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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281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2.03.0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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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17)116화.[퀸즈 프로토콜](7)

DUMMY

ㅡ사락...


"...으음..."


무언가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에... 미약히 떨리던 눈꺼풀이 살짝, 뜨였다.


"...여긴.."


처음 보는 하얀 천장.


주변을 가리듯 드리운 새하얀 커튼탓에 그 너머 풍경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자신은 침대에 앉아있었건만, 분명 마지막으로 몸을 맡겼던 그런 고급 침대는 아니었다.


ㅡ삐걱.


보아라. 지금도 약간의 움직임에 마냥 삐걱이는 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그래. 약간...


병원 침대같은, 그런 느낌.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고, 이불에 옷깃이 스치는 감각 하나하나가 마치 아직 살아있는것만 같다.


...살아있어?


순간 덜컥,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렇게나 수면제를 들이키고도 죽지 못했단 말인가.


반푼이인 내게 내려진 가장 자비로운 죽음이었을 터인데, 그걸 발로 걷어차버린 이상 어떤 일이 닥쳐올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두려워진다.


ㅡ%?!^?#%~.


뒤척이며 낸 소리가 새어나간 걸까, 어느새 커튼 밖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ㅡ뚜벅, 뚜벅.


아아, 지난번에 들었던 그 소리.


그 끔찍한 하이힐 소리와 닮은 구두 소리.


역시 난 이곳에서 또 한번 끝을 마주하게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두 손으로 몸을 감쌌다.


이윽고 커튼 근처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방 안에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구두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ㅡ뚜벅, 뚜벅.


...멈췄다. 바로 앞에서.


얇은 천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바깥에 있는 검은 그림자는 바닥에 못박힌 듯 우뚝 자리에 멈추어섰다.


분명 저쪽에서도 내가 보이리라.


이미 몸을 반쯤 일으켰으니 이제 와서 자는 척을 하기에도 무리다.


ㅡ스윽.


이윽고 검은 손의 실루엣이 천천히, 커튼으로 다가왔다.


"흐윽..!"


나도 모르게 질끈 감기는 눈.


ㅡ촤악.


그리고 커튼을 젖힌 채 지척까지 다가온 인기척은...


ㅡ툭.


그대로 내 머리 위에 얹어졌다.


"잘 잤냐."


"아..?"


찔끔, 눈을 떠 보니 흐릿하게 보이는 황색 제복.


아르티아 기병대의... 정복.


거기에 이 그리움에 사무치는 목소리는...


"이 녀석아. 너무 주객전도 아니냐?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불평에 찬듯 퉁명스런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 목소리에선 미천한 종복에게 과분한 꿀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주인..님...!!"


"그래, 네 주인님이다. 몰골이 이게 뭐야, 응?"


그가 다가온다.


"...아..!"


ㅡ포옥.


그리고... 유리 공예품을 다루듯 조심스레 나를 품에 안는다.


체구는 작지만, 어째서인지 거부할 수 없는 듬직함이 그 자그마한 등에서 물씬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팔을 뻗어 그 조그맣고 거대한, 등 뒤에 둘렀다.


그리고 천천히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아무말도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병과장같은 차가운 금속 재질이 뺨에 닿지만 그 싸늘한 냉기조차도 빠르게 뛰는 주인님의 심장 소리에 모두 녹아내리는 듯했다.


"...끝났어."


"...네에..?"


"끝났다고. 너 괴롭히는 사람들, 이제 없다고."


그는 더더욱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두근, 두근.


덩달아 내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이미 한번 멎을뻔했던 심장이, 언제 그랬냐는듯 몸에 피를 돌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흐으."


미약한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아 더더욱 그 작은 가슴에 파고들어버린다.


그런데도 그는, 그저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어쩜 이리 듬직한 사내인가.


받을것만 잔뜩 받아놓고, 돌려줄 수 있는 거라곤 하나 없는 별 볼일 없는 여자인데.


이렇게 품에 안겨 흐느끼는 것밖엔 할 수 없는 응석받이를, 왜 이리도 상냥하게 챙겨주시는 걸까.


자꾸만 그럴수록, 주제에 맞지 않는 과분한 상상을 해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그래선 안 되는데.


처녀를 바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인생 최대의 영광인데.


반려가 되는 건 바라지도 않아.


내 주제가 있지.


그저, 가끔 성욕이 동하실 때 안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한번 용기를 내어볼까...


"주인님... 그, 저어..."


살포시 눈을 감으며 도톰한 입술을 살짝 내밀어본다.


주인님은 피식, 웃으셨다.


