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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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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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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2.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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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여드는 사람들 8.

DUMMY

까페 내부에 있는 작은 골방은 말 그대로 잠만 자는 공간이었고 씻으려면 세면대가 있는 화장실이 유일했는데, 그 화장실에 나 있는 작은 쪽창을 통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그 각도가 가장 잘 나오는 건물의 옥상에서 민식은 드디어 샤워를 하는 에스텔라의 전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과연 신이 내린 몸매란 찬사에 걸맞게 렌즈를 통해 본 에스텔라의 나신은 한동안 셔터를 누를 생각도 못 한 채 멍하니 보고만 있을 정도였다.

“흐흐흐. 난 이제 부자다.”

민식은 이걸 편집장한테 가져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줘 봤자 잘했다는 칭찬 몇 마디에 쥐꼬리만 한 보너스로 끝이다. 하지만 이걸 외부 언론에다 팔면?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에스텔라의 나신이다.

서양권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수영복 입은 사진조차 나돌지 않고 그나마 가장 노출이 많은 게 등만 쩍 패인 드레스를 입은 사진뿐일 정도인 에스텔라의 전라 사진이라면 눈이 벌게져서 달려들 구매자가 많다.

팔자를 고칠 만한 이 사진을 누구한테 팔아야 잘 팔았다고 소문날까 고민하며 일어나는 민식의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진짜 기자란 것들 집요한 건 알아줘야 돼. 그걸 진짜 찍는 데 성공하냐?”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본 민식은 어느새 옥상에 올라와 있는지 의아해하며 눈앞의 두 사람을 향해 버릇대로 기자란 신분을 내밀었다.

“진실의 눈의 기자 김민식입니다. 어디서 나오셨는지요?”

“그건 알고 없고 찍은 사진이나 얌전히 내놔라.”

“이, 이건 기자가 찍은 기사용 사진입니다!”

“지랄을 하세요.”

남자가 민식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빼앗으려 하자 황급히 카메라를 끌어안으며 외쳤다.

“당신들 뭐야! 어디서 나왔어! 내가 가만있을 거 같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는 기자에게 폭행을 가하다니! 이건 언론 탄압이야!”

“이거 웃긴 놈일세. 알 권리? 우리나라 사람은 전부 에스텔라의 나체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거냐?”

“적어도 남자들은 그러지 않을까?”

“우리나라 남자들만 원하겠냐?”

“하긴.”

자신을 두고 농담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뭔가 똥 밟았다는 걸 기자 생활 동안 단련한 감각이 소리쳤다.

“그런데 얘는 어쩌지?”

“어쩌긴 처리해야지. 적당히 사고사 하나 만들자.”

“정말이지, 이게 몇 명째야?”

“그래도 에스텔라가 아는 것보단 나을걸.”

“사, 살려 주세요!”

민식은 직감적으로 말뿐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넙죽 엎드렸지만 이미 늦었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따끔함을 느끼며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두 남자는 쓰러진 민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민식이 떨어트린 카메라만 뚫어져라 주시했다.

“얘 진짜 찍었을까?”

“그럴걸? 무려 5키로가 넘는 초장거리에 건물 틈새로 핀 포인트 촬영을 할 줄은 우리도 몰랐으니까. 시간상으로 보자면 성공했을 거야.”

“그래도 죽기 전에 좋은 건 보고 가네. 나도 보고 싶다.”

“나라고 안 보고 싶겠냐? 근데 저거 손이라도 댔다간 우리 진짜 죽는다. 아니지. 우리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전부 죽어 나갈걸? 이미 우리 대화랑 모습도 위성으로 다 보고 있을 거다.”

“젠장. 악마의 유혹이야, 악마의 유혹. 고민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남자라면 게이가 아닌 이상 이해해 줘야지. 안 그러면 진짜 남자의 적이다, 적.”


* * *


“정말 이래도 될까?”

“알 게 뭐야. 지들이 좋다는데.”

“난 이왕 죽일 거면 보험금이라도 타게 사고사로 해 달라고 신청해 놨다.”

“오! 그거 좋은데? 나도 고액 보험 몇 개 들어야겠다.”

한국 0과의 홍보팀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시간도 없고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어야 하나 극심한 자괴감에 그냥 죽여라 하는 심정으로 대충 시나리오를 휘갈겼다.

