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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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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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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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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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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그럼 마물이 되는 이유가 뭐란 말입니까?”


내 질문에 이한우는 묵묵히 대답했다.


“삶을 포기하고 증오만 남는 경우. 또한”


“비전도, 꿈도, 희망도 없이 사는 사람들. 즉 마물이 되어도 상관없는 사람이야말로 마물이 되고 말지.”


힘주어 말하는 이한우를 보며, 나는 그가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아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명확하게 인지했다.


"절 걱정해주시는군요.”

“전도 유망한 젊은이가 마물이 되면 안 되지 않나.”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이한우지만 내 추측은 확실해졌다.


아마 그게 다가 아닐 테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했다.

현재 이한우가 운영하는 미리내 조합은 아직 10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순위다.

못해도 대략 7조원 정도 되는 가치를 가진 사업장의 대표라 할 수 있다.

그런 사업장에서 일하는 대표의 스케줄은 어떨까?

가히 살인적이란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즉 이한우가 용산에 나타났다는 것부터가 목적이 분명하다는 얘기고, 처음에는 용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나 때문이었군.’


이렇게 따로 이야기하는 게 그 증거다.

거기다 말의 무게를 아는 거물이 손수 선물을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것도.


역시 세상엔 공짜는 없어.


그리고 기분도 좋다.

나는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고 싶을 뿐인데, 그는 한 술 더 떠 우연을 가장해 인연을 맺으려고 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내가 기분 좋은 건 내 의도가 확실히 통했기 때문.

사실 이런 상황이 되라고 굳이 기차에서 공작팀과 연계한 것도 있다.

앞으로 조합을 잘 이끌어 나가려면 홍보가 중요한데, 나 같은 유망주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물론 이한우 같은 월척이 내게 관심을 가질지 몰랐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궤의령의 효능과 잠재력을 인지했다는 소리다.

그래서였다.

내가 이한우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건.


“거기다 잘하면 인재를 포섭할 수도 있고요.”

“허허. 눈치챘나?”

“공사다망한 분이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 주시는데, 눈치 못 챌 수가 없죠.”

“듣던 대로 똑똑한 친구로군.”

“뭐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우리 부모님 빼고 말이죠.

우리 오 여사는 아직도 나를 길가에 내놓은 어린애 취급을 한다.

아마 그 마음은 그녀가 죽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부모란 그런 거다.

자식이 아무리 커도, 어릴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어쨌든 이한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는 것을 통찰력이라고 하지.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궤의 본질. 통찰력이 깊을수록 위로 올라갈 확률이 높지.”

“성장 가능성을 높이 치시는군요.”

“단체를 이끌다 보니 어쩔 수 없네. 그려”

“그럼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물어보게.”

“이렇게 직접 찾아오신 연유는 뭡니까?”


그렇다.

내가 처음에 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한 이유.

이한우 정도의 인물이 인재 하나 포섭하려고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괜히 스카우터가 있고, 관련 부서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는 왜 직접 움직였을까?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가 움직일만한 스케일은 아닌데.

나 정도의 인재는 많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왜일까?”


하지만 이한우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의 심유한 눈동자를 보며, 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


“역시 제가 가진 지성체 때문입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 말곤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촉촉이가 아니라 촉촉이의 능력이겠지만.


“역시 똑똑한 사람과는 대화가 편해. 별 말 안 해도 다 알아듣거든.”

“지성체를 거래하고 싶은 거군요.”

“그렇네. 혹 양도해 줄 수 있겠는가?”


양도라.

물론 어렵지 않다.

복제하면 그만이니.

하지만 그 연유는 알고 싶다.

그가 촉촉이의 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것도 손녀 때문일까?


“혹 손녀 때문입니까?”

“맞네.”

“어떤 분이 손녀 바보라더니, 그 말이 맞군요. ”

“음. 자네 말이 좀 심하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다.


“그랬다면 죄송합니다.”

“사과는 무슨. 오히려 고맙네. 그런 농담까지 한다는 건,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일 테니까.”


역시.

이번에는 내가 순수하게 감탄하며 대답했다.


“조합장님이라면 그보다 더한 것도 내 드릴 수 있습니다.”


정당한 가격만 쳐주신다면요.

그런데 이한우는 거기서 한 발 더 다가왔다.

그가 말했다.


“그럼 우리 조합에 들어온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도 되겠나?”

“그건 협의를 거쳐야겠죠.”

“뭐?”

“제 능력을 과신하는 게 아니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사람을 결정하는 가치는 결국 돈이었다.

그럼 궤의 사회에서 그 사람을 결정하는 가치는 뭘까?


자 제시해 보시죠.


과연 당신은 나를 품을 정도의 도량을 가졌습니까?

제가 이루어낼 조합을 포기하게 만들면서 까지?


*


“끌끌 그건 차후에 얘기하지.”


역시 이한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노련한 그는 다음을 이야기했다.


“그러시죠.”


나 역시 만족스러운 상황이라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한우를 만난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내 나이에 이한우랑 독대할 인간이 몇이나 되겠어.


“조만간 연락 주겠네.”

“네 그때까지 서울에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커피를 반 정도 남긴 이한우는 일어섰다.

그는 반이나 남은 커피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자네한테 맞춰 커피를 시켰네만, 역시 나완 맞지 않는군.”

“다음부터는 제가 조합장님의 취향에 맞추겠습니다.”


일찍이 그는 파산했고 다시 일어섰다.

난 그가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그의 기질이 한몫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의 곁에 인재들이 넘쳐나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저 말을 꺼낸 것도 호감을 사기 위함일 테지.


