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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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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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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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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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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추심 2

DUMMY

갑자기 준영이 계획을 백지로 돌리자 당황한 0과들은 끙끙거렸지만 준영이 안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다시 마음이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사이 괴로운 건 여인들이었지만 이번엔 당장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소속된 조직을 닦달할 수도 없어 이 악물고 버틸 뿐이었다.

“아하암! 으, 심심하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그나마 재미있었는데 한국 0과도 일을 꽤 잘하네.”

하다못해 연예부 기자나 파파라치들이 기웃거릴 법도 한데, 한적한 까페는 손님 하나 없고 창밖을 보니 지나 다니는 사람 하나 없었다.

덕분에 심심해진 건 여인들이었다. 높은 명성과 능력만큼 부르는 데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 언제나 워커 홀릭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여인들에게 이런 한가함은 영 체질에 안 맞았다.

거기다 무작정 쉴 수만도 없는 게 준영에게 접근하려는 년이 있으면 미연에 차단하고 견제하면서, 준영에게 접근할 틈을 노려야 하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어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끊임없이 눈치 싸움이 벌어져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쟤는 요즘 왜 저러냐?”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던 에스텔라가 귓가에 들려오는 말소리에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나비렌과 미텔이 나란히 앉아 트리시아의 강의를 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곁에서 똑같이 지루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던 당화련에게 묻자 화련은 힐끗 시선을 한번 던지곤 시큰둥하게 말했다.

“머릿속에 든 게 없더라고. 트리시아가 고양이 교육 중에 계속 끼어들어 질문하는 에어컨한테 빡 쳤는지 같이 앉혀서 공부시킨데.”

“하긴. 쟤는 좀 배워야 돼. 백치미도 정도껏이지. 뇌에 주름도 없는 상태잖아.”

“그러니 지옥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악몽의 정원사로 이름 높은 트리시아는 틈만 나면 나비렌을 교육하는 데 정성을 쏟았는데, 우연히 강의 내용을 들은 미텔이 질문을 던졌다.

비기너부터 시작해 차츰 힘을 기른 이들과는 달리 축복에 가까운 재능을 가지고 처음부터 마스터로 시작한 미텔이다.

특유의 성격 문제도 있지만 신분 자체가 진짜 공주님이라 주위에 수발 들 사람이 넘쳐나다 보니 일반 상식은 물론 룰 브레이커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조차 부족했다.

처음엔 자세히 설명해 주던 트리시아는 미텔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아는 게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계속되는 질문에 강의가 진행이 안 되자 아예 나비렌과 같이 앉혀서 공부시키기 시작했다.

‘한 명은 공부하느라 정신없고 두 명은 그저 재미로 참가한 거 같으니까 한 명만 처리하면 되나?’

구석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뭔가 재미난 거라도 보는지 태블릿을 보며 낄낄거리는 준영을 바라보다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당화련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여기 붙어 있는 걸 보니 한가한가 봐? 하긴 이제 퇴물이니 일거리가 없을 만도 하지.”

“호호호. 넌 지금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할 시기 아냐? 반짝 스타는 떴을 때 바짝 벌어야지.”

파지직!

정전기가 튀는 게 보이는 착각이 일 정도로 서로를 살벌하게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으나, 워낙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여인들인지라 두 사람이 투덕거리건 말건 다들 관심이 없었다.

그때 준영이 트리시아에게 라면 하나 끓여 달라 부탁하며 자연스럽게 쉬는 시간이 만들어졌고, 미텔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힘없이 에스텔라와 당화련에게 다가왔다.

“히잉······ 저 아줌마 너무 무서워.”

“넌 악몽의 정원사에 대한 소문도 못 들어 봤냐?”

에스텔라의 핀잔에 미텔은 칭얼거리며 답했다.

“들어는 봤지만 그게 저 여자일 줄은 몰랐다고!”

룰 브레이커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마계처럼 안전을 제공하는 대신 복종을 요구하는 강압적인 방법에서부터 꾸준한 교류를 통한 상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이외에도 거래를 통해 힘을 대가로 뭔가를 도와주거나 제공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위 차원을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게 마치 정원을 가꾸고 키우는 거 같다 해서 언젠가부터 그런 룰 브레이커들을 정원사들이라 불렀다.

