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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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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187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9.07 18:05
조회
111
추천
3
글자
11쪽

섬광 (3)

DUMMY

기억이 스며들어온다.

그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야 스며들어오는 기억은 모두 단편적, 그리고 그곳에 있는 인물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었다.


‘누구의 기억이지······?’


임재현은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으로 기억을 살폈다.


먼저 첫 번째 기억이었다.

그 기억은 누군가를 욕하고 있었다.

임재현이 아주 잘 아는 이들이었다.


리터너, 멸망한 지구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던 이들.

이 기억은 그러한 이들을 욕하던 기억이었다.


“하······!”


헛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 기억에 담긴 감정도 읽히기 때문이었다.


새카맣게 타버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들은 리터너를 원망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구를 되찾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되찾지 못하는가.


자신은 노력하지 않음에도.

그러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역겨움에 토악질이 치밀었다.


임재현은 그 기억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그러자 또 다른 기억이 보였다.


그것은 섬광으로 도시의 이름이 바뀐 뒤 한 남자의 삶의 단편이었다.

그는 노력을 시도했다.

임재현, 그가 알려준 방법대로 말이다.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붙였고, 성장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모두가 한계에 달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몸은 한계를 넘지 못했다.

파열과 수복을 반복하던 근육.

그리고 마력의 양을 늘리기 위해 비워내고 채우던 심장.

그것이 반복되는 혹사에 망가진 것이었다.


그의 심장은 마력을 모아두지 못했고, 그의 근육은 마력이 없으면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는 노력했음에도 쟁취하지 못했다.

D랭크였던 그의 마력은 F랭크로 추락했고, 그는 과거보다 못한 삶이 되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자신의 몸 상태조차 확인하지 않고 수련한 잘못 아닌가?’


임재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런 걸로 내 생각을 꺾을 모양인가 보군. 하지만······.’


이런 것으로는 그의 생각을 결단코 꺾을 수 없다.


또 다른 기억이 보였다.

그 기억의 주인은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을 길러서 뭐하지?

그저 중앙 구역에 들어가고 그곳에 머무는 것?

우리는 리터너다.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함이 아닌, 지구를 되찾기 위해서 강해지는 이들.

우리가 힘을 기른 것은 이곳에서 군림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억 속 시선이 중앙 구역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포탈을 바라보았다.


또 다른 기억이 보였다.

그리고 또 다른 기억이.

계속해서 기억이 재생되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임재현이 회복된 몸을 일으켰다.

기억을 보는 동안 모두 회복한 것이었다.


“이런 걸 보여주면 내가 흔들릴 것 같나? 달라질 것 같나?”


주먹을 움켜쥐고 팔을 당겼다.

그리고 정면에 있는 푸른 벽을 바라보았다.


“아니. 내 뜻은 늘 하나였다. 늘 같았다. 그러니 꺾이지 않는다. 그걸 위해 나는 오늘날 이곳에 있다.”


콰지직!


마력을 휘감은 주먹이 벽을 꿰뚫었다.


“실패 같군요.”


김윤이 결계를 뚫고 나온 주먹을 바라보았다.

주먹이 도로 결계 안으로 들어가자 그 주먹의 주인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주먹이 다시 휘둘러지며 벽에 또 다른 구멍이 생겨났다.


콰직! 콰지직!


그것이 반복되어 결계의 한쪽 면이 통째로 무너졌다.


김윤은 곧장 싸울 채비를 했다.


‘마력 회복은 얼마 안 됐지만.’


기억의 결계라는 수단이 실패한 이상 남은 방법은 다시금 충돌뿐이었다.


임재현이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김윤과 거리를 좁힌 그는 마력이 담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큭!”


김윤은 급히 방어 스킬과 강화 등 각종 기술을 이용하며 공격을 막아냈다.

방어막은 종잇장처럼 찢기며 주먹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콰앙!


몸을 뒤로 날리며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김윤은 저 멀리 날아갔지만 말이다.


“······그 기억을 보고 느끼는 게 없어?”


이지우가 임재현을 바라보았다.


“없다.”


임재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그 감정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

“도시의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잖아.”

“아니.”


임재현이 원소 운용을 통해 불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을 주먹에 휘감고 쏘아냈다.

김윤이 날아간 곳이었다.


콰아아앙!


불길이 일자로 쏘아지며 목표한 곳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폭연과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우리는 원래 평등했다. 차별 따위 없었어. 하지만 그들이 지금을 만들었다.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민이라는 신분을 만들었고, 내가 그리고 리터너들이 지구를 재건할 이유를 상실하게 했다.”


임재현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진짜 불길이 담겼다.


“네 기억도 보았다. 네 생각도 보았고.”


그의 시선이 이지우를 향했다.

그가 결계를 뚫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기억.

그것은 이지우의 기억이었다.


그녀가 품고 있던 걱정.

그녀가 보아온 도시의 외곽, 빈민이라 칭하는 이들의 삶.

그 모든 것이 기억의 결계에 담겨 그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의 임재현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결국 반란이 일어날 거고, 그로 인해 모두가 죽고 도시는 붕괴할 것이라는 염려. 그래, 그렇게 되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야······.”


임재현이 마력을 일으켰다.

김윤이 그를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김윤이 지도를 불태우며 무기를 만들었다.

대검 한 자루가 그의 손에 들리며 임재현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러니 막고 싶으면 날 죽여.”


임재현이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건틀릿이었다.

