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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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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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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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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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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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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세 개의 길드 (3)

DUMMY

마력 랭크가 높다고 고유 스킬이 모두 전투에 관련된 것은 아니다.

마력 랭크는 보유한 마력의 양과 출력의 양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 둘은 별개로서 존재한다.

그것에 대하여 가장 큰 예시가 되는 것이 신민우였다.


그의 고유 능력은 ‘계약’.

이름 그대로 누군가와 계약을 맺는 스킬로 전투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도시, 정부에 가장 필요한 스킬이기도 했다.

그의 스킬을 통해 맺어진 계약은 결단코 어길 수 없으니 말이다.


아름에 있는 삼대 길드.

회귀, 미르, 헌터즈 역시 이것을 통해 정부와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그들뿐만 아니다.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중대한 계약은 모두 그를 통해 일어났다.


거대한 도장이 바닥을 내리찍자 푸른 마력이 넘실거리며 퍼져나갔다.

신민우의 고유 스킬 ‘계약’이 발동된 것이었다.


그것이 뱉어내는 힘은 자신보다 마력이 낮은 이들에게 강제적으로 계약을 체결시킨다.

강제성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민우는 이 능력을 악용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정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했다.


푸른 마력이 자신보다 마력이 약한 이들을 휘감았다.

그러자 계약 내용이 자연스레 머릿속을 파고들고, 그들의 의지는 그것을 강제적으로 승인했다.


계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 것.』


이제 이들은 오늘 일어난 일을 단 하나도 발설할 수 없을 것이다.


마력이 약한 이들은 이런 식으로 강제로 계약을 체결시키면 된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마력이 강한 이들은 어떻게 하는가.

그것은 동의를 구한다.


푸른 마력이 자신과 마력이 동급이거나 그 이상인 이들, 김윤, 신윤아, 조호주, 박건영에게 동의를 구했다.

자신의 계약에 동의할 것인지 말이다.


푸른 마력이 그들의 손을 휘감으며 깃털 펜의 형태로 변했다.

동의를 요구하는 펜이었다.


딱히 부조리한 내용은 없었기에 그곳에 있던 이들은 모두 동의를 표했다.

펜을 붙잡고 각자 동그라미, V 형태의 체크 표시등 긍정의 형태를 그렸다.

그러자 신민우의 마력이 그들을 파고들며 계약을 체결시켰다.


“이건 개수 제한이 없는 건가?”


박건영이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며 물었다.

그는 과거 정부와 다른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추가로 계약을 한 그.

문득 계약을 여러 개 체결해도 문제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회의실 내부에 있는 모두에게 계약이 들어갔는지 확인한 신민우가 답했다.


“없진 않습니다.”


회의실에 있는 모두에게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제 이것은 그가 죽거나, 그가 해지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었다.


“그럼 계약도 체결되었으니 내용을 이야기하겠습니다.”


그의 시선이 다시금 김윤을 향했다.


“그의 고유 스킬은 기억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억······?”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정부와 함께 일하고 있었죠. 원정 결과를 발표한 날 보였던 과거의 모습과 같은 것이 그의 능력입니다.”


약간의 웅성거림이 회의실에 들어찼다.

모두가 길잡이가 진정으로 하는 일을 아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어 그 웅성거림 사이에서 한 사람이 손을 들어 올렸다.

중소 길드 중 하나, 플레임 길드의 장이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민머리가 특징인 남자였다.


“의견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죠.”

“······흠. 그가 판매하는 기억에 대한 물건을 우리 길드원도 구매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군요. 이 자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몇몇 리터너의 기억을 조작해주고 있습니다. 꽤 비싼 값에 말이죠.”


플레임의 길드장이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가 아니꼽다는 눈빛이었다.


“만약 정부에서 생각한 것이 그것과 같은 것이라면 저는 이 작전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군요. 그의 능력으로는 마력초 중독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길드장들을 쓱 둘러보았다.


“그의 능력이 기억과 관련이 되어있기는 하나,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는 말입니다. 이번 길잡이 습격 사태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모이기 직전의 일이었죠? 그 일을 일으킨 자 역시 길잡이에서 기억을 지웠다가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다시금 웅성거림이 시작했다.


“그런······.”

“그래서 무슨 이야기야? 저놈이 마력초 중독을 해결해준다는 거야?”

“마력초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기억이 돌아온다며?”


신민우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웅성거림이 멎었다.


“그럼 플레임의 길드장님께서는 다른 방안이 있으십니까?”

“그건······.”

“지금 이 방안이 가장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입니다. 지금 우리는 3차 원정으로 수많은 인재를 잃어 당장 전선에 필요한 리터너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력초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지난 3차 원정, 그것은 그 어느 원정보다 손해가 막심했다.

수많은 리터너가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그 전의 원정이라고 목숨을 잃었던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원정은 차원이 달랐다.

반 이상이 사망하는 최악의 결과.