“끌끌. 우리 미리내는 자네의 훌륭한 나침반 정도는 되어 줄 수 있을 거야.”

“뭐 저도 미리내 정도면 훌륭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가보겠네.”

“조합장님 그전에.”


하지만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아쉽잖아.

특히 나 말고 애들이 섭섭하지.

장차 10대 조합장 타이틀을 달 사람인데.


“혹 따로 할 말이 있나?”

“애들 용돈 좀 주시죠.”

“하하. 내가 그걸 깜박했군.”


이한우가 흔쾌히 지갑에서 2만원을 꺼냈다.

그는 그 돈을 각각 민준이와 은서에게 내민다.

물론 애들이 받으려는 걸 중간에서 내가 막았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이한우지만 내가 더 어이가 없다.


“안 받겠습니다.”

“응 왜 안 받겠단 말인가?”

“무려 조합장이나 되시는 분이 이 돈 줬다 하면 창피해서 못 받습니다.”


요즘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작은데.

탄산음료도 3000원 하는 시대 아닌가.


“자네 진짜 25살 맞나?

”제가 성숙하다는 말은 많이 듣는 편이죠“

”자네도 참 괴짜구먼.“

”이왕이면 비범하다고 해주시죠.“


내가 웃자, 이한우도 기가 막혀 웃는다.


”끌끌 내가 졌네.“


이한우는 2만 원을 집어넣고, 10만 원을 꺼냈다.

그리고 각 5만 원씩 은서와 민준에게 주고는 커피숍을 나갔다.

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상념에 빠졌다.


그와의 인연 과연 실일까 이득일까?

사실 이한우는 남들이 모르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다.

그의 사후 이후에 남긴 회고록에선 그가 마물에게 패배했을 때, 마물은 그가 보는 앞에서 모든 일가족을 죽여버렸다고 했다.

다행인 건 외국에 있던 하나뿐인 손녀는 마물의 손에서 살아남았고, 이한우가 말하길 자신이 사람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손녀 때문이었다고 했다.


아까 마물이 되는 경우가 삶을 포기하고 증오만 남는 경우라고 했지.

아마 십중팔구 자기 경험담일 거다.

참 여러모로 대단한 양반이야.

마물이 될 뻔한 경험이라니.

생각을 정리한 나는 애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우리도 일어서자.“

”네.“


*


용정을 복제한 나는 한결 느긋해졌다.

이제 다음 목적지로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센터로 가기 전, 일단의 무리 때문에 여유를 포기해야 했다.

수십 명의 남자가 누군갈 찾고 있었다.

어깨에 찬 견장에는 조합을 상징하는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날개를 펼친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저 무늬는 미리내 조합 사람들인데.

나는 그들을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심층을 익히면 상대가 품은 감정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데, 저들이 품고 있는 감정, 그건 분명 적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부러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하게 숨은 뒤, 귀를 열고 놈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다.


”이쪽엔 없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이군.“

”그놈이 가져선 안 될 물건을 가졌다. 빨리 찾아.“


파편에 가까운 단편적인 정보였지만 몇 가지 추론이 가능했다.

놈들이 말한 물건이라는 단어.

그 물건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 정황.


아무래도 이한우 그 양반이 과분한 물건을 내게 준거 같다.

어쩌면 자신의 정치적인 스탠스를 위해 날 이용한 걸 수도 있고. 이것 또한 그 사람이 내게 거는 테스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보고 괴짜라더니, 알고 보니 나보다 더한 인간이라니. 나원.


사실 이한우의 나이가 나이다 보니 후계가 민감한 편이긴 했다.

거기다 난 미리내 조합에 다녀봤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일 우월주의자 한 명을 알고 있고.

부조합장. 강경준.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미리내에서 그놈이 유일하다.


어쨌든 놈들을 따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잠자코 그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놈들이 사라진 후에야, 이동을 시작했다.


나는 센터에 도착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었는데, 솔직히 지금 내 실력에 강경준을 들이박는 건 무모한 짓이다.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빨리 30층부터 도달해야겠어.

용정까지 복제한 마당에 미적거릴 틈이 없다.


*


사용자 센터.

총 100만 제곱미터 땅 위에 올려진 3층 건물.

상주 직원만 1만 4천 명이고 공사비만 7조가 들어간 곳.

이 건물 자체만 보면 궤가 얼마나 권력 지향적인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궤의 어두운 단면.


어쨌든 2층 해당 민원 부서에 도착한 우리는 번호표를 뽑고 가만히 차례를 기다렸다.

꽤 많은 사람이 등록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총 8명이 사람들의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처리속도는 시중은행과 비슷.

아무래도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느릿느릿하네.“


그런데 은서가 내 머리를 만지며 장난칠 때였다.


”야 박상호.“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날 불렀다.

여기에 내가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런데 확인하자마자 놀랐다.

여기서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사람이 서 있었으니까.

이곳 민원업무를 보는 사람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160cm인 고양이상의 얼굴을 가진 여자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내 전 여자친구 혜린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솔직히 그녀가 여기서 일하고 있을 거란 생각은 1도 못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긴 했는데. 여기로 배정 받은 건가.


”너야말로 이곳에 왜 왔어?“

”나야 등록하러 왔지.“


그러고 보면 그녀와 나는 3년을 사귀었다.

사소한 일로 매일 싸웠는데,그러다 보니 애정은 희미해지고, 정만 남게 됐다.

우리는 여느 커플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너 좀 변했다.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왜 이렇게 여유가 넘쳐?“

”원래 남자는 성장하는 법이지.“

”성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죽을래?“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제대로 된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열심히 적고 있으니, 기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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