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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꾸는 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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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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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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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0화

DUMMY

”넌 여전하구나.“

”너 오늘 참 재수 없다.“

”멋있는 건 아니고?“

”그 말 진심이야?“


심층이 마음과 관련 있다 보니, 기억력 부분 만큼은 진짜 좋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와 사귀었을 때의 장면들이 아직도 기억이 났다.


나는 눈앞의 혜린이와 사귀었을 때, 항상 사과했다.

그러지 않으면, 그녀의 서운함을 풀지 못했다.

그 사과를 하지 못하게 됐을 때, 그녀는 이별을 고했다.


”그나저나 머리 스타일 바꿨네. 잘 어울린다.“


검은색 생머리였던 그녀의 스타일이 갈색 웨이브로 변했다.

생각보다 잘 어울려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3년 동안 한 번도 스타일을 바꾼 적이 없었는데.

그 흔한 염색 한 번 하지 않던 애가 웬일 인가 싶다.


”왜 너무 예뻐져서 안 잡은 거 후회돼?“

”설마.“

”근데 이 머리 처음이라 그런가, 좀 그렇긴 하네. 잘 안 마르기도 하고, 잘 엉키기도 하고.“


딱히 해줄 말이 없어, 가만히 그녀의 머리만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 여자들이 자주 쓰는 단어. 코랄컬러, 큐티클, 이런 말 잘 모른다.

정확하게 관심 없다.


”또 관심 없다는 표정. 너도 여전하네.“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잖아.“

”그래. 내가 너랑 무슨 얘길 나누겠니. 그나저나 너 출세했다. 솔직히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나도 너 여기서 일할 줄은 몰랐네.“

”여자친구는?“

”왜 그게 궁금한 건데?“

”궁금할 수도 있지.“

”그런가? 아직 없다. 솔직히 너도 알잖아. 나 여자한테 크게 관심 없는 거.“

”맞지. 나라서 너랑 사귀어 준 거지.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너랑 사귀었겠냐. 무신경의 끝판왕.“

”오랜만에 봐서 왜 또 시비일까.“


그리고 내가 여자친구 없다는 말에 왜 좋아하는 건데?

하긴. 20대의 사랑이란 뭔가 애틋함이 있다.

이후 몇 명 더 사귀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 가장 큰 기억을 차지한 여자는 눈앞의 혜린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졌지만.


”요새 나 좋다는 사람이 많아서 좋고만. 그치 민준아.“


내가 민준을 보자, 민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나. 우리 아저씨 백수라서 인기 없어요.“


뭐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이 기분.

그리고 나는 아저씬데 얘는 왜 누나인 건데?


”얘들은 누구야?“

”남자는 나랑 같이 등록하러 온 애. 한 명은 주 아줌마 딸.“

”헉 얘가 주 아줌마 딸이라고? 진짜 많이 컸네.“


혜린이 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자 은서가 아주 해맑게 웃었다.

저건 명백히 호감 있다는 뜻이다.

야 나보다 더 좋아하지 말라고.

이게 뭐라고 배신감을 느끼냐.


”말만 그러지 말고 애들 용돈 좀 줘.“


나는 심술 나서 괜히 뻔뻔하게 나갔다.

그리고 삐딱한 내 말에 그녀의 얼굴이 짜게 식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은서 역시 순수한 표정으로 전방압박을 가하니, 그녀는 할 수 없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이왕 줄 거면 노랭이로 줘라. 요즘 물가 알지?“


그녀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거 장난 그만 쳐야겠다.


”너 여기 일하는 거 언니랑 관계있는 거냐?“


더하면 그녀가 화낼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이래 봬도 얘랑 3년 사귄 몸.

풀어주는 방법에 관해선 빠삭했다.


사실 그녀는 유독 언니에게 약했다.

열등감이 있을 정도였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대단한 언니였다.


”맞아. 언니 추천으로 들어왔어.“


사실 궤의 세계에서 가장 우대받는 능력은 마물과 싸우는 힘이 아니다.

진짜 대우받는 능력은 번영과 관련된 것들이다.


자동 복원 능력.

내구력 회복 능력.

기능 강화 능력.

생명 연장 능력.


이쪽 계통이 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큰 대우를 보장 받고 있다.

혜린 언니는 내가 알기로 이중 한 가지 능력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언제 시간 나서 언니랑 같이 식사나 하자.“

”언니가 가끔 네 얘긴 하더라.“

”나만 한 남자 없다고?“

”아직 정신 못 차렸네. 똥차랑 잘 헤어졌다고 그랬거든.“

”그 똥차가 다시 벤츠가 돼서 돌아왔잖냐.“

”어쨌든 언니한테 말은 해 볼게.“


잠깐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근황을 물어봤다.