그런데 좋단다. 그래서 일정을 순차적으로 조정하자 했더니 무조건 먼저 하겠다고 난리다. 에스텔라와 미텔이 있는 이상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하다는 논리다.

“그런데 어째 우리 쪽은 잠잠하다?”

“킥킥, 난 왜 그런지 알지.”

“왜? 이유가 뭔데?”

“접점이 없어. 외국 놈들이야 용병 생활 중 만났다고 우기면 되는데 신분이 죄다 까발려진 한국에선 만들 건덕지가 없거든.”

“이러다 진짜 뺐기는 거 아냐?”

“난 이미 포기했다고 들었는데?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이래. 에스텔라 하나만 해도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했다고 하더라.”

“아! 그거 들었어? 에스텔라 나체 사진이 돌아다닌다는 소문?”

“죽으려면 뭔 짓을 못 해? 그거 때문에 암첩부 요원들이 죄다 그쪽으로 몰려가 있다더라.”

“거참. 기자 놈들은 에스텔라랑 관련된 파파라치들 소문도 모르나?”

“한국에서 기자는 특권이잖아. 그놈의 알 권리란 명분으로 사람 망가트린 게 한두 번이냐?”

“흐흐, 그래도 이번엔 사람 잘못 골랐어. 이미 여럿 죽어 나갔다지? 고작 사진 한 장에 사람이 죽어 나가고 참. 살벌한 세상이야.”

“우리 목숨도 간당간당한데 누굴 동정하냐? 그보다 빨리 다른 부서에 경고해 줘. 내일부터 지옥이 시작될 거라고.”

“그냥 전자 코드로 보내죠? 저흰 이미 공공의 적이에요. 얼굴이라도 비쳤다간 좋은 꼴 못 봐요. 팀장님도 간부 회의에 안 나가잖아요.”

“그럴까?”


* * *


찰칵찰칵!

인천공항 입국장. 수많은 연예부 기자들이 진을 친 채 임시로 만들어진 기자회견장에서 연신 사진을 찍으며 한 여인을 향해 아우성 쳤다.

당화련. 혜성처럼 등장해 순식간에 에스텔라에 대항할 동방의 별, 동방명주란 별호를 얻으며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인.

어째서 그동안은 알려지지 않았나 했더니 어머니가 수많은 특허권을 가진 제약 부분에선 세계제일을 다투는 중국의 제약 그룹인 당성그룹의 회장이다.

그동안은 어머니의 반대 때문에 활동할 수 없었으나 얼마 전 연예계의 활동을 허락받았고 어느새 아시아의 초대형 스타가 됐다.

그런 여인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을 거부한 채 갑자기 한국을 방문한 거다. 그러니 수많은 외신들과 기자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자, 자, 한 사람씩 질문 받겠습니다. 그쪽분.”

당화련과 같이 들어온 수행비서가 소란스러운 장내를 정리하곤 한 기자를 지적하자 지적받은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지 이슈의 연예부 기자 박한성입니다. 먼저 한국에 방문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당화련이 웃으며 답하자 장내는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과연 동방명주라 불릴만큼 매력적인 미소였다.

“흠흠. 일단 제가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아는 지인을 통해 소문을 들었는데, 당성그룹이 지금의 거대 그룹을 건설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신약을 만든 게 당화련 씨라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어머나? 공공연한 비밀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기자님이 참 인맥이 넓으시네요. 예. 맞아요. 저희 그룹에서 개발한 약제의 대부분은 제가 만들었어요.”

“오오오!”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번쩍 불이 나고 기자들은 연신 기사를 데스크에 송고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당뇨병 완화제와 에이즈 예방약, 부작용 없는 암 치료제 등등 이제 해당 병에 걸렸을 때 당성그룹의 약을 사용하는 게 당연하게 변했지만, 막상 명예와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약의 개발자에 관해선 알려진 게 없었는데, 그 개발자의 정체가 밝혀진 거다.

그것도 당성그룹의 후계자이자 동방명주란 별명으로 더 유명해진 인사가 그 주인공이니 이거 하나만으로 충분한 기삿감이었다.

그때 다시 한 기자가 손을 들고 허락을 받아 일어났다.

“주간 먼데이의 건두식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연예계에 등장하고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건두식 기자의 질문에 당화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에스텔라 때문이에요.”

순간 회견장은 조용해 졌다.

