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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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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07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29 18:05
조회
144
추천
5
글자
12쪽

다른 도시 (5)

DUMMY

잠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타인들이 알 수 없게 몰래 숨어드는 것.

그러나 김윤의 잠입은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그야 누가 잠입을 요란한 벼락과 함께하겠는가.


물론 그가 바라고, 일으킨 일은 아니었다.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

그리고 사전에 그에게 전해지지 않은 일이었다.

덕분에 그는 사방을 돌아다니는 경비병을 피하며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네.’


김윤이 골목길에 드리운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어째서 바로 침입자라고 판단한 거지?’


의문이 샘솟았다.

멸망 이후 아공간에서 설립된 도시들.

그곳에 살아가는 이들은 다른 도시와 실제로 접촉할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각 도시의 거리가 너무 멀어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침입자가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섬광은 벼락의 등장을 곧바로 침입자로 정의했다.

내부에서 누군가가 스킬을 사용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무언가 감지하는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하지만 있다고 해도 그걸 이 타이밍에 활성화할 이유가 있나?’


김윤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있네. 이유.’


그것은 바로 허우진이 수행한 의뢰였다.

신인천에 접촉을 했었던 그.

이 도시에 외부인이 들어선 것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대놓고 최신 지도와 길을 요구했지.’


그리고 그 요구를 받은 사람은 그 도시의 시민.

그러니 역으로 누군가가 자신들을 공격할 것조차 알 수 있었다.


“어렵군.”


진작에 생각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떠올리고, 후회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김윤은 경비병이 잠시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 다시 몸을 움직였다.


섬광의 중앙 구역.

그의 머릿속에 새로이 새겨진 기억에 있는 곳이었다.

섬광의 주요 시설들이 모두 위치한 곳.

그렇기에 경계가 가장 살벌한 곳이기도 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잠도 없으시지.’


김윤이 중앙 구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가득 들어찬 경비병들을 바라보고는 혀를 찼다.

쉽게 뚫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위로 돌파해야 하나.’


경비병들이 있는 곳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결계가 쳐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신체 강화를 통해 높은 곳에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둔 것이었다.


“흐음······.”


그리고 그 결계는 상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경비병 뒤에도 모조리 결계가 쳐져 있었다.


“안쪽은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건가.”


무력으로 홀로 뚫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는 어딘가 좋지 않았다.


이 도시에 들어선 후부터 그랬다.

깨달은 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지만 말이다.


‘마력의 소모가 빠르다.’


이상할 정도로 마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침입자를 잡기 위한 덫인가.’


그것은 스킬을 쓰고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스킬 사용을 중단하고 회복한다면 빠져나가는 것보다는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으나, 가만히 있어도 마력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려면 마력을 많이 써야겠지.’


그리고 내부에는 더 강한 적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윤은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경비병들이 가득한 결계 앞이었다.


그가 천천히 발을 내딛자 전신을 휘감은 마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은신이 풀리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강제로 해제한 것은 아니었다.

순수 그의 의지였다.


“누, 누구냐!”


그러자 그의 모습을 발견한 경비병 하나가 소리쳤다.

그리고 김윤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침입자랄까요?”



***



당연하게도 그는 포박당했다.

하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포박당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그 누구도 해치지 않고, 편안하게 중앙 구역을 넘어 시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쪽까지 들어오긴 했다만······.’


김윤이 받은 의뢰는 섬광의 침략 활동을 막아내는 것.

하지만 그들이 정말 침략을 노리는 지 확실하지는 않다.

일단은 확인을 해야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임재현을 죽여야 하나?’


섬광을 지배하는 자.

그자를 죽이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김윤은 저 앞에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곧 자신이 들어갈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의 새로운 지배자가 있는 곳이었다.


‘죽일 수나 있을까.’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그저 심리적 문제일 뿐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휘황찬란한 모습이었다.

멸망한 세계에 남은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말이다.


마력 우월주의에게 딱 어울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들은 마력의 크기와 고유 스킬로 인간의 등급을 나누는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지배자는 가장 큰 힘과 권력, 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궁에 있는 알현실과 같은 곳에 김윤은 포박된 채로 들어섰다.

그리고 중앙에 도달하자 그를 포박한 경비병들이 그를 바닥에 무릎 꿇렸다.


“섬광의 왕이시여! 명령하신 대로 침입자를 잡아 왔습니다!”

“그래.”


짤막한 대답이 들려왔다.

가라앉은 목소리.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김윤이 알 수 있는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알현실과 같은 구조 그렇다면 왕좌에 앉아있는 이의 모습이 보여야 하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킬인가.’


마력이 그곳에서 일렁거리며 상대를 인지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소지품을 확인해보았으나, 무기는 없고 온통 지도뿐이었습니다.”

“······인벤토리는?”

“그것은 확인 불가능해서······.”

“불가능?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일대가 한 사람의 위압감에 짓눌렸다.

저 왕좌에 앉은 이가 내뿜는 것이었다.


“이지우라면 가능할 텐데?”

“그, 그것이 바로 데려오는 것이 조, 좋을 것 같아······.”


위압감에 바닥에 들러붙은 경비병이 변명을 토해냈다.

그러나 왕좌에 앉은 이는 자비 따위 베풀지 않았다.


푸른 섬광이 한줄기 쏘아졌다.

그러자 경비병이 저 멀리 날아가며 바닥을 요란하게 굴렀다.


“쿨럭!”


복부에 마력의 구체가 처박힌 것이었다.

