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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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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조회수 :
18,203
추천수 :
333
글자수 :
1,020,566

작성
23.10.04 18:05
조회
73
추천
2
글자
12쪽

본업 (2)

DUMMY

건물을 빠져나온 것은 좋다.

도시를 빠져나온 것도 말이다.

그야 이렇게 생생한 자유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생생했다.


그렇기에 몸조차 가눌 수가 없었다.

하늘을 가르는 그 속도가 너무도 빨랐기 때문이었다.


반동을 이용해 도시를 빠져나온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배제 구역이 밀어내는 힘을 어느 정도 유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도시를 빠져나갈 정도는 되겠지.’


아니, 그 이상이었다.

반동의 위력이 그가 상정한 것 그 이상이었다.


“끄으으읍······!”


벌써 아름의 모습은 너무 작아 집중하지 않으면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속도는 줄어들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속도로 인해 일어나는 압박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마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로도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강화가 아닌 방출을 이용한다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출을 일으키는 손과 발이 뒤로 몰려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보통 마력의 방출은 손과 발을 통해 일어나니 말이다.


그것들만 방출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미지가 그것으로 굳혀졌을 뿐.

또한 그렇게 한정 지어야 마력을 다루기가 더욱 편해지며 숙련도를 쌓기 쉬웠다.


김윤 또한 그런 식으로 숙련도를 쌓은 경우.

집중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손과 발과 달리, 따로 집중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곳에서 마력을 방출하기 어려웠다.


‘아니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아.’


김윤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어막을 전방에 펼쳤다.

이어 전신에서 마력을 발현, 이후 방출했다.


그의 전신이 발광하며 새하얀 하늘에 푸른 꼬리를 그렸다.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김윤이 마력을 쏟아내며 자신의 앞을 지켜주고 있는 방어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타이밍을 맞춰 그것을 고정, 동시에 그것을 향해 마력을 쏟아부었다.


콰과과과!


유성처럼 날아가던 김윤이 제자리에서 멈추며 아공간보다 더욱 밝게 발광했다.

그의 마력이 방어막을 밀어내며 그를 쏘아낸 힘과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


덕분에 김윤은 이 이상 날아가지 않고 땅으로 착지할 수 있었다.


“휴,”


김윤이 이마를 쓱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날아온 것일까.

이제 아름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돌아가는 길이야 직선일 테고.”


김윤이 마력의 잔재를 바닥에 흩뿌렸다.

돌아갈 방향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서부터 조사하는 건 처음이네.”


이어 인벤토리에서 깨끗한 새 종이를 꺼냈다.


김윤이 지도를 만드는 방식은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다.

망가진 지구는 물론, 던전에서도 쓰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야 그가 그리는 지도는 이토록 새하얀 공간이니 말이다.


때문에 그는 펜 따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마력 흡수율이 좋은 종이와 스킬만 있으면 될 뿐.


김윤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 공간의 기억을 읽으려고 할 때였다.


“아, 맞다.”


까먹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간 길잡이에 갇혀 있어 하지 못했던 것.

능력의 점검.

그중에서도 공간의 형상화였다.


마력초 공장에서 그가 만든 숲, 그리고 그 전 노호수와의 대치 중 만들었던 폐허.

모두 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아공간의 새 풍경이었다.


‘하나는 내 의지로 만든 게 아니지만.’


폐허는 그렇지만 숲은 그의 의지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 역시 폐허와 마찬가지로 그가 마력을 공급하지 않음에도 유지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스킬로도 존재한 적이 없던 일이었다.

모든 스킬은 시전자의 마력을 통해 유지되는 것.

당장 그가 탈출한 주은서의 배제 구역만 해도 그러했다.


그녀가 계속해서 마력을 불어넣기에 그것은 유지가 되는 것이다.

반면 김윤이 만들어낸 지역들은 아니었다.

만들 때는 마력을 소모했으나 그 이후는 아니었다.


김윤이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력을 일으키며 손을 머리 쪽으로 가져갔다.

자신의 기억 중 마땅한 것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흐음······.”


그렇게 큰 것일 필요 없다.

그저 확인만 할 뿐이니 말이다.


김윤은 작은 연못이 담긴 곳의 풍경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일대에 펼쳤다.


연못이 중앙에 만들어지고 그 근처로 푸른 풀들이 자라나며 일대를 장식했다.

기억의 재현이었다.


이전이었다면 환영에 불과했을 풍경.

그러나.


“존재한다.”


김윤이 연못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말 물이었다.

그 옆에 난 것도 마찬가지.

정말로 풀이었다.


“생명도 만들어낼 수 있는 건가······?”


풀은 식물, 그것 역시 생명이다.


“아니지······. 이미 만든 적이 있었구나.”


김윤은 자신이 만든 숲을 떠올렸다.


지금 김윤은 그것을 무에서 유로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로 생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지금의 세상을 뒤집을만한 일이었다.


김윤은 곧바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생명이 있는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중 소가 담긴 기억을 꺼내 재현했다.

하지만 그것은 환영에 불과했다.


‘식물만 되는 건가? 왜지?’


김윤이 바닥에 깔린 풀을 손으로 쓸었다.

식물은 되고 동물은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초의 재현은 그저 폐허.

두 번째에는 숲.

그렇기에 언제부터 식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지 알 수 없었다.


‘최초부터 가능했던 건가? 아니면 마력초 공장 때부터?’


