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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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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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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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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채권 추심.

DUMMY

모든 것을 맡기고 결제만 하겠다는 준영의 태도에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까페를 나온 임경수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를 열기 전부터 호구 취급당하는 양반들의 가게는 어차피 망할 게 뻔하다 보니 차마 불쌍해서 눈탱이를 치지 못하겠단 생각에 여태껏 폭리를 취해 본 적이 없다.

물론 신경 써서 싸게 해 줘도 오히려 의심하는 호구 중의 호구들이야 적당히 털어 먹었다지만, 준영 같은 전설로 기록될 호구는 임경수 사장도 처음이라 털어먹어야 하는 건지 양심을 지켜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됐지만,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건 금세 드러났다.

“예? 납품요?”

“납품이 아닙니다. 고시원과 주택에 들어갈 가구 일체를 저희 회사에서 제공하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온 손님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구 회사의 임원들이었다. 유럽 왕실과 귀족들에게만 납품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에서부터 희귀 재료를 가지고 수제작으로 전문 가구를 생산하는 업체까지 회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데, 죄다 듣도 보도 못한 회사들이다.

그나마 귀에 익은 회사가 싼 가격과 실용적인 디자인, 물량으로 승부를 보며 세계 시장을 잠식한 오피셜이란 회사였는데, 쟁쟁한 이름 앞에 포기했는지 임원들 틈에 영업사원 하나가 명함 한 장 전해 주곤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가구 회사들을 시작으로 임경배 사장의 작은 사무실에 외국인들이 우르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저희는 공사에 필요한 모든 건설 자재들을 제공하겠습니다.”

“저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설계 업체로 최적의 설계안을 이틀 안에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설계 업체에서부터 건축 자재 생산 업체와 가구와 가전 회사의 임원들이 명함을 쏟아 내고 아우성치는 광경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닌가요?”

국내도 아니고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업체들이다. 고시원 시공 같은 건설 축에도 못 드는, 아니 이런 종류의 공사라는 게 있다는 것도 모를 업체들이 자신들의 제품들을 공짜로 제공할 테니 제발 써 달란다.

“혹시 사업을 크게 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저희 회사는 사장님의 재능과 열정을 믿고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투자는 무슨! 회사를 팔 생각이 있으십니까? 저희 회사에서 인수하고 싶습니다! 100만 달러 어떻습니까?”

“고작 100만으로 해결하겠다고! 저희는 500만을······.”

“3천만 어떻습까? 원화가 아니라 달러입니다!”

“5천만!”

“1억!”

“2억!”

임경수 사장은 팔 생각도 없고 팔아 봤자 전세금도 못 건질, 회사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자신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억 단위, 그것도 달러로 올라가는 경매를 바라보며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는 형님의 한탄이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이건 몰래 카메라 같은 거여서 누군가 자신을 놀려 먹기 위해 외국인들을 동원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몰래 카메라의 가능성은 국내 건설 업계의 절대 갑으로 군림하고 있는 신화 건설의 사장님이 직접 찾아와 고시원 시공에 자신의 회사를 하청으로 써 달라며 무릎 꿇고 사정하는 걸 보자 진짜 세상이 미쳤음을 깨달았다.




“주방과 관리실, 세탁실과 복도를 제외하면 룸은 총 33개정도 들어갈 겁니다.”

“그러면 방 하나에 월세 30만 원만 잡아도 방이 다 차면 한 달에 1천만 원 정도나 들어오네요? 앉은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을 벌다니 이래서 사람들이 창조주 위에 건물주라고 그러는구나!”

“······.”

대충 맞는 말이긴 한데 준영이 할 말은 아니었다. 건물을 구입하고 까페를 만드는 데 수백억을 쏟아부은 호구, 그리고 여인들 중 한 명만 선택해도 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이 올라간다.

그런 준영이 고작 한 달에 1천만 원의 수입이 들어온다고 창조주 위에 건물주라 감탄하다니 기도 안 찰 뿐이다.

