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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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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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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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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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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아마 주위를 수소문하면 뭔가 얻는 게 있을 겁니다.”

“하긴 그 공간을 이석준 혼자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요.”


세상 모든 일은 인과가 존재한다.

아무리 비밀스럽게 일을 진행해도, 흔적이 남는다는 소리다.

특히 제한된 상황에서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흔적은 명백히 남을 수밖에 없다.


“근데 이석준은 어떻게 그곳을 발견했을까?”


유해강의 질문이다.

역시나 그도 단번에 핵심에 도달했다.


“정부 조직의 일입니다. ”


많은 의미가 담긴 말.

이해준은 현 책임자답게 뭔가 알고 있는 걸까?


“그 말은 누군가 이야길 해줬다는 거군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 실패에 통감하고 경질된 책임자가 자신의 팀을 이끌고 헤라로 갔습니다. 그럼 둘 중 하나일 가능성도 있죠. 헤라에서 원하는 걸 그들이 가졌거나, 그들이 헤라가 원하는 걸 가지고 협상을 벌였거나.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정황을 보면 추론은 가능합니다.”

"그거 명백히 보안법 위반인데."

"헤라니까요."

“그럼 처장님은 이석준 개인행동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이건 하나의 가정일 뿐입니다. 결론에 다가가면 진실을 알 수 있겠죠. 일단 우린 우리 대로 움직이도록 하죠. 상호 씨는 몸조리하고 계세요.”

“네.”


역시 특조단의 명성답게, 동기부여가 제대로 들어가자 모두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일사불란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몸조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도 나만의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이해수.


그녀에게 들을 진실이 있다.


*


“왜 아줌마 딸은 창녀가 안 될 것 같아?”


이건 또 무슨 일이래.

해수와 낯선 여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너 진짜 쓰레기구나.”


말과 함께 손찌검부터 나가는 여자.

하지만 해수도 만만치 않았다.

해수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기자라고 모욕을 줘도 된다는 법은 없어.”

”사실을 말한 거야.“

”그럼 증거를 가지고 와.“

”증거는 없지만, 증언은 있지.“

”그 증언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없거든.“


이건 무슨 상황?


어쨌든 힘 싸움은 기자 쪽의 승리였다.

며칠이나 굶은 것 같은 몸을 가진 해수가 애초에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신장도 근력도 저쪽이 한 수위.


기자가 해수를 밀쳐 넘어지려고 하길래, 내가 나서서 해수를 막았다.

해수는 자신을 받쳐 든 나를 확인하며, 인상을 썼다.

나는 그런 해수를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일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 편을 들어줘도 들어줄 거 아닌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기자와 왜 싸우고 있냐?”

“저년이 먼저 시비를 걸었어.”


시비라.

그렇다 해도 언론인을 상대로 너무 무모했다.

언론인은 펜으로 사냥하는 사람들이다.

그 공격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뭐라고 했는데?”

“나보고 창녀라고 했어.”


담담한 해수의 말에 기자가 곧바로 시니컬하게 반응했다.


“성폭행이 사실이냐고 물었을 뿐이에요.”

“그 말은 자신의 잘못은 없다는 말인가요?”


내 말에 여기자는 주저했다.

오랜만에 쓴 의식표현 덕분에 여기자의 공격성이 많이 누그러진 덕분이다.

그게 아니라도 논리를 최전방으로 삼는 기자에게 내 말은 꽤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사실 그녀 또한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


“언론인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건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상처를 줘선 안 되죠.”


오죽하면 특종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우스갯소리로 사고가 나면 기자들은 슬퍼하기보다 흥분한다고 한다.

그들의 윤리 의식이 어디까지 삐뚤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례하지 마세요. 이건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충고입니다.”


그 말과 함께 나는 이해수를 데리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기자도 더는 분란을 일으키기 싫었는지, 그대로 뒤돌아 군중들 틈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해수에게도 한 가지 충고를 건넸다.


“기자들은 원래 일부로 도발해. 저것도 기술이니까 다음부턴 넘어가지 마.”


해수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것 같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의외네.

해수도 기자도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왜 이리 순종적이래.

