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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268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2.02.01 08:00
조회
78
추천
1
글자
21쪽

(110)109화.[준비 작업](1)

DUMMY

※본편 자체와는 크게 상관없는 무기 고르는 내용이니 커스텀 등에 관심이 없으시다면 넘어가셔도 크게 문제없는 에피소드입니다.


그렇게 3시간가량 토의한 결과, 작전계획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왔다.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클레 역시 약간이지만 밝아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는데...


"어떤 곳이라도 허점은 있는 법이니, 잠입해서 목표만 끌고 나오는 건 어떠냐? 대외비 작전이라 하지 않았더냐."


"어이구 이 바보야, 어지간히 나 잡아잡수~ 하고 잡혀주겠다. 차라리 경기갑 차량 지원받아서 포위전을 벌이는 건 어때? 도망칠 곳 막아두고 밖에서부터 야금야금 체력을 깎아들어가는 거지."


"븅신이냐? 거기서 아예 눌러살지 그래? 이럴 땐 정공법이 존나 속 시원하지. 걍 땡크로 밀어. 성벽도 철갑탄 박으면 꼼짝못해!"


"그건 작전 치른다고 광고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요..?"


테이블에 모인 간부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따로 작전장교가 있는 게 아니라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는 살얼음판과도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러자 가만히 멀뚱멀뚱 이야기를 듣던 클레이시어도 조금씩 이야기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로렌가 저택은 영지와 한참 떨어져 있어요. 산악 지형 중턱에 위치해 있죠. 주변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입구 하나를 제외하고 따로 탈출할 만한 곳은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브란 성처럼 말이야?"


"루마니아에 그 성 말하는 거죠? 맞아요. 다만 길은 잘 닦여 있어서 차량 진입에는 크게 문제없을 거예요."


"답 나왔네. 민가에 들킬 일도 없고, 퇴로도 없다? 답은 탱크다. 돌격 원툴로 가자!"


"아ㅋㅋ이걸 우예 참심까?"


"아 둘 다 쫌 조용히 해봐! 타깃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성만 쾅쾅 때려부순다고 다가 아니잖아! 그리고 우리 장비 못 쓴다니까?"


"그렇게 따지면 니가 말하는 경기갑인지 뭐시긴지 하는 그것도 지원 못 받겠네."


"그건 뭐, 지형 얘기 나왔을 때부터 나가리고. 시이팔."


리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전차나 차량이라면 저희가 조달할 수 있어요."


그때, 정말 뜻밖의 인물이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열린 문 뒤쪽에 어느새 누이들과 서현이, 그리고 관장님까지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누나?"


"영훈이는 알 거야. 샌디에이고...기억 안 나니?"


...아!


"맞네. 거기가 있었네."


"뭐야, 넷 다 누구야? 그리고 왜 니들만 아는얘기 하는데?"


뚱한 표정의 에리카가 슬쩍 누이들과 나를 흘겼다.


"소개할게. 내 누이들과 친구. 그리고... 어, 보호자 분이셔."


"왜 난 애엄마 취급인데?"


혼자 명치를 얻어맞은 관장님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시하고.


여튼, 누나가 이야기한 대로 나는, 아니 정확하게 우리는 전차를 준비할 능력이 있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아까 여왕의 답신 중 "지정된 날짜까지 왕성으로 오라." ...고 적혀있었지.


정확한 전문 내역은,


ㅡ준비된 무기와 차량 수령을 위해 왕성으로 오라, 는 내용이었다.


나는 곧바로 에린을 시켜 내 말을 서면으로 보내게 했다.


무기 제공은 괜찮으니, 대신 여기 이 지역으로 포탈 좀 열어달라고.


이쯤 되면 여왕 취급이 포탈싸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지만 아마 기분탓이리라.


여튼 여왕의 사람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이 세계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무기나 차량이래봤자 한정되어 있다.


해봤자 구닥다리 콜트나 쥐어주겠지.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상담받아야 한다.


그리고 난 누구보다도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알고 있지.


**


"여기 진짜 오랜만이네. 7년만인가?"


"7년이고 뭐고 일단 안에 좀 들어가지? 존나 춥네."


에리카가 이를 딱딱 부딫히며 몸을 떨었다. 그러고보니 거긴 아직 여름이었지.