“업체는 제가 알아서 고르겠습니다. 그래도 동시 시공이라 공사 기간에 변동은 없을 겁니다. 대략 한 달 정도로 예상하시면 될 겁니다.”

“와! 그거밖에 안 걸려요?”

그럴 리가. 형인 임달수 사장과는 달리 세상 돌아가는 걸 아는 임경수 사장은 터무니없는 기간이지만, 돈과 권력의 힘이라면 가능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저희가 전문적이라 그렇습니다. 아무튼 견적은 1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싸네요? 그것밖에 안 해요?”

싸다니······ 이것도 살짝 뻥튀기한 금액인데······ 하긴. 지혜로운 사회생활을 하는 임경수 사장답게 못 본 척, 못 들은 척해서 그렇지 하청이란 이름으로 들어온 상전들이 빌딩 내부 수리를 하는 건지 왕궁을 만드는 건지 모를 정도로 돈을 퍼붓는 걸 보면 10억도 싼 거다.

얼핏 들은 것만 해도 예산이 수백억은 넘어가는데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어디 더 돈 쓸 데 없나 회의하는데, 대표라는 명목으로 억지로 참석했었으니까.

“예. 뭐. 공사 기간 동안 까페 운영이 힘들 테니 그 손해를 감안한 금액입니다.”

“음? 가게 문 닫아야 해요? 그냥 있으면 안 돼요?”

준영이 뜻밖의 소리에 놀라며 묻자 임경수 사장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쳤다.

“······아무래도 층간 소음이 없을 수가 없죠. 바닥을 까서 보일러랑 배관 공사까지 새로 해야 하니 상당히 시끄러울 겁니다.”

“어? 그럼 그동안 뭐 하지?”

준영의 중얼거림에 기다렸다는 듯이 에스텔라가 치고 들어왔다.

“준영, 까페도 문 닫는데 우리 그동안 여행 가자!”

“여행?”

“공사 중엔 시끄러워서 여기 있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공사 끝날 때까지 놀러 가자는 거지. 라스베이거스나 놀러 가자고. 화려한 쇼와 풍성한 뷔페! 그리고 관광까지!”

“상공, 그리 멀리까지 갈 필요 있사옵니까? 가까운 데 홍콩과 마카오가 있습니다. 거기서 지내시면 제가 모든 걸 책임지겠사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끝물입니다.”

“모스크바로 가요! 크렘린 궁에서 정식으로 초청장을 보낼 거예요.”

에스텔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화련과 미텔이 질 수 없다는 듯 나섰다. 전기가 튀는 게 보일 정도로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가 제시한 도시가 가진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열변을 토해 내는 세 여인의 모습에 준영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그냥 하지 말자.”

“······뭐?”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데 나갈 이유가 없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냥 집 하나 사서 출퇴근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 같아.”

“아니, 잠깐만······.”

준영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자 내부 공사를 기회로 삼았던 세 여인이 당황한 듯 허둥거릴 때 준영은 하품을 하며 낮잠이나 잔다면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익! 안 도와주고 뭐 하는 거야?”

에스텔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여유만만인 엘레나와 미스트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뿔난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쩌겠어, 건물주가 싫다는데.”

엘레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넘기자 세 여인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러면 계속 이렇게 지낼 거야!”

“전선에서 시체들 틈바구니 속에 쪽잠 자던 거에 비하면 이것도 천국이지.”

“그때도 오라버니는 혼자 재주도 좋게 야전 침대 구해서 잤어요.”

“아. 그렇지. 하여간 수완도 참 좋다니까.”

“추억 팔이 할 때가 아니잖아!”

“뭐가 문제지? 준영 말대로 집 하나 구해서 드나들면 되는 거 아닌가?”

“크윽! 이걸 노린 건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묻는 말에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은 당했다란 표정으로 엘레나와 미스트를 노려보았다.

