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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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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05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09.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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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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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섬광 (2)

DUMMY

김윤이 지도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마력을 불어넣으며 그것을 임재현을 향해 내던졌다.


지도가 마력과 반응하며 푸르게 타올랐다.

이어 그 안에 품고 있던 것을 밖으로 내뱉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세상이 멸망했음에도 그 모습을 품고 있는 그러한 것이었다.

푸른 섬광이 쏟아졌다.

그리고 하나의 광경을 그렸다.


그것은 하늘의 풍경이었다.

비행기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의 풍경 말이다.


주변이 하늘의 빛깔로 물들자 임재현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풍경이 하늘이기에 추락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는 추락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저 기억을 보여주는 것, 환상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사이 김윤이 품에서 꺼낸 또 다른 지도가 푸르게 타오르며 무기를 만들어냈다.

권총 한 자루와 날카로운 도 한 자루였다.


탕! 타앙!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탄환이 임재현의 속살을 노렸으나 피부조차 뚫지 못했다.


“환상으로 눈을 희롱하고 그 틈을 노려 공격할 셈인가.”

“그건 아니고 내가 잘못 말한 거 같아서.”


김윤이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최후의 한 발.


퍼억!


그것은 단순히 명중에만 그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A급 스킬이 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이전과 달리 강력해진 총탄이 임재현의 손목을 꿰뚫는 것으로 그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거리를 좁힌 김윤이 도를 크게 휘둘렀다.


임재현의 가슴팍이 쩌억 하고 갈라졌다.

하지만.


‘얕다.’


김윤은 빠르게 뒤로 빠지며 임재현의 반격을 피해냈다.


‘뭐 죽일 생각도 없지만.’


거리를 벌린 그는 저 멀리 있는 이지우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받은 의뢰가 있다.

그것은 임재현을 죽여서는 성공할 수 없었다.


‘물약도 얻어 마셨으니······.’


김윤이 이전에 빠졌던 어깨를 붕붕 돌려보았다.

잘 맞춰진 것은 물론, 타박상조차 남지 않았다.

그가 이 싸움에 임하기 전에 마셨던 물약 때문이었다.


‘지속 회복의 물약. 지속 시간은 10분 정도랬나.’


그것 덕분에 빠르진 않으나 김윤이 입은 상처는 계속해서 회복되고 있었다.

그러니 자잘한 상처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김윤이 마력으로 흩어지는 도를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자세를 다잡았다.


“내가 요즘 최신 유행 지도를 바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이게 시간이 좀 걸려서 말이야.”


임재현이 바닥을 박찼다.


콰앙!


그리고 김윤이 있던 곳에 떨어지며 굉음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조금 기다려야겠습니다. 손님!”


부웅!


거대한 임재현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뒤로 물러났음에도 풍압이 김윤을 후려쳤다.


“큽!”


말도 안 되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겪은 적이다.

어느 정도 파악은 됐다.


공격은 말이다.


‘내구는 아직 확실하게 모른다.’


김윤은 쏟아지는 임재현의 공격을 피해내며 틈을 노렸다.

그리고 틈이 생길 때마다 공격을 꽂아 넣었다.

하지만 임재현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의 두꺼운 근육과 마력으로 강화된 피부는 그 정도로 충격을 입지 않는다.


김윤은 더욱 강한 공격을 쏟아부었다.

이번에도 임재현은 아무렇지 않았다.

흠집이 가도 회복을 할 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써도 죽지 않겠군.’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김윤에게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김윤이 뒤로 물러나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그의 전신에 발현된 마력이 요동쳤다.

그리고 하나의 속성을 띄기 시작했다.

A급 스킬, 원소 운용이었다.


마력을 특정 원소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킬, 원소 운용.

A급에 위치한 스킬이었으나 정확히 하자면 이것은 온전한 A급이 아니었다.

원소 운용은 F~A, 모든 급을 포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익히는 스킬 중 하나.

이것은 숙련도에 따라 급수가 급변하는 스킬이었다.


낮은 급에서는 그저 원소만 만들어낼 뿐이다.

하지만 높은 급에서는 동시에 다른 속성을 사용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다른 스킬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혹은 그 이상으로 조합해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공용 스킬의 조합으로 고유 스킬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이러한 것을 뜻했다.

그리고 지금 김윤이 행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은 것이었다.

공용 스킬로 고유 스킬을 따라잡는 것.


그의 전신에서 푸른 번개가 치솟았다.


김윤의 고유 스킬은 전투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그가 8년 동안 살아온 삶은 전투로 가득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었다.


“흡!”


이어 짧은 기합과 함께 발을 딛었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섬전과 같은 속도였다.


원소 운용과 강화의 조합.

번개가 그의 육신을 강화했다.


이어 방출과 마력 광선, 원소 운용의 조합.


“뇌격.”


그의 주먹이 임재현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콰르르릉!


그것은 번개의 꽃이었다.

그의 주먹에서 푸른 번개로 이루어진 꽃이 피어나며 임재현을 꿰뚫었다.

임재현을 관통한 번개가 그의 등에서 화려하게 꽃잎을 펼쳤다.


“크으으윽······!”


임재현이 신음을 흘렸다.

타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번개로 피어난 꽃은 찰나의 순간만 피어났다.

