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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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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0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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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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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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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임재현 (2)

DUMMY

상처가 모조리 아물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야 저러한 고속 회복은 고유 스킬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말이다.

김윤이 알고 있는 공용 스킬 중엔 저러한 회복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임재현의 고유 스킬은 회복 관련된 스킬이 아니었다.

그의 고유 스킬은 땅의 주인, 자신의 마력이 스며든 땅에 있는 이들에게서 마력을 빼앗는 능력이었다.


“뭘 한 거냐?”

“보면 모르나? 회복이지.”


임재현이 몸을 풀었다.

회복된 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스킬도 있었나.”

“아니, 이건 스킬이 아니다. 내가 가진 거대한 마력으로 일으킨 초재생에 불과하지.”


마력, 마석 대재해 이후 모든 생명에게 깃든 기이한 힘.

그것은 생명의 신체 능력의 전반적인 것에 관여 가능했다.

근력은 물론 재생능력까지 말이다.

때문에 지금의 인간은 과거보다 빠른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김윤의 부러진 팔도 과거라면 한 달 이상 걸렸을 상처였지만, 며칠만 쉰다면 완전히 나을 것이다.

그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것일까.


“마력을 지닌 인간들은 육체 능력과 재생능력이 상승한다. 마력이 체내에 머물며 재생을 돕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마력의 밀도를 강제로 늘린다면?”


우드드득!


임재현의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몸이 갑작스레 비대해지기 시작했다.

근육이 커진 것이었다.


“미친 몸뚱어리군.”


김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었다.

압도적인 마력의 밀도.


평범한 인간은 품을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한 사람의 몸에 밀집, 강제로 모든 신체 능력을 한계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보여준 회복도 지금의 것과 같은 원리였다.

거대한 마력이 그의 재생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금은 근육을 극한으로 성장시켰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하지 않았을 미친 짓이었다.

저 정도의 마력을 강제로 전신에 흐르게 한다면 몸이 견디지 못해 폭발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아니, 애초에 저 마력의 양.

인간이 품을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아니다.


‘어떻게 저런 마력을 품고, 몸이 견딜 수 있는 거지? 아니, 저걸 어디에 담고 있는 거지?’


김윤은 의문을 품으며 일단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지금 저것을 상대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임재현이 포탄과 같이 쏘아졌다.

김윤은 그 즉시 방어 스킬을 여러 겹으로 펼쳤다.

하지만 저 거대한 주먹 앞에 종잇장처럼 찢겨나갈 뿐이었다.


우직! 우지직!


거대한 주먹이 모든 방어를 뚫고 김윤을 후려쳤다.

김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러진 팔을 강제로 들어 올려 막았다.


“크하악!”


팔이 부러지다 못해 으스러지는 고통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주먹의 충격을 미처 버티지 못한 몸이 허공에 붕 뜨며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였다.

김윤은 뒤에 있던 건물 세 채를 뚫고서며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도시의 피해는 신경도 안 쓰는 거냐······.”


김윤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살폈다.

다행히 장갑이 그대로 끼워져 있었으며 피는 묻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날처럼 트라우마를 일으켜 정신을 잃으면 놈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윤은 박건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만약 방아쇠가 당겨져도 우리에게 나쁜 일은 아닐걸세. 자네의 폭주가 섬광을 덮치게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면 이 도시에 있는 이들은?

그가 받은 의뢰는 전쟁을 막는 것이지 누군가를 죽이는 게 아니다.


“그래, 나는 지도 제작자니까.”


먼저 길을 지나가고 지도를 만든다.

추후 그곳을 지나갈 이들을 위해서.

그러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들을 지도에 담을 수는 없었다.

이곳 섬광도 그리고 아름도.


‘어차피 시간은 넉넉해.’


김윤이 포박되어 알현실에 들어갔을 때 남은 시간은 70시간 하고 32분이었다.

아직 하루조차 채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다 지나지 않으면 돌아가지도 못하니까.’


그러니 지금은 작전상 후퇴다.

김윤은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B급 스킬, 가속.

강화를 뛰어넘는 힘이 그의 전신에 깃들며 속도를 높였다.


김윤은 곧장 무너진 건물을 벗어나며 포장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딜 가는 거지?”


그러나 가속은 공용 스킬, 김윤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사이 쫓아온 임재현이 김윤의 옆에서 나란히 다리를 움직였다.


쾅! 쾅!


김윤과 달리 그가 지나가는 곳엔 거대한 발자국이 찍혔다.

비대해진 그의 근육이 그만큼 무겁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러한 몸으로도 이 정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미친······!”


다시금 임재현의 거대한 주먹이 김윤을 노렸다.

김윤은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여 공격을 피한 후, 반격을 가했다.


그의 품에서 꺼내진 지도들이 펄럭이며 불타올랐다.

그러자 수많은 형상이 임재현을 노렸다.


푸른 기운을 품은 병장기들이 그의 전신에 틀어박혔다.

김윤은 자신에게 피가 튀지 않게 뒤로 슬쩍 물러난 후, 다시금 속도를 높였다.


아까의 회복 속도를 보아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잠깐의 시간.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김윤은 다시금 품에서 지도를 꺼내 들었다.

