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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곰팡이



서울의 좁은 집에 이사오고 나니 대구에서 살던 서른네 평짜리 아파트가 얼마나 컸는지 날마다 비교대상이 된다.


근 20여 년이 다 되어 가는 이 낡은 서울의 빌라는 좁고 습도마저 높아서 늘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의 발병 기저라고 아내는 의심하고 있었다.


언젠가 불시 확인한 장롱 뒤 곰팡이의 발현 때문에 아내는 신경질 적으로 습도 제거에 온 신경을 곧두 세웠다. 그것은 현재 집에 묶여 있는 보증금 만으로는 이 동네 어디도 갈 수 없음을 확인한 후 아내가 할 수있는 유일한 건강한 환성조성법 이었기 때문이다.


안방 바닥에 마루바닥 같은 것을 사놓을까 궁리를 했었고, 화장실 문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어야 했다. 그 문이 닫혀있는 순간은 큰 딸 아이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가 유일한 예외의 시간이었다.


지난 겨울부터 둘째 아이 감기와 비염이 떨어지지 않자, 아내는 둘째 아이 방 책장 뒤편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히스테리컬하게 믿음을 가졌다.


그덕에 모처럼 쉬는 토요일에 온 가족이 중세 영주의 영지민처럼, 혹은 옛적 평민에게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군역처럼 우리는 책장의 수많은 오래된 책들을 빼내고 책장 뒤를 매의 눈으로 살펴야 했다.


책장 뒤는 깨끗했다.


쉬는 날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는 회의감과 소소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이런 감정의 표출은 곧 돌이킬 수 없는 기나긴 장기전의 발발을 의미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갖은 고생과 끙끙댐 끝에 책장과 침대를 자리를 바꾸었고, 이제는 우리 집 안의 그 누구도 보지 않을 것 같은 낡은 책의 상당수는 버려져야 한다는 것만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좁은 집으로 이사 온 덕분에 아내의 불평이 2년 차에서 3년 차로 바뀌면서 점점 강도가 세어지고 있다.


성직자, 아니 생불이 된 심정으로 그것들을 인내하며 살아간다.




댓글 2

  • 001. Lv.28 검고양이

    20.05.02 23:58

    이 방법을 쓰시면 됩니다 유나파파님*^^*
    https://www.youtube.com/watch?v=jNXSNz7n2-k
    https://www.youtube.com/watch?v=jNXSNz7n2-k
    https://www.youtube.com/watch?v=J6TYYzmKxLE
    https://www.youtube.com/watch?v=0wPWlZzum5I

  • 002. Lv.45 유나파파

    20.05.03 00:14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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