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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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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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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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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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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헛수고 (2)

DUMMY

흘러 들어오던 기억이 멈췄다.

이후에 이어지는 기억이 없기 때문이었다.

신민우의 의식이 그대로 끊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쿨럭!”


김윤이 이 이상으로 마력을 사용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 보탰다.

때문에 그것이 아니었어도 끊어질 기억이었다.

그러니 타이밍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후우······.”


김윤이 턱을 타고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등을 벽에 기댔다.

전신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퍼져나갔다.

의식을 붙잡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두 다리가 그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자, 그는 벽을 타고 주르륵 쓰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윤군!”


그 모습에 시장이 달려왔다.


“괘, 괜찮나?”

“괜찮습니다······. 그것보단 신민우 리터너를······.”


김윤이 신민우가 있는 곳을 힘겹게 가리켰다.


“민우? 그보다 자네가······?”


그가 깨어났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거 괜히 헛수고한 거 같네요. 어떻게 딱 깨어난담.”


김윤이 벽에 어깨를 기대며 몸을 일으켰다.


“······뭐가 헛, 수고, 지.”


그러자 신민우가 입을 열었다.

그 질문에 이곳에서 가장 멀쩡한 시장이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네.”

“그렇군요······. 그래서 김윤이······. 오히려 잘 됐습니다. 제가 설명하기엔 어려운 부분들도 있으니······.”


신민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본 것을 설명해라.”


그리고 김윤을 바라보았다.



***



신민우를 통해 읽어낸 기억.

그리고 그가 이혜진을 통해 읽어냈던 기억.

김윤이 그것을 하나씩 꺼내 풀어냈다.


“그렇군······. 백화는 이번 마약 사태의 주범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공장 쪽을 사용한 건 물론, 우리가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어요.”


실바 크라켄의 부산물, 그것에 준비된 마력초들과 다른 부산물.

그리고 이혜진의 능력.

그것은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정보를 넘겼다는 이야기겠군.”

“여러 길드와 연합한 것이기에 찾기는 어렵겠어.”

“그뿐만이 아니에요. 마력초를 특수한 약물로 개조했어요.”


이혜진이 사용하던 것, 그리고 백민호가 사용하던 것.

그것의 형태는 모두 다르나 마력초였던 것은 분명했다.

그 특유의 냄새가 있었으니 말이다.


“둘의 흡입용 물건은 다르긴 했지만······. 아, 효과도 조금이지만 다르고요.”


백민호는 큰 부작용은 없어 보였다.

반면 이혜진은 코피는 물론, 한계 이상의 마력이 몸을 휩쓸었다.


“증폭의 양 차이인가.”


신민우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백민호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시장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질문을 던졌다.


“그럼 마력초는 대체 누구 퍼뜨린 건가?”

“백화는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그들에게 마력초를 공급한 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 많은 마력초를 놈들이 만들 수는 없을 테니. 그리고 그게 이 사태의 주범일 겁니다.”

“연금술사와 약제사들 위주로 찾아봐야겠군.”

“관련 길드도 수색해봐야 할 겁니다.”


신민우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행히 완전 헛수고는 아니군요.”

“뭐 하는 건가?! 좀 더 쉬지 않고!”


시장이 당황하며 그를 말렸으나 신민우는 거절했다.


“몸은 다 회복됐습니다. 그보다 일이 풀린 것이 없으니 당장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이들이 할 것이야.”

“사람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치유는 이제 제가 아닌 김윤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가 김윤을 흘끗 바라보았다.

척 보아도 안색이 좋지 못한 게 몸 상태 역시 좋지 못한 듯했다.


“물론 윤군에게는 치유를 제공할 거네. 하지만 자네도 회복해야 해.”

“전 괜찮습니다.”


신민우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멀쩡히 걸으며 방을 빠져나갔다.


신민우가 방을 빠져나가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시장이 입을 열 때까지는 그것이 이어졌다.


“······힐러를 불러오지.”


그가 김윤을 바라본 후, 인벤토리에서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통신용 수정구였다.


그가 어딘가로 통신을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방으로 들어섰다.

치유형 마력을 지닌 이, 힐러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하나였다.


치유형 마력, 그 어떤 도시에서도 가장 희귀한 이들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치유를 위한 스킬을 익히기 위해 알맞은 마력을 지닌 이들이 그들이었고, 그것은 매우 적었으니 말이다.

물론 치유 스킬과 맞지 않더라도 고유 스킬이 있다면 그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이것은 더욱 희귀했다.


힐러의 마력이 김윤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망가진 그의 신체에 스며들었고 치유라는 기적을 선사해주었다.


평범한 자연 재생, 혹은 과거 보았던 급속 자가 재생과는 다르다.

후자처럼 빠르나, 전자처럼 안전하다.


두 시간 후, 그의 몸은 완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회복을 했다.


“감사합니다.”


김윤이 몸 상태를 점검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상태였다.

마력의 운용도 원활해졌다.


“아닙니다.”


힐러가 은은한 미소도 화답했다.


치유를 마친 힐러는 방을 빠져나갔고, 김윤 역시 시청을 빠져나왔다.


-윤군도 회복만 우선으로 하도록.


일에 관해 따로 할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정부 측에서 알리지 않고 찾을 생각인가 보군. 하긴, 다른 길드 중 내통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김윤이 시청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아공간 위로 지어진 칙칙한 도시의 풍경.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누군가 그를 불렀다.


“사장님!”


주은서와 최현민, 길잡이의 이들이었다.


“너희가 여긴 무슨 일이야?”

“그야 사장님이 안 오니까 왔죠.”

“나, 나가신 지 꽤 지났는데 아, 안 오셔서요.”