빈 지도였다.


그는 곧장 자신의 머리에 손을 올려 기억을 끄집었다.

자신의 것을 꺼내는 것은 익숙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지도에 담은 후, 지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지도가 마력에 응하며 기억을 일대에 불러왔다.

그것은 김윤이 지금 막 달리고 있는 풍경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몇 겹으로 펼쳐졌다.


길을 마구잡이로 뒤섞어 혼란을 주는 것이었다.

한 방향이던 길이 갑작스레 여덟 갈래가 되었다.


이어 김윤은 은신 스킬을 사용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어느 쪽으로 도망갔는지 찾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었다.


마력의 파동으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야 이곳에 있는 모든 기억의 환상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말이다.


김윤은 덕분에 자리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 밖으로는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새하얗기에 그의 모습이 도드라질 것이다.

그리고 몸의 상처도 추슬러야 하는 상태.

그는 도시의 외곽 쪽으로 향했다.


“빌어먹을.”


임재현이 전신에 박힌 무기를 뽑아냈다.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으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곧장 아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문제는 방금 놓친 이였다.

주변에 잔뜩 깔아둔 환상.

그것 때문에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데다 마력을 통한 감지조차 방해한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지는 못했을 거다.’


놈이 노리는 것은 자신의 목.

그리고 그런 부상으로는 멀리 도망가기도 힘들다.


그는 다시 자신의 성과 같은 곳, 시청으로 향했다.

이어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가 부르기 전까지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도시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임재현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후로부터는 말이다.


그가 내린 명령 때문이었다.

이 도시는 강자존.

그렇기에 언제든 자신에게 덤비라고 했었다.


때문에 그가 지도자가 된 이후부터는 시청에서의 굉음은 꽤 잦은 것이었다.

암살 시도, 혹은 지도자의 자리를 뺏기 위한 승부.

이러한 일이 잦았기에 임재현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이 부르지 않는 한 올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자신 역시 힘으로 지도자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자신이 이러한 것으로 죽는다면 그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침입자다. 경비를 통해 찾아라. 반곱슬에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 잿빛인 머리칼에 새카만 눈동자. 왼팔이 부러졌고 남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다.”


마력을 거두었는지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임재현이 가운을 걸치며 명했다.

그러자 그가 불러들인 이들은 곧바로 그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섬광의 외곽.


“후욱, 후욱······.”


김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골목길이었다.


어떻게든 도망쳤으나 몸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더군다나 싸움이 끝나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

덕분에 통증이 밀려오는 중이었다.


“크으윽······.”


김윤은 새어 나오는 신음을 최대한 억누르며 마력을 운용했다.

상처 부위에 좀 더 많은 마력을 실어주어 상처의 재생을 빠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후욱, 후욱······.”


‘회복하려면 좀 걸리겠는걸.’


임재현이 했던 것처럼 마력을 최대한 집중해서 치료하고 있으나, 그는 그와 같은 육신, 마력이 없다.

그렇기에 효과가 그것보다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시간은······.’


김윤이 왼팔을 마력을 통한 염동력을 이용해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곳에 달린 팔찌를 통해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69 : 48』


아직 69시간과 48분이 남았다.

그리고 임재현과 싸운 게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마력을 지닌 이들치고는 짧게 싸운 편이었다.

물론 김윤이 도망치는 것을 택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하려나.’


김윤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공간이기에 푸른 것은 없었다.

그저 새하얀 것, 그러나 빛이 약해져 조금은 어두운 그런 천장이었다.


의뢰는 실패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임재현의 사상을 보아하니 그냥 두어서도 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도시잖아.’


그러나 이들이 아름을 습격할 것이다.


“또 도망칠 거야?”


누군가 김윤에게 속삭였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또라니······. 나는······.”


그저 망설였을 뿐이다.

이 길이 옳은지.

포탈을 타는 것이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인 것인지.


“하지만 그 이후에는? 속죄한다며. 그럼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존자를 찾고, 지구를 되찾아 줘야지. 이렇게 아공간에 갇혀있을 게 아니라. 너는 살아남았잖아!”


김윤은 답하지 못했다.

그저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입을 열어 답했다.


“······이것도 모두를 지키는 일이야.”

“모두라······.”


의문의 목소리가 피식 웃었다.


“네게 모두가 누군지 궁금하네. 너를 이해해주는 길잡이의 애들? 정부? 아니면 너를 욕하던 그 도시의 사람들까지? 스스로 속죄하고 있다고 자위하지 마라. 너는 그저 도망만 치고 있을 뿐이야.”

“······닥쳐.”

“하하하, 할 말이 없나 보군. 하지만 그런다고 나는 사라지지도 닥치지도 않아. 나는 너니까. 네가 한편으로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니까.”


김윤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었다.


“모두가 겪고 있는 일에 불과해. 너만 괴로운 기억이 있는 게 아니다. 네가 제일 괴로운 것처럼 굴지 말란 말이다! 너는 살아남았으니까.”

“······알고 있어.”


김윤이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다리를 이용해 몸을 일으켰다.


“늘 알고 있었다고.”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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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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