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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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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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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787

작성
21.05.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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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DUMMY

도면을 펼쳤다.

꼼꼼히 살펴본 나는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을 몇 군데 추려냈다.

상대 심리 유형을 잘 살펴보면, 가끔 볼 수 없던 것도 볼 수 있다.

반 사회적이니 사람이 많은 곳은 패스.

상황의 심각성은 모를 싸이코패스지만, 그게 그들이 우둔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해서 허를 찌르는 장소에 있을 확률이 높다.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않는 곳.

거기다 은밀하고 엄폐하기 딱 좋은 곳.


도면을 살펴보니, 그런 곳이 딱 한 군데 있었다.


“여기 이 공간 분명 방공호지?”


*


에너지는 문명의 근간이다,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인류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문제는 인류에게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조달하는 물질이 생각보다 없다는 거.

즉 질량에서 에너지 변환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므로, 이런 물질을 찾는 게 인류의 숙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궤는 훌륭한 대체제를 넘어선 혁명 같은 일이었다.

에너지와 가장 밀접한 관계 있다는 광속.


궤의 간섭은 광속보다 빠른 존재의 등장이었으므로.

결과적으로 궤는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에너지의 발생을 완벽히 치환했고,

그 특성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전쟁 무기로 둔갑해, 세계 전쟁을 일으킨 시발점이 됐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영향으로 방공호는 인류에게 필수 건축물이 됐다.


“이곳에 그들이 있다고?”

“일단 내 생각은 그래. 출입의 통제를 벗어나 숨을 데는 몇 군데 없거든. 그런 의미에서 여기가 유력하지.”

”그렇긴 한데.“

”왜 뭐가 걸려?“


내 질문에 혜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네가 원래 이렇게 똑똑했었나?“

”갑자기 뭔 소리야.“

”맨날 우산 잃어버리고, 지갑 잃어버리고, 립밤 잃어버리는 애였는데.“

”소싯적 이야긴 하지 말고.“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핸드폰을 오른손에 쥐고 있으면서 핸드폰 찾아 데이트 도중 집에 갔던 앤데.”

“그건 건망증 때문에 그런 거고.”

“일요일에도 수업 들으러 학교 간 사람은?”

“그건 그 전날 술 때문에.”

“하긴 술 핑계 대고 내 생일도 까먹은 사람이었지.”


이번엔 내가 짜게 식은 표정이 되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속셈인 건지.


“1절만 하지.”

“갑자기 옛날 생각이 팍팍 떠오르네.”

“다른 사람들은 과거를 미화한다던데 넌 어쩜 그러냐?”

“미화할 거 만들어주고 그런 말 하시지.”

“내가 또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왜 이번엔 현악 4중주라도 해줘?”


기회를 포착한 하이에나처럼 혜린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현악 4중주라면 6시간짜리 클래식 음악.

이년이 또 지옥의 문을 열려고 해서 곧바로 무시했다.


“그럼 다녀올게. 애들 부탁한다.”


*


관리되지 않아 방치된 녹슨 문.

5m는 될 것 같은 높은 천장.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그리고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몸 전체를 수축시켰다.


해치 구무 길.


방공호의 이름이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작명 센스가 썩 나쁘지 않다.


어쨌든 내부로 들어갈수록 어둠은 깊어졌다.

오싹한 어둠 속에 발소리만 물결처럼 메아리치고 있다.


길이 25km 수용 인원 3만 명.

총 지하 5층으로 이루어진 방공호는 도면이 없었다면 미로라고 해도 무방했다.

즉 미리 도면을 얻지 않았다면, 길 찾는데 고생 꽤 했을 거다.

나는 습관처럼 궤의 령을 소환하며 지시를 내렸다.


"너도 좀 찾아봐."

[미개한 인간은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없군.]

"원래 리더는 잘 시켜야 되는 거야. 그리고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내가 미개하면 나한테 종속된 넌 뭐냐?”


자 어디 한번 잘난 주둥이를 놀려 보시라.

당연한 말이지만, 촉촉이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조금은 충격에 빠진, 내 관점에선 한결 고분고분해진 궤의령은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기회다 싶어 곧바로 탈백령을 시도했다.

견고했던 성이 주춧돌 하나 빠져 빈틈이 생겼으니.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자 일 하자. 일. 너만 믿고 있겠다.”


기본적으로 궤의 령은 궤의 힘에 민감했다.

특히 한 번이라도 마주친 파장을 놓칠 리 없었다.

즉 궤의령은 나보다 수색과 탐색에 특화되어 있다는 소리다.


“촉촉아 너는 마물을 뭐라고 생각하냐?”


1층을 샅샅이 돌아보고 온 녀석에게 물었다.

이한우가 내게 한 질문,

과연 이에 관한 궤의 령 관점이 듣고 싶었다.


[인간은 패륜을 저지르는 데 서슴 없는 유일한 생물이다.]

“그건 그렇지.”


패륜 범죄만 10만이라고 들었다.

그 광기는 어떻게 보면 마물보다 매섭다.


[만약 그런 상황을 유도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게 곧 마물이다.]


생각보다 직관적인 말인데.


“그럼 놈들의 목표는 뭘까?”

[그건 나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미개해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가 많다. 마물들은 그 빈틈을 누구보다 잘 노린다. 거기서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걸 생각해봐라.]

“그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는데. 딱 뭐라고 정의 내리기 힘든 영역이네."

[확실한 건 인간보다 인간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한다는 거다.]

"하긴, 그러니 악의적으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거겠지."


중요한 건 그래서 그 끝은 결국 파국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 유혹을 벗어날 수 없는 건.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짊어진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


이래서 마물이 무섭다.

