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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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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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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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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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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른 도시 (4)

DUMMY

김윤이 팔찌를 살피며 물었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뭐가 말인가?”

“제 정보도 알고 계시지 않나요.”

“아, 그 이야기로군.”


박건영이 김윤의 떠보기에 미소를 지었다.

흔쾌히 어울려 주겠다는 뜻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네. 이건 포탈과는 다른 형태로 이루어지니 말이야. 내가 포탈도 타보고 이것도 타봤는데 확실히 달랐다네. 아, 혹시 폐쇄 공포증이라도 있나?”

“아뇨, 그건 없습니다.”

“하하하, 그럼 걱정할 필요 없네. 그리고 말이야 만약 방아쇠가 당겨져도 우리에게 나쁜 일은 아닐걸세. 자네의 폭주가 섬광을 덮치게 될 테니 말이야.”


박건영의 가늘어진 눈매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김윤은 그의 시선을 꺼림칙하게 느끼며 슬쩍 미소 지었다.


“······출발은 언제가 좋을까요?”

“빠를수록 좋겠지. 아, 하지만 역시 잠입이니 밤이 좋지 않겠나? 오늘 밤 어떤가.”

“알겠습니다. 그럼 채비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돌아가기는 길에도 내 편히 갈 수 있게 차량을 준비해두겠네.”


김윤은 박건영을 뒤로한 채 미르를 빠져나왔다.

이어 이곳에 올 때 탔었던 새카만 차에 올라 도로 길잡이로 향했다.


김윤은 차량의 창문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어째서 정부가 아닌 미르, 길드에서 전쟁을 막으려 하는가.


물론 전쟁이 일어나면 모두에게 좋지 못하다.

안 그래도 줄어든 인간이 더욱 줄어들 것이며, 크나큰 경제적 손해를 입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정부보다 길드가 그것을 먼저 나서, 사비를 소비하며까지 막을 이유가 있는가.


특히 무구를 제작해 여러 도시와 거래하고 있는 커다란 길드가 말이다.

그들은 그저 무구만 판매하면 되기에 섬광의 편에 붙는 수도 존재했다.


‘이 도시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


또한 지구에 재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저번 3차 원정만 보아도 그러했다.

최소한의 지원.

그것이 미르가 보인 입장이었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나 급하지는 않다.


‘전쟁은 아니라는 건가.’


김윤이 자신의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거기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의뢰.’


길잡이의 이들만으로 하나의 도시를 막아내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박건영 역시 성공을 크게 기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이 의뢰를 넣은 것일까.


‘내가 폭주할 가능성만 바라본 건가? 그게 아니면······.’


어느덧 차는 길잡이에 도착했다.


딸랑.


길잡이의 문이 열리며 김윤이 들어섰다.


“어, 어서 오세요.”


그러자 가게에 있던 최현민과 주은서가 그를 맞이했다.

주은서가 가게 밖에 있는 차를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지금 세상에서는 흔치 않은 물건, 때문에 이목을 끌기 때문이었다.


“차라도 뽑으셨어요? 잘 타고 다니시네.”


가게 바깥에서 사나운 시선이 가게를 향해 꽂혔다.


“부러워서 사람들이 보복이라도 해버리겠네요.”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가게 안에서 난동부리는 건 못 막아요.”


그때였다.


딸랑.


다시금 울리는 방울 소리.

누군가 가게에 들어선 것이었다.


새카만 정장 차림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남자로 김윤이 탄 차를 운전하던 이였다.

그는 한 손에 하드케이스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카운터 위로 올렸다.


“선금입니다.”


이어 그것을 열어 내부에 든 것을 보여주고는 가게를 빠져나갔다.

차량이 마력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리며 가게에서 멀어졌다.


“······무슨 의뢰를 받은 거예요?”


주은서가 하드케이스 내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김윤을 바라보았다.

김윤은 가게에 전시된 지도들을 살피고 있었다.


