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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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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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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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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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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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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 개의 길드 (2)

DUMMY

아름에 있는 세 개의 대형 길드.

회귀, 미르, 헌터즈.

이들은 애초에 사이가 좋지 못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는 정부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주니 정부 입장에서 손을 크게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보면 또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모래 폭풍이 회의실을 휩쓸며 용머리와 같은 모습을 이루었다.

그것은 아가리를 금방이라도 쩍하고 벌리며 소리칠 것만 같은 생생한 모습이었다.


“요, 용의 포효······!”


회의실에 있는 이중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이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이어 소리쳤다.


“대, 대비해!”


저것이 지닌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두 귀를 막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조호주의 고유 스킬, 포효.

그것은 그의 마력이 이룬 생물의 형상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형태는 용.

그것이 부여하는 포효의 효과는.


‘석화.’


크르르르.


조호주 뒤에 형상을 이룬 모래의 용이 으르렁거렸다.


“여기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일 생각인가?”

“각 길드의 수장이란 것들이 이런 걸로 죽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박건영이 그의 뒤에 있는 용을 바라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것의 주둥이가 벌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걸세.”

“아공간에서 숫자나 세던 놈이 할 수 있을 거 같나?”


조호주의 마력과 박건영의 마력이 쏟아지며 서로 충돌했다.


“다른 길드들이 보고 있는데 창피하지 않나요? 무려 아름의 삼대 길드나 되어서 말이죠.”


그러자 가만히 보고 있던 신윤아 역시 마력을 끌어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몸 주의에서 새카만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세 개의 거대한 마력이 충돌하며 형용할 수 없는 기세를 뿜어냈다.

그것은 곧 중력과도 같은 위압감이 되어 회의실 전체를 짓눌렀다.


이곳에 있던 수많은 길드장.

그들은 대부분 C랭크에서 B랭크에 밖에 달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지금의 이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대부분은 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곳을 가득 메운 사나운 마력을 견디기 버거웠기 때문이었다.


반면 A랭크의 마력을 지닌 이들은 아니었다.

신민우와 김윤.

그들은 멀쩡히 서서 그들의 충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초에 우리가 모인 이유는 마력초를 막기 위함이잖아요?”


신윤아가 자신의 몸 주위를 맴도는 어둠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그 새카만 것이야말로 그녀의 능력, 고유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회귀 역시 마력초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던데······.”

“······우리의 일은 우리가 해결할 거다. 그리고 약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조호주가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면 저놈부터 처리했어야지. 저놈의 능력이야말로 마약이나 다름없다.”


그의 시선이 김윤을 향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 역시 김윤을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민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또 새 소문이 돌겠군.’


물론 그를 향한 좋지 못한 소문을 최초로 만들어 낸 것은 정부 측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 사람에게 너무도 잔인한 짓을 했었으니 말이다.


신민우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김윤은 그저 뺨을 긁적일 뿐이었다.

자신을 향한 좋지 못한 소문은 익숙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뭐가 더 추가된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사람들이 과거에 찌들어 현재에서 도망치게 하고 미래로 향하는 것을 막는다.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것에 의존할 것을 주어 나약하게 만든다. 저놈이야말로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최악의 약이다.”


그의 뒤에서 꿈틀거리면 모래의 용이 김윤을 노려보았다.

그것은 자신의 살점인 모래를 폴폴 날려 김윤의 몸 주위를 휘감았다.


“······글쎄요. 그렇다고 하기엔 꽤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신윤아가 김윤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녀의 몸을 맴돌던 새카만 무언가가 모래를 휘감아 바닥에 팽개쳤다.


“약도 쓰기 나름이니까요.”

“모순이군. 그렇다면 마력초 역시 마찬가지다.”


마력초, 약제사들과 연금술사들이 약이 통하지 않는 현재의 인간을 위한 약품을 개발하다 만들어진 부산물.

정확히는 식물형 몬스터의 부산물과 스킬과 마력, 그것의 혼합으로 탄생한 약품의 밑 재료 중 하나였다.


그것은 잘만 사용하면 여러 이로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약이 들지 않는 지금의 이들에게 진통의 효과는 물론 순간적인 신체적 강화를 부여하니 말이다.

즉, 이것은 통증을 완화해주고 자연 재생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약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을 조제, 약품으로 만든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도시에 퍼져 있는 마력초는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마약, 그것 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쾌락과 황홀감을 위한 것이었다.

절망적인 현실을 잊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마력초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설마 그쪽도 마력초를 사용하시거나?”


신윤아가 싱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마력초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새카만 것이 돌아와 그녀의 손을 휘감으며 손의 크기를 키웠다.

인간의 것은 아니었다.

짐승의 것, 그중에서도 범의 것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그만하시죠.”


신민우가 그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윤아가 그들을 말려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정말로 싸움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마력 랭크 A끼리의 싸움, 그것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결단코 도시 내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끼리 다투기 위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마력초를 퍼트리는 놈들을 잡기 위해 모인 겁니다.”


신민우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흥.”


조호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몸을 팍 돌리며 마력을 거두었다.

