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FTK의 서재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사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FTK
작품등록일 :
2021.06.02 02:07
최근연재일 :
2021.11.20 03:13
연재수 :
151 회
조회수 :
308,396
추천수 :
8,193
글자수 :
1,030,007

작성
21.06.02 12:00
조회
18,814
추천
194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쿵.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리고 어두칙칙하게 빛나는 [게임 오버(Game Over)] 문구와 실패 브금.


"에이씨, 역시 이 루트는 안 되는 건가. 좀 더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엘레멘탈 시티: 4개의 도시」


4원소를 기반으로 한 4개의 근미래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 VR스토리게임이다.

네온사인이 즐비하고, 음울한 미래 도시를 그린 사이버펑키함이 매력적이었다.


4개의 도시와 4명의 주인공.

솔로 플레이로 주인공을 선택하면 고유의 메인 퀘스트를 깨며 나머지 캐릭터를 동료로 수집할 수 있다.

승리 목표는 악의 조직을 무찌르는 것.


멀티로 플레이하면 총 4명까지 같이 할 수 있으며, 각각 메인 퀘스트를 깨며 협력하든지, 한 도시만 살아남는 데스 매치를 벌일 수도 있었다.


주인공마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전사, 마법사, 연금술사, 총사. 4가지로 16개의 루트로 즐길 수 있다.


메인 퀘스트가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에 세계는 열광하고 있었다.

매니아층은 출시 2달 만에 고인물층을 형성할 정도로 엘레멘탈 시티에 환장했다.


"이게 한국산 게임인 게, 말도 안 된다 정말."


나는 '루트'를 새로 뚫는 맛에 전념하고 있었다.

게임의 자유도는 거의 무한했고, 뚫고 버그를 즐기는 맛에 게임을 하는 건 고인물의 특권이니까.


출시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멀티 게임 혹은 스피드런 방식으로 게임을 깨는 고인물은 이미 수두룩했다.

그러나 다수와 함께 플레이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제목: 님들 그거 봄?


▶헥사1121님이 스피드런 신기록 또 갱신함.


---

->자체 기록 갱신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아마 밥만 먹고 엘레멘탈 시티만 할 듯


->이번엔 몇 시간 걸림?


->3시간 ㅋㅋㅋㅋㅋ


->난 21트라이만에 29시간 걸렸는데 같은 사람 맞냐? ㅋㅋㅋㅋㅋ


->비교할 걸 비교해. 니 우동사리로는 스피드런 랭킹에 이름도 못 올림


->저번에 멀티 협력 매칭에 운빨로 같이 잡혔는데, ㄹㅇ 생각하는 게 다르더라. 상황마다 게임을 효율적으로 빨리 끝내는 방법을 다 꿰고 있는 듯.


->와, 개부럽. 나도 한 번만 매칭 걸려봤으면.


->ㅋㅋ 윗댓 매칭 걸리자마자, 순삭당할 듯


->응, 랭킹 낮아서 매칭 걸리지도 않아~


엘레멘탈 시티 웹 커뮤니티에는 스피드런 고인물에 대한 찬양 게시물과 댓글이 줄줄 달려 있었다.

댓글들을 죽 훑으며 피식 웃었다.


"게임은 진득하게 즐겨야지."


나에 대한 게시물도 있었다. 잠시 머리 좀 식힐 겸 멀티 매칭을 돌렸는데, 같은 큐에 잡힌 사람이 올린 글 같았다.



■제목: ㅋㅋㅋ 아 환장하겠네.


▶몇 시간 전에 '화장실탈출'이랑 멀티 데스 매칭 잡혔거든?

자살 폭탄 전략으로 테라 시티 전복 당함

ㄹㅇ 변태인듯


---

->ㅋㅋ 그분 가끔 멀티 돌리는데, 만나면 개웃김. 개그 치려고 게임하는듯


->ㄹㅇㅋㅋ


->저 그분한테 납치당해서, 독방에 5일 동안 갇혀 있었음


->진짜 변태라니까. 나도 갇혀봤는데, 심지어 진짜 감옥 마냥 밥도 넣어줌.


->ㅋㅋㅋㅋ 실화?


->탈출님 신기하게 게임 공략하시던데. 나튜브에 올라온 지하 루트는 진짜 천재적인 듯.


->천재 X, 농락하는 변태 고인물 O


새로운 루트를 파는 데 성공하면 게시판에 영상을 업로드했고, 많은 게이머가 봐주었다.

모험과 색다른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나름 이름이 알려진 고인물이 된 셈이었다.

