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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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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613
추천수 :
181
글자수 :
110,787

작성
21.05.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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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화

DUMMY

“손님 3호 차로 이동해주겠어요?”


여자는 승무원 특유의 톤으로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그전에 특수재난이라고 판단 내린 근거는 뭐죠?”


특수재난 법은 마물과 연관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근거가 없는 이상, 특수재난 법을 발동할 수 없다.

폭발과 마물.

연관 짓기에는 꽤 동떨어진 사안이고, 그 상관관계마저 너무 빨리 알아차렸다.

즉 특수재난 법을 이렇게 빨리 발동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혹 그쪽 업계 사람인가요?”

“뭐. 목적지가 센터긴 하죠.”


승무원 여자는 그제야 이해한다는 듯 특수재난 법을 발동한 이유를 밝혔다.


“관계자라면 뭐 알려드려도 무방하죠.”


갑자기 그녀의 얼굴이 다가온다.

여자의 향수 냄새가 훅하고 밀려들었다.

꽤 좋은 향.

그녀가 다른 승객들이 들을까 봐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출발 전에 예고가 들어왔어요.”

“예고요?”

“네. 장난이라 생각했는데, 폭발이 일어나니 상부에서는 마물과 연관 짓는 거 같아요.”


고작 그 이유로? 단순 예고만 믿고 이 사단을 벌인다고?

물론 테러의 위험을 심각하게 인지할 순 있다.

사람의 목숨은 귀중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눈앞의 이 여자 뭔가 감추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사실 내가 일어나지 않은 진짜 이유.


“궁금해서 묻는 건데, 저희한테 가장 먼저 온 이유가 뭐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보통 이런 운행 승무팀은 세 명이잖아요. 열차팀장 1명, 승무원 2명. 그런데 공교롭게도, 승무원님이 여기로 왔네요. 우리는 9호차라 거의 중간에 있는데, 보고를 받고 알리기엔 너무 시간이 빨라요.”


우리가 탄 케이티엑스는 18량짜리다.

즉 그녀가 이렇게 빨리 여기에 올 확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당연히 근처에 있었으니까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의뭉스러운 그녀의 표정.

이제는 민준과 은서도 나를 이상하게 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잘 아실 것 같은데.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죠.”


이 차량은 만석이라 60명이 타고 있다.

이제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내 말에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제가 마물을 많이 겪어봐서 아는데, 마물들은 특유한 향이 있죠.”


이 말은 진짜다.

마물은 인간이 변해서 생기지만, 인간이 아니다.

그 말인즉, 태생적으로 사람과 다른 호르몬을 가지고 있다.

호르몬은 다른 인종 특유의 향을 피우는데, 마물 중에서도 고위급이 아니면 없앨 수 없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조금 전 이 여자.


“진한 향수 속에서 익숙한 냄새가 있더군요.”

“무슨 말인지.”


사실 일반인 중에 마물이 뿜어내는 냄새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눈앞의 마물이 실수한 거라면, 이 차량에 내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 정도다.


“마물들이 원래 시치미를 잘 떼긴 해.”


내 말에 그녀가 피식하고 웃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표정이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특히 그녀의 눈.

그녀의 눈이 마물들의 특징인 흑안이 되며, 아쉬워하고 있다.


”너라는 변수를 생각 못 했네. 소중한 걸 잃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녀의 반말.

지극히 자연스러워, 나 역시 자연스럽게 반말로 응대했다.

솔직히 마물을 존중해 주는 사람은 없다.


”좀 더 시치미를 때리라 생각했는데.“


내 말에 마물 특유의 파동이 그녀의 몸에서 일어났다.

무형의 기운.

그 기운 속의 불쾌한 바람이 열차 내부를 덮쳤다.

그녀가 말했다.


”네가 확신하고 있는데, 서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

”상황 판단이 빠르다고 해야 하나?“

”네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지.“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알고 싶어?“

”당연히.“


사실 그녀가 친절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원래 마물들은 인간을 단순히 죽이지 않는다. 어떻게든 절망에 빠트린다. 그래서 마물이다.


”입이 근질거리긴 하네.“

”그럼 말해봐.“

”싫은데. 솔직히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

”그럼 이 일에 개입된 숫자라도 말해줘. 총 몇 명이야?“


폭발만 보면 최소 2명 이상이다.

그리고 마물의 여유를 생각하면, 소대 규모일 가능성도 타진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마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건 이 일이 마냥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마 이들이 사고 낸 목적이 분명 있을 거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그때 마물의 손길이 내 뺨을 만졌다.

손에서 돌기처럼 튀어나온 촉수.

그게 내 뺨을 간지럽혔다.

불쾌하다.

그래서 진심으로 말했다.


”그쪽을 죽일까 말까 고민 중이다.“

”할 수 있겠어?“

”못 할 건 뭐지?“

”내 능력이 뭔진 알고?“

”그래서 고민이야.“

”계속 고민해. 날 죽이면 후회하게 될 거니까.“


저 낯짝을 뭉갤 방법이 없을까?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죽이는 건 손쉬운 일이지만, 후폭풍을 생각 안 할 수 없다.

마물은 그만큼 비열하고, 악의적이며, 치사한 생물.

