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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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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66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0.04.22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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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 프롤로그.[소환, 그리고 두 엘프 해병대원]

DUMMY

눈부신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아름다운 누님 한 분이 다짜고짜 내 머리에 총부리를 들이대더니 경고하듯 말했다.

“이름, 계급과 소속을 밝히거라. 10초 내로 입을 떼지 않을 시에는 적으로 간주하고 발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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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우승 축하해, 영훈아.”


“맞아. 으음, 오이오이 해낼 줄 알았다구 동생아!”


“...대체 그런 말투는 또 어디서 배운 거야, 누난?”


“...또 네가 보는 책...어디 한 귀퉁이에서 줏어본 거, 아닐까.”


책장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라이트노벨 한 권을 작은누나가 또 슬쩍해간 모양이다. 

평소보다 늦은 저녁에 뱃속에 고기를 욱여넣었더니 속이 더부룩해질 정도로 배가 불러서 더 대꾸하기도 싫었던 나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며 콜라를 홀짝거렸다.


“간만에 가족끼리 이런 외식도 좋기는 하네. 접시 치울 필요도 없고.”


“...언니는 접시 안 치우잖아, 몸도 약해서 맨날 접시만 들었다 하면 깨먹으니까 원... 아무튼 이번엔 우리 셋째 우승 상금으로 얻어먹은 거니까, 잘 얻어먹은 누나가 답례로 뭐라도 해줘야 할 텐데... 뭐 원하는 거라도 있어?”


가족끼리 딱딱하게 답례는 무슨 답례? 맨날 자기가 나한테 뭐 사줄 때는 누나가 동생한테 사주는 건 당연하다고 하면서...


“됐어. 가끔은 동생한테 좀 얻어먹어도 돼. 가끔도 아니고 이게 처음이긴 하지만..”


“...아무튼 다 먹었으면 일어나서 좀 걸을까? 간만에 밖에서 고기 먹었더니 속이 좀 더부룩하네..”


“그렇게 하자! 안 그래도 지하철 끊길 때까지는 시간도 좀 있으니까. 그런데 언니는 괜찮겠어? 몸도 안 좋으면서..”


“난 괜찮아. 요즘은 몸이 전보다 많이 가벼워진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렴.”


그렇게 동성로 시내를 조금 걷다가 돌아가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기울어 가는 도중, 갑자기 넷째 아린이가 우리가 걷는 큰 길 옆쪽 샛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응? 아린이는 어디 가는거니?”


아린이가 우리가 가는 방향의 옆길로 막 들어서려 하자, 큰누나인 은혜 누나가 아린이를 불러세웠다.


“...체육관에 두고 온 가방, 찾으러..”


“아아, 그런 거라면 말을 하지! 분명 이 근처였지? 마침 걷는 중이니까, 같이 가자!”


작은누나인 채원이 누나가 뒤에서 아린이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끌어안으며 제안하자 아린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무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렇게 우리는 아린이가 운동을 하는 체육관까지 걸었다가 근처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천천히 체육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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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우선 내가 누군지는 알아야 할 테니 잠깐만 나의 배경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내 이름은 한영훈으로 7살 때 이 한씨 집안에 입양된 입양아었다. 

그 전까지는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어쨌는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부터 보육원에서 자랐고. 자식이 딸 뿐이라 아들이 없어 고민하던 양어머니와 양아버지께서 내가 있던 보육원에 자원봉사를 몇 번씩 오셨다가, 매번 장난감이 아니라 책만 주구장창 붙들고 있던 나를 기특하게 보셔서 여러번 고민 끝에 결국 입양하셨다고 한다.


두 분의 손에 이끌려 처음 집 현관에 들어섰을 때, 세 명이서 나란히 현관 앞에 서서 물끄러미 날 바라보던 그 모습은 17살이 된 지금까지도 선명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뭐, 다행히도 텃세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고, 오히려 누나들은 새로 생긴 남동생에게 물심양면으로 자신들의 것을 퍼주기에 바빴다.


우선 첫째인 은혜 누나는 상냥하고, 항상 자신보다도 나와 동생들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었고 가끔은 너무 착해서 바보 같다는 이야기도 듣곤 하지만, 할 때는 하는 특유의 누님 같은 리더십으로 학교가 되었든 아르바이트처가 되었든 여러 사람들이 의지하곤 한단다.