그 모습에 신윤아는 신민우에게 살짝 미소 지으며 마력을 거두었고.


“죄송해요.”


박건영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하하. 나도 미안하네.”


그러나 그의 자리는 이미 마력에 휩쓸려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나머지 회의는 서서 해야겠군. 안 그런가?”


박건영이 미소를 지으며 김윤의 곁에 나란히 섰다.


“그러시기엔 나이가 좀 있지 않으신가요?”


김윤이 허공에 손을 집어넣어 빈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가 지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종이였다.

그리고는 그것에 자신의 기억을 담은 후,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회의실에 망가진 책상과 의자들이 푸르스름한 기운을 품은 채로 새로 만들어졌다.


“앉아서 하시죠. 어르신.”

“하하하, 내 아직 정정하긴 하지만 고맙네. 사양하진 않겠어.”


박건영이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후 신윤아가 감사를 표하며 자리에 앉았고, 조호주는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뽑아낸 후 그 위에 걸터앉았다.


마력의 충돌이 사라져, 쓰러졌던 이들도 하나둘 일어서 자리에 몸을 맡겼다.

이후 회의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조호주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사나운 시선은 여전했다.

한쪽에만 고정되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조호주의 따가운 시선이 회의 내내 김윤을 노려보았다.

김윤은 그러한 시선에 부담을 느껴 슬쩍 미소를 지어보았으나 오히려 악효과를 낼 뿐이었다.

조호주의 시선이 오히려 더욱 사나워졌다.


어느덧 회의가 끝나갈 시점이었다.


신민우가 말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한 가지 밝힐 것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신민우를 향했다.


“이번 일은 마력초 공장을 막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야 마력초는 마약이다.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공장이 없어졌다 한들 그것에 중독된 이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그것을 얻으려고 할 것이었다.


사수 길드의 길드장이 입을 열었다.


“중독된 이들이 문제죠.”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것을 해결할 방안을 지금 이곳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민우의 시선이 김윤을 향했다.


“길잡이.”

“길잡이······?”


아름에 있는 유일한 지도 가게.

대부분의 이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중소 길드의 길드장 역시 마찬가지.

그렇기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는 그냥 지도나 파는 곳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마저도 이제는 필요 없는 가게죠.”


사나운 시선이 김윤을 향해 꽂혔다.

그러나 이미 가장 사나운 것이 하나 있었기에 그다지 개의치는 않았다.


“아공간의 지도나 만들고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지구나, 마석 던전의 지도인데 말이죠.”


회의실에 있던 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둘 불만을 토해냈다.


“다른 A랭크라면 입도 열지 않았을 것들이.”


그러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박건영이 입을 열었다.


“안 그런가?”

“그, 그건······.”

“이놈이 착해서 봐주는 거지 아니었으면 자네들은 이미 다 죽었어. 과거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요, 말씀대로 A랭크입니다! 하지만 그 힘을 이렇게 낭비하고 있는 게 옳습니까?!”


박건영이 상대가 소리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자네가 무슨 길드였지?”

“······영원 길드입니다.”

“영원이라······. 자네는 지금의 아름을 위해, 그리고 지구의 재건을 위해 무엇을 했나?”

“저, 저희는 리터너들로 이루어진 길드로 몬스터를 사냥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돈을 벌어 길드를 키웠겠지. 네놈이 먹고살기 위해서 말이야.”

“다들 그러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곧 지구를 재건하는 일입니다!”

“아니.”


박건영의 목소리에 평소와 달리 웃음기가 사라졌다.


“모두가 그러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에 불과해. 그렇기에 나는 길잡이와 이 친구를 욕하지 않지. 나는 이 친구처럼 굴지 못하거든.”

“흥, 웃기는 소리로군.”


조호주가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시비를 걸었다.


“자네라면 가능하겠나?”

“나는 그보다 더욱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이딴 아공간에서 연명하기 위한 짓이 아니라.”


조호주가 낮게 으르렁거리듯 답했다.

그리고 신민우가 박건영을 말렸다.


“저······ 박건영 길드장님.”

“알고 있네. 그런 계약이었지.”


이 이상은 알려져서는 안 됐다.

김윤은 아직 그대로 있어야 했다.

이기적인 짓이지만 말이다.


신민우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

그러나 그것은 표정에 불과했다.


“······길잡이가 마력초에 중독된 이들을 해결해줄 겁니다.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일부는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민우가 잠시 분위기를 살폈다.

그의 말대로 몇몇 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그야 아무리 감춘다 해도 완전히 감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능력을 이미 몇몇 이들이 체험했고, 그것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겠죠. 그러니 이 자리를 빌려 밝히겠습니다. 김윤.”


신민우가 김윤을 부르며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고유 스킬 ‘계약’이었다.

허공에 거대하며 푸른 도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전에 비밀은 유지가 되어야 하니.”


콰앙!


거대한 도장이 바닥을 내리찍었다.


“‘계약’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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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헛수고 (1) 23.09.28 77 1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89 3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2 3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87 3 11쪽
35 마력초 공장 (4) 23.09.22 84 3 12쪽
34 마력초 공장 (3) 23.09.21 85 3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03 2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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