역시 난 이렇게 게임하는 게 즐거웠다.

.


쉴 만큼 쉬었으니,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자, 이그니스 시티 전복 루트 45트 다시 가즈앗!"


내가 새로 개발 중인 루트는 바람의 도시인 벤투스에서 시작해서, 불의 도시 이그니스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루트다.

상성으로는 불은 바람, 바람은 땅, 땅은 물, 물은 불에 강한 얽히고설킨 관계다.


이그니스 시티가 무너지면, 상성이 없는 벤투스는 자연스레 남은 도시 중 최강자의 자리로 군림한다.


이런 상성 무찌르기 식으로 다른 3개의 도시는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벤투스에서 시작해 이그니스를 무너뜨리는 루트만 남았다.


-게임 스타트(Game Start).


기계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벤투스 시티에 진입한다.

벤투스의 주인공은 긴 흑발을 가진 여자 요원이다.


"역시 여캐가 좁은 곳도 잘 다니고 좋단 말이지."


남캐는 몸이 커서 좁은 길이나 작은 구멍에 들어가지 못한다.

무릇 새로운 루트를 원하는 자, 작은 몸을 지녀야 한다.


"이번엔 총사로 가야지. 미간, 시원하게 뚫어보자."


직업을 정하자마자, 바로 나만의 루트를 향해 나아갔다.


"그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벤투스 시티에 있는 조그마한 과학 실험실.

개인 실험실인 이곳에는 이벤트성 캐릭터가 하나 존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괴팍하게 생긴 과학자가 내 캐릭터를 맞이했다.


「케헤헤! 이게 누구야! 벤투스를 주름잡는 요원, 씰 아니야? 내 연구 도와주려고 왔어?!」


괴상한 웃음을 터뜨리며 불청객을 맞이하는 과학자, 둠. 실험용 고글을 쓰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빼빼 마른 삐죽 폭탄 머리 남자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다.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 외에는 일절 관심이 없지만, 관련 분야에는 미친 듯이 파고드는 남자.


「케헤헤, 요새 연구가 잘 진척되고 있는데 말이야! 돈이 좀 모자라더라고?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냐? 내가 꼭 갚는다니깐?!」


이벤트성 캐릭터인 둠은 상황에 따라 게임 스토리에 들쭉날쭉 영향력을 미친다.

플레이어의 목표에 반하거나,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스피드런 고인물들은 이벤트성 캐릭터를 놔두었다가, 악한 영향력을 끼칠 타이밍이 보이면 그때 가서 죽인다.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 그만큼 게임 클리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새롭고 완벽한 루트를 파는 몸. 내 루트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모르는 변수가 달갑지 않다.

내가 이놈을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탕!


「케헥! 씰! 왜 이러는 거야?!」


탕탕탕.


무정하게 놈의 팔다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놈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든다.


「아, 안 돼! 그것만은 제발...!」


놈의 연구실에는 아주 귀한 물건이 있었다.


[기계 골렘의 심장]


진짜 심장처럼 박동치는 이 기계 심장은 둠이 완성할 기계 골렘이 움직일 원동력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물론 기계 골렘을 내가 완성해줄 생각은 없다. 이 부품엔 막대한 에너지가 잠자고 있어, 이그니스 시티를 폭발시키기에 아주 적합했다.

초반에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엔 거의 최상급 아이템이다.


"후아, 짜식이 왜 길 막고 있어. 내가 가져가겠다는데."


둠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입가는 웃고 있었다.


「케헤헤, 아직 해보고 싶은 연구가 한가득인데...」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하던 연구를 떠올리는 진짜 광기를 가진 캐릭터.

그게 둠이었다.


"미안하다, 루트 좀 새로 뚫으려면 이게 꼭 필요해서 말이야."


얼른 가봐야 하는데 오늘따라 죽어가는 둠 때문에 잡설이 길었다. 원래라면 바로 미간에 총알 박아주고 시간을 아꼈을 텐데.

왜인지 모르게 숨소리가 미약해가는 둠의 모습에 시선이 떠나가질 않는다.


실험실을 나서려는 찰나, 나는 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케헤... 제발... 내가 죽어도 내 연구를 완성해줘... 부디 나의 지식과 지혜를 누군가 이어주길...」

"?"


처음 듣는 대사였다. 여태껏 둠은 저런 대사를 뱉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웃고 있었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다.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얼굴만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의아함과 동시에 위화감이 들었다.


「부탁... 케흑...」


NPC둠 캐릭터 옆에 조그마한 빨간색 해골 문양이 떴다.