“에스텔라 씨 때문에요?”

“예. 어머니께선 제가 연예계에 진출하시는 걸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에스텔라가 공개적으로 나선 이상 저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증명해야만 해서 연예계에 진출했고 부끄럽지만, 그룹의 지원을 받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된 거랍니다.”

당화련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봤다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닭살이 돋은 팔뚝을 벅벅 긁어 댈 정도의 내숭에 기자들은 이유를 몰라 웅성거렸다.

“어째서입니까? 에스텔라 씨를 라이벌로 여기시는 겁니까?”

“예. 사랑의 라이벌이라고나 할까요?”

콰광!

폭탄이 떨어졌다 그것도 초대형 폭탄이. 에스텔라가 왜 한국에 들어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사랑의 라이벌이라면 그 대상은 한 사람뿐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야! 특종이다! 1면 비우라고 해!”

“뭐? 이미 인쇄 들어갔어? 당장 중시시켜!”

기자들이 특종에 아우성치며 난리칠 때 건두식 기자가 물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떻게 만나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건두식 기자의 말에 기자들은 입을 딱 닫고는 당화련만 바라보았다. 그저 사랑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것보다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당화련은 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배배 꼬아 방송을 지켜보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이 헛구역질하게 만들며 말했다.

“사실 예전의 전 참 오만한 아이였어요. 어릴 때부터 주위에서 떠받들어 주고 저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감이 있어서였죠. 그래서 암 치료제를 막 개발했을 때 절 탐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건방지게 굴며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했어요.”

“그, 그러셨군요.”

“준영 씨를 만난건 제가 소수의 경호원만 데리고 놀러 다닐 때였어요. 절 탐내던 자들이 혼자 다니던 절 납치하기 위해 경호원들을 죽이고······ 흑! 아직도 절 지키다 돌아가신 그분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요.”

순간 삼합회의 몇몇 간부들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모니터를 부숴 버렸고, 일부 간부들은 밧줄에 목을 매고 죽는다고 난리쳐 부하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아무튼 그때 괴한들에게 납치당하던 절 구해 준 게 우연히 지나가던 준영 씨였어요. 잠시 휴가차 홍콩에 들르셨다가 저 때문에 곤욕을 치르게 된 준영 씨는, 구해 줬는데도 건방지게 굴던 절 정신이 번쩍 들도록 알밤을 한 대 때려 주셨어요.”

“때, 때렸다고요?”

“예. 어릴 때부터 그 누구한테도 맞아 본 적 없는 저에겐 정말 충격이었죠. 그때 준영 씨는 충격을 받은 제 양손을 붙잡곤 키스를 하며 이렇게 말하셨어요. 피 묻은 내 손과는 달리 이 손은 수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축복받은 손이니 소중히 해야 한다고. 그때 전 깨달았죠. 아! 이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라면 제가 평생을 함께 갈 수 있겠구나 하고요.”

“······.”

어째 묘하게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익숙한 스토리다.

갑작스레 방한한 당화련이란 이름의 폭탄은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세기의 천재 당화련 덕분에 병마에 시름하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당화련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거기다 이미 부와 명예를 쌓았음에도 에스텔라의 유명세에 뒤지기 싫다며 스스로 연예계에 등장해 동방명주란 명성을 얻을 정도로 미모 또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 정도다.

미국의 에스텔라, 러시아의 미텔, 중국의 당화련, 단 한 사람의 사랑만 얻어도 평생 걱정 없는 삶을 살 수 있는데, 무려 세 명이다.

에스텔라와 미텔까지만 해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던가, 나라만으론 모자라다.

또 전생 한 번도 모자라다 해서 수천만 번의 전생 동안 우주만 구하고 살았어도 이런 행운은 못 가질 거란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이건 어느 정도 되어야 부러워하던가 하지 너무 질려서 부러움조차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스케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면 일단은 질리고 그걸 넘어서면 경악하며 그 경악조차 넘어서면 해탈의 경지에 든다는 걸.

그러니 아직 경악과 해탈이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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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모여드는 사람들 +37 17.12.05 19,839 561 15쪽
14 준영의 정체 3. +16 17.12.05 19,753 564 12쪽
13 준영의 정체 2. +29 17.12.04 20,247 605 12쪽
12 준영의 정체 +48 17.12.03 21,116 5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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