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미래를 바꾸는 천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넓은남자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7
최근연재일 :
2021.05.29 06:49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620
추천수 :
181
글자수 :
110,787

작성
21.05.24 11:17
조회
128
추천
4
글자
12쪽

15장

DUMMY

"가장 위험한 생각이 뭔지 압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정형화 된 하나의 답이 정답이라고 믿는 경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우리 같은 심층을 수양하는 사람들은 더 높은 시선에서 많은 걸 봐야 한다.

많은 걸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소리다.


"고민이 있어 보이네요."

”저놈이 죽기 전에 그러더군요. 저 여자, 자살하게 될 거라고.“

”보니까 이석준 씨 딸이네요.“

”아는 분입니까?“


눈치로 보아 이해준은 눈앞의 여자를 아는 것 같았다.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떤 여자입니까?"


내 말에 이해준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미소를 선보였다.

그는 한층 여유있게 내 질문에 답했다.


"뭐든 처음은 설레는 법이죠."

"그 말은 여기서 나눌 얘기가 아니란 뜻인가요?"

"자리를 옮길까요?"

"좋습니다."


우리는 위로 올라갔다.

이해준은 남은 사람에게 수색을 시켜, 나의 근심을 덜어줬다.

올라가면서 이번엔 내가 물었다.


”특조단이 한낮 방공호에 관심 있는 줄 몰랐습니다.“

”눈치챘겠지만 이 방공호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역시 알고 있었나.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놈들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이곳에 심층 없이 작동하는 궤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호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회의적입니다.“

”왜요?“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물건이니까요.“

”그래도 그들이 굳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원래 걔들이 그런 거 잘하잖아요. 본질을 숨기기 위해 새로운 판을 짜는 거?“

”그럼 진짜 그들이 원하는 건 따로 있다는 말이네요.“

”네. 전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 확신에 가까운 말에 이해준이 피우던 담배를 껐다.

그의 눈빛이 말했다.

내 대답에 동조한다고.

그런데 이해준은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참 의외에요.“

”어떤 점이요?“

”상호 씨도 알겠지만, 심층을 익히면 상대방 기질 정도는 알 수 있거든요. 마치 관상가들이 관상을 보는 것처럼.“

”저는 다른가요?“

”아니 그것보다 깊어요. 마치 연륜이 있는 사람처럼.“

”그런 얘기 많이 듣습니다.“


실제로 내 정신은 40이 넘었다.

그러니 그의 추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상호씨는 도박, 인터넷, 주식투자, 게임, 섹스의 공통점이 뭔지 압니까?“

”중독된다는 것?“

”맞아요. 이 모두가 중독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괴롭히죠. 그런데 이 중독되기 전에 겪는 현상이 있어요.“


이해준은 진지했다.

그래서 잠자코 듣기만 했다.


”바로 충동이라는 감정.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자극이자 동기 없는 행위.“


그 말과 함께 앞을 바라보고 걷던 이해준이 이제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상호 씨는 충동적일 때 없습니까?“

”저도 많죠. 솔직히 말하면 이번 일도 충동적으로 벌인 일인데요.“

”충동 너머에 있는 뭔갈 본건 아니고요?“

”그냥 호기심이죠. 때론 호기심이 이성을 이길 때 가 있잖아요.“

”하지만 호기심이 곧바로 추진력으로 이어지진 않죠.“

”그건 인정합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보통은 한창 근본을 세우고, 깊이를 더해야 할 시기가 있거든요.“

”네.“

”그땐 자신만을 생각하죠. 자신의 그릇을 키울 수 있는 시기란 건 심층을 익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니까요.“


그제야 난 이해준이 뭘 말하고 싶은지 대충 눈치챘다.

그는.


”그럴 행동을 할 사람처럼 안 보이는 데 그럴 행동을 한다. 혹시 최근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나를 의심하고 있다.


*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심층은 모든 걸 대변하지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항상 의심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의심한다는 행위에 뭐라고 할 마음은 없다.

다만.

”말은 자기 확신을 전하는 일이죠.“

”왜 제가 확신 없이 말하는 것 같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누구나 오판을 하지 않던가.

그걸 말하고 싶었는데, 이해준이 선수를 쳤다.