부랄도 얼어붙는 12월의 혹한이 아직 익숙치 않을만도 했다.


서둘러 대문을 열자 안쪽에서 따뜻한 바람이 문을 통해 후욱, 새어나왔다.


"후우... 이제 조금 따뜻하네요."


귀엽게도 그새 두 뺨과 콧잔등이 빨개진 케이트가 살풋 웃었다.


"아니 그나저나, 여기가 그대...의 집이란 말이더냐?"


"집은 아니고, 별장이지."


"와, 이새끼 아닌 척하더니 씹금수저였네? 샹들리에 뭐냐..."


고즈넉한 실내가 돋보이는 풍경이 다들 정신이 팔려있을 즈음, 큰누나는 익숙하다는 듯 앞장서 척척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쪽이었던 것 같은데..."


저택의 우측 회랑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원형 층계에서 발을 멈춘 큰누나는 잠시 우리 일행을 돌아보았다.


"어두우니까 조심해서 내려와요. 영훈이랑 너희도."


누나가 괜히 그리 말하는 게 아니었다. 지하로 이어진 끝이 보이지 않는 새카만 층계는 자칫 발이라도 헛디뎠다간 골로 가기 딱 좋은 수준이었다. 마땅히 전등을 만들어둘 법한데도 어째서인지 아무런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저흰 수인이라 괜찮지만, 확실히 인간인 당신에겐 조금 위험하겠는걸요? 자아... 읏차."


"우왓?!"


순식간에 번쩍 들어올려지는 바람에 진짜 심장 멎을 뻔했다.


"내, 내려주지 않을래효오?"


"안돼요~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아요?"


누구겠어, 케이트지.


역시 수인의 각력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뒤로 살짝 보이는 아린이 표정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도 내 옆구리의 안녕은 보장받을 수 없겠구나.


슬플 따름이다.


**


ㅡ삐익. 신원 확인.


ㅡ문이 열립니다.


가까스로 다다른 문 달린 자동 스캔이 끝나자,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우리의 방문을 알렸다.


금고 문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두꺼운 문이 열리고, 뒤이어 주욱 뻗은 복도 천장에 달린 형광등에 연달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ㅡ팡! 파방!


지하 특유의 서늘한 공기를 피부로 느끼며 또각, 또각 하고 나아가자,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문이 하나 나타났다.


ㅡ♬~♩


안쪽에서 클래식한 음악이 또렷히 새어나오는 것이 문 뒤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대변해주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았다.


ㅡ끼이익...


"...은수 누나."


"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아가씨들도."


점잖은 표정으로 공손히 인사하는 키 큰 여성.


이 사람의 이름은 하은수, 예전부터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 오른팔 역할을 했던... 누나다.


"대표님 일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됐어요. 벌써 몇년도 더 된 일이잖아요."


나를 신경써주는 말에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 가신 이후로 여기에 쭉 계셨던 건가요?"


"예. 제가 계속 관리하던 곳이니까요."


그녀의 너머로 천장까지 쭉 뻗은 고급스러운 와이너리가 눈에 들어왔다. 누나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인테리어였는데, 아버지도 이에 대해선 별말 않으셨다. 아니, 오히려 샌디에이고에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와 이곳을 찾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여긴 뭐, 이제 누나 거죠. 아버지도 그리 생각하실 거예요."


"당치도 않습니다. 이곳은 도련님과 아가씨들을 위해 남겨진 공간입니다. 저 역시 그렇죠."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애초에 누나는 나처럼 천애 고아 출신이었다. 명석한 두뇌를 인정받아 아버지의 오른팔까지 올라갔고, 사실상 재무, 회계 전반을 관리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우리에게서 재산을 가로채는 일따윈 문제도 아니었을 터.


하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누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도 한동안 한국과 미국을 바삐 오가며 안 보이는 곳에서 우릴 케어했었다. 다른 고용인들은 진즉에 뿔뿔이 흩어져 버렸는데 말이다.


다시 누나를 바라보았지만 누나는 그저 언제나와 같은 정중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가 찾아온 이유는... 묻지 않으시는 건가요."


"그 어떤 일이든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기꺼이 보조하는게 제 역할입니다."


"...별로 놀라지도 않네요?"