아무리 의식표현을 썼다지만, 이건 숫제 겁먹은 강아지 같은데.


물론 그 이유는 잠시 후 알게 됐다.

거울을 본 나는 내 얼굴이 잘 벼려진 칼과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볼은 핼쑥해지고, 다크서클은 광대까지 내려오고.

좀 전에 죽음을 경험해서 그런지, 눈에는 은은하게 살의마저 담겨있었다.

이러니 쫄지.

어쨌든 심층을 익히는 사람에게는 좋은 현상이 아니라, 재빨리 갈무리했다.


후 조금 지치긴 하네.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

‘지금’을 미루면, 타이밍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무엇보다, 미뤘다는 이유만으로 후회하게 되는 건 피하고 싶다.

적어도 마음의 공부를 지향하는 나로선,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괜찮아?”


그런데 해수가 걱정까지 할 줄은 몰랐다.

오늘 진짜 여러모로 놀라네.

아니 어쩌면 여자 특유의 직감으로 내가 찾아온 이유를 은연중에 느끼는지도.


“누가 누굴 걱정하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 진짜 얼굴 안 좋더라.”

“뭐. 여러 가지 일이 있긴 했지.”

“무슨 일인데.”

“서상재란 사람을 조사했다. 아무래도 그가 뭘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을 하면서도 해수의 표정을 살폈다.

담담해 보이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지금 그녀는 긴장하고 있다.

그녀의 심장 박동수가 미묘하게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넌 기자랑 왜 싸운 거야?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성격 아니었어? 굳이 맞선 이유가 뭔데?”

“그냥 지고 싶지 않았어. 그년 예전에도 아빠랑 엄마에 대해 안 좋은 기사를 쓴 적 있거든. 그게 생각나니까 화가 나더라.”

“그래도 괜히 적 만드는 행동은 좋지 않다.”

“잔소리는 그 쯤 하시지. 내 편 들어주는 건 고마운데, 선 넘지 마. 나도 힘들어.”

“그걸 어리광이라고 하는 거다. 내가 네 편이 되어준다고 했지. 네 잘못을 넘어가 준다는 말은 안 했다.”

“너 재수 없어.”

“애초에 기자를 상대로 그러는 거, 약자나 하는 짓이다. 네가 진짜 기자를 엿 먹게 하고 싶으면, 조용히 복수를 준비해. 그리고 기회다 싶으면 단박에 목덜미를 묻어 뜯어. 그게 진정한 복수야.”


*


“자?”

“안 자.”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라.”


해수는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앉으라고 벽 쪽으로 붙었다.

그녀가 침대 맡에 앉았다.


“부탁할 게 있어.”

“해.”

“들어줄 거야?”

“뭐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나 좀 안아줘. 이상하게 진정이 안 돼.”

“그게 뭐 어렵다고. 일로 와라.”


해수가 안기자,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잔 떨림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모종의 결심을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서워?”

“모르겠어. 이 감정이 뭔지.”

“그럼 생각하지 마. 억지로 모든 걸 풀려고 할 필요 없어. 순리에 맡겨.”

“너 그거 알아?”

“뭘”

“너 가만 보면 아저씨 같아. 뭘 그리 말을 어렵게 하냐.”

“생각이 깊어서 그런 거다.”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인생 오래 산 냄새가 나.”

“그래서 싫어?”

“싫지 않아. 그냥 너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해주나 그런 생각만 하지.”


해수의 말을 들어보면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을 문을 연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 말을 하는 건 자신에게 물어보는 걸 수도 있다.

그녀가 사람을 믿는다는 건, 그녀에게 하나의 기적일 테니.


“뭔가 잘 안 풀리거나,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 날 떠올리라고 하면 너무 오버인가?”

“네가 뭔데?”

“너의 친구. 그리고 너의 바람막이가 되어 줄 사람.”


안는 걸 풀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감정이 담겨있다.

아마 상당히 헷갈릴 거다.


“넌 나 믿어?


해수가 물었다.


”왜 안 믿는 거 같냐?“


나는 그런 질문에 되물었다.


