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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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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614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7.12.06 15:00
조회
19,469
추천
561
글자
11쪽

모여드는 사람들 2.

DUMMY

군대를 제대한 뒤 뼈 빠지게 일해 약간의 행운과 함께 자본금을 모아 한식을 세계에 알리겠단 포부로 야심차게 공항에 퓨전 한식당을 차린 연성은, 생각과 달리 비싼 임대료에 비해 매출이 나오지 않아 자본금만 까먹고 있어 대책 마련에 끙끙대며 카운터에 앉아 있다가 삼십 평생 처음 보는 미녀를 만났다.

정말 어디 패션잡지 표지 모델이 튀어나온 거 같은 미녀가 행복한 표정으로 비빔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것도 한 그릇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무려 세 그릇째다. 이렇게 맛있는데 어째서 손님이 안 올까 탄식하던 연성은 문득 맛있게 먹는 여인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반응이 있을까 싶어 몰래 여인을 향해 핸드폰을 들곤 사진을 찍었다.

찰칵!

절대 들리지 않을 거리였는데 사진을 찍자마자 여인이 고개를 돌려 연성과 눈이 마주쳤다.

‘설마 들켰나?’

속으로 뜨끔 하며 시선을 피할 때 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들켰구나! 내가 미쳤지, 무슨 짓을 한 거야!’

속으로 후회하며 황급히 사진을 지우려 할 때 여인은 슬쩍 연성을 흘겨보곤 말없이 식당을 벗어났고 그제야 연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음식값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냥 넘어간 게 다행이다. 만약 컴플레인을 걸고 공항 경찰을 불렀다면······ 쇠고랑을 차는 수준까진 안 가더라도 장사는 접어야만 했을 거다.

아마 여인도 그 사실을 알고 음식값 대신으로 그냥 말없이 나간 거겠지. 연성은 연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는 이런 미친 짓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데, 갑자기 공항 경찰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아, 끝났구나.’

연성은 여인이 신고했다고 생각해 아찔한 기분에 정신이 아늑해질 때 갑자기 경찰 중 한 남자가 연성의 어깨를 붙잡곤 소리쳤다.

“넌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엥?”

뭔가 이상하다. 다들 뜨거운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 아니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얼떨떨해하는데, 어깨를 붙잡고 울먹이기까지 하던 남자가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 팀 회식은 전부 여기서 한다. 그리고 운영과에 말해서 이 식당 임대료 받지 말라고 해.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지.”

“알겠습니다!”

연성은 대체 이게 뭔 일이냐 싶었다. 공항 경찰이 그럴 권한이 있냐는 둘째치고 이유 자체를 모르겠다.

그때 남자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연성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희 선에서 할 수 있는 보상은 이 정도 뿐입니다 부족하다면 상부에 건의해서 더 목 좋은 자리로다가 이전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아, 대신 핸드폰에 찍은 그 사진은 저희가 회수하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여기 있습니다.”

경찰들이 이러는 게 아까 사진 찍었던 그 여인 때문이라는 걸 알아챘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이름도 모르는 여인의 사진 한 장에 평생 임대료 무료라면 남는 장사니까.


* * *


“그 남자는 0과 요원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사진을 찍었겠지. 음. 그러면 내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걸 0과가 알아차렸다는 뜻이니까 여기서 도망쳐야 돼. 한국의 0과도 제법이네.”

공항 보안팀이 들었다면 전원 혈압이 올라 끙끙댔을 발언을 내뱉은 여인의 이름은 미텔 아스티아나 로마노프. 러시아 황실의 혈통을 이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마스터다.

우연히 방송에 등장한 준영을 보곤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졸졸 따라다니는 수행원들을 살짝 얼린 뒤 몰래 공항까지 가는 건 쉬웠다.

다행히 들키지 않은 채 비행기에 탈수 있었고 한국의 0과에 들키면 강제송환될 거 같아 살짝 긴장했는데, 역시 자신의 변장을 눈치채진 못한 거 같았다.

그런데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배가 고파 들어간 식당에서 정체가 들키고야 말았다. 서둘러 도망쳐야 한단 생각에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스카프로 얼굴을 칭칭 감은 미텔은 주위를 경계하며 서둘러 공항 밖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놀렸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어째 시원하다 싶더니 에어컨이잖아?”

“누가 에어컨이야!”

미텔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별명이 뒤에서 들려오자 발끈하며 뒤돌아 소리쳤다.

“······에스텔라? 아메리카의 저금통이 여긴 어쩐 일이지?”

미텔의 저금통이란 소리에 에스텔라의 미간에 살짝 힘줄이 돋았다.

“호호호, 에어컨이 말도 하네?”

“할 줄 아는 건 돈질밖에 없는 저금통에 입은 필요 없을 텐데. 아니다 돈 처먹을려면 입은 있어야지.”

미텔은 완벽한 변장을 해제하며 에스텔라를 노려보았다. 백금발이 스르르 흘러내리며 미모를 빛내는 미텔과 정장 스타일의 풍만한 몸매를 뽐내는 에스텔라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아름답게 했지만, 분위기는 전장의 공기가 감돌았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감히 시선을 던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두 사람을 조심스레 훔쳐보며 발걸음을 멈췄고 에스텔라를 알아본 사람들의 설마 하는 웅성거림과 함께 점점 두 사람을 에워싸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모습에 미텔이 에스텔라를 노려보았다.

“간신히 몰래 들어왔는데 너 때문에 들키게 생겼잖아!”

미텔의 타박에 에스텔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몰래 들어왔다고? 여기를? 너 설마 그걸 변장이라고 한 거야?”

“당연하지! 내 변장은 완벽했다고.”

