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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273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2.02.05 09:10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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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111)110화.[준비 작업](2)

DUMMY

시리도록 추운 어느 12월의 새벽밤.


우우우우웅!


미티어 엔진 특유의 높은 배기음과 흰 연기가 청명한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드드드드....


희번득하니 눈을 빛내는 야수가 십수년만에 몸을 일으키려는 징조.


덜컹! 끼릭끼릭끼릭!


오랜 세월 움직이지 않아 뻐근한 몸을 털어내듯 귀청이 째질 듯한 궤도 소리와 울리며,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걸음을 옮긴다.


ㅡ탕! 타당!


이따금씩 조향을 잡으면 궤도가 파박, 하고 튀지만 십년이 넘도록 장도를 잡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일.


밝게 빛나는 전조등 너머로 자태를 감춘 괴물은 시커먼 실루엣을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천천히, 어딘가를 향해 무거운 몸을 옮겼다.


ㅡ화악!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주변은 다시 쥐 죽은듯 고요해졌다.


**


"거기 좀 잡아줄래요? 네.... 그렇게. 그럼 잡아당깁니다. 하낫, 둘!"


ㅡ펄럭!


군색 방수포가 드리우며 준비된 4대의 '작업 차량'은 차원을 넘어오며 쌓인 여독을 풀 겸 또다시 짧은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원래라면 늘상 정비고 안을 차지하고 있는 건 컴뱃카 아니면 35(t)였지만, 그 친구들은 때아닌 불청객으로 인해 정비 중이던 물량까지 모두 뿔뿔이 연병장 구석으로 쫓겨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 이 녀석들은 웬만해선 밖에 노출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기에 이렇게 정비고 안에 넣어두고도 방수포를 씌워 주의에 주의를 또 기울이는 거지.


"설마하니 진짜로 다른 세계가 존재하리란 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만,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군요."


은수 누나가 작게 뇌까렸다.


아, 누나는 또 어떻게 넘어온 거냐고?


이야기하자면 조금 긴데...


"저도 도울까요?"


마지막 소총, 레일 부분이 커스텀된 M4의 적재가 완료되자 은수 누나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못 돌아올지도 몰라요."


"도련님만 무사하시다면야 그런 게 대수겠습니까."


"도와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이래 뵈도 누나는 해외에서 대형 PMC를 운영하시던 아버지의 제 1 전투팀장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우리같은 애송이보다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와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아무나 포탈을 타고 넘을 순 없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마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이 세상에선 다른 세계와 파장이 맞는, 그러니까 마나 적응성을 띈 사람의 수가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사람들은 보통 우리가 타고 넘어온 포탈을 인식조차 할 수 없는 게 태반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기에 소환이라는 특이한 방식을 통해 억지로 마나 적응성을 때려박아 아르티아로 불러들인 것이고, 내 옆에 있는 서현이는 특이하게도 마나 적응성을 띈 희귀한 케이스여서 우연찮게도 포탈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 점을 일일히 설명하긴 귀찮아서 그냥 누나를 포탈 앞까지 데려갔다.


"...보여요?"


"..."


누나는 나를 돌아보며 담담히 웃었다.


**


...얼씨구?


"자네가 그 명성이 자자하다는 지휘관이군. 긴말 하지 않겠네. 먼길 와서 피곤한데 문을 좀 열어 주지 않겠나?"


위병소에 웬 부대가 나타났다는 얼탱이 없는 보고를 듣고 갔더니, 마틸다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여자가 총을 든 행렬 가장 앞쪽에 떡하니 의자를 펴곤 거만한 포즈로 앉아있는 게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수하를 했는데도 총을 겨눈 채 막무가내로 접근해와서..."


그래, 누군지 알 것만 같은 여자가 기어이 부대 앞에 사병을 끌고 온 것이다.


"군부대 앞에 무장 병력을 끌고 오는건 어느나라 예법입니까?"


죽고 싶어 환장했냐는 말을 돌려 한 건데, 그녀는 약간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인지 가소롭다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무지한 초급 장교라 그런지 뭘 모르는군. 이해한다, 나는 마음이 넓으니 날 못 알아보는 것도."


그리고 순식간에 미소를 지웠다. 말투 역시 싸늘하게 변했다.


"허나 두 번의 용서는 없다."


"무릎을 꿇으시오, 소위. 당신 따위가 함부로 뵐 존안이 아니오."


성질 난 로렌 당주의 기척을 확인하자마자 갑주를 입은 병사가 칼을 뽑으며 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아주 지랄도 쌍으로 하는구나.


허나 벙찐 모습을 겁먹은 걸로 착각했는지, 딱 봐도 로렌 당주로 보이는 그 여자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짐짓 자비를 베푸는 척했다.


"아아 너무 그러지 말거라, 발렌. 말했다시피 난 마음이 넓으니까."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지만 어찌되었든 조만간에 제대로 붙어야 할 상대.


