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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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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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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혹시 무슨 일 있어?"


서상재의 질문에 여자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별일 아니야. 그건 그렇고 전에 그 말 있지?”

“어떤 거?”

“그 애 아버지가 새 직장을 구했다며?”

“아 의정부에 있는 교육 장소? 그곳 방공호 책임관리로 입사했더라고.”

“그럼 공무원이 된 거네?”

“거기가 공기업이라 공무원까진 아니지.”

“아 그런가?”

“그런데 왜 그걸 관심 가져?”

“아 자기가 전에 그 사장님이란 사람이 토목설계사 한 명 구한다고 했잖아.”

“어 나한테 아는 설계사 없냐고 묻더라.”

“그거 내가 하면 안 될까?”

“자기가?”

“응 내가 빌딩 설계 전공이긴 한데 토목설계도 할 줄 알잖아.”

“그거 자리가 남았으려나.”

“한 번 알아봐 줘. 구했으면 할 수 없고.”

“알겠어. 한 번 알아볼게.”

“고마워.”

“고맙긴. 근데 갑자기 그 일을 왜 하려는 거야?”

”눈치 없긴. 혹시나 그 일을 하게 되면 자기랑 같이 일할 수 있잖아.“

”진짜 그 이유 때문?“

”왜? 싫어?“

”싫긴 왜 싫냐. 좋아 죽겠다.“

”진짜? 그냥 하는 말 같은데?“


여자의 말에 서상재는 미소를 지었다.

저놈이 저런 미소를 지을 줄 알다니, 약간 생소할 정도다.

누구보다 냉혈한 같은 놈이었는데.

어쩌면 그가 그렇게 된 것에는 눈앞의 여자가 한 몫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십중팔구 그럴 것이다.


”아니거든요. 근데 그것보다 너 아까 왜 싱숭생숭하다고 말했어? 솔직히 말해봐 무슨 일 있지?“

”놀라지 않겠다면 말해주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약속부터 하시죠.“

”그래 약속할게. 그러니까 말해줘.“

“나. 임신 4주래.”


놀라는 서상재의 얼굴을 뒤로하고 다시 암전이 찾아왔다.


*


무의식은 의식하지 않는 공간을 말한다.

즉 당사자는 체험했지만, 기억하지 못하기에 무의식이다.

만약 기억한다면?

그건 의식했다는 뜻이고 무의식의 경계는 혼돈상태가 되어 모호해진다.

모호함.


사실 그 불확실성이 무의식의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의식이 의식공간으로 바뀐다면?

그래서 나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찬 공간이 되어버린다면?

그때 진짜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추혼이라는 기술이 리스크가 큰 이유기도 하다.


그랬는데,

재수 없는 놈은 라면을 사도 건더기 스프가 없고, 접촉사고를 내도 페라리와 난다 던가.

이래서 미래에서 만난 킹메이커가 이 기술을 내게 전수하는 걸 꺼려했다.

한번 위험해지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


내 눈에 낯익은 공간이 보였다.

방공호.

그리고 교회.

서상재와 처음 마주친 장소다.

여기까진 괜찮은데, 서상재가 서 있다.

그리고 나를 향해 악의를 아낌없이 뿌려대고 있다.


그래. 지금까지 순조롭다 했다.


*


무의식 세계는 불공평한 곳이다.

대한민국 입시제도 만큼이나 불공평하다.

얼마나 엿 같은지 나는 놈을 죽일 수 없지만, 놈은 날 죽일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놈은 죽어도 다시 살아난다.

죽는 게 죽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놈이 날 의식하는 순간.

무의식은 의식이 된다.


즉 도망칠 곳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물론 마냥 암울하진 않다.

그나마 하나 기댈 건.


놈이 죽었다는 거.

즉, 시간만 제대로 끌면 세계는 알아서 무너질 거다.

그러면 이쪽 승리다.

사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나라도 추혼을 써서 여기 올 생각을 안 했다.

믿는 구석이 없었다면, 추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일도 없었다.


자 그럼 심층은 아껴야겠고.

놈을 상대하긴 부담스럽고.

이런 식으로 손자병법을 쓰게 될 줄 몰랐지만,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그래 이게 맞다.