”모르겠어.“


해수 역시 대부분 여자가 그렇듯,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게 생산적인 생각이면 좋으련만.


”일단 그냥 지켜보자.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넌 어른이구나.“

”왜 넌 아니고?“


이 말, 비꼬기 위해 한 말이 아니다.

그저 그녀의 내면에 잇는 빗장을 벗기기 위한 말이다.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어른답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감정에 솔직한 거겠지.“

”애써 포장해 줄 필요 없어.“

”포장은 무슨. 네가 본 나는 어때?“

”무슨 뜻이야?“

”품평해 달란 의미지.“

”글쎄, 호구 같기도 하고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그게 다야?“


난 배신당한 사람의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해수가 알아차리기 힘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본 넌 강압적이지 않아서 좋아. 상대의 말을 듣고, 배려해주려고 하잖아. 널 보고 있으면, 나도 옳은 쪽으로 가는 거 같아. 그 밝음이 좋아.“

”너 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기분 좋게 얘기한다.“

”티 났어?“

”좀 많이.“

”어쨌든 할 말 있으면 해.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보고.“

”눈치 좀 빠른데?“

”그거 눈치 못 챌 사람 아무도 없을걸.“


하긴 일부러 눈치 주긴 했다.

그냥 말을 꺼내긴 민감한 문제였으니.

그녀가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질문들.


마침내 그녀에게 내가 확인하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너 나한테 속인 거 있지?“

”없다곤 말 못 하지.“

”왜 그랬어?“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해. 나라고 별수 있을까?“

”거짓말을 한 이유를 묻는 거야. 말하면 너한테 불리한 내용이라서?“

”불리하다기보다 예민한 문제지.“


난 해수의 눈을 똑바로 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저 눈동자 깊숙이 감춰져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건 바로 증오였다.


”해수 너 서상재란 사람에게 납치된 거 아니지?“

”......“


시간이 흐른다.

밤은 역시 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숨과 함께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묵비권 써도 돼?“

”왜 말하기 싫어?“

”겁나.“

”왜? 내가 널 이상하게 볼까 봐?“

”아니, 또 이용만 당할까 봐.“


해수의 볼을 만졌다.

내 손바닥으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한 사람이야.“

”그런 말 말고, 확신을 줘.“

”네가 원한다면 맹세할게.“

”맹세도 결국 말이야.“

”해수야.“

”왜?“

”넌 자의든 타의든 이 일에 너무 깊숙이 관여했어. 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단 소리야.“


해수는 입을 다물었다.

난 그런 해수를 보며 내 생각을 계속 말했다.


”넌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그 사람들에게 협력했고. 그 사람들에게조차 버림받았어.“


이게 그녀가 가진 진실이다.

서상재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사실을 교묘히 이용했다.


메마른 그녀의 입술.

그 입술을 만졌다.

깔끄럽다.

그 거침이 얼마나 큰 내적갈등을 겪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널 탓하고 싶지 않아.“


난 조용히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분위기가. 그리고 그녀에 대한 연민이 나를 저절로 그렇게 만들었다.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분명 그놈들이 네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었을 테니까. 그런 놈들이니까. 그러니까 해수야 내가 널 이용할 것 같으면, 네가 먼저 날 이용해라. 알겠냐?“


*


달그락 소리를 내며 안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냈다.

총 8개의 동그란 물건.

서상재의 무의식 안에서 얻은 것들이다.


”용정 8개라.“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무의식 속에서, 복제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무엇보다 복제의 기준이 명확하게 나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아낸 건 제법 큰 실마리였다.

이렇게 되면 안 그래도 중요해진 성남 일이 더 중요해졌다.


”그러고 보니.“


회귀하고 난 뒤 부쩍 성남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궤의 령의 성남 발언은 물론 기차에서의 성남 관련된 사람을 만나고. 마물 또한 성남과 관련 있었다.

더군다나.


”해수의 아버지, 이석준도 헤라 성남지부장 출신이지.“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추천해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선호작도 틈틈히  올라 기분이 좋네요.


일요일은 휴재라서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꾸벅


추신)

가독성이 안 좋은 부분을 말씀해 주시면 수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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