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88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25 18:05
조회
191
추천
4
글자
12쪽

다른 도시 (3)

DUMMY

“······그간 우리는 물론 도시의 이야기들을 다 듣고 있었다는 이야기인가요?”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는 저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아니라도 모든 도시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었다.


김윤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위압감을 내뿜었다.

접객실 전체가 진동하며 그의 기세가 모든 것을 짓눌렀다.

하지만 박건영은 그 위압감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차를 들이켰다.


“하하하, 거짓말일세 거짓말. 설마 그런 기능을 넣었겠나? 우리 역시 신뢰가 중요한 장사인데 말이야.”


김윤의 굳어진 표정을 보고 박건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김윤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굳어있는 그대로였다.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보군. 하지만 사실일세. 그저 미르의 정보력이 뛰어날 뿐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군.”

“아무리 그렇다 해도 바로 전에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요? 타이밍도 그렇고 말이죠.”


김윤이 위압감을 거두지 않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어떡할 건가? 미르는 과거부터 신인천과 거래를 해왔네. 운송 스킬이 생명이 아닌 물건은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미르는 그 스킬을 연구했고 발전시켰네. 덕분에 우리는 다른 도시에 무구를 팔며 빠른 성장을 이루었지.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우선 정보력부터 늘렸네. 어떤 세상에서도 정보는 돈이 되니까.”


박건영이 손가락을 붙여 동그랗게 만들었다.

돈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떤 식으로 늘렸는지는 영업 비밀이라 알려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신인천, 지금의 섬광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다는 것이지. 그들이 아름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마저 말이야.”


여전히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박건영의 말을 사실이었다.

그의 말대로 미르는 운송 스킬에 대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들이 이뤄낸 발전을 통해 아름은 부족한 물자를 다른 도시에서 얻어오고, 미르가 만들어낸 무구의 판매를 통해 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도시와의 통신 역시 미르 길드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었다.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다른 도시와 연락을 취하고 그것을 유지할만한 거대 통신구마저 만들어낸 그들.

그런 그들이라면 어떤 식이든 확실히 정보는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여전히 의심이 가나 보군. 그러고 보니 이곳은 절대적으로 비밀 엄수였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자네의 의심을 풀기 위해 확실한 정보를 풀어주는 게 좋겠군.”


박건영이 헛기침을 하며 목을 푼 후, 이전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섬광의 반란을 지원한 게 우리 미르였다네. 정확히는 그것을 위한 무기를 팔았지.”


박건영이 김윤의 눈치를 살폈다.


“음?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로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 무구를 팔았다고 했고, 신인천을 언급했으니 말이죠.”

“그렇군.”

“하지만 그건 늘 그랬던 거 아닙니까.”

“그렇지. 장사꾼은 돈이 우선이니 말이야. 더군다나 지금까지는 다른 도시와 접촉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다른 도시와 우리가 접촉해버리고 말았지 뭔가. 정부의 의뢰로 인해서 말이야.”


박건영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래서 우리가 팔았던 무기가 우리를 노리게 될 수 있다.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군요.”

“하하하, 그렇다네. 그래서 길잡이에 의뢰하고 싶네. 설마 정부의 의뢰만 받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닙니다만······.”

“그거 잘 됐군. 그렇다면 미르에게 비밀 지도를 팔지 않겠나? 값은 후하게 지불하지.”


박건영이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들었다.


“돈은 물론 무구의 체험도 가능하다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자네의 능력이 경험한 무기들을 마력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이랬나?”

“그렇습니다.”

“그럼 좋은 기회 아닌가? 미르의 무구들은 모두 최상급이니 말이야.”


김윤이 내뿜던 기세를 거두며 말했다.


“솔깃한 제안이긴 합니다만······. 이건 우리라도 방법이 없어 보이는군요. 섬광과 아름의 거리는 A랭크의 강화한 육체의 질주로 나흘이 걸립니다. 도착한다고 해도 탈진된 상태. 그 상태로 내부로 진입한다 한들 전쟁을 막을 수 없을뿐더러,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도시가 외부 경계에 소홀할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더 있다.

온통 새하얀 아공간의 공간.