사망했다는 뜻이었다.


······.


!!


순간, 세상이 일변했다.

암흑과 같은 정전이 찾아왔고, 눈을 뜨자 둠의 실험실 천장이 보였다.


'어라? 끄아아아, 아파..!'


팔다리에 총알에 관통된 듯한... 아니 진짜 관통되어 실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몸은 누워있었고, 팔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케흐흐, 이게 뭐야! 끄아아...」


나의 목소리는 둠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날부터 나는 엘레멘탈 시티의 이벤트성 캐릭터, 둠이 되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 작성자
    Lv.31 ohh
    작성일
    21.06.09 18:05
    No. 1
  • 작성자
    Lv.37 더덕ㄷ
    작성일
    21.07.05 15:26
    No. 2

    뭐야.. 둠 불쌍해..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Lv.93 zdsaafa
    작성일
    21.07.05 17:20
    No. 3

    검사는 무기가 너무 한정돼있다.
    냉병기가 검밖에 없는 것도 아닌디.

    전사라 했으면 좋았을텐데.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5 FTK
    작성일
    21.07.05 18:56
    No. 4

    앗. 이후 내용에서 전사라고 되어 있는데, 프롤로그엔 검사라고 나와있네요.
    감사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8 레트로블랙
    작성일
    21.07.22 14:43
    No. 5
  • 작성자
    Lv.94 라끄소식
    작성일
    21.07.30 06:37
    No. 6

    둠 불쌍해...나쁜 짓 아직 안했는데
    분명 대학가서 연구 막하다가
    대학원에 잡혀가서 지도 교수 아래에서 노예처럼연구하다가
    노예생활 청산하고 독립했는데
    지도교수 인맥때문에 매장당하고
    혼자 미친듯이 연구하면서
    가끔 암거래로 이것저것 팔면서
    연구자금 벌면서 밤낮없이 연구만 했을텐데
    고인물이 와서 인사하다가 총 맞고 죽음 ㅠㅠ

    찬성: 22 | 반대: 0

  • 작성자
    Lv.95 혼연무객
    작성일
    21.08.07 10:58
    No. 7

    노신에서 한번 작가님 검색해보니...
    새글 연재중이셨구나요.

    노신 = 노예가 (악)신하고 **하는 소설 (**가 싸움일뿐)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4 흠집
    작성일
    21.09.04 23:16
    No. 8

    쥔공 개쉬키

    찬성: 2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사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후기 +13 21.11.20 659 0 -
공지 휴재 및 연재주기 +3 21.09.09 579 0 -
공지 업로드 수정 21.06.21 571 0 -
공지 에피소드 업로드 관련 사과 말씀드립니다... +1 21.06.13 4,818 0 -
151 그 후에(2)完 +15 21.11.20 533 36 14쪽
150 그 후에(1) +4 21.11.19 399 27 13쪽
149 결전 : 둠(2) +3 21.11.17 390 22 18쪽
148 결전 : 둠(1) +6 21.11.17 368 19 18쪽
147 흑기린(3) +3 21.11.15 372 21 15쪽
146 흑기린(2) +2 21.11.13 380 20 16쪽
145 흑기린(1) +6 21.11.12 365 20 15쪽
144 게임 속 인연(3) +2 21.11.11 370 18 13쪽
143 게임 속 인연(2) +3 21.11.10 374 16 16쪽
142 게임 속 인연(1) +3 21.11.09 388 21 14쪽
141 지하 속 격전(2) 21.11.07 400 17 16쪽
140 지하 속 격전(1) 21.11.06 397 18 13쪽
139 테라 광산(2) +1 21.11.04 404 14 15쪽
138 테라 광산(1) 21.11.03 403 13 17쪽
137 테라 시티(3) 21.11.02 399 17 18쪽
136 테라 시티(2) 21.11.01 437 13 15쪽
135 테라 시티(1) +1 21.10.30 450 19 14쪽
134 협력(4) +1 21.10.29 457 18 13쪽
133 협력(3) +4 21.10.28 462 19 17쪽
132 협력(2) +2 21.10.28 476 25 15쪽
131 협력(1) +4 21.10.26 480 17 14쪽
130 재정비(3) +1 21.10.26 476 21 14쪽
129 재정비(2) +3 21.10.25 480 22 16쪽
128 재정비(1) +2 21.10.23 517 24 17쪽
127 기우는 전세(2) +5 21.10.22 539 24 15쪽
126 기우는 전세(1) 21.10.21 522 22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