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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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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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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6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9.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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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추천
3
글자
12쪽

기억과 길 (2)

DUMMY

이곳에 있는 모두라면 보았던, 그날의 재앙이 쏟아졌다.

물론 그 규모 그대로는 아니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그날의 재앙이라고.


푸른 섬광의 빛이 전방을 집어삼키며 나아갔다.

실바 크라켄의 다리가 바싹 구워지며 그 중앙에 있는 본체마저 불타오르기 전이었다.


이혜진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마력을 실으며 내던졌다.

그것은 그녀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리며 섬광과 충돌했다.


수많은 나무가 그녀의 앞에 자라나며 섬광을 막아섰다.

그리고 소멸했다.


“큭······.”


마녀 나무.

방금 그녀가 만들어낸 몬스터의 종류였다.

평범한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주변의 마력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성질을 지닌 몬스터.

김윤이 사용하는 지도에 재료가 되는 놈이었다.


“증폭된 마녀 나무를 모조리 소멸시켜?”


이혜진이 무너지는 방어막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마지막 방어막은 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투덜거릴 수라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유명인이네? 그 잿빛 머리에 새카만 눈. 도망자였나?”


이혜진이 허공을 비집고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식물형 몬스터의 부산물이었다.


“도망자라.”


이어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자 그것이 하나의 창의 형태로 변했다.

그녀의 고유 능력, 숲의 주인.

그것은 마력을 부여한 식물을 일시적으로 되살리고, 효과를 증폭하고, 형태를 변형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 그것이 지금 그녀의 창이었다.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창.

그녀가 그것을 김윤에게 겨누었다.


“도망이라······. 어리석네.”


김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허공에 손을 뻗었다.

평소에 보던 장갑에 감싸진 것이 아닌 평범한 손.

그것을 넘어 피가 손등에 번져있는 손.


‘피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마주했다.

그리고 기억을 비집었다.


그의 손에 푸른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마치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이 말이다.


그것은 김윤의 고유 스킬, 기억.

그것은 기억을 읽고 추출한다.

그리고 원하는 형태로 저장하고, 원할 때 재현한다.

간단한 것은 형상으로, 커다란 기억은 환상으로.


방금까지는 그러했다.

그가 자신의 기억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유 스킬도 스킬이다.

때문에 숙련도에 따라 그 능력이 성장하며 다루는 방식이 다양해진다.

그리고 김윤은 지금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손 위에 생긴 푸른빛의 구체.

그 밝게 빛나는 구체를 김윤은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것에 담긴 기억이 한 가지 재현되었다.


정확히는 일부가 재현되었다.

김윤에게 필요하게 말이다.


그것은 오래된 기억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기억이었다.


푸른 마력의 폭풍이 일대를 휩쓸었다.

그러자 김윤의 손에 무언가가 생겨났다.


마치 전자담배처럼 생긴 그것.

새카만 파이프였다.

이혜진이 실바 크라켄을 폭주시키기 전 사용했던 그것이었다.

증폭된 마력초가 담긴 물건.


김윤은 기억의 흐름에 따라 그것을 흡입했고, 새하얀 연기를 내뱉었다.

마치 그녀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자세한 성능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제대로 접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알 수 있었다.

그 기억을 읽었고 재현했으니.


확실하게 느껴졌다.


김윤의 눈동자가 일순간 푸르게 물들었다.

그가 소모한 막대한 마력이 모조리 채워졌다는 뜻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혜진이 일으켰던 마력의 증폭이 그에게도 일어났다.

그 방대한 마력에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크으윽······!”


금방이라도 전신을 뚫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마력이 그를 괴롭혔다.

안 그래도 정신력 소모가 심한 상태인 그.

이것을 견디기엔 버거운 상태였다.

하지만 견뎌야 했고 다뤄야 했다.


그래야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그는 지금 도망자가 아니었으니.

그렇기에 그는 마주할 것이다.


김윤이 두 팔을 펼쳤다.

그리고 마력을 제어했다.

그러자 결계 내부, 사방에 펼쳐진 포탈들 주변에 바람을 일으키는 구체가 만들어졌다.


원소 운용, 응축, 가속을 조합한 스킬, 폭풍의 식사.

과거 김윤이 사용한 뇌격처럼 누군가가 여러 스킬을 조합해 만들어낸 스킬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지닌 폭풍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특히 이 일대를 집어삼킨 마력초 연무를 말이다.


아무리 최현민의 능력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한들, 연무는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상황.

최현민이 먼저 지쳐 다시금 마력초 연무로 인한 폭주가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마력초 연무를 집어삼킨 폭풍의 식사들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것은 더욱 커다란 폭풍의 식사에 먹혔고 하나에 거대한 구체가 되었다.


거대한 연무의 구체가 실바 크라켄의 본체 위로 떠올랐다.


“마력이 넘쳐나나 봐?”


이혜진이 김윤을 향해 쇄도했다.

그녀는 그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렸다.

지금이 가장 좋은 때였으니 말이다.


마력초 연무가 한곳에 모였을 때, 그것을 터트린다면 더 확실하게 퍼트릴 수 있을 것이다.

식물로 이루어진 창이 김윤의 심장을 노렸다.


“죽어.”


단순한 찌르기, 그러나 저 거대한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될 거 같아요?”


연무가 사라졌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길이 만들어졌다는 것.


연무가 가리던 시야가 트였다.

연무가 방해하던 마력의 사용이 원활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의 협동을 만들었다.


새카만 범을 뒤집어쓴 신윤아가 김윤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이혜진의 공격을 막아주었다.


쿵!


그사이 실바 크라켄의 다리는 또다시 하나가 잘려 나갔으며.


화르르륵!