은혜 누나와 이란성 쌍둥이 동생인 채원이 누나 역시 장난기는 좀 있지만, 역시 착하고 책임감도 있고, 무엇보다도 은혜 누나와는 다르게 생활력이 강하다. 은혜 누나는 리더십은 있을지언정 약한 몸 때문에 집안일과 같은 실무적인 일에서는 영 꽝이었기 때문에 우리 집 생활 전반은 나와 작은누나가 맡는 편이고, 가끔 아린이도 도와주는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오기 전까지 이 집에서 셋째였던 아린이는, 나와 동갑이지만 내가 생일이 빠른 관계로 호적상 동생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좋고 싫은 것은 행동이나 분위기로 드러나는지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는 걸로 오빠에게 좋다는 표시를 하곤 했었다. 물론 지금이야 그냥 같이 사는 친구같은 느낌이지만.


아, 참고로 아린이는 우리 집 최장신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중학교 때부터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는 바람에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169.9cm에 불과한 내 키를 까마득히 뛰어넘은 176cm의 장신이 되어 있었다.

proto.jpg

“어? 아린아, 너 또 키 컸어? 어째 전보다도 더 커진 것 같은데...”


“어...0,5cm, 정도..”


정정, 176.5cm란다. 그, 1cm만 떼서 오빠 좀 주면 안 될까, 제발.


------------------------------------------------------------------------------------------------

-때앵!


-끼긱! 끽! 파앙-!


건물 4층에 있는 체육관에 들어서자, 한 세트의 시작을 알리는 공소리와 함께 운동화가 바닥을 세차게 박차는 마찰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응? 한 명밖에 없는 것 같은데?”


“이 시간,이면...아마 관장님만 계실거야.”


“하긴, 벌써 밤 11시니까. 그나저나 이 시간까지도 운동을 하시는구나..”


“...관장님, 최근에 살 찌셨다고...하니까.”


“야! 한아린! 다 들리거든?! 그런 것까지 까발리면 안 되지 인마!”


아 깜짝이야. 저 멀리서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치고 있던 젊은 여자 한 명이 보란 듯이 사자후를 내지르더니, 터프하게 글러브를 벗어던지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가방 가지러 온 거지? 올 줄 알고 런닝머신 앞에 놔뒀으니까, 어여 가져가.”


“네...저, 혹시 기다리신...건가요..?”


“그래. 어차피 올 거 알고 있으니까 기다리는 김에 샌드백이나 좀 치고 있었지. 누.구.씨. 말대로 요즘 배도 살짝 쳐졌고 말이야.”


음? 내가 보기에는 복근이 엄청나게 탄탄해 보이는데. 11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빨간 져지와 땀에 흠뻑 젖은 탱크탑, 거기에 레깅스 차림인 관장의 몸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춥지도 않은가...


“거기 오라버니! 오라버니 생각만큼 그렇게 춥지는 않아. 물론 처음에는 춥지만 뛰다 보면 지금처럼 오히려 더울 때도 있고 하니까. 아하하!”


내 눈빛만 보고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 춥겠다는 듯이 쳐다봤나 보다. 아니면 나도 모르게 너무 쳐다본건가?;;


“오라버니...동생? 네가 동생 맞지 아린아? 응, 아무튼 아린이도 운동할 때는 나랑 거의 같은 차림인데 뭐. 몸은 나보다도 더 좋은 것 같지만, 아하하!”


뭐? 아린이 몸이 저 누님보다 더 좋다고? 지금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데다가 집에서는 무더운 여름에조차 얇은 져지 한 장 정도는 걸치고 다니는 아린이기에, 옛날에 같이 목욕할 때 빼고는 아린이의 몸을 본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보다도 더한 몸매라...여러가지로 굉장한데.


“...흘끗거리지...마.”


흘깃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내 얼굴을 가리려는 듯 스파링장 장대에 걸려 있던 수건을 내 얼굴에 들이밀며, 아린이가 으르렁거렸다. 그렇다고 누구 건지도 모르는 땀으로 축축한 수건을 오빠 얼굴에 문대는 건 너무하지 않니, 아린아.