“그래 이 새끼야. 어디 한 번 해보자.”


그 말과 함께 나는 줄행랑을 쳤다.

미안하다. 아무리 나라도 여기서 객기 부리는 우를 범하진 않는다.


*


진정한 악은 겉보기에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들은 지극히 태연하게 악을 저지른다.


서상재.

그도 이미 그 범주에 들어섰다.

그는 이미 끔찍한 악을 품고 있었다.


공간이 역전한다.

입자들이 공간을 떠돌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곳에 어김없이 서상재가 나타났고, 살의로 가득찬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읏차.


서상재의 칼부림을 흘린 나는 다시 그 공간을 벗어났다.

이미 방공호는 옛적에 떠났다.

그의 무의식이 만든 공간을 끝없이 표류하며 도망치고 있다.


의도적으로 억제된 기억들.

그가 억압받던 현실들.

기억의 밭에서 올라오는 무의식은 상당히 비현실적이지만, 그의 잠재되어 있는 욕망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끔찍했다.


그는 현실을 경멸했다.

그는 사회에 불만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불행을 남 탓으로 여겼다.

그러니 그 끝에는 모두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존재했다.


그 마음.

그 마음이 괴물을 만들어냈다.

의식 공간 대부분은 그런 괴물들이 각자의 방법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었다.


나는 서상재가 왜 거침없이 자살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괴물에게 먹혀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러니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또 한 놈이 나에게 반응했다.

마치 나를 적으로 간주하는 DNA가 있는 것처럼 나를 보는 서상재들은 나를 보면 미쳐 날뛰었다.

감정의 배설.

입만 웃고 있는 서상재들은 포악성과 공격성을 시원하게 싸지르며, 나를 압박해 들어왔다.


젠장.


거대한 도끼가 내 머리카락 몇 올을 잘랐다.

지척에서 움직이는 공기의 마찰력이 풍압을 일으키며, 안면을 덮쳤다.

잘못하면 머리가 잘릴 뻔했다.


이거나 먹어라.


폐목.

음살이 신경통을 유발한다면, 폐목은 눈을 가린다.

단순히 눈만 가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볼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가린다는 뜻이다.

아무리 의식세계 존재들이라도 길을 잃게 만들 수 있는 나만의 기술.


이 반격의 좋은 점은 잘만 사용하면 훌륭한 공격도 된다는 거다.

즉 이렇게 제대로 된 타이밍에 놈한테 한 방 먹이면, 참을성 없는 괴물들은 적이든 아군이든 닥치는 대로 공격하게 된다.

아무리 의식 속의 존재라도 지능이 딸리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능이 딸리는 괴물들은 자신을 공격하는 서상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 다는 거다.

즉 곧바로 반격하며, 다른 놈도 거기에 휘말리게 만들고 있다.


무질서. 격동, 격렬.

혼란이야말로 지금 이 사태를 압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

순식간에 수백 명이 얽혔다.

내게만 향했던 적의가 가까이 있는 놈들한테 향하며,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물론 심층은 무한하지 않다.

애석하게도 폐목 또한 많은 심층을 소모한다.


앞으로 7번.


폐목을 쓸 수 있는 횟수다.


과연 의식의 죽음이 먼저일까?

내 한계가 먼저일까?

의도한 바는 없지만, 끝장 승부가 됐고, 질 생각은 당연히 없다.


오랜만에 피가 끓어 오르는군.

투쟁심. 그리고 순수한 강함에 대한 열망.

그런 감정이 점점 커지더니 심층도 자극을 받으며, 오로라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오로라가 짙어질수록 심층 또한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선순환이다.


그렇게 불현듯 한 가지 물건이 떠올랐다.

가만히 이해 득실을 따져보니, 그 물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다.


좋아. 이번 생은 도역에도 도전해 봐야겠어.


또 한 번의 암전이 찾아왔다.


*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이곳은 어디지?

새로운 장소라 진지하게 바닥부터 살폈다.

먼지가 쌓여있는 바닥은 누군가 지나간 흔적만 남아 있다.

일단 심호흡을 한번 했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였다.


역시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겼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저항력이 느껴졌다.

굴복을 위한 방해는 아니다.

