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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267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2.02.14 09:10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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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113)112화.[퀸즈 프로토콜](3)

DUMMY

아아, 길고도 길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ㅡ."


[지랄 말고 시동이나 걸어.]


"...응."


여하튼, 이제 다 뒤짚어엎을 시간이다.


쿠르르르릉...!!


하얀 들숨과 함께 어서 내보내 달라는 듯 괴수가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전차장석 시트에 앉아 온 몸으로 전해져 울리는 진동을 느긋이 느끼며, 나는 진군을 명령했다.


"전차, 전진!"


ㅡ끼릭, 끼긱! 타당!


가볍게 궤도 튀는 소리가 들리고, 에리카가 페달에 힘을 주어 오른쪽으로 꺾는다.


우우우우우웅ㅡ!


귀청이 째질 듯한 RPM 올라가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고양되고, 무언가 움직이는 강철의 성에 탄것만 같은 기분 좋은 우월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이 맛에 전차병 하지ㅡ 라며, 나는 스스로에 취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잘 따라오고 있네."


두 대의 MRAP, 그리고 비장의 트랙터 한 대.


눈부신 헤드라이트와 차폭등을 켠 채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한적한 시골길을 종횡무진 내달리고 있었다.


"어디 보자아... 스을~ 슬 나올 텐데에..."


자연스레 달달 떨리는 다리는 나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감이었을까.


[좌전방, 10시! 요새로 추정되는 지형 발견!]


아직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


같은 시각,


[아아, 네스트, 여기 마운틴이라 알리고, 전방에 신원 미상의 차량 4대 포착. 이상!]


왔군.


대성당의 개인 예배실에서 당주가 몸을 일으켰다.


[식별된 차량 보고. 미상의 전차 한 대, 장갑차량...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차량 2 대, ...그리고 미상의 트랙터 한 대. 거리 약 3km, 이상!]


...무슨, 뭘 들고 왔길래 저런담?


보고 내용이 하나같이 다 석연치 않았지만 저래뵈도 프랑스군에서 종군한 유명한 퇴역 장교다. 전차 종류 정도는 웬만치 꿰고 있을 터인데...


하지만 괘념치 않기로 한다.


누가 뭐래도 천헤의 요새라 불리우는 로렌가 대저택이 아니던가.


저택을 둘러싼 채 융기한 야트막한 산맥은 자연적인 토성과도 같았고, 그 중심부에 지어진 저택 아래론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가 파여 있다.


산맥 입구에 세워진 위병소에서 저택까지 이어지는 길은 단 하나, 1km가량 곧게 뻗은 주도로 뿐이니 어딘가로 숨거나 도망칠 곳따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또한 저택 바로 앞에는 또 한번 두꺼운 콘크리트 방벽이 세워져 있으니 애초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뭣도 모르고 산맥 안으로 발을 들였다간 결국 콘크리트 방벽과 산맥에서 날아오는 포격에 이중타를 얻어맞은 채 뻗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산맥에는 숨겨둔 병기까지 있으니ㅡ.


제아무리 전차라 한들 적의 전멸은 정해진 일이야, 라며 당주는 혀로 입술을 쓸었다.


"마운틴, 네스트다. '그것'은 적이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절대 가동하지 말도록. 적의 뒤를 칠 가장 주력된 무기이니까."


[그 정도도 모르겠습니까. 염려 마시지요, 마담ㅡ. 산처럼 무겁게, 숨을 죽이고 기다리지요.]


흐응, 하긴. 육상전은 저쪽이 더 전문이니. 괜한 참견이었을지도.


아아.


어서ㅡ 어서 오너라, 여왕의 개야.


그 어떤 술수를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폐하라 할지라도 내 땅에서 죽어간 침입자의 넋을 기려 주진 않을 터이니.


허나 이 일을 알리진 않아야겠지.


비록 섬기는 주인께 위협을 받았다고는 하나, 신하된 도리로써 어찌 주군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낼 수 있을까.


배포 있게 웃으며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나에 대한 주군의 평가는 더욱 올라갈 터. 어쩌면 이 일 자체가 페하의 시험대일지도 모르지.


그저, 저 가증스러운 방해자의 짤막한 목숨을 거두는 것만으로.


저자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만으로 왕가에는 그야말로 말없는 경고가 될 터이니.


