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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296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7.12.16 18:11
조회
16,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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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글자
11쪽

애들싸움 어른싸움

DUMMY

“어머나! 이게 누구야? 뒷골목 곰팡이가 여긴 어쩐 일이지?”

“호호호. 역시 얼굴 팔아 먹고사는 여자답게 입만 살았네? 그 잘난 얼굴에 검버섯이 피어나도 팬들이 좋다고 할까?”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입가엔 미소를 지은 채 살벌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팔짱을 낀 채 입구를 막아선 에스텔라와 그 앞에 당당하게 선 당화련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기자들은 좋다고 사진을 찍어 댔다.

“좀 비키지? 낭군님을 만나야 하거든.”

당화련의 말에 에스텔라는 코웃음을 치며 턱짓으로 입구에 걸려 있는 칠판을 가리켰다.


[문서]-외국인 출입 금지.


“크윽!”

생각지도 못한 제약에 당화련은 분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가장 빠른 순번으로 왔음에도 준영이 여자 출입 금지, 비관계자 외 출입 금지, 전부 출입 금지를 설정하며 사흘 연속 발길을 돌려야 했기에 이제 와선 순번의 우위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번엔 외국인 출입 금지라니. 그나마 이러면 다른 이들도 못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란 사실에 안도하며 에스텔라를 향해 항의했다.

“그러는 넌! 너도 외국인이잖아!”

당화련의 지적에 에스텔라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발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여기 사는 사람이거든.”

“······.”

에스텔라는 까페에서 나오지 않은 채 당화련을 마주 보고 있었다. 즉, 이미 안에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단 소리다.

‘그러게 일찍 오지 그랬어.’란 뜻이 담긴 에스텔라의 의기양양한 시선에 당화련은 분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왜 저런 문구 하나에 어쩔 줄 모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에스텔라가 당화련을 마음껏 비웃으며 먼저 온 자의 특권을 누릴 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당화련이 에스텔라가 방심한 틈에 번개같이 손을 뻗어 에스텔라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어?”

얼떨결에 밖으로 딸려 나온 에스텔라는 자신이 까페 밖으로 나와 버렸다는 사실을 알곤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오호호호. 이거 어쩌나? 오늘은 너도 못 들어가겠네?”

“이······ 뒷골목 곰팡이가 감히······.”

“흥! 잘 데가 없으면 대사관으로 꺼져. 아메리카의 저금통이니 VIP 대우는 해 주겠지.”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서로를 노려보자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 변하며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살기에 빠지직 하는 정전기가 튀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에 사람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때 묵직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한심하긴. 길거리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러게요. 다들 페널티 정도는 무섭지도 않은가 봐요.”

그 말에 세 사람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러곤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세를 풀 수밖에 없었다.

용병왕 엘레나와 암살자 미스트.

준영과 같이 오메가 팀으로 활동한 동료들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이다.

용병왕이야 오크계를 장악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그 전부터 오메가 팀의 브레인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개인의 저력을 널리 알렸고, 미스트는 암살 계열의 마스터로 마계 대공의 목을 날려 버리면서 악명이 널리 퍼졌다.

에스텔라나 당화련은 두 사람과 능력치는 비슷하다 자부하지만 실전 경험에선 한 수 접어 줘야만 했다.

“흥! 그래 봤자 너도 못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야.”

에스텔라가 코웃음을 치며 칠판을 가르치자 엘레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를 니들이랑 동급으로 취급하는 건 살짝 불쾌한데?”

“하! 템빨이 뭔지 가르쳐 줄까?”

에스텔라와 엘레나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자 당화련은 한 발 물러섰다. 말릴 생각은 없다. 어차피 둘 다 준영을 차지하는 데 방해가 되는 라이벌이니까.

아니지,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저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해치워?

당화련이 고민할 때 미스트는 주위의 분위기 따윈 신경 쓰지 않은 채 곱게 화장을 하곤 엘레나와 에스텔라, 당화련 사이를 지나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까페 안으로 들어갔다.