“...윽, 그거..내 땀 닦은 수건인데.”


...관장님 거였군. 그런데 땀 냄새라기 보다는 오히려 여자애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여자애들은 땀을 흘려도 이런 향긋한 냄새가 나는건가? 변태같다고 할지는 모르겠다만 수건을 벗어 관장님에게 돌려주며 문득 인터넷 방송 등지에서 업계포상을 외치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고, 땀냄새나지? 미안, 헤헤. 그나저나 아린이 친오빠 맞아? 샤프한 아린이랑 다르게 인상도 순둥순둥하고, 엄청 귀염상인데? 학교에서 인기 많겠다 야.”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학교에서 여자애들 콩순이 인형 취급 당한다는 건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지만, 내가 키도 작은 데다가 인상이 원체 유들유들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저런 이야기는 꽤 많이 들어온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뭐랄까...당연한 거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귀엽다기보다는 멋지고 잘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 왜, 있잖아? 사람이 순딩하게 생겨서 그런지 진심으로 화를 내도 치와와가 짖는 수준으로밖에 안 본다니깐. 정색을 해도 우쭈쭈, 화를 내도 우쭈쭈(...). 이젠 이골이 났단 말이지

.

“우리 셋째가 좀 귀엽긴 하죠! 그래서 함부로 엉뚱한 날파리가 안 들러붙도록 저희가 늘 감시중이지만요! 크크.”


작은누나가 내게 팔짱을 둘러메면서 말했다. 그, 커다란 쿠션이 팔을 압박해서 곤란하니까 그만해줄래?


“그래도 우리 영훈이가 아무한테나 넘어갈 정도로 무르지는 않잖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야. 후후...”


이번에는 큰누나가 뒤에서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어이쿠, 이쪽에서도 커다란 쿠션이 저를 압박하는군요. 그러자 옆에서 슬슬 눈치만 보던 아린이는 아무래도 예전처럼 대놓고 손을 잡기에는 자기도 부끄러운지, 그만 고개를 반대쪽으로 팩 돌려버렸다. 요 부끄럼쟁이 같으니.


“사이좋아서 좋겠다. 난 아직도 오빠랑 허구한날 치고박는데, ...그나저나 아린이 너, 오빠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러더니 관장님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라버니, 이런 누이들을 둔 거 정말 복 받은거 알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린이는 3년 넘게 봐온 내가 잘 알아. 저런 모습은커녕 남자 회원한테 눈길 주는 모습 한번 못 봤는데...오래 살고 볼 일이네.”


오래 살았다고 해 봤자 20대면서, 라는 말은 굳이 하지는 않았다. 뭐, 아린이는 눈길을 준 적은 없어도 반대로 받은 일은 수도 없이 많겠지. 내 여동생이지만 원체 인물이 예쁜데다 인상이 날카롭다 보니 학교에 있을 때 아린이를 좋아하던 남자들이 되레 겁을 집어먹고 고백을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내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반 친구 하나는 반 장난이긴 했지만, 같이 놀 때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불러내 달라고 바닥에 머리를 박는 시늉을 한 적도 있었다. 


“관장님...자꾸, 헛소리 하시면...”


아린이가 붉어진 얼굴로 도끼눈을 뜨자 실없이 헤실거리던 관장님은 이내 기겁하며 표정을 다잡았다. 그러더니 자기도 뻘쭘한지 애써 헛기침을 하며, 마치 어색하게 말을 돌리려는 듯 내 손목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그건 그렇고, 그, 오라버니! 손목의 문신 말인데, 어디서 한 거야? 분명 문신일 텐데 숫자가 무슨 코팅한 것 마냥 반짝거리네? 신기하다 야.”


관장인 주제에 아린이한테 겁을 집어먹더니 하다하다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 건가, 이 여자.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문신은커녕 머리에 염색 한번 해 본 적이 없다. 양아치도 아니고 성실한 고삐리인데, 당연하지. 암.


“뭐야, 이거! 영훈이 너 언제 이런 문신을 했어? 아까 집에 있을 때만 해도 분명히 없었는데...”