”일은 어때?“

”뭐 생각보단 괜찮아.“

”어려운 건 없고?“

”뭐 진상들 빼면 나쁘지 않지.“

”여기도 진상이 많나 보네.“

”진상들이야 어디든 있지. 자기 민원 들어주지 않으면 이쪽 사정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거든.“

”역시 그렇구나.“

”근데 그것보다 더 힘든 건 상사야.“

”상사가 왜?“


내 말에 혜린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도 마. 저번 주에는 외부행사에 차출되어서 쪽수 늘리는 역할을 했다니까. 별거도 아닌 걸 갖고 보고서로 작성해서 보고하라지 않나. 철밥통들 꽉 막힌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장난 아냐.“

”망할 놈들이네.“

”그뿐이면 억울하지도 않지. 퇴근하면 톡으로 별의별 업무지시를 다 내려. 어제는 오늘 업무계획서를 밤 10시에 보내달라고 떼쓰더라. 그때 진짜 과장 머리에 새똥 맞으라고 죽어라 욕했다.“

”새똥이라니. 너답다. 하하.“


그녀의 분노에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노는 두려움, 슬픔, 무기력을 가리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공정하고 합당한 대가를 치르길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 스트레스로 우울해지는 것보다는 분노하는 편이 낫다 생각한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쉬는 시간 끝났네.“

”수고해라. 시간 되면 연락하고.“

”그래. 그땐 밥이나 먹자.“


나이를 먹으면 좋은 점이 감정을 감추는 데 능숙해진다.

난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보냈지만, 내심은 뭔가 묘했다.

이게 또 회귀의 좋은 점인가.


그런데 그때 은서가 또 초를 친다.


”민준아 우린 아저씨처럼 되지 말자.“

”응 나는 끝까지 너 지켜줄 거야.“


민준아. 그런 약속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


”돈은 바로 입금될 겁니다.“


관련 서류를 미리 준비한 덕분인지 등록은 금방 끝났다.

입은 웃고 있지만, 똑같은 업무에 지친 게 역력한 여공무원.

그녀는 흡사 로봇처럼 주의할 점과 의무에 관해 늘어놓았다.


“분기마다 방위 훈련 있는 건 아시죠? 고지 나가니 그날 참석해 주시면 됩니다. 여기 참가 동의서 공간에 사인해 주시고요.“


방위훈련은 국가재난 상황 시 안전교육을 주로 한다.

현역 제대한 사람은 예비군 혹은 민방위 대체가 가능해, 나름 좋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정치 운동은 기본적으로 금지입니다. 합법 통로가 아니면 가입은 물론 특정인 지지나 반대를 위한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읽어보시고 이름 옆에 사인해 주세요.“


이것은 궤의 사용자 자체가 하나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발안 된 법이다.

궤의 사용자는 국민 모두를 위해 일을 해야지, 특정 정치인을 위해 일하면 안 된다는 취지.

무엇보다 국가 요직에 대부분 궤의 사용자가 포진되어서, 고위직 관리법과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직무 외 집단행동을 해도 안 됩니다.“


이 제한은 집단행동의 이득은 공익에 위배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단행동은 중립성을 해친다.

그러니 자신이 꼭 집단행동을 해야겠다 싶으면 조합을 만들거나 조합에 들어가라 권유할 거다.


”헌법에 의거, 혹시나 집단행동을 꼭 해야겠다면 조합을 만들거나 가입하세요.“


역시.

슬슬 회귀 전 기억이 떠올랐다.

이렇게 30분은 잡아먹겠지.


그리고 그 예측은 어김없이 맞았다.

정확히 30분 후.

나와 민준은 하품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등록을 마쳤으니, 이제 교육을 받을 차례.

3일 동안 받는 기초교육은 참관인도 받을 수 있다.

심층과 관련된 이 교육은 일종의 특혜라 할 수 있는데, 일반인 참여가 가능해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

어떻게 보면 은서 어머니가 은서의 동행을 허락한 결정적 이유라고 보면 되겠다.


교육을 받고 심층을 깨닫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까.


내가 알기로 이 일을 연결해주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고 들었는데. 수입이 짭짤한 것으로 안다.


어쨌든 교육 장소는 의정부에 있었다.

우리는 공간의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고차원 통로인 로젠의 다리를 통해 그곳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나타나는 거대한 분지.


직경(直徑) 20km. 높이 700m에 달하는 이 거대한 분지는 제1차 마물 전쟁 때문에 생겨난 폐허다.

그걸 정부가 재건해서 사용하고 있다.