지금의 리터너들은 전보다 더욱 강해졌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물론 손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석 던전의 클리어와 지구에서의 영토를 추가확보.

그중에서 마석 던전의 클리어는 크나큰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곧 그 일대의 몬스터의 종식을 뜻하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현재 지구를 장악한 몬스터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었다.


먼저 첫째, 기존에 있던 생명에 마력이 깃들어 변이를 일으킨 경우.

보통 새와 개, 돼지나 소와 같이 인간이 사육하던 짐승과 자연에 가득한 동식물들이 이러한 경우에 속했다.


이어 둘째, 그것은 마석 대재해를 일으켰던 마석이 변한 던전에서 쏟아지는 경우였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각 던전에 따라 형태가 달랐는데, 보통 무구를 만들 때 쓰는 부산물은 이들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후자에 경우라고 해도 몬스터가 매일 같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던전마다 다른, 특정 주기에 따라 그것은 몬스터를 배출했다.

때문에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은 곧 지구에 빠른 재건을 의미했다.

추가적인 몬스터의 출현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리터너는 줄일 수 없다. 하지만······.’


김윤이 플레임의 길드장을 슬쩍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의견 또한 그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능력으로는 기억을 완전하게 지워버릴 수 없으니 말이다.


스킬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발전한다.

게임에 있는 스킬에 딸린 레벨처럼 말이다.


김윤 역시 그러했다.

그는 고유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저 추출에 불과하던 것을 저장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었고, 그것을 다시 사용해 기억을 복원, 혹은 강조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억의 일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을 실체로 만들어내는 것마저 이루어냈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은 부분도 존재했다.


기억 추출의 개수.

그것은 자신을 한정으로는 무한히 가능하나 타인에게선 딱 하나의 종류만 가능하단 것이었다.

물론 온전한 하나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기억이란 온전히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것은 다른 기억들과 얽히고 얽힌다.

때문에 그가 뽑아내는 기억은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없었다.


또한 그렇기에 기억은 복원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것들과 얽혀 존재하니 말이다.


‘정부는 내가 마력초에 그 자체에 대한 기억이나 중독성을 일으켰던 것을 뽑아내 해결하려는 것 같지만······.’


그것은 오늘 만난 김지아처럼 어떠한 계기로 돌아올지 몰랐다.

특히 마력초는 특정 약품의 밑 재료.

그것이 들어간 약품을 접하는 것만으로 기억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잠깐에 불과해.’


김윤의 시선이 조호주를 향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자신의 능력이야말로 마약, 독이나 다름없었다.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들은 다시 그에게 기억을 지워달라 의뢰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복될 것이다.

지금의 마력초처럼.


사람들은 그의 능력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역시 지구로 향하는 수밖에 없나?’


그가 리터너에 합류해 더욱 빠르게 지구를 재건한다면 리터너들이 약에 의존하면서까지 재건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에게는 불가능했다.

지금 그의 떨리는 두 손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저 지구, 그리고 포탈을 떠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다.

그는 리터너가 아니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아니다.”


신민우가 김윤의 곁으로 다가왔다.


“네가 합류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것을 들은 길드장 중 하나가 소리쳤다.


“A랭크 마력 아닙니까! 그런 자가 전선에 서면······!”

“당연히 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없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야 김윤보다 더욱 강한 이가 전선에 있었어도 지금과 같았으니 말입니다. 애초에 한 사람의 힘으로 끝났을 일이었다면 지금의 모습이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 하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미르의 길드장, 박건영이 입을 열었다.


“애초에 리터너가 가능한 마력을 지녔지만 리터너의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은 이놈이 아니라도 많다네.”


그리고 당연하게도 회귀의 길드장, 조호주의 시비가 잇따랐다.


“흥, 네놈처럼 말인가?”


이어 헌터즈의 길드장, 신윤아도 입을 열었다.


“그러한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아름이 유지가 되는 것이지요. 각자에게 맞는 일이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키며 지구를 되찾는 게 우리가 하는 일. 우리에게 맞는 일인 거죠.”


그녀가 김윤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런가요? 지도 제작자?”

“저는······.”


김윤이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이내 똑바로 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윤이 플레임의 길드장을 향해 다가갔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고유 스킬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제 능력으로 기억을 지워도 돌아올 수 있습니다.”


김윤이 장갑 낀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아니, 다르게 할 겁니다. 리터너와 모두를 위해서.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걸 어떻게 믿으라는 말입니까? 그저 말뿐이잖습니까.”

“저를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야 저는 도망자에 겁쟁이니까요. 그저······.”


김윤이 품에서 지도를 한 장 꺼내 들었다.


“그들의 기억과 의지가 만들어내는 길을 믿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스스로 증명할 수 없었다.

그야 그는 이곳 아름에서 도망자라 불리는 악인에 가까운 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오직 진실만을 담는 것이었다.

과거 세계를 그리던 지도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이것이 그가 하는 일을, 그를 증명할 것이다.

그는 지도 제작자였고, 이것은 그 지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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