”상호 씨도 알겠지만 육감은 진실을 꿰뚫을 수 있죠.“

”하지만 그게 정확한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을 텐데요.“

”대신 확률이 높다는 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전제해요.“

”그건 자기 일일 때 한정이라 생각합니다. 남을 판단하는 데 그런 잣대를 들이미는 건 굉장한 위험한 일입니다.“


괜히 재판을 할 때 물증을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

엄정한 일일 수록 객관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공정해 질 수 있다.


”그건 인정합니다만. 사람 일에 완벽한 건 없어요. 때론 빠른 판단이 일을 그르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 맞으시네요. 빠른 거 좋아하시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본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그래도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겠죠?”

“효율은 지혜니까요.”

“역시 대세를 따르는 타입이셨군요.”

“네. 그런 의미에서 상호씨는 권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싫어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편이에요?”


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난 권력을 좋아하나?

모르겠다.


“굳이 탐하지는 않지만, 얻게 되면 외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의 답이었다.


“맹자와 같네요. 바라지만, 청하지는 못한다.”


불감청 고소원.

누구나 아는 사자성어.

이 사자성어를 뜻풀이하자면, 일종의 처세라 할 수 있다.

이루어질 확률이 낮은 일에 굳이 나서지 않는.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사람을 대변하기에 가장 합당한 말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다.

나는.


”그보다.“


권력의 속성은 상대를 자발적으로 복종시키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은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한다.

나는 그게 싫다.


“권력자는 항상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하죠.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을 요구하고. 전 그 속성이 싫습니다.”

“괴물이 될까 두려운 겁니까?”

“어쩌면요. 그걸 당연하게 여기면 원래의 자아가 사라질 겁니다. 결국 제 손해일 겁니다.”


진짜 권력자 중에는 높은 심층을 이룩한 사람이 없다.

그것만 봐도 난 이런 내 생각이 옳다고 믿고 있다.


어쨌든 나의 말에 이해준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보면 내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말을 했는지 분석하는 것이리라.

사실 의도를 가진 게 맞다.


이해준.


특조단에서 처장이라면 실세 중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난 이 사람을 모른다.

그 말은 곧.


이 사람의 미래는 지금과 같지 않다는 뜻.


그게 의미하는 건 분명했다.

아예 이름을 모른다는 건 이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졌거나,

혹은 죽었다는 말이니까.

그래서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의 쓸모를 어필할 수 있다면,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사실 우리는 살인 사건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방공호 때문이라는 말이네요.“

“어떻게 보면 치부니까요.”


책임을 회피하는데 이골난 사람도 무능이란 타이틀은 부담스러워한다.

엄청난 국부를 투자해서 아무런 이득을 남겨놓지 못한 정책이 갑자기 민간인에 의해 파헤쳐진다?

불편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 소리다.


”방공호의 비밀에 다가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리라 생각합니다.“


알지. 알고말고.

하지만.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 그것만큼 짜릿한 건 없지 않나.


“중요한 건 이해관계 아닐까요?”

“우리에게 이해관계랄 게 있나요?”

“현 상황으로 봤을 때, 굳이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 방공호의 비밀을 파헤칠 겁니다.”

“이를테면 상호 씨가 진술했던 그 사람들?”

“네.”

“계속 말해봐요.”

“아시다시피 제가 유일한 목격자 아닙니까.”

“그래서 충분히 도움이 될 거다?”

“제가 꼭 있어야 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반대로 없을 필요도 없다는 얘기죠.”

“정확한 상황판단을 위해서 이익을 우선시하자는 말로 들리네요.”

“정부도 진짜 비밀을 알고 싶을 테니까요.”


마물과의 전쟁이 거대화되면 될수록 피해에 대한 재건은 히스테리에 가까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군에 이벤트 호라이즌을 보급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혁신.

그만한 업적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부도 특조단도 아직 미련이 남아 있고요. 안 그래요?”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의심하면서도 큰 보상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의 실세라는 특조단이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상호 씨가 간과하는 게 하나 있어요.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가 요?”


이를테면 그럴 능력이 되냐는 질문이다.


“그럼 신뢰를 쌓기 위해, 제안 하나 하죠.”

“한번 들어볼까요?”

“만약 이곳에서 뭔갈 얻는다면 거기에 대한 소유권, 전적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소유권만 넘기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것.

그 속엔 주제넘게 행동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상호 씨에게 이번 일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요?”


중요하냐고?

뭐 그런 당연한 질문을.


물론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이해준이란 사람이 엘리트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어중간한 대답은 안 된다.