그렇다면 설령 여왕 폐하라 할지라도 나를 막지 못하리ㅡ.


내 인생은, 바로 여기서 개화하는...



ㅡ쿠우우우웅! 쿠구우우웅!



...아?



꾸구우우우우우웅...!!! 드드드드드드...!!!



순간 예배당 발밑에 강한 진동이 일었다.


철창에 달린 샹들리에 역시 방금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알려주듯 끼익끼익 움직였다.


눈이 찌푸려진다.


"이 무능한 것이, 설마 그새 명령을 어기고 그걸...!"


곧바로 수화기를 잡아채려다 문득, 손이 멈추었다.


아니야. 그건... 함포의 소리가, 아니야.


드레드노트급의 12인치 함포.


과거 그녀가 드레드노트급 전함에 재임하던 시절, 사고로 스크랩 처리되던 동급함의 포를 밀수해온 것.


비록 4년도 더 넘는 기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과는 어찌어찌 성공.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집 앞마당 산성에, 무려 305mm 짜리 거포를 둘씩이나 박아넣을 수 있었다.


물론 들켰다간 끝장이지만 여자로써 이걸 어찌 참는단 말인가.


철저히 위장해서 밖에선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니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방금 그것은 뭔가.


제아무리 십수년 동안 배에 오르지 않았다곤 하나 대전 당시 뻔질나면 듣던 것이 바로 함포 소리였다.


머리는 몰라도 몸이 기억한단 말이다.


그리고 몸은, 귀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저건 함포의 격발음이 아니라고.


정확히는, 함포 '따위'의 격발음이 아니라고.


무엇보다도 가장 최초에 들려온 괴상망측한 폭발음.


그건 뭐란 말인가.


불길한 기운이 뇌리를 스치자ㅡ 그녀는 이번에야말로 황급히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마, 마운틴. 여기 네스트. 대답하라!"


그러나 무전기는 묵묵부답. 쥐새끼 기어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이윽고 누군가 수화기 키를 잡았다.


[치직...지지...직.]


옳지, 역시.


그저 무전기 문제였던 건가.


이후에 통신설비를 뜯어고치겠노라ㅡ 가슴을 쓸어내리며, 당주는 가만히 답신을 기다렸다.


[여, 여기는 중앙방벽...]


허나 돌아온 것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 거기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다.


비록 기대하던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랴.


장애물에서 산성까지 전방 1Km상에는 장애물이라 할 게 아무것도 없으니, 대신 산성의 상태를 이야기해줄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든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전해듣곤ㅡ, 당주는 그저 숨을 크게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무,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포대 전체가...사, 사라졌습니다..!! 아ㅡ지금...!!]


ㅡ우르르르르릉!!


그리고 또다시 일어나는 작은 진동.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끝에 찾아온 짤막한 보고는, 다리를 지탱하고 서 있던 당주를 털썩, 무릎 꿇리기에 충분했다.


[...산성이 있던 자리가, 통째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


[와우, 깔끔하게 날아갔네.]


가만히 열화상 카메라를 들여다보던 리스가 작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가 타고 있는 MRAP은 정찰 특화용 차량으로, 수송 능력을 조금 희생한 대신 레이더나 열화상 카메라 등 수준급의 광학장비를 장착할 수 있었다.


불과 방금 전, 누나가 탄 트랙터ㅡ TOS-1 에게 좌표 정보를 수신해준 것도 리스네 차량이었던 것이다.


그보다 병신인가.


셜령 레이더나 카메라가 없다 한들 미상의 지형이 있으면 화력수색을 실시하는 건 병법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숨죽이고 뻔히 쳐다보고만 있으면 누가 모를 줄 알고.


결국 침묵의 대가로 그들은 최소 1km를 초토화시키는 거대한 불지옥을 선사받았다.


[진지를 날리는 데 특화된 고화력 열압력 탄두입니다, 아직 22발 남았습니다.]


끔찍하다. 리스가 전해준 정보를 보니 그래도 진지의 구색을 갖추고 있던 산성과 거대한 함포가 형체도 없이 찌그진 채 활활 불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열화상 카메라가 잡지 못할 정도로 불타고 있었던 것이지만. 솔직히 쟤들 입장에선 운이 없었다.


