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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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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작성
17.12.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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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준영의 정체 2.

DUMMY

영필과 만나 술 한잔했던 여의도의 포장마차에 들어선 효성은 홀로 앉아 어묵국물을 떠먹으며 소주를 홀짝이면서 데이터 패드만 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곤 다가갔다.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화면을 주시하다 맞은편에 누가 털썩 앉아 버리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든 석호는 상대를 확인하곤 안심하며 말했다.

“뭐야? 너였냐? 놀랐잖아.”

“왜? 지은 죄가 있어서?”

퉁명스레 쏘아붙이는 효성의 말에 석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반문했다.

“무슨 일 있어?”

그 천연덕스러운 모습에 효성은 살짝 짜증 섞인 시선으로 석호를 노려보았다.

“현식이가 재능은 있지만 할리우드 감독한테 알려질 정도까진 아니지. 그런데 이번에 찍은 영화 캐스팅 비화가 재미있더라. 우연히! 발견한 현식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연락을 했다더군. 그런데 현식이 측은 그 감독한테 포트폴리오를 보낸 적이 없고 말이야.”

“걔가 찌질하긴 하지만 연기 하난 잘하잖아. 사수가 부사수한테 그 정도 도움은 줄 수 있지.”

어깨를 으쓱이며 잘난 척하는 석호의 태도에 효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모장의 심술 때문에 군에 입대한 효성의 동기가 바로 몽키매직 최석호다.

모를 수가 없었다. 소주병을 든 귀여운 아기 원숭이 그림에 몽키매직 노래를 들려주며 제대한 뒤 자신이 쓸 코드네임이라고 자랑했으니까.

그때야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동기라고 부대끼다 보니 친해졌고, 그러다 자신이 차기 사무장으로 내정돼 있다는 사실을 석호가 알고 있다는 걸 알았다.

냉동식품들을 미끼로 추궁하니 0과의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다 아르고스의 눈과 만나 일반인은 이해 못 할 치열한 공방전을 나누다 친해졌고, 아르고스의 눈이 자신이 책임지고 신분 세탁 해 줄 테니까 그동안 군대에나 가 있으라고 해서 왔단다. 자신에 관한 건 그 전투 와중에 얻어걸린 정보였고.

세계의 비밀에 관해 알고 있다는 동질감과 준영의 밑에서 같이 시달리며 끈끈한 동기간의 정을 키웠다. 그렇기에 지금 석호가 저지른 일을 무시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네가 지금 어떤 똥 무더기를 싸질렀는지 이해가 안 가나 본데······.”

“잘 알지. 0과들 물 먹인 거.”

“그걸 아는 놈이 어쩌자고 이 개판을 만든 거야? 이건 뒷감당이 안 된다고!”

짜증을 담아 쏘아붙이는 효성의 말에 석호는 쯔쯧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0과 놈들은 나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을걸.”

“0과의 네트워크를 헤집고 다니는 거까지는 능력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제어권까지 강탈한 건 진짜 심각한 사안이다. 가볍게 볼 일이 아냐.”

효성의 말에 석호는 효성에게 빈 잔을 건네고 잔을 채워 주며 말했다.

“우리 제대하고 나서 한번 만났었잖아. 그때 괴물 소대장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찾아봤는데 와. 이 양반 흔적조차 못 찾겠더라고. 그래도 언제 단서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틈 날 때마다 뒤지고 다녔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상위 5개국 0과들 사이에서 데이터 교환율이 급증하더라고. 그것도 사무장이나 참모장급만 열람할 수 있는 시크릿으로 말이야. 그래서 파고들었더니 꽤 재미있는 정보가 튀어나오더라?”

“정보? 혹시 그 양반에 관한 거냐?”

석호의 말에 효성의 눈빛이 변했다. 군대 동기이자 0과의 전산팀들이 이를 가는 전설적인 존재 몽키매직이 찾은 정보다.

상위 5개국의 0과들이 어째서 그 양반에게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만 있다면 대처하기가 정말 쉬워진다.

