파만 난동부리는 줄 알고 있었다.

둠이 내부로 잠입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당당하게 경호원 중 한 명의 모습으로 위장해 걷던 도중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어이, 거기! 너! 거기서 뭐 하는 거냐! 어서 침입자 체포조에 가담해!"

"아, 전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

"심부름?"


경호원 간부처럼 보이는 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다가왔다.


"무슨 심부름?"

"그 수면제를 가져다 달라고 하셔서..."

"수면제?"


퍽. 털썩.


"잘 자라, 이 새끼야. 이게 천연 수면제다."


목덜미는 훌륭한 수면제다.

굳이 알약을 먹을 필요도 없이, 어루만져 주기만 하면 곧바로 잠드니까.

둠은 간부를 제끼고 그대로 굴딘의 금고로 향했다.


.


굴딘의 금고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알파가 꽤 난리를 제대로 쳐주는 바람에 금고를 지키는 경호원들까지 동원된 모양이었다.


대통령 본인도 침입자란 말에 안전 가옥으로 이동한 상태라고 들었다.


"자~ 문을 따보실까?"


굴딘의 금고는 최첨단 기기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번호를 누르는 게 아닌, 열쇠를 돌려서 여는 방식.


평범한 방식이나 가장 간단한 방식의 금고가 제일 단단하고 튼튼한 법이다.

테라 시티의 금속 제련술로 만들어진 금고를 쉽게 부술 수 있을 리가 없다.


"괜히 힘 뺄 필요는 없지."


물질 창조로 열쇠를 만들어낸다.

열쇠 구멍을 자세하게 살핀 뒤, 그에 맞는 열쇠를 만들기만 하면 만사오케이.


철컹!


비밀 금고는 쉽게 열렸다.



끼이이이...



커다란 문이 열리자, 커다란 내부가 드러났다.


금괴며 지폐, 희귀 금속까지.

차곡차곡 쌓인 재물은 웬만한 상류층 부자도 쉽게 모을 수 없을 만한 양이었다.

정치인치고 탐욕스럽지 않은 놈들은 별로 없었지만, 이놈은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욕심쟁이가 분명하다.


"흐~ 진짜 돈이란 돈은 다 모아 놨구만."


손가락에 불을 피워올리고, 안쪽을 뒤지기 시작했다.

재빨리 무게가 덜 나가는 희귀 금속 뭉치를 챙기고, 수호자의 무기를 찾았다.


"여깄군."


땅 수호자의 중포(重砲).

탈라이의 아버지인 전 대통령이 탈라이를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이 여기에 들어있었다.

굴딘은 수호자가 아니니, 수호자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들고 가긴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선물은 준비하기 귀찮아도 효과는 좋은 편이니."


중포를 어깨에 짊어졌다.

이대로 그냥 가긴 아까워서, 불의 가호로 금고 안쪽에 불을 냈다.

지폐가 활활 잘 탔다.


"이제 돈 걱정할 때는 지났으니 필요 없어."


내겐 벤투스, 아쿠아, 이그니스가 있다.

입만 뻥긋하면 돈다발 위에서 잘 수도 있다.

이젠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금고 내부에서 연기가 흘러나왔고, 나는 그대로 밖을 향했다.


.


관저의 내부 뜰.

역대 대통령들의 조각상이 모여 있는 이곳은 언제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이고, 제 형 대가리는 부숴놨네."


탈라이의 아버지 조각상은 머리가 부서져 있었다.


굴딘은 형에게 극심한 열등감을 느끼며 자랐다.

자신의 열등감의 원천인 형을 극도로 증오한다는 설정이다.

열등감에 못 이겨 죽은 제 형 조각상의 머리도 박살 냈을 정도면...


찐따도 이런 찐따가 없다.

형 옆에 있는 굴딘의 조각상은 아주 삐까번쩍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섬뜩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싹둑.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지나가는 공격.


고개를 드니, 오른팔이 커다란 가위인 괴인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나갔다.


"뭐야. 바이러스의 수하인가."


벌써 이곳에도 도착한 모양이었다.

흑기린 생체 괴물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크륵."

"크르르..."


흑기린에서 쓸만한 부하를 몇 명 추려온 모양이었다.

그들의 몸은 붉게 빛났다.


"크륵!"


가위맨이 내 목을 자르려고 오른팔을 휘둘렀다.

나는 그대로 몸을 숙여 다시 가위를 피해냈다.


싹둑! 툭. 데굴데굴...


"어이쿠, 미안해라."


굴딘 조각상의 대가리가 잘렸다.

내가 안 했다.

쟤가 했다.


"인마! 아무리 대통령이 어?! 만만해도 그렇지, 어? 위대하신 대통령의 조각상을 말이야, 어?! 대가리를 그렇게 자르면 되냐 인마?"

"크라악!"


가위맨이 화난 듯 나에게 달려들었다.


턱.


휘둘러지는 오른팔 가위를 가볍게 막아냈다.


"너희는 불에 잘 타더라고."


화륵!


불의 가호 3단계가 발동한다.

나에게 달려들던 놈들 전부 꺼지지 않는 불길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에엑!"

"캬하아아악!"


가위맨은 고통을 좀 덜 느끼는지 여전히 나에게 가위를 휘둘렀다.


싹둑! 싹둑! 싹둑!


"나 머리 자를 때 안 됐어! 자꾸 가위 들이대지 마! 아, 생각해보니 이젠 좀 잘라야 하나?"


둠에 빙의한 지 최소 6개월은 지난 것 같은데, 머리를 자른 적은 없었다.

삐죽빼죽 제멋대로 솟아올라서 딱히 자를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콰득!