당당하게 자랑하듯 뽐내는 미텔의 모습에 에스텔라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꺄하하! 역시 넌 재미있다니까.”

에스텔라가 폭소를 터트리자 뾰로통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미텔이 씩씩거리며 상대하기 싫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고 에스텔라가 당연하다는 듯 뒤 따라 갔다.

“왜 따라오는 거야!”

“너 준영 씨한테 가려는 거 아니었어?”

“윽! 그건 그렇지만 넌 준영 씨를 어떻게 아는 거야!”

“후훗! 그거야 아주 깊은 관계니까 그렇지.”

“거짓말!”

“준영 씨 만나면 알게 될 걸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칫! 준영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라고!”

미텔이 발끈하자 계속 놀리려던 에스텔라는 점점 모여드는 시선에 혀를 한번 차고는 말했다.

“일단은 여길 벗어나자고. 내가 나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슬슬 늘어나는거 같아.”


* * *


“으으······ 제발 그냥 가라.”

CCTV로 두 여인이 마주친 모습을 보고 있는 0과 요원들은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 사이가 안 좋은 러시아와 미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일이 잘못되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건 한국의 0과뿐이다.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데 미텔의 무전취식에 신경이 쏠린 사이 동선이 꼬여 버렸다. 아니, 애초에 제어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니 제발 마주치지 말기만을 기도했으나 역시 신은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떠납니다!”

“뭐야? 같이 가는 거야?”

“무슨 상관이야, 가기만 하면 된 거지!”

“와아아!”

두 사람이 기사로 분장한 요원이 기다리던 택시에 타는 순간 상황실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렇게 한 건을 끝내게 되니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바짝 긴장해 담배가 당기던 팀장은 택시가 떠나는 걸 확인한 뒤 흡연을 위해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흡연실로 가려는데, 한 요원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공문 하나를 들고 왔다.

“그건 뭐냐?”

“상부에서 내려온 특별 관리 대상 입국 예정 명단입니다.”

“······.”

무심결에 공문을 훑어보던 팀장은 결국 상황실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팀장님, 여긴 금연입니다. 적발되면 인사고과에 반영된다고요!”

규율이 강할 수밖에 없는 비밀조직의 특성상 사소한 조항 하나도 허술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팀장은 깜짝 놀라 바라보는 부하들에게 손에 들고 있던 공문을 건네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앞으로 상황 끝날 때까지 나한테 담배 피운다고 걸고넘어지면 그 새끼 면상을 후려갈기고 만다.”

공문을 돌려본 부하들은 전부 팀장처럼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며 말했다.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공문에 적힌 특별 관리 인사를 확인하니 차라리 좌천당하는 게 더 이득인 거 같았다.


* * *


“내가 왜 너랑 한방에서 자야 하는 거지? 난 지금 당장 준영 씨한테 갈 거라고.”

서울에 위치한 오성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온 미텔의 불만 섞인 투정에 에스텔라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혼자 찾아가려고? 어딘지는 알아?”

“으윽!”

에스텔라의 말에 미텔은 분한 듯 에스텔라를 노려보았다. 무작정 한국 땅에 도착하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준영이 어디 있는지를 모른다.

0과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입장이니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런데 저 마음에 안 드는 여자는 준영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거 같았다.

“나랑 같이 있기 싫으면 따로 혼자 방을 잡든가.”

“흥! 그렇게 날 안심시켜 놓고 몰래 혼자 찾아가려고 그러는 거지? 너희 아메리카 놈들은 항상 그렇게 뒤통수를 치지.”

“그럼 결국 나랑 같이 가야겠네?”

에스텔라가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자 미텔은 분한 듯 에스텔라를 노려보며 발을 동동 굴렀으나 방법이 없었다. 혼자 준영을 찾기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사이 저 얄미운 여자가 준영을 찾아가면······ 솔직히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 여자다. 준영이 그럴 린 없지만 저 여우 같은 여자한테 홀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 내가 감시하는 게 제일 안전해!’

그렇게 혼자 결론을 내리고 납득하는 사이 에스텔라는 씻으려는지 착용하고 있던 장신구를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고 미텔은 살짝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다.

“으으! 역시 아메리카의 저금통. 대체 몸에 얼마를 처바르고 다니는 거야······.”

저 귀걸이는 분명 착용자를 위험에서 보호하는 생명의 대지, 목걸이는 요정계의 장인이 만든 세계수의 가호, 거기에 반지는 노르드 신계의 오딘의 반지다.

하나하나가 진품은 아니지만 오리지널 제작자가 직접 만든 판매용 중에서도 한정 판매품이다.

“이거? 산 거 아닌데? 내 팬들이 나 쓰라고 보내 준 거야.”

“크윽!”

그 말에 미텔은 더욱 분한 듯 에스텔라를 쏘아보며 슬쩍 애지중지 하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자신은 국가 차원에서 보조를 해 준 덕분에 노르드 신계의 겨울 여신의 권능이 담긴 반지를 겨우 마련했는데, 누구는 팬들한테 공짜로 받다니.

부러움 가득한 미텔의 표정을 읽었는지 에스텔라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미텔의 뺨을 쓰다듬었다.

“왜? 부러워? 너 정도면 당장 데뷔해도 성공할 텐데. 어때, 생각 있어? 내가 기꺼이 도와줄게.”

“꺄악! 오, 오지 마! 나한텐 준영 씨뿐이야!”

에스텔라의 손길에 미텔은 작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로 후다닥 도망가더니 에스텔라를 향해 베개를 던져 댔고, 그 모습에 에스텔라는 더욱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렸다.

“아하하! 어쩜 이리 귀엽니? 정말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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