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미래를 바꾸는 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610
추천수 :
181
글자수 :
110,787

작성
21.05.22 07:41
조회
124
추천
4
글자
11쪽

14화

DUMMY

"사실 그분이 남긴 전언이 있습니다.”

“그분? 그게 누군데?”

"저도 잘 모릅니다. 그저 그분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는 것만 압니다."

"그래서 그분이 무슨 말을 남겼는데?"

"지금 제 곁에 있는 이 여자.”


가면을 쓴 남자가 잠깐 말을 아꼈다.

그리고 잠시 후 담담한 어조로 이어 말했다.


“반드시 자살할 겁니다.”


*


“이미 만반의 준비를 다 끝낸 모양이지?”


눈앞의 남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 믿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는 게 있었다면 이곳에 남아 있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자살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내가 직접 찾아야 했다.


“도대체 이 여자의 자살이 무슨 의미이길래."


물론 다른 의미로 화가 나기도 했다.


“20대 여자. 그것도 남 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란 여자가 자살한다면.”


그게 뭘 의미하겠는가?


“학대? 성폭행? 그것도 아니면 실연?”


확실한 건 뭐가 됐든 좋지 않다는 거고.


“진짜 너희들 쓰레기다.”


이 새끼들 진심 상종 못 할 인종들이라는 거다.


“재밌지 않습니까?”


하지만 심각한 나와 다르게 놈은 가면 아래로 웃고 있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제가 잠깐이나마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재밌냐?”

“뭐 당신의 눈에는 발악으로 보이겠지만, 저는 그것으로도 만족합니다.”


한심하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가 대충 어떤 놈인지 윤곽이 잡혔다.


“너 유년시절 불우했지?”

“그게 보입니까?”

“어. 아~주 잘 보이네.”

“평범하진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반항한다고 목에 쇠사슬을 채웠고,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가두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는 무슨. 증오했겠지.”

“그때는 그런 마음조차 사치였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학교에서 풀어서 나름 상관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죽였냐?”

“네 맞습니다. 모두 다 죽여버렸습니다.”

”설마 일부러 죽인 거냐?“

”네. 일부러 죽였습니다.“

”복수도 특이하게 한다.“

”절 이해하시는 겁니까?“


이해는 무슨.

미성년자는 촉법소년에 걸려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녀석은 그걸 알고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왜?


”언론을 끌어 들이고 싶었던 거지.“


미성년자의 연쇄 살인.

이것보다 더한 대서특필감은 없으니까.


”당연히 살인 이유를 알기 위해 부모의 행적 또한 조사했을 테고.“

”네 그때 절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뒤에 네 부모라는 사람 인생은 말 그대로 파멸했겠지.“


학대.

그리고 학대 당한 아이의 연쇄 살인.

그와 관련된 부모의 인간관계는 거기서 파국이다.

누가 봐도 사회에서 매장 당할 각인 것이다.


”지금은 두 분 다 감옥에 계십니다.“

”그래서 속 시원하냐? “

”그럴 리가요. 오히려 갈증이 더 심해졌습니다.“

”그게 네가 마물의 추종자가 된 이유고?“

”그건.“


안타깝게도 그 뒤의 말은 듣지 못했다.

이 공허한 공간에 새로운 무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략 열 명은 넘어가는 사람들.

하나같이 궤의 힘으로 무장했고, 하나같이 날렵한 그들은 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이곳을 들이닥쳤다.


*


총 13명.

한 명 빼고 모두 전문적인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그들은 딱 봐도 신분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내 말에 그들 중 유일하게 정장을 입고 나타난 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30대 정도의 외모에, 갈색 머리를 장발로 묶은 이.

걸음걸이가 특이했는데, 구두를 신었는데도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있었나.


무엇보다 심층의 깊이가 너무나 깊어 놀랐다.

비유하자면 흡사 바다와 같다.

이 정도의 인물을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어쨌든 그가 나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청해와 일단 인사부터 나누었다.


“특조단입니다. 두 분 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특조단이라.

궤의 힘을 논할 때, 대부분 고위직들은 치외법권에 해당한다.

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면책에 가까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거기와 관련된 정책기관이 존재했는데,


그것이 바로 특수조사단.