전장에서 굴러다닌 경험 자체가 차원이 다른 엘레나와 미스트는 어떤 환경이건 상관없었지만, 편안함과 안락함을 벗어나 본 적이 별로 없는 다른 여인들에게 까페에서 먹고 자는 건 고역이었다.

이런 말이 안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한번 희망을 가졌다가 잃어버리니 더 안달이 난다. 다른 곳에서 출퇴근 형식으로 드나든다? 고려할 가치도 없는 문제다. 엘레나와 미스트도 견제해야 할 세력 중 하나다. 안 그래도 이 중에서 준영과 가장 인연이 오래된 이들이다.

옛 동료라는 프리미엄도 불리한데, 아무런 방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마저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치킨게임을 한번 해 보자는 거지?”

엘레나와 미스트 대 나머지란 공동 전선을 형성한 여인들은 노골적인 시선으로 엘레나와 미스트를 배척하며 저들끼리 모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

“공간 확장이 비싸기는 하지만 우리 수준에선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당화련의 물음에 에스텔라가 투덜거리며 트리시아의 눈치를 살폈고, 카운터에 서서 커피 잔을 정리하던 트리시아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건물 전체가 준영 님의 권역입니다.”

“유지비가 극악이네.”

트리시아의 말에 당화련은 투덜거렸다. 공간 확장이란 원하는 크기의 임시 차원을 만들어 현재의 차원에 덧붙이는 기술이다.

룰 브레이커들은 보통 형편에 따라 크고 작건 간에 공간 확장은 필수적으로 마련한다. 아르고스의 눈의 감시를 피할 수도 있고 주인이 허가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완벽한 개인 공간이니까.

임시라도 차원인 만큼 개인의 권역으로 선포하며 법칙처럼 조건을 설정할 수 있어 안전도 면에선 최고기에 룰 브레이커라면 누구나 다 하나씩 장만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임시라도 차원을 하나 만드는 일이다. 보통의 자금과 시간을 가지곤 어림없는 일이고 또 만든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차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제물이란 이름의 대가가 필요했는데 차원을 설정할 때 이 유지비의 품목을 선택할 수가 있다.

보통은 값비싸거나 희귀한 물질들을 유지비로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흔할수록 무지막지한 양을 필요해서였다. 어떤 미친 마법사 한 놈이 실험해 본다고 그쪽 차원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던 청동으로 설정했더니 하루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청동만 1만 톤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왔다.

못 구할 양은 아니지만 그걸 운송하고 보관하는 게 일이다. 그걸 또 굳이 해 보겠다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실행에 옮겼다가 일주일도 못 돼 자원 수급이 딸려 유지비 대신 가지고 있던 마나를 쪽쪽 빨리곤 급기얀 스킬마저 잃어버린 채 알거지 일반인이 되어 버린 사건은 유명했다.

1차 차원이라 할 수 있는 해당 차원에 만들어진 누군가의 권역은 2차 차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타인의 권역 안에서 공간 확장을 하려면 3차 차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미친 마법사처럼 괴짜들의 희생으로 알게 된 유지비의 비율은 끔찍한 가성비를 자랑했다.

만약 2차 차원을 유지하는 제물로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하나를 사용해 1년을 유지할 수 있다 치면, 3차 차원을 만들면 하루가 소모된다.

단기간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만 경쟁자들을 아웃시키고 준영을 차지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데, 단순히 의식주의 불편함 때문에 거금을 날려 버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하아······ 뭔가 방법이 없을까?”

“뾰족한 수가 없네······.”

“일단 준영의 마음을 돌리는 게 우선인데 저 게으름뱅이가 보통의 건수 가지곤 꼼짝도 안 할 텐데, 어디 좋은 건수 없나?”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머리를 맞대고 끙끙거렸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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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모여드는 사람들 8. +31 17.12.14 17,244 4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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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여드는 사람들 6 +35 17.12.12 18,639 538 13쪽
19 모여드는 사람들 5 +31 17.12.10 19,055 5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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