이 자체가 문제였다.

이 공간은 몸을 숨겨 휴식을 취할 곳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섬광에 도착하는 순간 들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 병력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가는 길에 그들을 마주친다면 그대로 개죽음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므로 조금 어려울 것 같군요.”

“아직 미르 측의 제안이 끝난 게 아니라네. 당연히 그러한 것들도 다 염두 해뒀지. 그래서 우리가 따로 제공하는 게 있네. 잠시 이동할 수 있겠나?”

“어디로 말입니까?”

“미르로 말일세.”


김윤이 박건영과 함께 접객실을 빠져나왔다.


“무슨 의뢰래요?”


주은서가 그런 김윤의 곁에 슬쩍 다가오며 속삭였다.


“아직 안 받았어. 의뢰 때문에 확인할 게 있어서 잠깐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

“흐음.”


김윤이 먼저 가게를 빠져나간 박건영을 흘끔 바라본 후 말했다.


“가게랑 애들 잘 보고 있어.”

“알겠어요.”


김윤은 곧바로 길잡이를 빠져나갔다.

그러자 새카만 차량 한 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에서 시장이 타던 그러한 차량이었다.


“길드장은 차도 타고 다닙니까?”

“하하, 돈이 많으니 말이야. 자네도 맨몸으로 돌아다녀서 좋을 건 없지 않나?”

“같이 미르로 향하는 게 예정되어 있었나 보군요.”


김윤과 박건영이 오르자 차가 마력을 토해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정부도 참 자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어. 모두의 욕받이는 물론 뒤에서 써먹기까지 하고 말이야.”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김윤이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손을 감싼 장갑.

그것은 곧 그의 죄책감이었다.


이것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는 이 삶을 계속할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속죄이니 말이다.


“그런가.”


새카만 차는 순식간에 그들을 미르로 옮겨주었다.


“이쪽이네.”


사람이 가득한 로비를 지나 김윤과 박건영은 미르가 지닌 개발실에 들어섰다.

엄청난 크기의 개발실이었다.


‘길잡이의 몇 배는 되는군.’


그리고 그곳에는 각종 마력을 이용한 물건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마력의 무구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아는가?”


박건영이 개발실을 뚜벅뚜벅 가로지르며 말했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연구원들이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럴 때마다 손을 들어 올리며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몬스터들의 부산물이죠.”

“그렇네. 지구를 집어삼킨 괴물들의 부산물. 그들의 가죽과 뼈 그리고 심장.”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심장 부근을 가리켰다.


“마력을 품게 된 생물의 심장은 호흡으로 마력을 반복적으로 머금으며 변화를 일으켰지. 그리고 그것은 인간 역시 마찬가지였네.”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무구 개발 초창기 인간의 심장을 이용한 개발도 일어났었죠.”

“······그렇지. 얼마 남지 않은 인류가 살아남을 무기를 위해 서로를 죽이는 모습. 정말 끔찍한 시기였네. 물론 지금은 전부 금지됐지만 말이야.”

“리터너들이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계속 공급해주는 덕이 컸죠. 그들 덕분에 그 몬스터들이 식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멸망한 세계에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모두 몬스터였다.

애초에 동물이 마력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 것.

그렇기에 조리만 제대로 한다면 큰 문제가 없던 것이었다.


물론 몇몇 특수한 몬스터는 독을 품고 있거나, 마력 강화로 인해 너무 질겨져 먹지 못하는 것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대체로 섭취 가능했으며 오히려 덩치들이 커져 하나의 개체당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은 더욱 많아졌다.


“그마저도 몇몇은 아직은 값이 좀 나가는 편이지만 말이야. 아, 이거일세.”


박건영이 한 물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언 듯 보면 새카만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에 외부는 새카맣게 칠해져 있으며, 그 내부에선 푸른 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외부에는 수많은 선이 빠져나왔는데 그 선에는 모두 푸른 액체가 한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물론 모두 그 엘리베이터와 같은 물건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게 뭐죠?”

“미르의 운송 기술의 결정체라고 보면 될걸세.”

“운송 기술의 결정체······?”

“텔레포트.”