그렇다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게 아니라 끈질긴 잡초처럼 강하게 성장시키는데, 그중 가장 잘 괴롭히는 게 트리시아라서, 얼마나 시달렸으면 트리시아의 손을 거친 차원들이 트리시아를 향해 악몽의 정원사라 부를 정도였다.

그런 악몽의 정원사가 준영의 밑에서 라면을 끓여 주고 있으니······ 에스텔라와 당화련은 참 표현하기 힘든 표정으로 냄비에 물을 받는 트리시아를 힐끗 쳐다보았다고, 이내 자신들도 똑같은 처지라는 사실을 깨닫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큭큭큭, 아, 웹툰이라는 거 참 재미있네.”

까페의 책 대부분을 읽어 심심해하는 준영에게 석호가 웹툰을 추천해 줬고 준영은 요즘 한창 웹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종이를 넘겨 가며 만화책을 보는 거랑은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웹툰을 보며 낄낄거릴 때 까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아직 영업 전······.”

손님인 줄 알고 알바로서 본분을 다하려던 트리시아는 여성의 정체를 확인하곤 입을 다물었다.

“어라? 마이너스 그룹이 어쩐 일이지?”

“영업부장이 직접 움직이다니 신기한데?”

여인들도 갑작스러운 등장에 호기심을 담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마이너스 그룹의 영업부장이면 0과조차 만나려면 찾아가야 하는 위치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운희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까페 내부를 한번 훑어보곤 나비렌과 눈이 마주치자 귀엽다는 듯 씨익 웃으며 품에서 꺼낸 막대 사탕으로 나비렌을 낚으면서 말했다.

“마침 다 계시니 일찍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운희는 트리시아가 막대 사탕에 완전히 넘어간 나비렌을 두 손으로 들어 품에 안으려는 틈을 타 준영에게 다가갔다.

“오빠?”

“음?”

준영은 슬슬 배가 고파져 라면은 아직인가 싶어 식은 커피를 들이켤 때 운희가 발랄한 목소리로 다가와 친근하게 찰싹 달라붙어 여인들의 눈에 불길을 번뜩이게 만들었다.

“아니, 저년은 뭔데, 준영한테 오빠오빠 하는 거지?”

“크윽! 상공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다니! 나도 처음부터 그럴걸.”

“부, 부럽다!”

세 여인이 수군거릴 때 준영은 자신을 부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운희를 발견한 준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침부터 어쩐 일이냐?”

준영의 물음에 운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오빠, 보증 서 준 적 있죠?”

“그럴걸.”

“으이그, 내가 못 살아. 보증은 함부로 서는 거 아니라는 거 몰라요?”

운희가 타박하듯 준영의 어깨를 치며 친숙하게 굴자 세 여인의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뭐, 잘못된 거야?”

준영의 질문에 운희는 친근한 기색을 지우곤 비즈니스적인 태도로 말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친구분께서 진행하던 일이 실패했습니다.”

운희의 말에 엘레나와 미스트는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고, 그 반응에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은 수풀 속의 맹수처럼 눈을 번득이며 귀를 열었다.

저 얄미운 여자가 말한 친구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나와 미스트도 알고 있을 정도에 뭔가 모종의 일을 진행했고 그게 실패했다는 뜻이니 이것만으로도 귀중한 정보다.

“그럼 어떻게 해?”

“친구분께서 재시도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한다며 저희 그룹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만 저희 그룹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큰 요구라 그룹은 채무 보증인인 준영 님에게 중도 상환을 요청합니다.”

“그거야 상관없는데 막 쉴 틈도 없이 일 시켜먹고 그런 거 아니지?”

준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운희는 비즈니스적인 태도를 버리곤 다시 여인들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게 만들며 말했다.

“에이,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걱정 말아요. 내 선에서 막지 못할 건수만 챙겨 줄게요.”

운희의 호언장담에 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곤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이거 해야겠지?”

준영의 물음에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말없이 품속에서 레이벤 스타일의 검은색 선글라스를 꺼내 준영에게 건넸다.

선글라스를 받아 들곤 잠시 망설이던 준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선글라스를 쓰자 순식간에 준영의 분위기가 변했다.

“쯧. 한 번에 성공할 거란 기대도 안 했지만 실패가 너무 빠른 거 아냐? 니들이라도 가서 좀 도와주지 그랬어?”

“너 찾은 것도 얼마 전이거든?”

“아직 우리가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서요.”