공사 기간만 자그마치 10년.

특이한 점은 이 공간은 사건의 지평선 즉 이벤트 호라이즌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라, 내부의 어떤 충격도 외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특히 여기서 자란 식물들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해서, 많은 궤의 사용자가 찾는 곳이다.

그만큼 심층 수련에도 도움이 되는 곳이다.


”아저씨, 여기 공기 너무 좋아요.“


어쨌거나 내 곁에서 연신 킁킁거리는 은서.

코가 벌렁거리는 모습이 흡사 먹이를 찾아 나선 하이에나 같다.


”여기 공기 갖다 팔면 안 돼요?“


그리고 7살 다운 발상.

네가 대동강 물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이냐.


하긴 실제로 산소도 파는 세상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곳은 정부 땅이다.

사업권을 따기 위해선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보수적인 정부가 허가해줄까?

사익이 들어가면 다른 이해관계의 공세를 견뎌야 하는데. 그 귀찮은 짓을 감수하고?

내 생각으론 절대 안 할 거다.

했으면 벌써 했겠지.


”우리 은서가 크면 한번 시도해 보자.“


물론 자라나는 새싹을 현실적인 이유로 짓밟을 수 없던 나는 희망적인 말로 결론을 지으려 했다.


”아저씨 미워.“


하지만 나의 이 고차원적인 배려를 은서는 몰라줬다.

그런 은서를 한참 동안 달랜 나는 교육을 착실히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들으니 추억도 떠오르고 나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곳은 여전하네.“


심층으로 바라본 하늘에는 원념이 떠돌고 있다.

희생자들의 절절함이 공간을 배회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장소가 생긴 원인이 뭘까?

이 장소는 왜 특별해진 걸까?


사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 당시 이곳에 있던 생명체는 모두 사망했으니까.

생존자 제로.

그게 이곳이 남긴 결과였고, 영원히 미제로 남은 이유였다.


하지만 만약에 말이야.

살아 있는 생존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종의 이유로 그가 입을 닫고 있는 거라면?


나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한 가지 사건을 떠올리며, 하늘에 둔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그에 맞춰, 은서가 옆에서 칭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저씨 은서, 쉬 마려워요.“


그래. 생리현상은 못 참지.


*


상대적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사람, 같은 상황, 같은 사물일지라도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럼 심층은 어떨까?

초보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것이 있는데, 심층의 층수를 높이려고 공법에만 애쓴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단지 효율이 나쁠 뿐이지.


”민준아, 사람은 편향된 관점을 때론 객관적인 이야기처럼 말하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보다 나은 방법이 있더라도, 자신의 방식이 옳다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는 소리지.“

”아저씨. 저 7살이거든요. 쉽게 좀 설명해 봐요.“


까다롭기는.


”그러니까 네가 지금 먹고 있는 호떡보다 더 맛있는 호떡이 있다고 하자. 물론 넌 그걸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모르지. 그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먹고 있는 호떡이 제일 맛있는 호떡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어? 문제는 다른 사람이 더 맛있는 호떡을 먹었어도, 넌 그것을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은 인정할 수 없는 거야. 오히려 너는 이 호떡이 최고라고 말하겠지. 네가 먹어본 호떡 중에는 제일 맛있을 테니까.“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하지만.


“그럼 그 호떡 사주시면 되겠네요.”


이런 내 설명에 민준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저도요. 아저씨.”


은서도 곧바로 동조하고 있고.

요 맹랑한 것들.

먹는 얘길 할 때만, 눈이 초롱초롱해지다니.

하지만 겉보기보다 연륜이 다른 나는 이럴 때 쓸 필살기 하나쯤은 있다.


“앞으로 내 말 잘 들으면 호떡만 사주겠냐.”

“은서는 세상에서 제일 말 잘 들어요.”

“아저씨, 저도 은서랑 엇비슷해요.”


먹을 때만 대동단결이냐.


그나저나 아이를 가르친다는 거 꽤 재밌다.

교육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을 짬 내어 가르치는데 삼천포로 자주 빠져서 지루하지 않다.

물론 내 심층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제 27층.

한 번 겪어본 길이라 그런가, 심층 올라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에는 딱딱한 돌멩이 같았다면, 지금은 말랑말랑한 푸딩 같아서 조금만 노력해도 퍽퍽 깨지며 다음 층이 열리고 있다.


“근데 얘들아. 내가 하는 말 어렵진 않아?”

“어렵지만 괜찮아요.”

“왜 괜찮아?”


‘왜’라는 질문에 민준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야 도움 되라고 말해주는 거잖아요.”


기특한 녀석.

말하는 게 어찌 이렇게 예쁠까.