자신의 현명함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인데, 대충 대답해선 되겠나.


“우리 같은 사람에게 검증이란 너무나 큰 유혹이잖아요.”


검증하고 예측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것.

심층의 힘을 익히는 사람에게 성장은 거부할 수 없는 마약 그 자체.

자고로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것과 같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 마땅히 그래야 하며, 무조건 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만약 처장님이 저였어도 그랬을 겁니다.”

“물론 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상호 씨라는 사람 참 신기합니다.”

“제가 유별나다는 소리는 많이 듣고 삽니다.”

“그런 말이 아니라 제가 볼 때, 상호 씨는 자기 조절 잘하고, 정세 판단 훌륭하며, 거기다 주도적 성향까지 가지고 있어요. 상호 씨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타인을 이해할 줄 아는 처장님 같은 마음이 없거든요.”

“하하 그런가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 금칠 그만할까요?”

“그래요. 하하.”


*


여자가 깨어났다.

그녀의 눈동자는 혼탁했다.

초점 없는 눈빛.

나는 가지고 있던 물을 그녀에게 건넸다.


“좀 어때요?”

“넌 누구야?”

“초면부터 반말?”

“누구냐고. 시발.”


생각보다 성격 있는 여자였다.

자살한다고 하길래,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무엇보다 그녀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여자였다.


“비켜, 비키라고 이 새끼야.“


아니 어째 내 주위엔 기 약한 여자가 한 명도 없나.

순종적인 여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평범한 여자만 이라도.


”일단 진정부터 하시죠.“

”입 다물어.“

”아니 이러는 거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전후 사정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가 뭘 이해하는데? 이 개새끼가 다 이해는 듯한 말 하지 말라고. 네가 뭘 알아.“


후. 이건 그냥 노답이네.

문제는 그녀의 자살은 막고 싶다는 거다.

그녀가 자살한다면, 꼭 그놈들에게 패배하는 느낌이랄까.


”당신의 문제를 알아야 당신의 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네가 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개새끼야 그러니까 네가 뭔데.“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네까짓 게 뭔데?“

”방관도 악입니다. 그것 또한 악에 대한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참고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다.

그래서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이 미친 새끼. 왜 네 말만 하냐고.“

”훗.“

”웃어?“

”그쪽도 제 얘길 들을 생각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쪽 이야길 들어줄 필요가 있나요?“

”그러니까 상관하지 말라고.“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미친 새끼.“

”참고로 당신은 피해자이기 이전에 참고인입니다. 그래서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럴 자격은 있고?“

”그게 꼭 자격이 있어야 하나요?“

”이 뻔뻔한 새끼.“

”칭찬 감사합니다.“

”이 변태 같은 새끼.“

”그건 선을 좀 넘는 발언 같은데.“

”이 개새끼야 그만 하고 비키라고.“




피드백 해주실 분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다들 일요일은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월요일입니다. 

다들 월요병 극복 잘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park77
    작성일
    21.05.24 12:59
    No. 1

    재미있는 설정과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다만, 대사가 너무 꼬여 있어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대사를 조금 덜 골치 아프게 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넓은남자
    작성일
    21.05.24 13:38
    No. 2

    네 감사합니다 . 좀 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를 바꾸는 천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합니다. 21.05.20 113 0 -
20 20화 21.05.29 65 2 12쪽
19 19화 +2 21.05.28 96 2 12쪽
18 18화 21.05.27 98 4 13쪽
17 17화 21.05.26 108 5 14쪽
16 16화 21.05.25 115 5 12쪽
» 15장 +2 21.05.24 129 4 12쪽
14 14화 21.05.22 126 4 11쪽
13 13화 21.05.21 136 3 11쪽
12 12화 21.05.20 132 5 14쪽
11 11화 +2 21.05.19 155 6 14쪽
10 10화 +2 21.05.18 163 8 18쪽
9 9화 +1 21.05.17 174 8 12쪽
8 8화 +1 21.05.16 196 9 14쪽
7 7화 +1 21.05.15 191 8 11쪽
6 6화 +1 21.05.14 236 10 8쪽
5 5화 +1 21.05.14 249 13 10쪽
4 4화 +1 21.05.13 313 14 10쪽
3 3화 +1 21.05.13 407 14 14쪽
2 2화 +3 21.05.12 599 23 18쪽
1 1화 +5 21.05.12 930 34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