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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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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짠밥

몇일 전, 링겔이나 주사기를 놓기 위해 잡아 놓은 어머니의 손등 라인이 아프다고 해서 야간 담당 간호사가 주삿 바늘을 빼고 다른 곳에 놓으려고 하는데 혈관이 거의 잡히지가 않아서 여기저기 수십 바늘을 찌르고 나서야 간신히 라인을 잡을 수 있었다. 혈관을 찾기 위해 찌른 자리들이 나중에 구타 당한것처럼 시퍼렇게 변해서 꽤 보기 싫었는데, 간신히 라인을 잡은 것을 보고 수고했다고 하자.

"원래 정맥팀이 잡아야하는데, 퇴근하고 없어서 난감하네요."

"그래도 수고 하셨어요."

나는 핸드폰의 플래시까지 켜가며 간호사가 라인을 잡기좋게 보조를 했다. 간신히 성공한 그녀가 살짝 으스대며 이렇게 말했다.

"정맥팀이 와도 아마 힘들었을거예요."

"아아. 예에... 암튼 수고하셨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런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밤 없애버린 라인을 다시 잡기 위해서 나이가 좀 있고 등빨이 좋은 간호사가 여기저기 들여다보는 시간도 오래걸리지 않은채, 단번에 혈관을 찾아 라인을 잡은 것이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아아 괜히 짠밥을 논하는게 아니구나.' '일만 시간의 법칙.'이었다.

그 젊은 여자 간호사가 고생을 한 것은 잘 알겠으나, 조금만 더 잘난체하지 않았으면 그녀의 행동들이 더 빛이 났을텐데하고 아쉬울 따름이다...

때로는 말로하지 않고 젠체하지 않고 행동으로 수고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결국 빛이 날 때가 있다. 이런 말을 글로 옮겨적는 나로서도 젊은날을 돌이켜보면 말과 행동이 배치되는 사람이라 부끄러울 뿐이다.


댓글 4

  • 001. Lv.52 사마택

    19.07.10 14:45

    둘중에 하나입니다. 진짜 저렇게 생각한 우물안의 개구리구나. 저런 사람은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 결국 잡혀먹고 뒤쳐지게 될겁니다. 나중에 깨달아서 반전을 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더군요.
    나머지 하나는 자기가 찔려서 그런 겁니다. 자기가 실수한 것은 정확히 인지했으나 그걸 인정한 이후의 결과가 두려울 수도 있고 인정하는 거 자체가 싫어서 궤변을 늘어 놓는 거죠.
    의외로 주사를 제대로 놓을 수 있는 실력자(사실 정상적인, 당연한.)는 그리 많지 않죠.
    제가 군대를 전경으로 착출 되서 남원서에서 근무 했을때 아파서 남원에서 제일 큰 종합병원(실은 종합 병원이 그거 하나지만)에 가서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는데 딱 봐도 연륜있는 수간호사급의 간호사 아니면 짬좀 있어보이는 삼십대 이모 뻘도 제대로 주사를 못해서 몇번이나 헤맸더군요.
    그래도 그 시절에는 염치라는게 있어서 군인 신분인데도 불구하고 미안해서 다들 어쩔 줄 몰라 하거든요.
    그런데 서울 하늘 아래 있는 병원도 그런 간호사가 있군요.
    보통 이러면 짤리거나, 지방에 지점이 있다면 그리로 쫒겨나는데...
    저 나쁜 뇨자 같으니. 연로한 어르신에게 그런 실수를 연달아 했으면 고개 푹 숙이고 죄송해야지.
    불과 십몇년이 흘렀을 뿐인데. 실력 없는 것이 염치도 없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업종에 종사자가 직업적 윤리의식이 없네요.
    에잉 나쁜 뇨자.
    어머님께서 고생 많으셨네요.
    빨리 툴툴 털고 일어나서 또래 어르신들 보다 훨씬 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002. Lv.45 유나파파

    19.07.10 15:25

    블로그에서 글을 옮기다보니 시간차가 있는데, 지금은 퇴원하셔서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 003. Lv.52 사마택

    19.07.10 16:57

    아, 다행입니다.^^

  • 004. Lv.45 유나파파

    19.07.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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