이번엔 그리 오래 체류할 목적도 아닌지라 굳이 내 일행들에게 위장 마법을 걸지도 않았으니까.


즉, 누나의 눈에는 지금 내가 짐승귀 소녀들과 엘프를 이끌고 들이닥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누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표님과 일하다 보면 웬만해서야 더 놀랄 만한 일도 없답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카운터 뒤로 이어진 고풍스런 나무 문을 열며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저를 찾아오셨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그럼, 오랜만에 제 본업에 한번 충실해 볼까요."


그 너머의 광경에 나와 누나들을 제외한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원목을 사용해 따뜻하고 고급진 분위기를 풍기는 와이너리와는 정반대의, 선으로 이어진 LED가 비치는 모던한 분위기의 방이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500평이 넘는 공간의 벽면의 진열장과, 백화점 귀금속 코너에서 보일 법한 연합 진열장에 빼곡히 들어찬 물건 때문이지.


더 말할 게 있을까, 모조리 총이었다. 건너편에는 총에 맞게 구비된 탄을 저장하는 장소와 100m 거리의 실내 사격장까지.


총덕이 있다면 정신을 쏙 빼놓을 만한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이전에 댐 안에 차려진 미치광이 박사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공간이었다.


"대표님께서 출장 전 준비 작업을 위해 애용하시던 곳입니다. 취미이기도 하셨지만요."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더니,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내게 묻는다.


"말씀해 주시죠. 무엇이 필요하신가요, 도련님?"


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기로 했다.


"신뢰성이 강한 게 필요해요. 또 1930년대에도 보급이 원활한 탄종으로."


"신뢰성이라..."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한 진열대로 안내하는 그녀.


유리 진열대 하부를 드르륵, 하고 잡아당겨 두 개의 권총을 꺼내더니 내 앞 진열대 유리 위에 내려놓았다.


"글록 17과 1911, 약간의 커스텀이 가해진 물건입니다. 탄종의 경우 전자는 파라블럼, 후자는 45구경이니 제시하신 총탄 수급에도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신뢰성은 말할 것도 없죠."


누나는 먼저 글록을 건네주었다. 잡아보니 상당히 가벼웠다.


"도련님께선 기본 사격 실력이 좋으셨으니 지금도 굳이 광학 장비를 달 필요는 없을 겁니다. 기본적인 부품들만 가벼운 소재로 교체해 주었죠. 2시간만 주신다면 도련님 손에 맞는 그립을 따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확실히, 나쁘지 않다. 지금 끼워져 있는 얇은 고무 그립만 해도 손가락 형태를 따라 착 감기고, 총열과 슬라이드 역시 경량화된 재질로 바뀌어 기본적인 무게 자체가 훅 줄어든 것이 손을 통해 바로 느껴졌다.


이번에는 역시 적당히 커스텀된 1911을 집어들었지만 누나는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1900년대라면 응당 1911인지라 탄 수급 면에선 아마 이쪽이 조금 더 수월하실 겁니다. 다만 탄종 자체가 대인저지력에 중심을 놓은 탄이라 이게 도련님께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나의 말대로다. 체격도 작고 근육도 없었던 나는 1911의 무식한 반동에 익숙해지는 데에 꽤나 애를 먹었었고, 기회만 있다면 좀더 컨트롤하기 편한 권총을 찾고자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글록을 선택했다.


"소총류는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탄 수급을 감안하려면..."


누나가 말끝을 흐렸지만 그 뜻은 여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5.56mm나 7.62mm가 없는 세상이니 선택의 폭이 확 줄어든다는 뜻이겠지.


"소총류는 어차피 작전 때만 쓰고 돌려놓을 거니까 보급은 생각하지 마세요. 최대 4~5 탄창 정도면 충분해요. 종류는 통일해 주시고, 세세한 커스텀은 추천해 주시면 기호에 맞게 장착하는 걸로 하죠."


포탈을 넘기 전 리안이 당부한 한 마디.


ㅡ소총급 이상부터는 작전이 끝나시거든 저희 확인 하에 원래 세계로 돌려놓으셔야 합니다.그런 무기가 혹여 나돌기라도 하면 심각한 간섭이 생기거든요.