마물을 막아야 하고, 마물을 죽여야 하는 이유다.


“결론은 목적이 중요한 게 아니었네.”

[맞다. 쓸데없는 심력 낭비다. 인간.]


결국, 둘 중 하나는 없어져야 끝날 문제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한동안 말이 없던 촉촉이는 어둠 속을 헤쳐가며, 사람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나 역시 더는 촉촉이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방공호 안은 생각보다 삭막하지 않았다.

깊이 들어갈수록 인공적으로 만든 구조물과 공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곳곳에 관목숲이 존재했다.

식당. 휴게실. 심지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지나치자 드디어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보였다.

조금 연식이 되어 보이는 에스컬레이터.

움직임은 없다.

대수롭지 않게 내려가던 나는 촉촉이가 내뱉은 말을 들었다.


[냄새가 난다.]


코도 없는 녀석이 냄새라니. 그 표현에 피식 웃은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건 절망의 냄새다.]

“정확히 어디서 나는지 알겠어?”

[모르겠다. 냄새가 희미하다. 아니 점점 희미해진다.]

“그럼 서두르자.”


놈들이 나를 피해 도망갈 거란 생각은 없다.

혼자 움직인 건 그것까지 계산해서 한 행동이니까.

하지만 그런 의도를 모르는 궤의 령은 내게 경고했다.


[위험할 수도 있다.]

“뭐. 위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음험한 놈들이니만큼 더 깊은 음지 속으로 빠져들기 전에 잡아야 한다.”

설사 그것이 함정이라 할지라도.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생각해도 되나?]

“당연하지, 그러니 나만 믿어 봐."


어쨌든 서둘렀다.

촉촉이 말한 절망이라는 말.

분명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얘기 같았으니까.


[더 아래로 가야 한다.]


오케이. 접수 완료.


그렇게 지하 4층을 내려왔을까.

한 점 빛도 없는 공간을 가리키며 촉촉이 말했다.


[저쪽이다.]


과연 희미하게 불온의 기운이 느껴졌다.

낯익은 기운.

나는 조심히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광장을 볼 수 있었다.


'교회로군.'


백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광장의 정체는 교회였다.

신도들이 앉을 기다란 의자와 십자가.

그리고 벽에 걸린 예수의 조각.

앞쪽에는 목사가 연설할 수 있는 탁자가 있다.


그리고 탁자 옆에 내가 찾던 인간이 보였다.

여자와 남자.

여자는 묶여 진 상태로 기절해 있었고, 남자는 가면을 쓴 채 여자 곁에 서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그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다 어디 가고 왜 너 혼자 있지?”

“그렇게 됐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인 태도가 거슬렸지만, 그래도 대화를 이어나갔다.

일단 옆에 쓰러진 여자에 관해 물었다.


“옆의 여자는 누구지?”

“이석준 님의 따님입니다.”

“이석준이 누군데?”

“이석준 님을 모르십니까?”


들어본 거는 같지만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름 하나 던져주고 아는 게 이상한 거다.


“여기 방공호 시설관리 책임자입니다. 그 이전엔 헤라 조합에 있으셨죠.”


헤라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그보다 놈이 한 말의 저의를 살피는 게 먼저였다.


“뭐 어찌 됐든 방공호가 이벤트호라이즌과 관련 있다는 얘기처럼 들리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시설관리 책임자의 딸을 납치할 이유는 없으니까.

다른 놈들은 지하 5층에 있을까?


“그건 상호 씨가 직접 알아보셔야죠. 세상은 쉽게 얻으면 쉽게 잃습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고, 그것 보다 이렇게 버려져도 괜찮나?”


이기적인 놈들에게 희생이란 말은 가당치 않다.

그 말은 여기 이놈도 이득이 있기에 남았다는 얘기다.

그게 뭘까?


“익숙한 거라 크게 신경 안 씁니다.”

“버려지는 것에 익숙하다고?”

“시기가 문제일 뿐. 누구나 독립을 해야 하죠.”

“꽤 긍정적이네.”


눈치를 보니 뭔가 할 이야기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선뜻 말을 꺼내지 않아 어떻게 꺼낼까 고민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뭘 묻어봐도 좋고.”

“그럼 하나만 묻겠습니다."

"좋아. 물어봐."

"인간의 야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게 질문이야?”

“네. 특별한 사람은 야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크게 생각 안 해봤는데. 어쩌지?”

“그럼 근친. 난교. 인신 공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딱히 관심 없어.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현재의 이야기는 아니잖아.”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자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일수록 신을 더 의지했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그는 다른 걸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떤 원주민들은 비를 신의 정액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을 흥분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춤을 추고, 난교를 벌이는 풍습을 만들어냈다더군요.”

“미신을 믿나?"

“그보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시대가 온다면 어떻습니까?”

“진심이냐?”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딱히 광신에 매몰될 타입은 아니라고 봤는데, 착각한 것 같다.

이래서 추종자들은 믿고 걸러야 한다.


“네가 말하는 야만이라는 발상. 아마 마물이 지배하면 그렇게 된다는 뜻이겠지?”


내가 아는 마물은 항거불능 상태에서 상대의 파멸을 지켜봤다.

죽어가는 것을 즐기는 압도적 폭력.

그 야비함이야말로 인류와 공존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런 세계를 기획하고 있었다니.


“격리하고, 폐쇄하고, 단절하는 인간성을 유도하는. 기본적으로 마물이 탐닉할 때 나오는 특징이긴 하지.”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이유가 뭐야? 이제 속 시원히 말해보시지.”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혹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길 바랍니다.


추천 과 선호작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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