가위맨의 면상을 부숴준 다음, 정화의 권총으로 감염된 놈들 전부 알고리즘을 삭제해버렸다.


"보람찬 도둑질이었다. 곧 바이러스도 그쪽으로 보내줄 테니까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면 잘 환영해줘라."



머리를 주기적으로 자르는 게 두피 건강에 좋다는 가위맨의 조언은 잘 받았다.

안 그래도 머리가 자꾸 가렵던 참이었다.


뜰에서 나와 알파를 향해 소리쳤다.


"됐어! 애들 뿌리치고 도망쳐!"

"예!"


알파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땅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위력에 대통령 경호원들은 전부 나자빠졌다.

그사이 우리는 관저를 빠져나왔다.



***



아직도 감상에 젖은 투즈와 씰.

탈라이와 베리트는 그 둘을 내버려 두고 속닥였다.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 분명해요.'

'사이비 집단에서 나온 사람들이 저런 행동을 하곤 하지요, 도련님. 위험합니다.'

'도망칠까요?'

'어차피 도망쳐도 또 잡힐 것 같긴 합니다만...'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쉴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크도 없이 제집처럼 들어온 남녀.

투즈와 씰이 반겼다.


"둠 씨! 늦었어요!"

"왔구나, 둠. 네 말대로 탈라이를 찾았어."


둠은 반겨주는 두 사람을 지나 탈라이에게 다가갔다.

찾은 건 맞는데, 아예 밧줄로 속박해놓은 상태였다.


"아니, 얘를 왜 묶어놨어?"

"그야...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잘했어."


둠은 손수 베리트와 탈라이를 묶어 놓은 밧줄을 풀어주었다.


"일단 일행이 과격하게 행동하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하도록 하지. 난 둠이라고 한다. 벤투스 사람이야."

"다, 당신이 둠...! 벤투스의 영웅 맞나요?"


탈라이는 둠을 알고 있었다.


"오, 날 알고 있네?"

"그럼요...! 영웅이라는 소문이 테라에도 자자해요. 우릴 도우러 오셨나요?"

"물론이야. 그보다 자."


둠은 알파가 들고 있는 중포를 탈라이에게 건넸다.


"이건..."

"네 아버지가 널 위해 준비해 놓은 물건이다."


대대로 수호자의 직분을 잇는 테라의 혈통이었다.


중포는 팔 하나에 장착할 수 있을 만한 크기여서 무게가 나가는 것 빼곤 부담스러운 점이 없었다.

탈라이는 키가 작았지만, 단련된 근육으로 손쉽게 중포를 착용했다.



탈라이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잘 보관해놓은 신물.

그의 아버지도 수호자였고, 마지막으로 크라이피어를 막으러 갈 때, 아들을 위해 신물을 두고 간 것이다.


탈라이는 착잡한 표정으로 무기의 표면을 쓸어보았다.


"좋은 물건이네요..."

"업그레이드하면 더 좋을 거야. 그보다 탈라이.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뭐죠?"


혹시나 좋은 물건을 주고,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할까 봐 탈라이는 긴장한 얼굴로 둠을 바라보았다.


"네가 모리스 테라의 일기장을 갖고 있지? 잠시 나에게 보여줘."

"시조님의 일기장을..."

"외부인이 보는 건 금기겠지만, 너도 캥기는 게 있을걸? 87페이지에 있는 암호. 못 풀겠지?"

"...!"


둠의 말에 탈라이는 소름이 돋는다는 얼굴을 했다.

한 번도 외부인에게 보여준 적 없는 일기장.

그 내용을 어찌 이 사람이 알고 있단 말인가.


"잠깐만 보여줘. 내가 해독해줄 테니까."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돼요."

"물론이야."


둠이 씩 웃었다.

그의 광기스러운 웃음이 조금 불안한 탈라이였지만, 좋은 물건을 받았으니 한 번 보여주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탈라이는 품을 뒤져 아주 낡은 일기장 하나를 꺼냈다.


둠은 일기장을 받아들고, 재빨리 페이지를 펼쳤다.


"호오... 이번 암호는 좀 긴데... 조금 안쪽에 있나 보군."

"너무 안쪽이면 위험할 텐데. 위치가 어디 정도로 나오지?"

"잠깐만 기다려. 거의 다 해석했으니까."


둠이 암호를 해독하자, 투즈가 알은 채 했다.

씰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냥 팔짱만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찾았다! 받아적어! 좌표 3341. 4496. 887."

"그래. 적었어."


둠이 일기장을 탁 닫고 탈라이에게 돌려주었다.

그의 입술이 귀까지 찢어지는 듯했다.


"케흐흐, 거기 있구나. 조금 위험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니까 지금 당장 가야겠어."

"저... 이 암호는 무슨 뜻이죠?"

"암호?"


둠이 무섭게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은 게 있는 좌표야. 내가 금방 가져다줄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


낄낄 웃으며 밖으로 나서는 둠.

알파만 남겨 놓고, 세 명은 떠났다.


탈라이는 어째 뭔가 잘못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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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지하 속 격전(2) 21.11.07 401 17 16쪽
140 지하 속 격전(1) 21.11.06 400 18 13쪽
139 테라 광산(2) +1 21.11.04 408 14 15쪽
138 테라 광산(1) 21.11.03 407 13 17쪽
» 테라 시티(3) 21.11.02 402 17 18쪽
136 테라 시티(2) 21.11.01 438 13 15쪽
135 테라 시티(1) +1 21.10.30 453 19 14쪽
134 협력(4) +1 21.10.29 460 18 13쪽
133 협력(3) +4 21.10.28 466 19 17쪽
132 협력(2) +2 21.10.28 477 25 15쪽
131 협력(1) +4 21.10.26 482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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