김윤이 팔짱을 낀 채 주변을 살폈다.

새하얀 공간에 우두커니 있는 연못의 모습이 조금 기이하게 보였다.


‘어차피 도시에서도 많이 떨어졌겠다, 실험이나 해봐야겠네.’


김윤이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금 자신의 기억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



새하얗던 아공간의 풍경이 변했다.

그것은 누군가가 현실에 있던 공간을 마구잡이로 찢고, 뒤섞은 듯한 모습이었다.


중앙엔 연못이 있었다.

그리고 그 좌측엔 도시에서나 볼법한 건물이 하나 서 있었다.

이어 우측에는 해변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눈으로 뒤덮인 땅이 있었다.


뭐 하나 서로 어울리지 않은 풍경들이었다.


“흐음······.”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는 그 기이한 광경을 만든 남자가 서 있었다.

잿빛 머리칼에 새카만 눈동자, 김윤이었다.


“지워지지는 않는군.”


김윤이 마력을 휘감은 손으로 눈이 뒤덮인 대지를 매만졌다.

실제 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그의 마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한 번 설치된 이후로 그의 영향권에서 떠난 것이었다.

변형은 물론, 제거조차 되지 않는다.


“막 깔면 안 되겠네.”


김윤이 엉망인 일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미 이것저것 실험을 하느라 마구잡이로 깔아버린 풍경이 눈에 담겼다.


‘그나저나 딱히 뭔가 알아낸 건 없군.’


김윤이 스킬을 실험하느라 집어두었던 지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것과 식물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정도인가.’


김윤이 중앙에 있는 연못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근처에 자라있는 식물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의심되는 건 이혜진의 기억을 흡수했을 때 같은데 말이지.’


그녀의 주마등, 그의 삶을 통째로 맛보았던 김윤.

그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그야 시도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각성한 능력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으켰던 것이니 말이다.


‘이혜진의 고유 스킬이 식물과 관련된 것이었으니까.’


“나중에 돌아가면 신민우 리터너한테 보고해야겠네.”

“뭘 보고한다는 걸까?”


갑자기 들려온 타인의 목소리.

김윤은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코트 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곳은 도시 바깥, 일반적으로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도시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

사람이 있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한 방금까지 그가 살펴보았을 때도 존재하지 않았다.


“누구냐!”


김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무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이내 그중에서도 중앙에 있는 남자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김윤은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가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타인의 기억을 통해 본 것이었다.


이국적인 외모가 있기에 하얀 머리와 푸른 눈이 아주 잘 어울리는 남성.

신민우의 기억, 그리고 이혜진의 기억을 통해 보았던 백화의 리더.

백민호였다.


“당신은······.”

“나를 아나 봐?”


백민호가 손을 들어 올렸다.


“대기해라.”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이들이 한발 물러난 채로 멈췄다.


“민우한테 전해 들었나? 민우는 어때 죽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야. 아, 내가 그 친구랑 조금 연이 깊어서 말이지.”

“······여긴 무슨 일이시죠?”


김윤이 품에서 손잡이를 꺼내 들었다.


“뭐야 그건. 신기하게 생겼네. 아, 여기 온 이유? 글쎄······.”


백민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감사 표현이자 의뢰랄까.”

“감사 표현? 의뢰?”

“그래, 네가 그 숲을 만들어준 거지? 정확히는 무덤이겠지만.”


백민호가 미소를 지었다.


“아, 경계할 필요 없어. 감사 표현이랬잖아? 애초에 혜진이가 내 명령을 어겼기에 죽은 거였고 말이지. 오히려 무덤까지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녀도 자신의 시신이 다른 사람의 손에 닿는 걸 바라진 않았을 거거든.”

“······애초에 그걸 노린 게 아닌가요?”


김윤은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을 읽었으니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길을 모조리 끊어 놓고 단 하나의 길을 강요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당신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김윤이 손잡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것은 그의 마력을 연료 삼아 푸른 칼날을 만들어냈다.


“하하······. 예리한데?”


그가 메마른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과 동시에 그의 마력이 몸을 빠져나오며 스킬을 발동했다.


D급 스킬, 비밀 대화.

마력으로 만든 공간에서 소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너라면 알 것 같았어. 지도 제작자, 아니 개척자라고 불러야 하나?”


백민호가 주변의 변화된 풍경을 살폈다.


“다른 방식이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길을 만들 수 있는 자.”

“······뭐?”


그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김윤도 잘 아는 물건이었다.

미르에서 개발한 텔레포트를 사용하기 위한 팔찌였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말하지 않았어? 의뢰로 왔다고. 이게 그 의뢰거든.”


백민호가 팔찌를 김윤에게 던졌다.


“이걸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더라.”


김윤은 멍한 얼굴로 그것을 건네받았다.


백화, 그들은 범죄조직이다.

그리고 미르는 그들과 반대되는 입장.

도시를 지키고, 지구를 재건해나가는 아름의 주요 길드이다.


더군다나 미르는 백화에게 A랭크의 마력을 지닌 인재를 잃은 상황.

오히려 앙금을 품어야 하는 상태였다.

그들을 더욱이 처리해야 하는 이유만 가진 것이었다.


‘그런데 백화의 리더에게 의뢰를 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백화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개소리하지 마. 너 미르를 어떻게 했어.”


김윤이 손잡이를 백민호에게 겨누며 마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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