즉 특조단만이 유일하게 궤의 힘을 가진 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었다.


“이해준 처장입니다.”

“박상호입니다.”


나는 일부러 악수를 청했다.

심층을 익힌 자들에게 신체접촉은 나름 의미 있는 행동이기에.

물론 악수를 청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알고 싶었다.

그가 오만하거나 거만한 사람이라면?

내 악수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거 나이도 어리신데 상당합니다.”


어쨌든 그는 악수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갑게 나를 대했다.

손을 놓자 그가 말했다.


”현 시간 부로 두 분 다 특조단이 관리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무엇을 관리하고, 무엇을 위해 그들이 이곳에 왔을까?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꼭 답을 들어야겠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를 놀라게 할만한 일이 또 일어났다.


“저는 억울합니다.”


가면을 벗어 던진 사내가 무릎을 꿇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기가 막힌데, 다음에 이어진 그의 말은 어이없음 그 자체였다.


“저는 저분이 시키는 대로 한 죄 밖에 없습니다.”


하 고작 생각한 게 이거냐.

짜증 나는 건 진심이 절절 묻어나는 그 연기는 관계자가 봤다면 분명 남우주연상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완벽했다는 거다.


이놈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이해준에게 기어간다.

그리고 과몰입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의 향연이 계속 이어졌다.


“진짜 억울합니다. 저는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진짜 아닙니다. 저도 저 사람이 협박해서 이곳에 온 거라고요.”


하하 이래서 마물과 관련된 일은 재밌다.

난 일부러 놈의 허벅지를 툭툭 찼다.


“그만해라. 역겹다.”


물론 내 도발은 훌륭하게 그의 연기를 한층 더 진보시켰다.

놈이 이젠 숫제 악다구니를 쳤다.


“뭘 그만해. 이 살인마 새끼야. 네가 저 여자를 납치하라고 시켰잖아.”

“너 심층을 익힌 사람들이 우습게 보이냐?”

“우습게 보냐고? 천만에 오히려 무섭다고. 소름 끼치도록 무섭다고. 억압하고 무시하고. 없던 우울증까지 생겼어.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돼. 너 때문에.”


눈에 핏줄이 설 정도로 연기력.

심지어 저 감정은 진짜다.

캬. 이걸 이렇게 엮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사기는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기 때문에 속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놈은 탁월했다.

적절한 호소, 감정 과잉. 손짓 하나하나의 절절함.

그것은 누가 봐도 진짜 같은 가짜였다.


물론 그렇다 해도.


“조잡하다. 조금 더 치밀하게 준비했어야지.”


기지는 기지일 뿐이다.

본질을 보는 사람 앞에서 꼼수는 정석을 이기지 못한다.


“선인을 가장한 악마 새끼.”

“뭐래. 심층을 익혔다고 선인인 건 아냐. 그건 네가 오해하는 거라고.”


악행을 보고도 자기와 연관 없다고 무시하고 지나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 네가.”


어쨌든 놈의 눈빛은 다시 이해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오묘한 분위기가 둘 사이에 연출되고 있었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이해준을 향한 놈의 호소는 점점 깊어졌다.


“제 억울함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해준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유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침묵이 둘 사이에 은하수처럼 흘렀다.


“제발. 제발.”


놈은 안 되겠다 싶은지 머리를 조아렸다.

무릎을 꿇고 간절함을 담아 외쳤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준은 냉정했다.

그가 내게 물었다.


"저 사람 말 사실입니까."

"당연히 거짓이죠."


내 말에 이해준은 남자를 다시 쳐다 봤다.


"그렇다는 데요?"

"저놈이 거짓을 말하는 겁니다. 제발 제 말을 믿어주십시오."

"그럼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뭐라도 하겠습니다. 제 억울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시키는 건 다 하겠습니다."

“그럼 죽으십시오.”

"네?..."

"못하시겠습니까?"

“그럼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원한다면?”

“그럼 죽겠습니다. 죽음으로 제 진실을 증명하겠습니다.”


뭐지?

왜 일이 이렇게 되는 건데?


어쨌든 놈은 말릴 새도 없이 품에서 꺼낸 칼로 자신의 심장을 정확히 찔렀다.