준영이 엘레나와 미스트를 바라보며 투덜거리자, 엘레나와 미스트도 살포시 웃으며 대꾸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세 여인과 트리시아, 타르찬, 나비렌은 갑자기 변한 준영의 분위기에 얼떨떨하기만 했다.

언제나 맹하며 느릿느릿하던 게으름뱅이 준영이 선글라스 하나 썼다고 차갑고 날카로우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그 갭에 트리시아는 얼떨떨해했으며 타르찬은 일찌감치 배 깔고 드러누웠고, 나비렌은 평소 질색하던 당화련의 품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 여인은 반응이 조금 달랐다.

“호오? 이건 이거대로 매력적인데? 가슴이 두근거려.”

“아아, 상공, 새삼 반했사옵니다.”

“머, 멋져······.”

에스텔라야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당화련과 미텔은 이미 넘어간 듯 한눈에 반한 시선을 준영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세 여인을 힐끗 쳐다본 준영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고개를 돌려 운희를 향해 말했다.

“언제부터 시작해야 돼?”

“지금 당장 급한 일 하나만 처리하면 한동안은 일감이 없을 거예요.”

“거부권 같은 건 없냐?”

“채무만 탕감해 주신다면야 얼마든지.”

“없다는 거네.”

“헤헤.”

운희가 살짝 귀엽게 애교 섞인 미소로 말을 얼버무리자 세 여인은 ‘저년을 매우 쳐라!’ 하는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쯧!”

짧게 혀를 찬 준영이 손을 까딱거리자 운희는 품에서 작은 봉투를 하나 꺼내 공손히 내밀었고, 준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내용이 궁금해 세 여인이 슬금슬금 준영의 뒤로 접근해 어깨 너머로 훔쳐보려 했으나, 엘레나와 미스트의 안 그런 척하면서 놓는 훼방에 실패해 얄밉다는 눈초리로 두 여인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다 읽었는지 봉투를 품 안에 집어넣은 준영은 잠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 푹 한숨을 내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 막상 하려니까 진짜 가기 싫네. 후딱 끝내고 올게.”

“혼자 가려고?”

엘레나가 놀라 묻자 준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꾸했다.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라 금방 끝날 거 같아.”

“그래도 혼자는 좀 불안한데?”

“맞아요. 저라도 같이 갈까요?”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어머니처럼 엘레나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준영을 바라보았고, 미스트는 그림자에 반쯤 몸을 담근 채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준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똥개를 팰 때 썼던 흑단목 테이블의 두꺼운 다리를 쑥 빼며 말했다.

“이거면 충분해.”

“히익!”

보고만 있어도 뼈마디가 아려 오는 타르찬은 의자다리가 준영의 손에 쥐이자 바닥에 엎드리곤 앞발로 얼굴을 감싼 채 부들부들 떨었다.

“아. 트리시아?”

“예. 예?”

의자 다리의 공포를 아는 건 트리시아와 나비렌도 마찬가지라 저도 모르게 긴장해 있던 트리시아는, 준영이 자신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곤 황급히 대답했다.

“라면 다시 끓여 줘. 식기 전에 올 거야.”

“······그 정도로 간단한 일을 마이너스 그룹은 처리하지 못한 거야?”

준영의 요구에 세 여인은 물론 엘레나와 미스트마저 불신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운희를 노려보았고, 운희는 대단히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휴대용 차원의 문을 꺼냈다.

“와! 2차 차원에서 차원 문을 열다니! 역시 마이너스 그룹. 자원이 넘쳐나는구나!”

다들 감탄하는 사이 준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그럼 다녀올게.”

“······.”

준영과 운희가 사라지자 잠시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의견을 통일한 뒤 엘레나와 미스트를 포위하듯 다가갔다.

“우리 대화가 좀 필요할 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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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모여드는 사람들 2. +18 17.12.06 19,471 561 11쪽
15 모여드는 사람들 +37 17.12.05 19,839 561 15쪽
14 준영의 정체 3. +16 17.12.05 19,753 564 12쪽
13 준영의 정체 2. +29 17.12.04 20,247 605 12쪽
12 준영의 정체 +48 17.12.03 21,117 560 12쪽
11 주목받는 남자 4. +24 17.12.02 20,775 558 12쪽
10 주목받는 남자 3. +41 17.11.30 20,694 5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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