“...어, 뭐야. 이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롱패딩에 반쯤 가려진 내 왼쪽 손목에는 약하지만 선명하게 푸른 빛을 내뿜는 01이라는 숫자가 각진 글씨체로 새겨져 있었다.


“어어, 어라? 왠지 점점 밝아지는 것 같은...으에에에엑?!”


그 순간,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에서나 보일 법한 푸른 마법진이 내 주위를 둘러싸더니,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2미터 정도 남짓한 마법진이 펼쳐질 때 어째서인지 관장님만은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넘어진 채, 지금은 그저 얼이 나간 표정으로 마법진에 둘러싸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푸른 입자로 변해 조금씩 흩어지려 하기 시작했고, 한순간 공중에서 나와 그녀의 눈빛이 부딫혔다.


“...미스터 스타크, 아 돈 퓔 쏘 굿...”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내 손 잡아!”


어이없게도 그 상황에서 모 히어로 영화의 엔딩 장면이 생각나 내뱉은 내 헛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마법진 안으로 거칠게 뛰어 들어오더니, 바깥으로 우리를 끌어내려는 심산이었는지 발광하는 마법진과 함께 파란 빛의 입자로 사라져가는 내 왼팔을 세게 낚아챘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모양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채 빠른 회전을 시작하며 전보다 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 마법진에 의해 어지러움을 느끼기 시작할 때쯤, 나는 내 팔을 붙잡은 채 결국 나와 같이 파란 빛의 입자로 흩어지기 시작하는 관장님과 누이들을 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쏴아아아...

...죽은 건 아닌가보다. 명 한번 질기구만. 그나저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은데, 내가 사는 대구 어딘가에 바닷가가 있었던가? 아, 몰라.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려서 제대로 생각이 돌아가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싫다. 그냥 이대로 누워서 잠이나 한숨 푹...

-*** ****** ** ***** ******* ** ** **** *.-

-**, ***** *** ** ***** ** ******.-

...자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안 될 것 같다. 저 멀리서 다급히 뛰어오는 듯한 두 명 정도의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바로 내 앞에 멈춰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여자들 목소리인데, 자세히 들어 보면 영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구글 번역기 싸다귀를 후려칠 내 영어 실력을 동원해 애써 해석해보자면, 인공 호흡이 뭐 어쩌고 하는 내용 같은데...뭐, 인공호흡?


그렇게 생각한 찰나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입술을 덮었다. 앗. 이 촉감은 분명...아아...내, 내 첫 키스가 이렇게...


“흡!”


“게엑?!”


폐를 직빵으로 관통하는 공기의 반동으로, 마치 타이어에 밟힌 개구리같은 소리를 내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니 미친, 숨을 불어넣어도 천천히 불어넣어야지, 무슨 풍선 바람 넣듯이 한방에 밀어넣으면 어쩌자는 거야? 덕분에 복어가 빵빵해졌을 때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다. 내가 갑자기 튀어오르듯 일어난 탓에 그대로 이마를 들이받힌 분홍 단발머리 여자는, 도로 쓰러진 내가 터질 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끄윽거리며 모래사장을 굴러다니는 와중에 자기도 아픈지, 이마와 코를 감싸쥔 채로 마찬가지로 내 옆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다른 한 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일어나 봤더니, 아까 쓰러졌던 그 여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데다, 두 손으로 부여잡은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는 채 잔뜩 눈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저거 쌍코피네. 아니, 좀 미안하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난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 아까 전부터 어이없다는 듯이 이 상황을 지켜보던 금발의 늘씬한 누님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풀어진 표정을 다잡고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내 머리에 마치 M1903처럼 보이는 소총의 총부리를 들이밀더니, 또박또박, 내게 경고하듯 말했다.


“이름, 계급과 소속을 밝히거라. 10초 내로 입을 떼지 않을 시에는 적으로 간주하고 발포하겠다.”


작가의말

어쩌다보니 4월 말이 가까워졌네요. 허허. 중국으로 수리 보낸 타블렛은 몇개월째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라 일러스트 작업과 표지 작업도 마무리를 못해서 어쩌나 하다가, 일단 내용이라도 먼저 올리기로 했습니다. 표지와 일러스트는 차후에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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