아, 역시 안되려나ㅡ...


하고 생각할 무렵,


ㅡ츄웁.


무언가 촉촉한 것이 입술에 와 닿았다.


동시에 찌르르ㅡ! 전류가 타고 흐르듯 뇌 속이 새하얘진다.


눈가는 파르르 떨리고, 감히 혀를 얽을 생각조차 못한 채 살포시 입만 벌어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파고드는 주인님의 새빨간 혀.


ㅡ츄읍, 쪼옥...


아아, 주인님.


나의 구원자시여.


이 미천한 종복은, 언제까지고 당신만을 짝사랑하게 되었답니다.


"하웁...쮸읍..헤으..."


어미에게조차 버려져 이제 기댈곳이라곤 당신밖에 없는, 이 가여운 여식을... 가끔씩이라도 마음이 동하시거든 얼마든지 사랑해주셔요.


저는, 불초 마틸다 로렌은 그 과분한 사랑을 먹고서 살아간답니다.


"파하..! 하아...하아..!"


모든것이 차갑게 식어버려도, 세상이 당신을 등돌려도... 저만큼은 제 모든것을 불살라 당신을 따뜻히 덥혀 드리겠어요.


진정한 백마탄 기사님, 나의 영웅.


당신을... 연모합니다.


**


다행히 좀 헬쓱해졌을뿐 그녀에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그냥 잠자던 공주님처럼 살짝 비몽사몽인 느낌이랄까.


며칠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기만 해서 그런지, 몸에서는 여성 특유의 달달한 살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ㅡ스윽.


커튼 너머로 손을 뻗자 뭐가 그리도 두려운지 질끈 눈을 감길래 그 너머 살짝 흐트러진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잘 잤냐."


이윽고 천천히,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녀.


그 이후 마틸다는 한참이나 날 꼭 끌어안고는 울먹였다.


이미 우는걸 알지만,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길래 굳이 아는체하지 않고는 그냥 슬슬 등을 쓸어주고 말았다.


그러다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나를 올려다보는 물기어린 눈망울에 열기가 서린것이 보인다.


"주인님... 그, 저어..."


그러더니 눈을 감으며 입술을 폭, 내민다.


요 앙큼한 것.


솔직히 금발 엘프가 키스를 조르며 입술을 내민 모습, 얼마나 쉽게 볼수 있을까.


좀더 자세히, 예술작품 감상하듯 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긴 하지만... 실시간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얼굴을 보아하니 더 지체했다간 펑, 터져버릴 것만 같다.


ㅡ츄웁.


가볍게, 입을 맞댄다.


그러자 자연스레 벌어지는 도톰한 입술. 떨어진 자존감만큼이나 무방비하고 무기력해진 채 구석으로 숨어든 혀를 적극적으로 유린하기 시작했다.


"하움..츄읍..으읍..."


허리를 살짝 끌어안으니 그제서야 조금씩 호응해 오는 그녀의 혀.


얼마 안가 병실은, 설육 두개가 찐득히 뒤엉키는 소리, 그리고 매트리스 위로 톡톡 떨어져 내리는 침방울 소리만이 가득 메우게 되었다.


**


"자, 이거 돌려줄게."


기나긴 키스는 진즉 끝이 났건만, 그녀는 여전히 면목이 없다는 듯 죄인처럼 고개를 푸욱 숙인채였다.


그런 그녀에게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ㅡ짤깍.


고급스러운 원목 케이스 안에 든 것은... 바로 그녀의 권총.


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었는데, 그녀 역시 눈치챘는지 대번에 슬라이드로 시선이 향한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슬라이드만 살짝 손봤어. 새로 갈아끼운건 아니고, 아는 지인한테 부탁해서 각인만 싹 밀고 새로 새긴거야."


은수 누나에게 부탁해서 로렌가의 되도 않는 가훈 부분을 싹 밀어버린 뒤, 그 자리에 짧은 문구 하나를 새겼다.


"Viva, la vida..?"


"..사실 아는 프랑스어가 그것밖에 없어서..."


내가 이실직고하며 배시시 웃자 그녀는 문구 한번, 나 한번을 쳐다보더니...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흣, 푸하하하! 주인님, 이건... 프랑스어가 아니랍니다..? 이거 스페인어예요."


엥, 그랬어?


프랑스 이야기를 다룬 노래 제목이라 당연히 프랑스어인줄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얼굴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한 팔로 나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비록 웃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후흐흐흣...흐으, 아아... 귀여우셔라. 걱정하지 마셔요. 전 스페인어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음식을 곱씹듯 중얼거리며 뜻을 맞추어낸다.