여하튼 그렇다기에 반납할 소총보다야 앞으로도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권총류를 개인에 맞게 커스텀해 주는 데에 정성을 쏟기로 했다. 이건 어찌 보면 내 개인적인 일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들에 대한 선물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들께는 원래 사용하시던 걸로 준비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부탁드릴게요."


"네넹~ 나도 그게 편해."


"..."


세 명이 각각 동의를 표하자 누나는 곧장 몸을 숙여 고급스러운 목제 케이스 3개를 꺼내 그녀들 앞에 내려놓았다.


각각 다른 회사의 로고가 찍힌 박스의 금색 버클을 풀자 이윽고 붉은 벨벳에 부드럽게 싸인 총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마감 상태부터 하나같이 모두 범상치 않은 자태를 풍기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모두 1911이었는데, 가장 먼저 고급스러운 메탈릭 무광 슬라이드를 가진 총에 대해 누나가 설명을 시작했다.


"세 아가씨 모두 제게 호신 사격을 배우셨었지요. 그때 큰아가씨께서 사용하셨던 윌슨 컴뱃사의 1911입니다. 프로텍터 컴팩트 모델을 기반으로 아가씨만을 위해 장인들이 커스텀한 물건인지라 사격 정밀도가 매우 높고, 슬라이드 유격도 없어 품질 면에선 흠잡을 데 없답니다. 구경도 도련님과 같은 9mm이니 반동 제어에도 크게 무리가 없을거예요."


은헤 누나는 잠시 추억에 잠긴 것처럼 희미한 미소를 띄며 총을 바라보더니, 함께 들어 있던 홀스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채원 아가씨께선 직접 커스텀하신 STI 2011. 스타카토입니다. 반동 제어에 원활하게끔 특수 제작된 총열에 컴펜세이터 기능을 추가했고, 커스텀 소음기를 장착한 모델입니다. 부품 전반에 강화 플라스틱을 장착해 경량화를 추구한 모델이기도 해서, 컴피티션용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답니다."


선머슴같으면서도 귀여운 걸 좋아하는 누나답게 외형은 누가 봐도 남자애들이 좋아할 것같이 생겨먹었지만, 색상은 누나의 오더인지 고급스런 데저트 핑크로 메탈릭 도색되어 있었다.


"아린 아가씨께는 이걸. 나이트호크 커스텀의 프레지던트 모델을 기반으로 방아쇠 부분을 살짝 손봐뒀습니다. 아가씨께선 기본적인 신장이나 체격뿐 아니라 운동도 하고 계셔서 기존의 9mm가 아닌 조금 묵직한 풀사이즈 45구경 모델을 준비해봤습니다. 조금만 익숙해지신다면 큰 무리 없이 다루실 수 있을 겁니다."


흠, 누이들은 쓰던 총이라 그런지 딱히 고를 것도 없이 빨리 끝났네.


다음은...케이트인가.


은수 누나는 어째서인지 케이트를 빤히 쳐다보더니, 케이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자 드물게도 헛기침을 하며 사과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우셔서 그만..."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제게도 추천해주시겠어요?"


"선호하시는 구경이나 품종이 따로 있으신가요?"


"...그러네요. 원래 사용하던 1911계열이 가장 무난하겠지만, 조금 정교하면서도 신뢰성이 강했으면 좋겠어요. 구경이나 무게는 개의치 않는답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를 추천해드릴 수 있겠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누나는 바로 앞쪽 진열대로 가더니, 선반에서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케이스 두 개를 꺼내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H&K USP, 그리고 SIG P210입니다. 숙녀분께서 제시한 정교함과 신뢰성, 모두 정상급인 훌륭한 권총이죠."


"그렇다면... 가격이 높은 편이겠군요?"


"두말할 것 없죠."


누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케이트는 그 중 P210을 먼저 집어들었다.


은수 누나의 설명 역시 물 흐르듯 나오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SIG에서 제작된 권총입니다. 안타깝게도 45구경 모델은 없지만, 손에 들고 계신 9mm 모델도 충분히 효과적이랍니다. 싱글 스택을 채용해 그립이 얇고, 슬라이드 설계 구조상 명중률이 매우 뛰어나 제대로 된 슈터가 잡는다면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죠. 윌슨 컴뱃처럼 장인의 손으로 일일이 유격을 조정했기에 보다 쾌적한 사격이 가능합니다."