지금 한 번 대화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저 인간은 내가 자신을 철저히 조져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겠지만.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내 물건을 돌려받으러 왔다."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치미를 떼는구나. 날 바보로 아는 거냐?"


"그러는 당신은 확실히 날 바보로 아는 것 같습니다만."


"이노옴!!"


ㅡ찰캉!! 찰캉...!


발렌이라 불린 갑옷쟁이가 또다시 노성을 터트리며 철문을 쿵 두드렸다.


"하아..."


ㅡ죽일까 마스터?


뒤따라나온 정비병들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ㅡ아아, 아직 때가 아니다 종복들이여.


병신같지만 왠지 그런 대사가 어울릴 것 같아 대충 의지를 전달하고 뒤돌아 섰다.


그리고, 딱 봐도 높으신 귀족의 등장에 아직도 얼어 있는, 파견 병사 두 명을 향해 소리쳤다.


"초병의 권한!!"


그들은 자기 얘기를 하는 줄 알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그 표정은 얼어 있는 채였다.


나는 다시 한번, 하지만 이번에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그녀들에게 물었다.


"초병의, 권한."


"초, 초병의 권한!"


그중 한 명이 빠르게 눈치를 채곤 큰 목소리로 복창했다.


"하나."


"초병은 직속상관에 명령에 복종한다!"


"둘."


"초병은 정당한 명령에 불응하고 접근, 혹은 도주하는 자에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지금 뭐 하는 거냐."


똘똘한 친구는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사항만 콕콕 집어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사자는 마치 일생일대의 모욕을 들은 것마냥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하고 있었고.


"이마는 넓은 주제에 마음은 밴댕이 소갈딱지가 따로 없군요. 열 좀 식히시게 바리깡으로 마저 밀어 드립니까?"


"야!!"


이런, 귀족인 만큼 격식을 담아 이야기했는데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기가 막혀 아무말도 못하는 소갈딱지 대신 얼굴이 시뻘개진 갑옷은 격식도 잊은 채 삿대질하며 나를 불렀다.


하지만 더욱 당당하게 나가자.


"이미 수하에도 수차례 불응한 것도 모자라 위협까지 가하셨죠."


쐐기를 박듯,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그 이상 한 발자국이라도 더 들어오면 전시 거수자 대응 매뉴얼대로 사살하겠습니다."


ㅡ철컥!


내 멘트에 맞추어 초병 둘이 탄을 잰다.


"소위! 도를 넘었소!"


스릉.


다시금 정신을 차린 발렌이 내게 검을 향했다.


이에 맞춰 살기등등한 당주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향했다.


나 역시 살짝 물러서며 권총 손잡이에 손을 갖다댔다.


"...소위, 전차부대 하나 지휘한다고 기고만장하는 모양인데, 이해하네. 원래 기갑쪽 친구들이 자존심이 좀 강한 편이지. 허나 지금 당장의 자존심보다 뒷일을 생각해야지. 난 우리가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이미 얼굴을 통해 한계를 넘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지만, 겨우겨우 억누르는 목소리로 그녀가 딜을 걸었다.


"Fuck♂You↘"


딜은 개뿔 딜도같은 소리하네.


손수 산을 표현한 수화도 만들어 주었으니 아무리 노망난 노친네라도 이젠 알아듣겠지.


ㅡ중대장님, 지시하신 대로 배치 완료했습니다. 진입할까요?"


"진입해."


위병소 무전기에 대고 들으란 듯이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ㅡ부다다다당!! 끼릭, 끼릭!


ㅡ부우우우우우웅!!


로렌 당주가 지나온 길에서, 위병소 옆 골목에서, 그리고 내 뒤에서.


사방에서 발 빠른 컴뱃카들이 일사분란하게 튀어나와 순식간에 그들을 포위했다.


반면 전차는커녕 변변찮은 장갑 차량 하나 없는 그들은 설마 내가 이렇게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는지 여실히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나는 그들 앞에 당당히 버티고 섰다.


효과음으로 치면 두웅ㅡ! 같은 게 어울리지 않을까.


존나 카리스마 있어.


ㅡ위이이잉...


포탑 구동 모터의 소리와 함께 포탑들이 일제히 그들을 조준하기 시작한다.


"이, 이러고도...무사할 줄 아나."


완전히 평정심이 깨어진 당주가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시험해 보시던지."


"난, 너 따위와는 격이 다른 존재다!"


"그럼 난 퍼킹 아이언맨이다."


지금 죽여버릴까, 라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럴 순 없었다.


여왕의 작전 허가가 떨어지기 전에는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전혀 알 수 없거든. 사실 지금도 여왕은 이 작전을 위해 리안과 여러 사항들을 바쁘게 조율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과 내가 다치지 않을, 최선의 방법을.


즉, 나는 리안과 여왕이 몸소 잘 발라놓은 생선을 먹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릴 순 없는 거니까.


"돌아가십시오. 두번 말 안 합니다."


하지만 하나쯤, 내 나름의 보험을 들어두는 것 정돈 괜찮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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