“조금 위험한 의뢰.”

“비밀 지도 중 안 위험한 게 있긴 했나? 이번엔 누가 나가요?”

“나 혼자 갈 거야.”


돌아오는 김윤의 답에 최현민과 주은서 모두 의문을 표했다.


““네?””


“이 많은 돈을 주고 고작 한 명을 고용했다고요?”


김윤이 주은서를 바라보았다.

사실 미르가 고용한 인원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인원은 셋까지 가능하네. 아, 물론 위험한 일이니 자네가 원치 않으면 혼자 가도 상관없네.


그는 홀로 가는 것을 택했다.

그 이전의 질문과 답.


-자네의 폭주가 섬광을 덮치게 될 테니 말이야.


이 애매모호 한 답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 텔레포트가 만약 포탈을 재현한 것이고 그것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면.

정말로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면.


‘함께 갈 수 없지.’


그가 지켜야하는 길잡이의 이들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는 혼자 가는 것을 택했다.


“이게 신인천의 지도던가?”


김윤은 주은서의 질문을 무시한 채 지도를 집어 들었다.

길잡이에는 다른 도시의 지도가 몇몇 존재했다.


각 도시에서 서로의 지도를 공유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길잡이로 전해졌다.

그야 도시 유일의 지도 가게이니 말이다.


“······그건 왜요? 설마 다른 도시로 가는 일이에요? 길은?”

“내가 만들어야지.”


최현민이 말을 곁들였다.


“사, 사장님은 지, 지도 제작자잖아요.”

“맞지, 사람들이 길을 쉽게 갈 수 있게 먼저 만드는 사람.”

“그, 그런 뜻이 아니라······.”


김윤이 인벤토리에 지도를 몇 개 집어넣고는 가게 내부 창고로 향했다.

장시간 의뢰용 식량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거긴 왜 가는데요?”

“의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 알지?”

“하아······.”


주은서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었고, 최현민은 안절부절못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요, 요새 지도 주문 빈도가 너무 잦은 것 같아요.”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요?”


주은서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여차할 때 도와줄 사람도 없잖아요.”

“아, 참 말 많네. 괜찮으니까 너희는 가게나 지키고 있어.”


김윤이 평소처럼 미소 지으며 쾌활하게 말했다.



***



아공간의 빛이 약해져 밤이 다가왔다.

김윤은 자신이 평소 입던 짙은 남색의 코트를 걸치고 길잡이를 나섰다.

모두 퇴근했기에 가게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그는 문을 잠그고 바닥을 박찼다.

몸이 순식간에 근처에 있던 건물 옥상에 달했다.

그는 은신 스킬을 사용한 후, 아무도 모르게 미르로 향했다.


“왔는가.”


낮에 왔던 개발실에 들어서자 박건영이 그를 맞이했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게 사실이나 보네요.”

“하하하, 나 역시 그렇게 느낀다네.”


박건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준비는 끝났나?”

“네.”


김윤은 텔레포트 기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팔찌를 왼팔에 낀 후, 그 기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럼 3일 뒤에 보게.”


김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계의 문이 닫히고 기계음을 토해냈다.


우우우웅!


기계가 요란하게 요동치며 푸른 마력을 토해냈다.

그것은 순식간에 기계 내부를 가득 채운 후, 섬광으로 화했다.

그리고 그 섬광이 가라앉았을 때 김윤은 그곳에 없었다.


콰르르릉!


아공간 내에는 하늘이라고 부를 법한 것이 없다.

그저 새하얀 공간의 끝을 알 수 없는 천장만 있을 뿐.

그렇기에 이곳은 비가 내리지 않으며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과거 신인천, 현재 섬광의 상공.

그곳에서 푸른 번개의 모습이 재현됐고, 천둥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한 줄기의 섬광이 섬광 한가운데 떨어졌다.

텔레포트였다.