딱 봐도 1차적으로 탄이 터지며 발생한 분진폭발 때문에 밖에 주욱 늘어서 있던 탄두와 장약들이 죄다 휘말려 한꺼번에 유폭을 일으킨 모양이었으니까.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던 포대는 그렇게 수십명의 요원들과 함께 형체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뭐, 어찌되었든 우리 입장에선 다연장로켓 단 2발로 무식한 거포가 숨겨진 포대를 모조리 작살낸 것이니, 개꿀도 이런 개꿀이 없다.


거기에ㅡ,


우르르르르릉!!


심각한 폭발의 충격에 견디지 못한 탓일까, 진지가 있던 자리의 가파른 흙더미가 한박자 늦게 무참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자욱하게 피어난 흙먼지가 연막으로써 우리를 가려준 덕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다음 행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진입로까지 파묻히진 않았던 탓에 곧장 전차를 정문 위병소 앞에 댈 수 있었고, 단단하게 막아선 철문을 본 나는 아델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델라, 불도저 내리고 밀어버려요."


이번엔 소소하게나마 우리가 활약할 시간.


ㅡ위이이이이이잉!


이윽고 명령에 맞추어 육중한 유압 실린더가 묵직한 소음을 일으키며 반짝이는 은색 속살을 드러냈다.


ㅡ우우우웅!


ㅡ꽈드득! 끼기기기익!!


딸려 내려온 거대한 도저 삽날은 전진 신호에 맞춰 무미건조하게 앞을 막아선 철문을 문자 그대로 짓이기기 시작하였으며, 그에 비해 한없이 약한 철문으로 지어진 위병소는 그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며 처절한 금속성 소음을 일으킬 뿐이었다.


ㅡ우드드득! 빠직! 빠지직!


결국 땅에 박힌 문짝 지줏대마저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끝에 마주하게 된 것은,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평야... 평야?


아니, 아니다. 다시 보니 빙 둘러진 산맥 밑으론 그야말로 끝을 모르는 절벽이 위치하고 있었다.


게다가 위병소 앞으로 죽 뻗은 도로 끝에는 휘황찬란한 성채와 죽어도 어울리지 않을 텁텁한 색상의 콘크리트 방벽이 높게 위치하고 있었고.


"뭐 이딴 지형이 다 있어...?"


마치 옛날 동화의 마왕성 가는 길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기괴한 지형에 아연실색하는 것도 잠시, 클레가 대신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아주 오래 전 드래곤이 둥지를 짓다 만 레어 터래요. 자연적으로 절대 생길 수 없는 구조긴 하죠.]


지랄났네. 그런 데에 들어와 알박기하고 사는 저 인간도 참 대단하달까...


바로 그때, 방벽 쪽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고래고래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이 상스러운 것들!! 요사스러운 트랙터나 끌고 와서 공격해대다니! 미친 것들 아니냐아아아아아ㅡ!!》


아니냐아아...


아니냐아...


산맥에 부딫혀 메아리치는 처절한 목소리는 최소 기차 화통 6개는 삶아먹은 듯한 압도적인 성량으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저는 위치로 가겠습니다. 제가 보고하기 전까진 성채 근처에 접근하지 마십시오.]


ㅡ웅웅웅...


그러거나 말거나 은수 누나는 제 할말을 하곤 슬며시 차를 뒤로 뺐다.


ㅡ쿠르르릉!


그러더니, 그대로 속력을 높여 충격파로 무너져내린 산성의 비탈면을 타고 오르는게 아닌가.


"무슨..."


...아.


진짜 좆됐네, 저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3 sj*****
    작성일
    22.02.14 09:59
    No. 1

    여기 미국이 모티브 인것 같은데 우리세계 현대무기나 전술를 가져오면 이세계 추축군들 전부 파멸 엔딩이네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카츄샤
    작성일
    22.02.14 19:10
    No. 2

    아마 한달 내로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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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116화.[퀸즈 프로토콜](7) 22.03.07 67 0 12쪽
117 (116)115화.[퀸즈 프로토콜](6) +2 22.02.26 91 1 13쪽
116 (115)114화.[퀸즈 프로토콜](5) 22.02.24 75 1 9쪽
115 (114)113화.[퀸즈 프로토콜](4) 22.02.23 66 1 13쪽
» (113)112화.[퀸즈 프로토콜](3) +2 22.02.14 79 1 11쪽
113 (112)111화.[준비 작업](3) 22.02.11 8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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