어어 하는 사이 지나친 미스트가 망설임 없이 까페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쩍 벌렸고 당화련이 따지듯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저 여자도 외국인이잖아!”

“그, 글쎄? 어떻게 된 거지? 아! 그런 수가 있었구나!”

당황하던 에스텔라는 문득 생각난 듯 손뼉을 짝 치더니 곁에서 사진을 찍어 대던 한 남자의 핸드폰을 빼앗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나다. 지금 당장 나한테 한국 국적 줘.”

에스텔라의 말에 당화련도 그런 수가 있구나! 싶어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이 멍청이들은 아메리카의 저금통도 생각하는 걸 못 했단 말이지? 피똥 싸기 싫으면 지금 당장 내놔!”

정말 재수 없게도 당화련을 수행하는 임무를 띠고 파견된 0과의 요원들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김이 샜단 표정으로 난리를 치는 두 사람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엘레나를 향해 영국의 0과 요원이 조심스레 접근했다.

“저희도 할까요?”

“뭐를 국적 취득? 날 저 머저리들이랑 같은 급으로 취급하는 거냐?”

“누구보고 머저리래!”

“맞아! 얼굴 팔아먹고 사는 저금통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말라고!”

“흥! 똑똑하다는 여자가 국적 취득하는 것도 생각 못 한 거냐?”

“그,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호호호, 그래도 난 너보다 더 빨리 떠올렸다고.”

“으윽!”

견원지간처럼 서로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에스텔라와 당화련을 보곤 엘레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젖고는 자신은 같은 부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까페 안으로 들어갔다.

“아앗! 너 어떻게 들어간 거야!”

“이럴 수가! 유럽한테 지다니! 제2의 치욕이다!”

엘레나는 아우성치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한숨을 푹 내쉬곤 니들은 상관없는데, 시달리는 요원들이 불쌍해서 내가 말해 준다는 표정으로 한심하단 감정이 듬뿍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

“니들이 국적이 어디 있냐? 이 무국적자들아.”

“어라? 그러고 보니 그러네.”

룰 브레이커들은 국적 자체가 말소된다. 즉, 외국인 내국인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 거다. 권역의 선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세세하고 자세하게 설정을 해야 한다는 거다.

그 선포가 허술할수록 약간만 의미를 비틀어도 권역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게 된다.

에스텔라가 여태껏 일반인들의 출입을 걸러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준영은 자신이 권역을 선포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단순히 문장 하나만으로 출입 금지를 설정해 버리니 비틀고 왜곡해 얼마든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 수 있다.

즉, 여태껏 길거리에서 들어가니 못하니 싸우며 기세를 피워 올린 거 자체가 헛짓거리란 거였다.

“흠. 일단 들어가야지.”

“아······ 날씨가 참 좋네.”

무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이 슬금슬금 까페 안으로 들어가자 그때까지 필사적으로 사방에 전화를 해 대던 0과 직원들은 일제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처에 포장마차라는 게 있던데 가서 한잔할 사람?”

“가자고.”

“그래. 술이라도 한잔해야지.”

“아, 그 전에 작업 좀 하고.”

미국과 중국의 요원들은 작은 단추 같은 걸 하나 바닥에 툭 떨어트리곤 동병상련의 감정에 서로를 추스르며 터덜터덜 사라졌고, 기삿거리를 위해 상주하던 기자들과 일반인들은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이 안 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눈앞이 번쩍거리자 각국의 0과 홍보팀들이 준비한 위장용 기억을 받아들였다.


* * *


-같은 시각 다른 장소.


-중국-


“아메리카의 저금통이 우리 동방명주를 막아섰습니다!”

“뭐야! 우리를 방해하겠다는 건가! 미국 0과에 강력하게 경고를 해!”

“엇! 무시하는데요?”

“이것들이 감히! 무역 제제를 걸어!”