그리고 그것 중심에 있는 것은 짙은 남색의 코트를 걸친 이, 김윤이었다.


“다행히 포탈과는 다른 느낌이라 문제는 없다만······. 이 빌어먹을 아재가 잠입?!”


주변의 시선이 벼락이 떨어진 곳을 향했다.

그 벼락이 얼마나 눈부시고 화려했는지 알 수 있는 시선이었다.


김윤은 곧장 은신 스킬을 발동하며 몸을 날렸다.

경비병들이 빠르게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후였다.


몸을 숨기며 도시 외곽을 도는 김윤.

그는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며 투덜거렸다.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언질 한번 없다라······.”


혹시 그가 이곳에서 죽기를 바란 것일까.

어느 쪽이든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위치부터 확인해야겠군.’


김윤은 근처에 있는 건물들을 확인했다.

지도를 받은 지도 시간이 꽤 흘러 도시의 구조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냥 봐서는 모르겠군.’


그는 두 다리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마력 강화의 그의 다리를 강화하며 그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김윤은 하늘 높이 올라서 도시 섬광을 내려다보았다.

지도와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이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도시 외곽을 두른 벽과 그 바깥을 살폈다.

마력으로 강화된 그의 눈은 망원경이나 다름없었기에 살피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딱히 보이는 건 없군.’


도로 바닥에 착지한 김윤은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이냐!”

“찾아!”


곳곳에서 경비병들이 그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력을 감지해!”


그러나 마력을 이용한다 해도 김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A급 스킬, 은신을 사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정보가 필요하겠군.’


김윤은 근처 벽에 붙어 때를 기다렸다.

경비병이 홀로 지나갈 타이밍을 말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자 경비병을 그대로 낚아채 기절시켰다.


김윤은 잠시 주변을 살핀 후, 경비병을 좀 더 외진 곳으로 끌고 갔다.

보통 도시의 구조는 외각으로 향할수록 복잡해진다.

외부에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내부, 적은 사람은 외부에 살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돈이 적은 사람이 많은 사람보다 많다.

모든 이들이 선택받은 마력을 지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김윤은 근처 골목길로 들어간 후, 은신을 풀었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마력이 손끝에서 피어나며 경비병의 머리를 파고들었다.

기억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경비병이라 그런지 그다지 쓸만한 건 없네.”


그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권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힘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 고유 능력과 마력을 우대하는 도시로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해낸 이가 어떤 존재인지까지.


“마력 우월주의로군.”


아름에도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시대가 변했으니 강한 마력을 지닌 이가 곧 모든 것을 통치해야 한다는 이들.

그가 그간 받았던 비밀 지도 의뢰 중 그러한 이들을 제압하는 의뢰도 있었다.


‘전쟁 관련해서는 없군. 좀 더 윗사람을 잡아야 하나.’


김윤은 경비병을 바닥에 살포시 눕힌 후, 추출한 기억을 품에 있던 종이에 새겨넣었다.


“그래도 수확이 없는 건 아니네.”


김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이름을 읊조렸다.


“임재현.”


그것은 지금 이 도시의 지도자 이름이었다.

그는 도시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만들어낸 지도에 마력을 흘려넣었다.


기억의 재현 중 그 스킬을 보유한 그만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존재했다.

그것은 환상을 뿌려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의 머릿속에서 직접 일으키는 것이었다.

마치 그의 기억처럼 말이다.


지금 그가 사용한 지도는 이 도시에 대한 지리가 새겨진 기억.

김윤의 머릿속에 섬광의 지리가 자리 잡았다.


“지리도 알았고, 움직여볼까.”


그는 자신의 손목을 살폈다.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 착용했던 팔찌가 그곳에 달려 있었다.

그가 되돌아가는 시간이 그것에 새겨져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71 : 21』


남은 시간 71시간 21분.

김윤은 코트로 팔찌를 가린 후,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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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헛수고 (2) 23.10.02 76 2 12쪽
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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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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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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