순식간에 꽃이 시들기 시작했다.


임재현을 옥죄던 번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꽃은 피었다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거름이다.


김윤이 내질렀던 손을 당기며 펼쳤다.

그의 손바닥에서 푸른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피뢰.”


그러자 자신의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흩어지던 마력이 부름에 응했다.


파직!


다시금 서로를 끌어당기며 방전을 일으키는 흩어진 마력.

그것은 다시금 번개가 되어 김윤의 손바닥을 향해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임재현이 있었다.


“크아아악!”


번개가 임재현을 꿰뚫으며 김윤의 손에 다시금 모였다.

이어 그는 다시금 주먹을 움켜쥐었다.


번개가 그의 주먹을 휘감았다.

그것을 넘어 그의 팔 전체를 휘감았다.


“다시 간다.”


번개가 휘감긴 팔을 당겼다.

그리고 내질렀다.


콰르르릉!


그러자 우렛소리와 함께 번개가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첫 번째 뇌격의 것보다 배는 많은 번개였다.


고기가 타는 냄새가 코를 파고들었다.


김윤은 뒤로 물러나며 임재현의 상태를 살폈다.

전신이 번개에 구워져 검게 변했다.


쿵!


그리고 의식을 잃었는지 그의 두 무릎이 바닥과 맞닿았다.

하지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만한 마력과 그것으로 단련된 몸이 있으니 말이다.


금방 의식을 되찾고 상처를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덤빌 것이다.

그러니 지금 빠르게 처리해야만 했다.

김윤은 방금의 공격들로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으니 말이다.

그가 다시 깨어난다면 이후를 장담할 수 없었다.


김윤은 재빠르게 코트 안쪽에 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빼 들자, 손가락의 사이마다 지도가 하나씩 끼워져 있었다.


총 여덟 개의 지도.

김윤은 동시에 그 모든 지도에 마력을 불어넣고 스킬을 발동했다.

원소 운용과 마찬가지로 숙련도에 따라 급수가 달라지는 스킬, 결계.


푸른 마력이 벽을 이루며 임재현을 가두었다.

그러자 김윤은 들고 있던 지도들을 그 벽에다 내던졌다.

푸르게 타오르던 지도들이 벽과 맞닿자 그것에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이어 결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더욱 푸르게 타오르며 내부가 보이지 않게 변했다.


김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 됐어요.”


그러자 이지우가 모습을 드러내며 결계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이 결계가 끝날 때 모든 결과가 나오게 될 거예요.”


그가 만든 결계는 기억의 결계.

자신의 고유 스킬을 이용해 만든 결계였다.

지도에 담긴 기억이 그에게 깃들며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설계된 결계.

이것에 담긴 기억은 모두 그가 빈민이라 칭하던 이들의 기억이었다.


김윤이 이틀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였다.

상처의 회복도 있었으나, 기억의 확보.

이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진부한 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직접 겪게 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는 이러한 일은 말이다.


또한 확률도 낮은 일이었다.

애초에 그 역시 그러한 아픔을 겪은 이였다.

그리고 김윤이 본 임재현은 이미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저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아요. 당장으로서는 그의 생각이 그렇게까지 그르다고 보지 않기도 하고요.”


김윤이 푸르게 타오르는 정육면체의 결계를 바라보았다.


“아, 물론 마력으로 사람을 대우하는 게 옳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현재로선 이것보다 나은 해결 방법은 존재하지 않죠. 그는 노력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부정했으니 이렇게 되어버린 거니까요.”


그의 시선이 이지우를 향했다.


그의 뜻은 부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금 세상에 가장 걸맞는 모습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다시금 지구를 재건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제도는 당장은 옳게 된 제도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그리고 지구를 재건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임재현은 그러한 뜻을 품고 있지 않았다.


그저 복수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존중.

그 두 가지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차별이라고 할 수 있으나 차별이라 하기도 어려운.

그나마 경쟁이라고 비슷하게 볼 수 있는 지금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약하더라도 차별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이상 그것은 결국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정 이상의 노력으로 힘과 권력을 쟁취한 이들은 결국 그것에 취해 성장을 멈출 것이다.


그 정도면 성장해도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자신의 아래에 있는 이들보다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심한 차별을 낳을 것이다.

앞서간 그들은 다른 이들이 노력하지 못하게 막아낼 것이다.

자신만이 이러한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말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별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권력이 있는 자들의 억압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분노한 시민들은 일어날 것이고, 다시금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도시의 모든 체계가 무너지고 혼돈에 휩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힘은 지금 단 한 사람의 힘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니 말이다.

또한 그들이 몰래 힘을 키운다고 해도 그것은 지금의 지도자, 임재현의 힘만 더욱 길러줄 뿐이었다.


그러니 그들을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패는 한 도시의 몰락을 이루어낼 것이다.

반란을 일으켰으니 그들은 모두 죽을 것이고, 전투 외의 것을 하는 이들이 줄어들었으니 도시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바뀌어야 했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미래에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저 결계가 해결해주기를 바라야 했다.


이지우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결국 옳은 것은 아니죠.”


그리고 그들은 푸르게 타오르는 결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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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기억과 길 (3) 23.09.27 89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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