텔레포트, 염력을 통해 물체 따위를 이동시키는 것을 뜻한다.

그 뜻은 즉 이것 역시 운송 스킬을 이용해 만든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운송 스킬을 더 업그레이드시킨 겁니까?”

“아니, 그 이상일세. 이것은 인간을 텔레포트 시킬 수 있거든.”


박건영이 텔레포트의 기계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텔레포트, 그것은 모두가 꿈꿨으나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못한 일이었다.

운송 스킬은 아무리 발전을 거듭해도 그저 물건을 옮길 뿐, 생명체를 옮기지 못했다.

아니, 옮긴 적은 있었다.

그게 온전치 못했을 뿐.


그렇기에 실험은 중단되었고, 이것을 안전하게 연구하기 위해 관련 고유 스킬을 지닌 이를 찾았으나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불가능하다 판단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물건이 있었다.


“······정말로 가능한 건가요?”

“그렇다네. 이미 임상 실험까지 끝냈네. 아, 이 부분은 윤리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네. 내가 직접 했거든.”

“······겁도 없으시군요.”

“하하하, 그런 배짱이 없어서야 길드를 이끌겠나? 하지만 이건 완벽한 게 아니라네.”


박건영에 옆에 있는 새카만 기둥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기둥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팔찌였다.


“이 팔찌가 없으면 순간이동이 불가능하고 72시간 뒤에는 강제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네. 생명체를 완전히 옮기려고 하나로 묶는 마력 코드를 이용해 개발했더니 계속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더군.”

“그러면 문제가 큰 거 아닌가요?”

“아, 물론 텔레포트를 사용했을 때만 돌아오는 걸세. 그 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네.”

“그런가요.”


김윤은 푸른 빛을 은은하게 내뱉고 있는 기계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떤가? 이거라면 한 번에 섬광까지 보내줄 수 있을 걸세.”

“그리고 날아가 삼 일 안에 전쟁을 막으라는 의뢰인가요.”

“그렇네.”

“······대가는 조금 더 비싸게 받아야 할 것 같군요. 터무니없는 부탁이라서 말이에요.”


어차피 아름엔 그의 가게 길잡이가 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을 지켜야 했다.

그러니 이것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하하, 그럼 승낙하는 것으로 알겠네. 물론 의뢰에 실패해도 대가는 지불하지. 자네가 말한 대로 터무니없는 부탁이니 말이야. 그저 상황만 파악해와도 된다네.”


박건영이 김윤에게 다가와 팔찌를 건넸다.

김윤은 그 팔찌를 받아들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공간 지도 제작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용오름 (3) 23.10.10 72 2 12쪽
45 용오름 (2) 23.10.09 77 2 12쪽
44 용오름 (1) 23.10.06 76 2 12쪽
43 본업 (3) 23.10.05 75 2 11쪽
42 본업 (2) 23.10.04 73 2 12쪽
41 본업 (1) 23.10.03 78 2 12쪽
40 헛수고 (2) 23.10.02 75 2 12쪽
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88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1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6 3 11쪽
35 마력초 공장 (4) 23.09.22 84 3 12쪽
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4 3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03 2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31 세 개의 길드 (3) 23.09.18 99 3 12쪽
30 세 개의 길드 (2) +1 23.09.15 100 4 12쪽
29 세 개의 길드 (1) 23.09.14 119 4 12쪽
28 돌아온 기억 (3) 23.09.13 130 4 12쪽
27 돌아온 기억 (2) 23.09.12 117 3 11쪽
26 돌아온 기억 (1) 23.09.11 123 3 12쪽
25 섬광 (4) 23.09.11 117 3 12쪽
24 섬광 (3) 23.09.07 112 3 11쪽
23 섬광 (2) 23.09.06 136 4 12쪽
22 섬광 (1) 23.09.05 159 3 12쪽
21 임재현 (4) 23.09.04 125 4 12쪽
20 임재현 (3) 23.09.01 127 4 11쪽
19 임재현 (2) 23.08.31 129 4 12쪽
18 임재현 (1) 23.08.30 132 4 12쪽
17 다른 도시 (5) 23.08.29 144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