심리적으로 위축하는 분위기다.


거기다 코를 찌르는 자극적인 냄새도 한 몫 했다.

실험실에서나 맡을 만한 냄새가 계속해서 내 후각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각종 약품 냄새와 시체 썩는 냄새가 섞였달까.


만약 이내 쳐든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안으로 들어가는 거 진지하게 생각해 봤을 정도로 불길한 냄새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갈수록 소리도 커졌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

흡사 귀신들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기분이 내려앉았다.

이건 교육 장소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하늘에 떠 있던 인간의 사념과 같다.

누군가 이곳에서 안 좋은 일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목적지.

그곳은 예상대로 실험실이었다.

각종 동물 사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도대체 이 많은 시체를 어디서?

그리고 서상재는 이곳을 왜 알고 있는 걸까?


실험실 실내는 엄청 넓었다.

웬만한 축구장 크기였다.

그 중앙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무면이다.

눈, 코, 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서상재의 무의식도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랬는데.


이 상황.

어딘가 익숙하다.

현장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익숙하다.

무면이 품고 있는 마음.

그 감정이 내게 기묘하게 오버랩됐다.


그래. 이 느낌.

회귀 전 내가 죽기 직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을 때.

그때와 같다.


어쨌든 실험은 진행됐고, 뭔가가 이루어졌다.

엄청난 에너지가 그를 관통하며, 그는 쓰러졌다.

하지만 무면의 표정이 절망하는 모습에.

그 비애와 오열하는 모습에.

그가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실패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그가 무엇을 시도했는지.


무면의 사내 저놈.

인위적으로 회귀를 시도했다.


또다시 암전이 찾아왔다.


*


서상재는 지독했다.

그리고 끈질겼다.

이제 무의식의 공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부분 의식의 공간으로 변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뒷덜미를 잡히는 순간, 나는 죽는다.


마지막이군.


지쳤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악전고투가 이어졌다.

폐목.

그것이 펼쳐지며, 이제는 만 단위가 넘는 서상재가 아귀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물론 그 여파는 엄청난 혼란을 불러왔지만, 100% 안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그 와중에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놈들이 있었으니까.


그래 와라. 이 새끼들아. 오늘 한 번 죽어보자.


칼 든 놈 중 몇몇이 내게 달려들었다.

빠르다.

괴물이 된 서상재들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비록 그들 모두가 협조적이지 않아 빈틈은 많았지만, 물량에 당할 장사 없다 했다.

피하고 때리고, 피하고 죽이고.

죽은 놈들은 곧장 부활하고, 살아 있는 놈들은 다시 달려들고.

피가 튀고, 상처는 점점 늘어났다.

상처가 늘수록, 내 반응은 점점 굼떠졌다.


제기랄. 너무 불리하잖아.


피한다고 피했지만, 발차기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칼을 피한 대가다.

벽을 무너뜨리고 십 미터는 더 튕겨 나갔다,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늑골이 나간 것 같다.


후.


물론 육체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상처는 금방 아물었지만, 데미지는 점점 축적 됐다.

정신력은 계속 고갈 되고 있다.


어쨌든 누운 상태로 하늘을 보니, 세계가 붕괴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게 보였다.

공간이 삭제되어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게 눈에 띌 정도다.

나는 일어나며 어느새 하늘을 가득 메운 서상재들을 쳐다봤다.


질까 보냐.


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패배는 확실해졌다.

행동반경은 줄어들고, 의식은 점점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다시 쓰러졌다.

놈들이 그 위로 나를 덮치는 게 맹렬하게 느껴졌다.

놈들의 무게에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빌어먹을.


*


“일어났어요?”


이해준의 목소리에 나는 무사히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간발의 차였나.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예요?”

“한 30분 정도?”


안에서 적어도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30분이라.

역시 무의식 안의 시간 개념이 꿈과 같다는 말은 사실이었나.

사실 회귀 전에는 이렇게 오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여기 나도 있다고.”


어쨌든 유해강도 일어난 나를 보며 알은 척을 했다.

그에게 간단하게 인사한 나는 그들에게 내가 본 것들을 대충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이해준이 개략적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서상재란 사람의 여자친구부터 찾아야겠네요.”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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