아름에 있는 미르 길드에서 구매한 무기.

이것을 꺼냈다는 것은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마력 부족.’


마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상처 회복과 육신의 폭발적인 성장의 유지.

그것에는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다.

더군다나 최근에 그것을 두 번이나 사용하게 된 임재현.


아무리 그가 마력을 세로 받아 마력의 양이 많다고 해도 그것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도 결국에는 인간이자, 생명체였으니 말이다.


부풀어 올랐던 그의 몸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손에 건틀릿을 착용하며 대검을 향해 휘둘렀다.


쩌엉!


대검과 건틀릿이 충돌했다.

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파공음이 퍼져나갔고, 대지가 파열됐다.

하지만 아직 단 한 번의 충돌에 불과했다.


대검이 다시 휘둘러지고, 건틀릿이 다시 휘둘러졌다.

마력으로 강화된 육신들의 충돌.

그것도 A급 마력을 지닌 이들의 충돌이었다.


그 속도는 감히 눈으로 좇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들려오는 파공음, 깨지는 대지만이 그들이 충돌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큽······!”


대검이 부서졌다.

김윤은 그 틈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건틀릿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금 지도를 새로 꺼내 들어 무기를 만들었다.


방패와 메이스.

김윤은 다시금 임재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쾅!


이어지는 충돌.

쏟아지는 살의가 담긴 공격.

둘은 입 한 번 열지 않았다.

아무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부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콰앙!


병장기가 충돌하는 소리만 울려 퍼질 뿐.

아니면 간간이 들리는 기합만이 그 공백을 메꾸었다.


“크하압!”


김윤이 기합을 터트리며 메이스를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임재현은 빠르게 몸을 회전시켜 김윤의 오른팔이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메이스가 휘둘러진 팔.

그러니 공격을 막을 수 없다.

이미 휘둘러진 공격의 각도를 강제로 꺾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건틀릿이 김윤이 펼친 방어막을 뚫고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그러자.


콰앙!


건틀릿이 마력을 한껏 머금은 후, 폭발을 일으켰다.


이것이 이 건틀릿이 가진 기능이었다.

마력을 머금어 타격이 일어나는 곳에 폭발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충돌을 통해 일어나는 충격을 모아 광선 형태로 쏘아내는 것.


폭발에 휩쓸려 끈 풀린 인형처럼 날아가는 김윤.

임재현이 그를 향해 건틀릿의 손바닥을 조준했다.

그러자 한 줄기의 섬광이 그를 향해 쏘아졌다.


“큽!”


김윤은 다급히 방패를 들어 광선을 막아냈다.

하지만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윽······!”


섬광이 머금은 열기가 방패를 녹였기 때문이었다.

김윤은 황급히 몸을 날리며 광선을 피해냈다.


“그 미르의 아재는 이번 의뢰 내내 문제네······! 돌아가면 돈을 더 받아야겠어.”


김윤이 지도를 불태워 창 한 자루를 만들며 다시금 거리를 좁혔다.

자신도 지쳤으나 상대도 지쳤다.

그 증거로 이전처럼 방대한 마력으로 찍어누르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전 충돌에서 알 수 있던 거칠어진 호흡.

확실하게 임재현은 지쳤다.

또한 이 뜻은 그에게 승산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김윤은 창을 내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D급 스킬 마력포.

마력으로 이루어진 포탄을 쏘아내는 스킬이었다.


이어 동시에 사용하는 스킬, 연발.

C급 스킬로 사출형 스킬을 반복해서, 빠르게 사용하게 해주는 스킬.

여러 대포가 동시에 불을 뿜듯, 김윤의 몸 주위에서 생성된 포탄들이 일제히 쏘아졌다.


임재현은 주먹을 마구 휘둘러 포탄을 모조리 걷어냈다.


“아직이다.”


하지만 아직 한 발이 남아있었다.


그사이 거리를 좁힌 김윤.

그는 그곳에서 마지막 포탄을 쏘아냈다.

정확히 임재현의 팔을 노리고 쏘아낸 포탄.


근접에서 쏘아진 포탄이 건틀릿을 후려치며 팔을 크게 올렸다.

그러자 훤히 드러난 그의 복부.


김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도가 푸르게 타오르며 한 자루의 검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손에 붙잡히며 한 생명의 살갗을 찢었다.

이어 근육을 가르고, 내장을 꿰뚫었다.

칼날이 핏물을 한 움큼 베어 물었다.


“크으으······.”


임재현이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처절한 기합으로 변했다.


“크아아아아!”


임재현이 검을 붙잡은 김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불어넣으며 손과 손잡이를 통째로 박살 냈다.


“끄아아아악!”

“너한테 죽어서는······ 안 된다.”

그는 그것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김윤을 들어 올려 바닥에 처박았다.


“커헉!”


그리고 저 멀리 내던진 후, 어딘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내장을 관통한 검.

그는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자에게는 죽을 수 없었다.

외부인에게 죽어서는 안 됐다.


복부에 박힌 푸른 검을 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목표를 향했다.


“이지우-!!”


그것은 바로 그의 친우였던 이지우였다.

임재현이 그녀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건틀릿을 휘둘렀다.

살의가 가득한 공격.


그것을 마주한 이는 반사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 역시 그러했다.


마력이 저절로 반응했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살기 위해서 생존본능이 발동됐다.


“꺄아아악!”


이지우가 비명을 내지르며 두 손을 자신의 앞에서 교차했다.

그리고 마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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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88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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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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