"그런가요? 꼭 총이라기보단..."


"예술품이죠. 괜히 권총계의 고급 시계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닙니다."


케이트는 빤히 권총을 쳐다보더니, 일단 내려두곤 이번엔 USP를 집어들었다.


"독일제답게 내구성과 명중률은 기본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트리거압이 낮아서 악력이 약한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고, 9mm 모델은 물론 45구경 모델도 있습니다. 폴리머 재질이라 전금속제인 P210에 비해 무게도 가볍고, 무엇보다도 전자보단 장탄수가 월등히 많은 편이죠. 실례지만 숙녀분께선 손도 큰 편이시니, USP를 선택하시는 편이 잘 맞으리라 생각됩니다."


"깔끔하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기본기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어째서인지 케이트는 자꾸만 시그 쪽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걸 눈치챈 은수 누나는 살며시 웃으며 작은 종이 상자 하나를 내려두었다.


말해 무엇하랴, 총알 박스였다.


"이럴 땐 직접 쏴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 사격해 보겠나요?"


"아...하지만, 총기는 한번 사격한 순간부터..."


"중고로 분류되어 가격이 떨어지죠. 하지만 이곳에 있는 총기들은 개인 소장품이지, 여긴 총포상이 아닙니다. 전부 도련님과 아가씨들의 물건이니 그런 걸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는 그 말에 총 한번, 나 한번을 번갈아 보았고, 마치 갖고 싶은 장난감을 보고 눈을 반짝이는 듯한 그 귀여운 모습에 등을 토닥여주며 원하는 대로 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무엇보다 내 애인을 지켜줄 총인데 그런게 아까우랴.


그런데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누나가 넌지시 묻는게 아닌가.


"숙녀분, 실례지만 총기에 대한 경험이 많으신 편인가요?"


그 말에 케이트는 깜짝 놀란 듯 귀가 뾰족하게 섰다.


"아,...네. 조금..."


은수 누나는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역시, 처음부터 총을 둘러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습니다만..."


"...어머니가 사냥꾼이셔서 자연스럽게 배웠을 뿐이랍니다."


그녀는 누나와 함께 사격장으로 걸어가 탄을 재더니, 자세를 잡고 사격을 시작했다.


"...응, 역시 이걸로 하겠어요."


결과는 시그의 승리였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녀 안에선 이미 답이 정해졌었는지도 모르지.


**


"숙녀분께선..."


"본녀는 그다지 총기에 대한 조예가 없는 편이니 추천해주는 대로 받겠네. 다만, 권총은 사격 경험도 별로 없거니와 손가락이 얇아서 힘이 그리 좋지는 못한 편이랄까..."


그 말에 누나는 망설임 없이 케이트의 총을 꺼냈던 선반 윗단의 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 윗부분에는 SIG사의 마크와 함께 P220이라는 숫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은발 숙녀분이 선택하신 파트너의 후계 기종입니다. 명중률이나 품질은 동일하게 물려받았으며, USP처럼 방아쇠압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라 제시해주신 사항에도 꼭 들어맞습니다. 거기에 안전장치도 우수하고 다루기도 쉬워 초심자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는 총이죠."


"저기, 나 이거. 이거 쏴봐도 돼?"


그런데 난데없이 옆에서 끼어드는 발랄한 목소리.


누군가 싶었더니, 공주 언저리 리스였다.


"...그걸 말씀이신가요?"


"응. 이거 쏴볼래!"


은수 누나는 식은땀을 삐질 흘렸지만 이미 리스의 눈에 다른 총 따윈 차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고 있는 것은... 스미스&웨슨의 괴작이라 불리우는, 매그넘 500이었다.


...그거, 곰 사냥할 때 쓰는 건데.


**


ㅡ뻐엉! 뻐엉!


리스가 신나게 괴물 리볼버를 쏴재끼는 동안, 나는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무기고 곳곳을 둘러보며 함께 총을 골라주었다.


최종적으로 서현이는 나보다 조금 작은 글록 26, 관장님은 베레타 M9. 그리고 에리카 역시 1911의 현대화 버전인 컴뱃마스터를 선택했다.


그렇게 다른 간부들과 클레까지, 하나하나 정리되어 가는 와중에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눈에 띄지 않는 한 명이 있었으니...