-미국-


“잘한다! 쓸데없이 꼬이는 날파리는 쫓아내야지.”

“중국 0과에서 경고를 보내왔습니다.”

“흥, 머리수만 많은 것들이 하는 경고 따위 신경 쓸 필요도 없지. 무시해.”

“어? 중국 측 세관에서 무역 제제를 걸었답니다.”

“뭐야! 한번 해보자는 건가? FBI한테 정보 넘겨서 중국 측 요원들 잡아들이라고 해.”


-중국-


“미국에 있는 요원들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됐답니다!

“뭐야! 놈들이 우리 애들을 체포하고 있다고? 해보자는 거지! 미국 쪽에 투자금 다 회수하고 채권 풀어!”


그때 당화련이 에스텔라를 밖으로 끌어냈다.


-미국-


“이 빌어먹을 놈들이 진짜 해보자는 건가! 현재 공해상에 나가 있는 함대가 어디지?”

“제7공중항모 전대가 대기 중입니다!”

“비상 걸고 전부 출동시켜!”


-중국-


“미 제7공중항모가 움직입니다!”

“질 수 없지. 우리도 항모전대 전진 배치 해!”


-미국-


“중국 측도 공중항모를 동원했습니다! 1, 17, 32전대 확인! 계속 증원 중입니다!”

“흥! 그래 봤자 짝퉁이다! 뭐 질적으론 우리가 우수하다곤 해도 피해를 키울 필요는 없겠지. 노던 라이트 준비해!”


-중국-


“노던 라이트 가동? 이것들이 지금 종말 전쟁을 시작하자는 거야?”

“어쩌죠? 지금이라도 대화를 할까요?”

“어림없는 소리! 이건 이제 자존심 싸움이다! 장강1호 준비시켜!”


-미국-


“오딘의 눈물! 워싱턴을 조준합니다!”

“이 유럽 새끼들은 갑자기 왜 끼어드는 거야!”

“용병왕이 에스텔라랑 한판 붙을 거 같으니까 보조하려는 거 같습니다.”

“큭! 반격을 준비해! 그리고 중동 쪽도 신경 써! 암살자는 용병왕과 한 팀이다!”

“······섀도 마스터는 까페로 들어갔습니다.”

“뭐? 어떻게?”


그때 에스텔라가 한국 국적을 가져오라고 소리쳤고 동시에 중국과 미국, 유럽은 난리가 났다.


“당장 국적을 달란 말이다! 도장 하나 찍는 게 그렇게 어려워! 뭐? 비익계 지분 재협상? 해 줄 테니까 국적만 달라고!”

미국은 에스텔라의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그간 불공정한 형태로 맺어진 협상을 다시 재협상할 것을 약속했다.


“서해안 어업협정? 아예 어업금지를 시킬 테니까 국적부터 주세요! 늦으면 저랑 식구들은 다 죽습니다! 식민 차원은 필요 없으세요?”

중국은 당화련의 독수를 벗어나기 위해 월권행위조차 서슴없이 저지르며 국적을 얻기 위해 손에 집히는 건 뭐든지 집어 던졌다.

한국은 꿀을 쪽쪽 빨며 이득을 주워 올렸고 유럽은 뭘 제시하려나 싶어 기다리는데 용병왕이 그냥 까페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순간 중국과 미국의 모든 업무가 정지했고 한국 0과는 재빠르게 그사이 건진 이득들을 확정시키며 시치미를 뚝 뗐다.

그렇게 미국과 중국의 0과들은 순식간에 가지고 있던 권리 중 알짜배기들을 잃어버리곤 달라는 소리조차 못 한 채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국의 0과들은 이 일을 교훈 삼아 준영을 중심으로 포진한 여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종말 전쟁을 벌일 게 아니라면 진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질지라도 무시할 것을 전제로 한 조약을 정식으로 맺었다.

그리고 다음 날 조약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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