석호는 심술궂은 표정으로 효성에게 데이터 패드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 정말 특급 정보다. 나도 엮이고 싶지는 않은데 상위 5개국 놈들이 입 꾹 다물고 지들끼리 뽕짝거리는 게 눈꼴 시려서 끼어든 거야.”

“······이거 진짜냐?”

데이터 패드의 정보를 확인한 효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석호를 바라보았고 석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르고스의 눈들도 계약 때문에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데, 알다시피 내가 걔네들이랑 친하잖아. 상위 5개국 놈들이 친분이 있는 자에 한해 접근하기로 협의를 맺은 덕분에 나도 자격이 있다고 말해 주더라. 와. 근데 보는데 진짜 욕 나오데. 너 자신 있냐? 우리가 알던 그 양반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어. 아무리 상식이 안 통하는 게 상식인 차원 간의 일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헛소문 취급하던 사건들의 주인공이 그 양반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때? 참 상식적이지?”

석호의 말에 효성도 공감한다는 듯 이를 갈았다.

“썅.”


* * *


“다행이 직접적으로 이슈화되는 건 막았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0과가 나선 일이다. 화제를 돌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끄는 데엔 도가 튼 기관. 비록 몽키매직 한 놈 때문에 인터넷상은 시끌벅적해졌지만 몽키매직은 방송이 정상적으로 나가는 것 이외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0과들은 전 세계 사람들이 시청하는 걸 막지는 못했으나 각국의 0과들이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던 스캔들들을 던져서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게 문제가 아냐. 전 세계 0과들이 동시에 털렸어. 그 몽키매직이란 놈 한국 사람이 맞기는 한 거야?”

“소주병을 들고 있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잖습니까?”

한국의 0과 입장에선 참 쓸 만한 스킬을 가졌으니 그저 추적하는 시늉만 냈다. 괜시리 들쑤셔 밉보이느니 알아서 국익에 도움을 주는 몽키매직을 모른척 하는게 더 이익이니까. 거기다 어떻게든 숨기로 작정하면 대도시에서 몽키매직을 찾을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 짓은 한국 0과가 어떻게 손써 볼 단계를 넘어섰다. 각국의 0과들을 해킹해 버리다니. 보안 관계자들이 입에 거품을 물며 소주병을 든 원숭이 그림을 다트판으로 활용했다.

덕분에 쏟아지는 화살을 감당해야 하는 건 한국의 0과였다. 명목상으로야 0과를 해킹한 범인을 잡아들이라는 거지만 속셈은 당연히 쓸모가 많은 전산 마스터의 확보다.

지은 죄가 없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몽키매직을 잡겠다고 요원들이 한국을 들쑤시고 다녀도 한국의 0과는 반발은커녕 편의를 봐줘야 할 입장이 되 버렸다.

“어떻게 우리가 먼저 손써 볼 방법은 없나?”

참모장의 말에 효성은 고개를 저었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요?”

“0과 전체가 일치단결했는데 아무리 전산 마스터라고 해도······.”

“전체는 아니죠. 몽키매직은 아르고스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부르는 인간입니다. 사실 이번 일도 아르고스가 모른 척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끄응. 무사히 도망 다니기만 빌어야겠군.”

참모장이 한숨을 내쉬자 효성은 뺨을 긁적이며 말할까 말까 망설였다. 이거 참, 입장상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공개하자니 자기 발로 지옥에 기어들어 가는 꼴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작게 한숨을 내쉰 효성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회의실의 간부들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몽키매직이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있더군요.”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지?”

효성의 발언에 참모장이 의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문맥상 몽키매직의 행동을 예상도 아니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는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는 뜻이니 독자적인 라인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0과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논 몽키매직입니다. 전산팀이 울면서 손가락만 빠는 사이에 저에게 한 가지 정보를 넘겼습니다. 마지막 애국심이랍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상위 5개국이 어째서 건 마스터를 애타게 원하는 건지 그 이유가 담긴 정보입니다.”

“그게 정말인가?”

“정말 탐나는군.”

효성의 말에 다들 웅성거렸다.