“아, 미안. 치료 좀 받느라.”


김윤의 대답에 주은서가 김윤을 유심히 살폈다.


“정부에서요?”

“응.”

“흐음······. 그래요. 그럼 이제 가게로 돌아가시나요?”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김윤이 시선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조금 떨어진 위치였다.


“잠깐 같이 가줄래? 너희 둘 다.”


김윤과 주은서, 그리고 최현민이 나란히 어딘가로 향했다.


“여, 여긴······.”


그곳은 리터너가 아니면 출입이 금지된 곳.

포탈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는 갑자기 왜요? 바깥에 나가기라도 하시려고요?”

“확인할 게 있어서.”


김윤이 포탈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십니까?”


그러자 그것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갑옷과 창과 검으로 무장한 경비병들이었다.


“저 사람······. 도망자잖아.”

“도망자? 아, 그 지도 만드는······. 그래서 그 사람이 여긴 무슨 일이래?”


그들이 김윤의 정체를 깨닫고는 무언가 속닥였다.

그러나 마력 랭크 A, 때문에 신체 능력이 높은 그에게는 다 들리는 내용이었다.


“소문 못 들었어? 저번에 도시가 망가질 뻔한 것도 저 사람이 구했다더라. 거기 숲 생긴 거 있잖아.”

“아, 그 유일의 숲이라 불리는 곳?”

“그래!”

“그래도 도시 안에서는 남아도는 힘을 쓰나 보네. 그래서 그게 여기 온 거랑 무슨 상관인데?”

“멍청아, 그간 도시에 위협이 없었겠냐? 그런데 도망자가 힘을 쓴 거잖아. 이제 도시를 위해 살겠다. 뭐, 그런 거 아니겠어?”


둘은 앞에 다른 이들이 있던 것도 잊은 듯 다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김윤이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앗, 네, 넵.”


그제야 경비병들이 자세를 다잡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포탈을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포탈을요?”


그러자 경비병 중 하나가 다시금 팔꿈치로 옆에 있던 경비병을 찌르며 속삭였다.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이제 리터너로 활동하려는 거라고.”

“정말 그런 건가······?”


팔꿈치로 찔린 쪽이 멍한 얼굴로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가능할까요? 마력 랭크는······.”


김윤이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도시에 들어가려면 필요한 물건.

그것에는 당연하게도 마력 랭크 역시 표기되어 있었다.


“A랭크,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주은서와 최현민도 각각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순서대로 B와 C였다.

모두 리터너가 가능한 마력 랭크, 포탈 사용이 가능한 마력 랭크였다.


“모두 확인되셨습니다.”


그제야 경비병이 길을 터주었다.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하던 대로 경비를 서며 김윤에 대한 이야기를 속삭였다.


“말 참 많네요.”


주은서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러게.”

“포탈만 지키고 있는 일이니까 심심하겠지.”


김윤이 자신의 앞에 있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지구로 통하는 이 도시의 유일한 길.

그리고 그간 그가 탈 수 없었던 길.


“그나저나 정말로 포탈을 타려고요?”


주은서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트라우마를 알고 있었다.

그녀만이 아니다.

그녀의 곁에 있는 최현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어째서 포탈을 타지 못하는지.

장갑을 끼고 사는지.


“하, 하지만······ 사, 사장님은 다, 달라졌어.”


최현민은 변화를 한 번 보았다.

마력초 공장에서의 날.

그날 그가 택한 길을 말이다.


그는 장갑을 벗어 던지고, 포탈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모두를 구해냈다.


“흐음······.”


주은서가 최현민의 말에 김윤을 바라보았다.


꿀꺽.


김윤이 침을 삼켰다.

그리고 포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과연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것일까.


그의 손끝이 포탈과 맞닿았다.

그러자 포탈을 탈 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이 그것을 타고 퍼져나갔다.


“허억!”


그리고 그 결과는 실패였다.


김윤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흔들리는 동공으로 포탈을 바라보았다.


그 감각이었다.

손에 피를 묻혔을 때.

포탈을 탔을 때.


거칠어지는 호흡, 흔들리는 동공.

빨라지는 심박수.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상태.

그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휘젓는 기억들.


그의 트라우마가 일으키는 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왜지?

저번엔 이겨내지 않았나?

김윤이 자신을 휘감는 어둠을 느꼈다.

이 어둠도 마찬가지다.

그날 그는 이것도 이겨냈었다.


‘착각이었나?’


그의 마력이 폭주를 일으켰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주은서가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고유 스킬을 펼쳤다.

황금빛 구체가 김윤을 감싸더니 그의 폭주를 안정시켰다.


“무, 무슨 일입니까?!”


그 빛에 경비병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주은서가 쓰러진 김윤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저번 일로부터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는 경비병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장님이 그날 싸움으로 몸이 많이 상하셨거든요. 마력이 흐르는 관이 상했다랄까? 그런데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포탈을 타려 해서 마력이 폭주한 거 같아요.”

“그, 그렇군요. 어째서 그런 짓을······.”

“아무래도 더 빨리 도시를 위해 힘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현민 오빠, 사장님 좀 챙겨주시겠어요?”

“어, 으, 응!”


최현민이 김윤을 등에 업었다.


“그럼 저희는 사장님을 치료하러 가볼게요.”

“아, 알겠습니다. 완쾌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최현민과 주은서가 그들을 뒤로한 채 포탈이 있는 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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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본업 (2) 23.10.04 74 2 12쪽
41 본업 (1) 23.10.03 78 2 12쪽
» 헛수고 (2) 23.10.02 7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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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기억과 길 (3) 23.09.27 89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7 3 11쪽
35 마력초 공장 (4) 23.09.22 84 3 12쪽
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5 3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03 2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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