"..아델라?"


어디 갔나 해서 찾았더니, 제일 구석진 SMG 코너에서 진열장 안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갖고 싶어요?"


그녀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건 바로 대테러리스트의 상징이라 불리우는 MP5, 그중에서도 단축형 모델인 K형이었다.


진열장에서 꺼내 건네주자 이리저리 살피더니, 곧장 은수 누나에게로 가 서류 가방을 하나 받아들어 그 안에 고이 넣는다.


...저건 소총에 안 들어가니까, 괜찮겠지 아마.


"...결국 그걸로 정했냐?"


"응. 헤헤."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매그넘을 들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바보처럼 헤헤 웃는 리스.


그래, 니가 좋으면 됐다...


"방어구와 소총은 따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차량을 보러 갈 차레입니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 차량이 필요하신가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전차, 그것도 아주 크고 아름다운."


작가의말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러분이 가장 좋아할 만한 밀덕스러운 에피소드를 산출한...건 농담이고, 사실 제가 쓰고 싶어서 썼습니다. 


히로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개인 무장이 뭘까, 하고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물론 제 사심이 절반이상이지만요. 괜히 이상한 부분에서 자르면 또 에피소드가 길어지니까 그냥 조금 다듬어서 한 번에 올렸습니다.


전 왠지 이런 세세한 무장을 선택하는 준비 과정이 너무 좋더군요. 지난번 댐 에피소드와는 달리 작정하고 존윅2 소믈리에 신을 패러디해봤습니다. 다만 해보고는 싶은데 무기 커스텀쪽 지식이 그리 풍부한 것도 아니라 그냥 아는 대로, 또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묻고 조사도 해가며 쓴 거긴 하지만 부디 작가의 애교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편은 본편대로 거진 에피소드 끝까지 다 썼으니 만간에 정리하여 올리겠습니다.


독자분들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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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관련 공지. 21.08.11 87 0 -
공지 여우놀음 2화는 8월 11일에 공개됩니다. 21.08.10 98 0 -
공지 연재 관련 공지. +2 21.08.02 69 0 -
공지 (53)52화는 7월 9일에 업로드됩니다. 21.07.08 57 0 -
공지 (46)45화는 7월 3일 업로드됩니다. 21.07.01 56 0 -
공지 작품 제목 변경 공지 21.06.17 89 0 -
공지 생존신고 21.05.22 110 0 -
공지 We few, we happy few 연재 관련 공지입니다. +2 21.03.18 101 0 -
공지 (21) 20화.[Operation, Suicide squad](3) 에 삽화가 추가되었습니다. 21.03.14 82 0 -
공지 (17) 16화.[사라진 마틸다 생도] 에 삽화가 추가되었습니다. 21.02.27 155 0 -
공지 1화에 삽화가 추가되었습니다. 21.01.30 133 0 -
공지 표지 변경 공지 +4 21.01.14 105 0 -
공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수정했습니다. 20.12.11 86 0 -
공지 프롤로그에 삽화가 추가되었습니다. 20.11.24 193 0 -
119 (118)117화.[엘프 자매의 보은](1) 22.03.08 130 0 12쪽
118 (117)116화.[퀸즈 프로토콜](7) 22.03.07 67 0 12쪽
117 (116)115화.[퀸즈 프로토콜](6) +2 22.02.26 91 1 13쪽
116 (115)114화.[퀸즈 프로토콜](5) 22.02.24 75 1 9쪽
115 (114)113화.[퀸즈 프로토콜](4) 22.02.23 66 1 13쪽
114 (113)112화.[퀸즈 프로토콜](3) +2 22.02.14 79 1 11쪽
113 (112)111화.[준비 작업](3) 22.02.11 80 1 13쪽
112 (111)110화.[준비 작업](2) 22.02.05 76 1 10쪽
» (110)109화.[준비 작업](1) 22.02.01 79 1 21쪽
110 (109)108화.[퀸즈 프로토콜](2) +2 22.01.25 87 1 11쪽
109 (108)107화.[퀸즈 프로토콜](1) +2 22.01.23 100 1 7쪽
108 (107)106화.[해바라기](5) +2 22.01.20 154 1 16쪽
107 (106)105화.[해바라기](4) 22.01.16 1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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