가끔 드는 생각인데, 이런 민준을 두고 떠나버린 어머니의 사연이 궁금해질 정도다.


“은서 너도 그렇게 생각해?”


어쨌든 내가 은서를 바라보자, 은서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한다.


“전 호떡 때문에.”


호떡 때문에 괜찮다고?

하하.

역시 은서답다.


“자. 결론은 고정된 관념을 버려야 한다. 집착은 절대 금물이란 소리지. 알겠지?”


심층은 사람의 마음처럼 집착할수록 멀어지는 힘이다.

그래서 심층 사용자들은 집착을 가장 경계한다.


“그럼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 얻어요?”

“간단해. 걔가 너를 선택하게 만들어야지.”

“그게, 되요?”


사실 심층에 관해서 알려진 건 많이 없다.

궤만큼이나 신비롭고, 알려진 부분보다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다.


“근데 아저씨.”

“왜?”


이번엔 은서 차례.

은서의 표정을 보니, 뭔가 궁금한 것 같다.

하지만 얘 입에서 나온 질문은 꽤 날카로웠다.


“심층 꼭대기에는 뭐가 있어요?”


먹는 것만 밝히는 우리 은서가 이런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라니.

애석한 건, 여기에 대한 답은 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사실 나뿐 아니라 아무도 모른다.

애초에 그곳에 도달한 사람이 없으니까.


물론 몇십 년 동안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으니, 그걸 기반으로 뭔가를 도출할 수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보면 그 끝에는 분명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신.

그 끝에는 분명 신이 있을 거라고.


솔직히 말해 빛보다 빠른, 거기다 궁극에 가깝고, 무한한 데다, 한계가 없는 그 힘은 능히 전지전능이라고 할 만했고, 그럼 그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신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은서야.”

“네. 아저씨.”

“아주 훌륭한 질문을 했다. 상으로 뽀뽀해줄게. 볼 이리 갖다 대.”

“아저씨, 미워.”


어쨌든 은서를 놀리는 게 갈수록 재밌다.

요즘 내 즐거움 중에 하나다.


*


이번 기수에 교육 받는 사람은 총 34명이었다.

10대가 가장 많았고, 20대가 그다음, 나머지는 연령대가 비슷비슷했다.

쉬는 시간은 금방 끝났다.

강사는 돌아오자마자, 분지 주위를 걸으며, 제법 위트를 섞은 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몰입의 시간.

그의 설명은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서, 교육생들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높았다.

한참 후 강의 막바지에 그가 말했다.


“심층은 마음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심층의 성장이 더디다고 합니다. 그건 학력위조, 병역, 표절, 사기와 관련 있는 사람을 테스트해 본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죠.”


맞는 말이다.

사실 그 때문에 높은 심층은 정치인의 중요 지표가 됐다.

대중은 공정함을 원한다.

입바른 소리, 거짓을 싫어한다.


“인과론적 원리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 그런 현상이 이제 새로운 비전이 되었습니다. 궤와 관련된, 그리고 심층과 관련된 산업은 높은 수입을 보장하고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죠.”


그래서 현시대를 궤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가지 고무적인 건. 궤의 필요성이 높아질수록, 심층연구는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즉 인류와 궤는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인재들의 이동을 보십시오. 인재들은 항상 성장하는 영역. 가치가 높고, 높은 수입을 보장하는 산업으로 이동하지 않습니까? 그건 어떻게 보면 인류의 본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 그건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는 뜻이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입니다.”


역사가 그걸 증명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했고, 아닌 사람들은 도태되거나 밀려났다.


“자. 여러분들에겐 어떤 비전이 있습니까? 심층이론을 공부하고 심층을 익히고, 그리고 그 힘을 사용하게 됐을 때, 어떤 세상이 되길 바라십니까?”


어떤 세상이라. 강사의 말에 생각이 길어졌다.

미래를 살아본 결과, 미래도 별반 다른 건 없었기 때문이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경쟁하고, 세상이 풍요로워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정신적인 영역, 그쪽은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이 컸다.


상실감. 상대적 박탈감, 불평등은 여전했고, 흙수저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마물까지 나서 생존권까지 위협하니, 어떻게 보면, 진짜 각박한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시. 바꿔야 해.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그거였다.

바꿔야 하는 것.

그게 사명같이 느껴졌다.


어차피 한 번 더 살게 된 운명. 내 운명은 물론, 대한민국의 운명도 야무지게 한 번 바꿀 생각이다.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조회수도 각박하네요 ㅎㅎ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게 전혀 어필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슬픈 현실이네요.


선호작 해주신 분들.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꾸벅



아 그리고 정원교님 하무린님 너무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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