경비병이 고통을 호소하며 복부를 부여잡았다.

다행히 관통은 되지 않은 듯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발 목숨만은······!”


왕좌에 앉은 이는 목숨까지 해칠 생각은 없었는지 추가적인 조치를 가하지 않았다.


‘그래도 부하를 죽이지는 않나 보군.’


김윤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끼이익.


갑작스레 문이 닫혔다.

경비병이 문 바깥에 있는 상태로 말이다.

그리고.


콰아앙!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서 치워라.”


그가 왕좌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자 김윤의 주위에 있던 나머지 경비병이 황급히 문을 향했다.

그 순간 김윤은 볼 수 있었다.


문이 열릴 때 바깥의 풍경이 변했다는 것을.

평범한 복도가 아닌, 피로 물든 복도로 변했다는 것을.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이 알현실이 더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었다.


김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나저나 지도만 들고 왔다라. 내가 살려 보낸 놈은 아닌데 말이야.”


그가 다가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일렁거리던 마력이 사라졌다.


짧게 정리되었으나 방금까지 누워있었는지 일부가 짓눌린 머리.

나른한 눈매와 구릿빛 피부,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

그 모든 것이 뒤섞이며 오만함을 자아냈다.


“너는 누구냐.”


임재현이 하품을 한 번 크게 하며 물었다.


“아름에서 온 거냐?”

“······그렇습니다.”

“역시 그렇군. 지도가 가득하다는 것을 보니 네가 그 유명한 지도 제작자인가 보군?”


임재현이 쪼그려 앉으며 김윤과 눈을 마주쳤다.

이어 귀를 후비며 말했다.


“네 마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강자로군. 이런 힘으로 지도나 만들고 있다니······. 그때 그 녀석도 그렇고, 아름은 강자가 널린 곳인가?”

“지도만 팔다 보니 잘 모르겠군요.”

“재미없는 놈이로군. 그래, 그래서 지도를 팔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건가? 듣자 하니 아주 화려하게 오셨다는데. 고유 능력이 그건가? 벼락을 타고 이동? 그럼 다른 도시도 가봤나?”


쏟아지는 임재현의 질문에 김윤이 답했다.


“벼락은 제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걸로 이동도 불가능하고, 다른 도시 역시 가본 적은 없고요. 이곳이 처음입니다.”

“처음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군. 지도를 팔러 온 게 아닌가?”


순간 위압감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눈이 마치 포식자의 것처럼 이글거리며 김윤을 노려보았다.

숨 막힐 듯한 마력이 알현실을 장악했다.


“고민 중입니다. 요구하신 게 아름의 지도와 그곳까지 향하는 길의 지도였지 않습니까.”

“그렇지.”

“무슨 연유에서 필요하신지 알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러한 것을 아름에서는 묻지 않는다.

어디에 사용하든 구매자의 마음.

그저 지도만 판매하는 것이 길잡이의 철칙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름이 아니다.


“너도 짐작은 했을 텐데?”


임재현이 히죽 웃었다.


“전쟁이다.”


김윤이 예상한 답 그대로였다.


“전쟁이라······.”

“이유가 궁금한가 보군?”


임재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 위로 마력을 일으켰다.


“내 고유 스킬이다. ‘땅의 주인’. 나의 마력이 흩뿌려진 땅은 나의 땅이 되고, 그곳에 들어선 자는 마력을 세로 내게 된다. 그리고 그 마력은 나의 마력으로 변환되지.”


임재현이 마력을 거두고 다시금 김윤을 바라보았다.


“네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는 이유도 그거다. 이 도시 전체가 나의 마력에 물들어 있거든. 땅이 커질수록 나의 마력은 강해지고, 더욱 큰 땅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그리고 그것은 또 나의 힘이 된다.”


임재현이 킥킥 웃었다.


“어때? 내가 전쟁을 하려는 이유도 알겠나?”

“그런 힘이 있다면······.”

“지구를 되찾는 데 쓰라고? 하하하! 이 힘이면 이곳에서 충분히 잘 먹고 사는데 뭐하러 그러지? 그리고 말이야 그러는 너도 그러고 있지 않잖아.”


임재현이 얼굴을 들이댔다.

그의 험악한 표정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받는 마력의 세는 그 사람이 가진 마력의 총량의 퍼센트로 받는다. 그러니 알 수 있다. 네가 얼마나 강한지. 벼락이 떨어지는 순간 웬만한 빈민들의 거주지를 합친 것보다 커다란 마력이 흘러들어 왔으니까.”

“빈민이라······. 마력이 약한 사람들을 뜻하는 겁니까.”

“그래, 외곽에 떨어졌으니 봤을 텐데? 마력이 약한 놈들 말이야.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식량만 축내는 쓰레기들.”


전형적인 마력 우월주의의 발언과 사상이었다.


“할 수 있는 게 뭐지? 마력이 모든 것을 차지하게 된 이 세상에서 말이야.”

“그렇군. 그런 너는 네 마력을 직접 골랐나?”


김윤이 몸을 일으켰다.

포박용 끈 따위는 아무런 문제 따위 되지 않았다.

애초에 잡힌 것도 마력을 아끼며 이곳에 들어오기 위함이었으니 말이다.


“뭐?”

“직접 선택해서 가진 것도 아니면서 차별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김윤이 마력을 일으켰다.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것도 알았고, 네 사상도 알았으니 더 듣고 있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임재현, 네 사상은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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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89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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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5 3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03 2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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