"인생이여, 영원하라..? 그 정도 의미가 되겠군요? 어쩜 이리도 멋진 말인지, 주인님은 시적 감각도 풍부하셨네요."


이제 노래 제목이라곤 죽어도 말 못하겠네.


여하튼 좋아해주는 것 같으니까 그걸로 된거겠지.


한층 즐거워진 기색의 그녀는 그리도 좋은지 계속 이리저리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자연스레 아래로 향한 시선은, 이내 청보라색 그립에 고정되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인지는 몰라도 그녀의 눈동자색과 꼭 닮아있는 유광그립.


"...그건 못 바꾸겠더라. 네 눈동자랑 너무 닮아서."


그리고 왠지 부끄러워져서는 잠시 주저한 뒤, 이내 툭 내뱉듯 말해버렸다.


"...난, 꽤 좋아한단 말이야. 네 눈동자."


그 한마디에, 이미 진즉에 새빨갛게 물들어있던 얼굴은 말할것도 없고,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운다는 소리지.


"울지 마. 예쁘다니까 왜 또 울어?"


"아, 으...우는., 게 아니라..."


울고 있구만 뭘.


코를 크흥거리며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꾸만 눈가를 훔치는데 보는 내가 다 짠하다.


얼마나 구박받고 자랐으면 이렇게 예쁜애가 그렇게 자존감이 바닥을 뚫냐.


"한평생, 저주받은...눈이라는 소리만 듣고 살아서요. 그래서 싫어하시면, 어쩌지 하고..."


저주?


내가 생각하는 그 저주?


"누가 저주를 그렇게 예쁘게 걸어? 자수정같은 그 눈동자보단 차라리 시커먼 내쪽이 더 저주스럽지 않아?"


분위기를 풀고자 너스레를 떨자 그제서야 배시시 얼굴이 풀어지는 마틸다.


살짝 휘어지며 호선을 그리는 눈도 정말이지 너무나 예뻤다.


"히히...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주인님밖에 없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할거야.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뿐이지."


ㅡ똑똑.


바로 그때, 문간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나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한번 윤기나는 머리를 스윽 쓸어주었다.


기분좋은듯 살며시 눈을 감는 그 모습에 무심코 강아지같다는 생각을 해버리면서도, 계속 쓰다듬고 싶은 기분을 자제하며 몸을 돌렸다.


"마저 쉬어라."


그런데,


"어디...가시나요?"


그녀가 두려운 눈으로 내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힘이 실리진 않았다. 언제든 내가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는 미약한 힘.


자신이 없는거다. 제 따위가 나를 붙잡을 수 있는 주제가 될까, 하는 생각에 자꾸만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거지.


ㅡ텁.


확신을 주듯 꼬옥 맞잡으며, 다시금 그녀와 눈을 맞춘다.


"...네 언니들이 왔어. 잠시 병실 밖으로 자리를 피해주는 것뿐이니까 걱정마. 얘기 끝나면 다시 들어올게."


내가 세운 공이 있다지만, 그렇다고 가정사에 일일이 간섭할 생각까지는 없다. 그녀들이 마틸다의 목숨을 노린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그제서야 그녀의 표정도 조금 풀렸고, 어느새 맞잡은 손도 놓아진 상태였다.


"이따 보자."


한번 더 다짐하듯 확신을 심어준 뒤에 그대로 병실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사복 차림의 로렌 자매와 마주쳤지만 가볍게 웃으며 인사하곤 그대로 지나쳐 병실 밖 벤치에 자리하고 앉았다.


"휴우..."


탁, 하고 문이 닫히며 안쪽에선 무슨무슨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오기 시작한다.


굳이 귀담아듣지는 않으려 고개를 돌려 창밖을 쳐다보았다.


쨍쨍하니 화창한 날씨. 하늘에는 여느때처럼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만지면 폭 들어갈 듯, 살아있는 듯 모습을 바꾸는 구름.


"이번엔 진짜네."


무심코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보면 필시 정신병자라 손가락질하리라.


그래도 뭐 어떤가.


이제 가짜가 아니게 된 하늘은 너무나도 넓고 푸르니,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리건 그녀의 몫이다.


나로썬 반푼이 중대장 역할을 계속 수행하며, 반푼이 귀족 아가씨를 보살펴줄 수밖에.


대장과 부대장이 둘 다 반푼이라.


부대 망했네.




사관학교 에피소드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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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6)115화.[퀸즈 프로토콜](6) +2 22.02.26 92 1 13쪽
116 (115)114화.[퀸즈 프로토콜](5) 22.02.24 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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