몽키매직이 괘씸하긴 했지만 상위 5개국이 꽁꽁 숨기고 있는 고급 정보를 털어서 보내 줬으니 더욱더 열심히 몽키매직을 향한 추적을 방해해야 했다.

“방송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로 나간 건 마스터는 아프리카에서 용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0과는 그 사실을 방송을 통해서나 알았다는 거지.”

참모장의 추궁에 효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관해선 우연인지 외부의 간섭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진 넘어가죠. 일단 몽키매직이 제공한 상위 5개국이 건 마스터에 관한 정보를 왜 그렇게 감추려고 했는지에 관한 자료 화면을 보시죠.”

효성의 말에 회의실의 불이 꺼지며 위성 촬영 영상인지 고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는 영상이 점점 클로즈업되며 시골 마을 한복판에 호랑이 두 마리와 준영으로 보이는 남자, 그 주변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보여 줬다.

“저건······ 마기에 미쳐 버린 호선이 난장질친 사건 아닌가?”

“맞습니다. 상위 5개국이 극비리에 보유하고 있던 영상을 몽키매직이 빼돌린 겁니다.”

말하는 사이 계속되는 영상은 격렬하게 싸우던 호랑이 두 마리가 갑자기 싸움을 멈췄고, 준영이 쏜 총에 한 호랑이가 사살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맙소사. 호선급을 단 한 방으로 처리했다고?”

영상이 끝나고 회의실의 불이 다시 밝혀지는 가운데 믿기 힘들다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오자 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이게 바로 건 마스터의 힘입니다.”

“상위 5개국이 필사적으로 숨길 만하군.”

“이 정도면 영입하기보단 제거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거 같은데?”

상위 5개국의 입장에선 어디에 속하건 힘의 균형을 무너트릴 수 있는 건 마스터를 끌어들이는 게 불가능하면 제거하려 들 게 뻔했다.

“문서를 확인해 본 결과 그런 논의가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행은 안 했다?”

“실행 단계 직전에 보류됐습니다.”

“이유는?”

“전에 갑자기 멕시코 카르텔 놈들이 삼합회에 시비를 걸었던 사건 기억나십니까?”

“약쟁이 놈들이 마계의 지원을 받아서 앞뒤 분간 못 하고 덤벼들었다가 개박살 난 사건을 말하는 건가?”

“예. 재미있게도 상위 5개국이 가지고 있던 정보는 약간 다르더군요.”

“다르다면 알려진 정보는 조작된 거다?”

“지금이야 멕시코 카르텔이 마계의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당시 멕시코 카르텔은 갑작스러운 마계 세력들의 침공으로 전력을 빼기 힘든 상황의 삼합회 본진을 공격했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몸집 부풀리기로 용병들을 마구잡이로 고용했습니다.”

“그래서 삼합회도 용병들을 끌어들였지. 하지만 그 당시 전투에 참가한 부대들은 전부 공멸했다고 알려졌는데······ 설마 거기에 건 마스터도 낀 건가?”

“예. 다만······.”

효성이 말을 못 하고 망설이자 다들 의아한 시선으로 효성을 바라보았다. 효성은 사람들의 시선에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저희가 건 마스터의 행적을 찾지 못한 이유와 상위 5개국이 기를 쓰고 건 마스터에 관한 정보를 숨기려고 한 이유는, 건 마스터가 혼자가 아닌 팀으로 활동해서입니다.”

“팀으로? 그러면 소속된 곳이 있다는 뜻인데 어째서?”

건 마스터를 끌어들이려는 건 소속된 곳이 없는 혼자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소속된 곳이 있다면 이적 비용을 지불하든가 소속된 조직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건 마스터가 소속되어 활동한 팀의 이름은 오메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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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준영의 정체 3. +16 17.12.05 19,751 564 12쪽
» 준영의 정체 2. +29 17.12.04 20,246 605 12쪽
12 준영의 정체 +48 17.12.03 21,115 560 12쪽
11 주목받는 남자 4. +24 17.12.02 20,773 558 12쪽
10 주목받는 남자 3. +41 17.11.30 20,693 5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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