눈앞의 마물이 무슨 안배를 해놨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게 뭘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까 말한 예고 진짜야?“

”당연히 진짜지.“

”그럼, 일을 키운 이유가 있다는 소린데. 가령 누군가의 이목을 이쪽으로 돌리고 싶은게 목적인가.“

”너 좀 똑똑하다. 어떻게 거기까지 유추할 수 있지?“

”이 정도는 누구나 추측할 수 있지. 그보다.“


확실한 목적을 들은 이상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카메라 앱을 열어 녹화 버튼을 눌렀다.

난 그것을 민준이에게 건넸다.


"잘 들고 있어.“


한차례 민준의 머리를 헝클인 나는 다시 마물을 쳐다봤다.


”지금 뭐 하는?“

”넌 알 거 없고.“


그 말과 함께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심층의 기운을 내가 아는 법칙대로 끌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이 나찰처럼 변했다.

혈관이 튀어나오고, 질식하는 사람처럼 고통스러워한다.


”음살이라는 기술이다. 너 같은 놈 때려잡으려고 내가 만들었지. 아마 좀 고통스러울 거야. 기본 원리가 신경통이거든.“


사람의 몸에는 무수한 신경이 그물망처럼 엉켜 있다.

그리고 그 신경을 건드리면,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수반된다.

마물도 결국 인간이 변한 몸.

고통에서 벗어날 순 없다.


”후회한다고 말했을 텐데.“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

끝까지 뻗댄다니 참 재수 없다.


”후회는 내가 부산 야구 응원할 때부터 하고 있다. 이 녀석아.“

”네가 이 사람들을 죽인 거다.“

”거참 말 많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사단이 일어났다.

승객 중 한 명.

40대 남자 한 명의 몸이 터져나가며, 검은색 안개가 피어올랐다.


”어때? 이제 후회가 밀려오나?“


독을 품은 포자.

저걸 마시면 죽을 때까지 몸이 썩는 것으로 알고 있다.

썩어가는 걸 보는 것도 미칠 노릇인데, 고통도 엄청나다고 들었다.


”인형을 설치해 뒀구나.“

”일종의 보험이지.“


검은색 포자가 터져 나왔을 때부터 기차 안은 아비규환이 됐다.

다들 검은색 포자를 피하려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장난 아니다.

그래도 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나도 보험 있거든.“


나는 궤의 령 공간에서 졸고 있는 촉촉이를 불렀다.


[촉촉아 긴급상황이다. 네 능력을 펼칠 때가 왔다.]

[미개한 인간 무슨 소리..읍]


이런 식으로 촉촉이를 다루고 싶지 않았지만, 말 그대로 긴급상황이다.

나는 방대한 심층의 힘을 사용해서 강제로 촉촉이를 통제했다.


[네가 안 나서면 사람들이 다친다.]

[제일 치사한 인간이 내가 할 일을 남에게 미루는. 읍]


미안한데 긴급상황 앞에선 얼마든지 치사해질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다.


어쨌든 앞서 민준의 궤의령을 통해 파악한 승급 기술은 동결.

모든 현상을 유지하며 무효화 하는 이 힘은 지금 상황에서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겠다.


[미개한 인간이 감히 나를.]

[이 미개하고도 미개한 인간.]


물론 도중에 뜻하지 않은 육두문자 비슷한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뭐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만사형통 아닌가.


[촉촉아 그만 떠들고 일하자. 장난 칠 때 아니다.]

[이 미개한. 읍]


내 제어에 촉촉이의 몸에서 나오는 파동이 더 커졌다.

검은색 포자가 확산을 멈추다 못해 압축되는 게 보였다.

난 이 광경을 황당한 얼굴로 보는 마물에게 말했다.


”그런 말 들어봤냐?“

”..........“

”포자로 흥한 자 포자로 망한다.“


예수님이 한 말을 인용해 본 나는 압축된 포자 구슬을 그대로 마물에게 먹였다.

구슬을 삼킨 마물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재밌다.


”이런 잔인한 자식.“

”뭐라는 거야. 그걸로 여기 있는 사람 다 죽이려고 한 주제에.“

”죽여 버리겠다.“

”뭐 그러시든가.“


녀석의 협박을 귓등으로 들은 나는 경과를 지켜봤다.

점점 썩어들어가는 몸.

피와 살이 녹아내리고 있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마지막에 증오 가득히 내뱉는 녀석의 발악은 덤.

패자의 넋두리는 무시가 답이지.


”끝까지 건방 떨기는.“


물론 저 몸이 본체가 아닐 확률이 높다.

그래도 뭐.


‘그렇다고 타격이 없는 것도 아니지.’


분신이 입는 고통은 본체도 똑같이 겪는다는 게 학계 정설.

그 믿음 하에 만든 게 음살이다.

어쨌든


”민준아. 잘 찍었지?“


고급인력이 움직였으니, 이젠 그만한 대가를 받아내야지.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일을 했으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녹화는 보상을 위한 최소한의 대처다.


어쨌든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최승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은 부족한 인재풀이다 보니, 기댈 데가 최승혜밖에 없다.


”웬일이야?“

”뭣 좀 물어보게 있어.“

”한국에 일이 벌어진 거에 관해 묻고 싶은 거야?“

”어. 아는 거 있으면 말해줘..“

”안 그래도 나도 궁금해서 알아봤는데, 이놈들 이번에 작정한 거 같더라.“

”왜?“

”전국적으로 예고하고 일을 저질렀거든. 근데 웃긴 게 딱 한군데 예고도 없이 움직인 곳이 있더라고.“

”그곳이 어딘데요.“

”성남.“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선호작 해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사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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