허공에 떠오른 연무는 모조리 불길에 휩싸여 타올랐다.

김윤이 사용한 스킬, 파이어 토네이도.

앞선 폭풍의 식사처럼 각종 스킬의 조합으로 탄생한 A급 스킬.

그것이 폭풍의 식사와 뒤섞이며 연무를 모조리 불태워 없애버렸다.


“이제 끝이네요?”


날카로운 흑호의 발톱이 이혜진을 내리찍었다.

이혜진은 급하게 창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아냈다.


“크윽······! 웃기지 마!”


그녀가 소리치며 신윤아의 복부를 걷어차 거리를 벌렸다.


이곳에 있던 리터너는 꽤 죽였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숫자는 아니었다.


누군가가 연무가 지닌 독이 퍼지는 것을 방해했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직 결계조차 무너뜨리지 못했다.

마력을 미친 듯이 잡아먹는 이러한 괴물을 살려냈음에도 말이다.


“빌어먹을!”


모두를 죽여야 했다.

멸망시켜야 했다.

이곳을 넘어 아공간 전체를 말이다.


인간은 살아갈 가치가 없었다.

멸망 전에도, 멸망 후에도.

그녀는 그렇게 여겼다.

그렇기에 그녀는 백화에 소속되었다.


그곳이라면 이 도시의 멸망을 노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이 그때였던 것은 아니었다.

오늘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이곳에서 시간을 끄는 일.

하지만 수많은 리터너들을 보는 순간, 그녀에겐 살의가 들끓었다.


그렇기에 그저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닌,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수단을 이용했다.

실바 크라켄을 깨우고, 마력초 연무를 뿌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 죽이지 못했다.


“크아아아아!”


그녀가 울부짖으며 창을 내질렀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눈앞에 상대를 향해.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보이는 과거의 잔재를 지우기 위해서.


“죽어!”


그녀의 삶은 기구했다.

멸망 전에도 멸망 이후에도.


멸망 전, 그녀는 누구나 그렇듯이 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자라왔다.

문제는 그 가정이 평범한 가정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폭력.

그녀의 삶은 아주 어릴 적부터 폭력에 물들어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것을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평생을 그것을 겪으며 살아왔다.

때문에 그녀에게 멸망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었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그들이 모조리 죽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절망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멸망 이후 세상은 혼돈이었으니까.

마력을 부여받은 모든 이들.

그리고 그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초창기 그녀에겐 스킬이 없었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고유 스킬에 문제였다.

그녀의 능력은 식물에만 적용되는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또 다른 절망이 그녀를 찾아왔다.

세상은 멸망해 규율이 그 빛을 잃었고, 다시금 힘이 모든 것을 지배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시절 힘이 없었다.


힘이 강한 이들이 무엇을 해도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악착같이 버텼다.

그리고 살아남았다.


지구를 집어삼킨 멸망처럼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니까.

정부의 이들이 살아남아 규율을 되찾고 있으니 그들에게 엄벌을 내릴 것이니까.


‘하지만 멸망 전에도 그러지 않았잖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멸망 후인 지금에도 들어맞았다.

그야 힘이 있던 그들은 자신의 죄를 숨기고 리터너라며 떵떵거리고 살게 되었으니까.


역겨웠다.

토악질이 치밀었다.

세상은 어찌 이리 잔혹한가.


아니, 세상이 아니다.

인간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죽어야만 했다.

진정으로 멸망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힘을 길렀다.

자신의 스킬을 확실하게 깨닫고 마력을 길렀다.

그리고 그들을 하나를 죽였다.


자신의 나무창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핏물.

코를 파고드는 피비린내.

그들의 꺼져버린 눈동자의 빛.


그러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직 복수할 대상은 넘쳐났으니까.


그녀를 방관한 모든 인간, 그것이 그녀가 죽일 적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백화였고, 이곳에 있었다.

그렇기에 울부짖었다.

새하얗게 피어나기 위해서.


“으아아아아악-!!”


창이 계속해서 내질러졌다.

하지만 그 무엇도 꿰뚫지 못했다.

그녀의 마력은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억, 허억······.”


이혜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실바 크라켄의 모든 다리는 파괴되었고, 그녀가 있는 본체만이 남아있었다.


모든 리터너들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 사실이 너무도 역겨웠다.

과거의 일이 다시금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아니, 안 돼. 절대로.”


안 된다.

그 일을 다시는 겪지 않을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끝이에요.”


신윤아가 새카만 범의 가죽을 하나로 모아 손등을 타고 자라나는 기다란 발톱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혜진을 향해 겨누었다.


“포박하세요.”


이어 본체로 향해 올라온 이들을 향해 명했다.

공장에 있던 다른 이들은 모조리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혜진 단 하나.

그렇기에 그녀라도 포박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꺼져!”


이혜진이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창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리고 새카만 파이프를 꺼내 입에 물었고 들이켰다.

증폭된 마력초.


새하얀 연기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에서 쏟아졌다.

이미 마력초 연무를 위해 한계까지 그것을 들이켰던 그녀.

지금 이 행위는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증거로.


“쿨럭!”


그녀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하지만 그녀에겐 상관없었다.


잠깐이면 됐다.

잠깐 움직일 시간.

잠깐 적들을 밀어낼 시간.

그것이면 됐다.


“자, 잠······!”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김윤이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마력의 폭풍이 모두를 밀어냈다.

그리고.


푸욱!


나무창이 한 명의 사람을 꿰뚫었다.

리터너가 아닌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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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본업 (2) 23.10.04 73 2 12쪽
41 본업 (1) 23.10.03 78 2 12쪽
40 헛수고 (2) 23.10.02 75 2 12쪽
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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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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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5 3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03 2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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