푸욱.

칼이 얼마나 날카로웠던지, 한 번에 갈비뼈를 자르고 심장을 갈랐다.

갈라진 피부 사이로 압력을 견디지 못한 피가 허공에 솟구치는 게 보였다.


“하 이럴 필요까진 없잖습니까.”


내 말에 처음으로 이해준이 웃었다.


“마물만 속이라는 법 있나요?”


이런 우리 둘의 모습에 죽어가던 놈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쳤다.

그래. 어안이 벙벙하겠지.


“왜 통수가 얼얼해?”

“어떻게?”

“뭐 간단해. 혹시 진실의 인이라는 말 들어봤냐?”

“그게 뭔데.”

“무식한 놈. 하긴 아는 게 신기한가.”


진실의 인은 심층으로 펼칠 수 있는 일종의 조건부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펼쳐 대상자와 계약하면 절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물론 이 기술은 흔하지 않다.

비공개 합의를 할 때 쓰는 기술이라, 아는 사람만 안다.

다행히 이해준은 이를 알고 있었다.


“힌트를 주자면 아까 악수를 괜히 한 게 아니야."

"그럼 그때?"

“맞아. 그때 혹시나 하고 계약해 버렸지."

"교활한 놈."

"지금까지 같잖은 연기를 한 사람한테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오히려 너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냐? 내가 뭐라고.”


마물들이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다 하더라도. 놈은 추종자일 뿐이다.

추종자가 왜 자신을 목숨까지 바쳐가며 이런 일에 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놈의 대답은 나름 파격이었다.


“재밌잖아.”

“순전히 재미로?”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참 인생 피곤하게 산다. 그래서 죽어가는 소감은 어때? 만족해?”

”당연히 만족한다. 어차피 죽음은 예술일 뿐. 어떻게 죽는가 보다, 무엇을 위해 죽는가 그게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죽음은 유의미한 죽음이 될 것이다.“

”개죽음을 포장하는 능력은 탁월하네. 어리석은 놈.“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그것도 우리에게 속아 칼을 찌른 대가로.

안 어울린다고.


”개죽음이라. 과연 그럴까? 끌끌.“


하지만 놈은 끝까지 무언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뉘앙스였다.

그래, 죽음과 가까운 마물들이라면 , 이 죽음마저 이용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


”내 죽음이 개죽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해라. 그 또한 우리가 바라던 바다.“

”곧 죽어도 자존심은.“


그렇게 놈의 숨이 멈췄다.

놈이 죽자, 이해준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 내게 말했다.


”그럼 우린 우리 일을 할까요?“


*


”담배 피워요?“

”안 피웁니다.“

”잘 생각했어요. 이놈 이거 한 번 맛 들이면 놓기 힘들거든.“


그러면서 이해준은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말보로 레드.

정열을 상징하는 담배다.

옆에 있던 남자는 재빨리 이해준의 담배에 불을 붙여 줬다.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13화 거품벌레 부분 뺐습니다. 


일요일은 휴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를 바꾸는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합니다. 21.05.20 112 0 -
20 20화 21.05.29 64 2 12쪽
19 19화 +2 21.05.28 95 2 12쪽
18 18화 21.05.27 98 4 13쪽
17 17화 21.05.26 107 5 14쪽
16 16화 21.05.25 115 5 12쪽
15 15장 +2 21.05.24 128 4 12쪽
» 14화 21.05.22 125 4 11쪽
13 13화 21.05.21 136 3 11쪽
12 12화 21.05.20 131 5 14쪽
11 11화 +2 21.05.19 155 6 14쪽
10 10화 +2 21.05.18 162 8 18쪽
9 9화 +1 21.05.17 174 8 12쪽
8 8화 +1 21.05.16 195 9 14쪽
7 7화 +1 21.05.15 191 8 11쪽
6 6화 +1 21.05.14 236 10 8쪽
5 5화 +1 21.05.14 248 13 10쪽
4 4화 +1 21.05.13 313 14 10쪽
3 3화 +1 21.05.13 407 14 14쪽
2 2화 +3 21.05.12 598 23 18쪽
1 1화 +5 21.05.12 930 3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