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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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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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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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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2.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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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사업 2

DUMMY

외국 사람들이 고시원이란 단어를 들어 봤을 리 없다.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평생을 건축 업계와 디자인 업계에서 살아 온 회장과 사장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2.5에서 3평? 여기서 생활이 가능해?”

“개인 프라이버시는?”

“맙소사! 정말 여기가 사람이 사는 데란 말이야?”

고시원에 관한 정보를 알아본 업계 관계자들은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번 일을 포기했다. 하려고 한다면 못 할 건 없다. 하지만 그 고시원에 생활해야 할 사람들의 면면을 봐라.

아무리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다 해도 공간 자체가 한정적이어선 답이 없다. 이런 비좁은 곳에 국가의 자랑인 여인들이 들어가 산다? 시공사만 죽일 놈 되는 건 시간문제다.

물론 나라에선 잘했다고 면세를 해 주겠지만 면세도 수익이 있어야 면세가 되는 거다. 나라의 자랑을 좁은 공간에 집어넣은 건설사와 인테리어 회사에 일감이 들어올 리 없다.

그렇게 다들 포기할 때 되레 자랑스레 나선 국가가 있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회사는 이런 쪽이 전문 입니다. 2.5평? 3평? 너무 넓습니다. 저희 회사만의 노하우를 사용하면 주방, 욕실 침실을 다 집어넣어도 1평으로 해결이 가능······ 케엑!”

“확실히 1평이면 사람 하나 구겨 넣어서 묻을 만한 공간은 나오지?”

당화련은 중국에서 온 시공업자의 목을 틀어쥔 채 으르렁거렸다. 중국의 치솟는 물가에 비해 급여가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 거주지의 협소화는 이미 유명한 이야깃거리다.

한국형 고시원도 끔찍한데 이 잡것은 중국형 고시원을 자랑하고 있다. 준영이 혹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다른 여인들의 노려보는 시선이 점점 험악해져 당화련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상공, 이자가 말하는 건 나비렌이나 똥개가 사는 집을 말하는 겁니다. 오해하지 마시옵소서.”

당화련의 말에 준영이 김샜단 표정으로 흥미를 잃어버리자 당화련은 호호호, 조신하게 웃으며 사내의 모가지를 잡은 채 까페 밖으로 질질 끌고 갔다.

“이 자식 스파이가 아닌지 신분 조사 철저하게 해. 이놈 때문에 방금 내가 제일 먼저 아웃될 뻔했으니까.”

당화련의 지시에 중국 0과 요원들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했다. 0과 요원들에게 업자를 넘기고 돌아올 때 준영은 명함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준영, 진짜 고시원을 만들 거야?”

“꽤 쏠쏠한 사업이라고 하더라.”

“아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고시원이라니. 준영이 명함을 뒤질 동안 재빨리 인터넷을 검색해 본 여인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자는 데 오히려 피로가 쌓이겠다.”

“한국인들은 이런 데서 생활하는 건가요?”

다들 질린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릴 때 원하던 명함을 찾아낸 준영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순간 모든 0과는 일제히 전화를 건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고 과거사와 사상, 성격, 가족 관계 등을 조사하면서 준영의 통화를 도청하기 시작했다.

-예. 형제간판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간판 맡겼던 사람인데요.”

-상호가 어떻게 되세요?

“까페 출입 금지요.”

-출입 금지? 아! 그 호구! 험험.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결국 폐업한 거면 간판은 저희가 무료로 수거해 가겠습니다.

뉴스도 잘 안 보고 사는 임달수 사장은 얼핏 사람들이 떠들어 대는 까페에 관해 듣기는 했지만, 그게 자신이 간판을 시공한 곳이라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고요 사업이 잘돼서 이번에 새로운 사업을 하나 해 볼까 하거든요.”

-사업이 잘된다고? 요즘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싶더니만 역시! 아무튼 그래서 간판이 새로 하나 필요한 겁니까?

“그것도 있지만 이쪽 업계는 다 알음알음 연계돼 있다면서요? 혹시 믿을 만한 건축업체 있으면 하나 소개시켜 주세요.”

핸드폰을 귀에서 뗀 형제간판의 임달수 사장은 잠시 손안의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호구답게 그렇게 눈탱이를 쳐 맞았으면서도 새로운 업체를 소개시켜 달란다.

아니, 그보다 대체 날 뭘 믿고 그런 부탁을 하는 거지? 하는 의문과 함께 머릿속에 요즘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생이 떠올랐다.

“쯧!”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한번 찬 임달수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무슨 사업을 하려고 그러슈?

“고시원요?”

-고시원?

임달수 사장의 말끝이 올라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근 갑자기 좋아지는 경제 사정 때문에 사람들의 주머니가 무지막지하게 풍족해졌다.

그 연쇄작용 중 하나로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이 월세나 전세를 장만해 떠나면서 고시원의 공실율이 급증했고, 그 여파로 고시원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던 동생의 사업체가 무너지게 생겼다.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고 지금 하고 있는 공사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해 고시원이 불황인 게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생계가 걸려 있다 보니 막상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게 아쉽다고 웃던 동생이 생각나 망설이던 임달수 사장은 끄응 하는 신음과 함께 말했다.

-거, 요즘 멀쩡한 고시원도 망해 가는 판국에 무슨 고시원을 한다는 거요? 저쪽 신림이나 대치 같은 진짜 고시 목적 고시원들 말고 거주목적 고시원들은 줄줄이 문 닫고 있다는 소리 못 들었수?

“그런가요? 별로 상관없어요. 우리 직원들 방 하나씩 줄 겸 해서 하는 사업이니까요.”

-아니, 그 까페가 직원을 둘 정도로 잘되는 거요? 거참, 요즘 젊은 놈들 취향은 알 수가 없다니까. 아무튼 할 거면 내 동생을 보낼 테니까 한번 보고 같이 일하든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놈 찾아보쇼. 그놈이 고시원 리모델링 쪽 일만 10년 넘게 했으니까 사장 입맛에 잘 맞춰 줄 거요. 아! 그리고 그럴 린 없지만 혹시라도 청구서 뻥튀기하려는 낌새가 보이걸랑 나한테 연락하쇼. 눈깔을 뽑아 불 텐게.

준영과 임달수 사장의 통화가 끝나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제발 맡겨만 달라는 데가 얼마나 많은데 왜 임달수 사장한테 연락한 거야?”

임달수란 이름은 에스텔라뿐만 아니라 트리시아와 나비렌, 타르찬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다. 준영이 까페를 만들 때 모든 업자들이 이런 호구를 내 인생에 언제 또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청구서에 0을 한두 개 더 붙이는 만행을 저지를 동안 유일하게 정가만 받고 일을 해 준 사장이었다.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정직한 사람이 있나 싶어 감탄했으니, 기억에 남는 건 당연하다. 에스텔라의 물음에 다들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준영을 바라보았다.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유용한 정보다. 호구 취급 받았으면서도 아무런 보복을 하지 않고 군말 없이 대금을 지불했으면서 다시 쓸 일이 생기자, 새로운 자들로 모집하는 게 아니라 가장 양심적인 자를 찾았다.

이런 성격과 성향, 대하는 법 등의 단서가 모이고 모여 준영의 눈치를 살피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된다. 그런 준영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다들 주목하는 가운데 준영은 자랑스레 대꾸했다.

“그야 저번에 고용했던 업자들 중에서 가장 싸면서도 제대로 해 줬거든. 그런 곳에서 소개시켜 주는 데면 비싸게는 안 부르겠지.”

“······.”

당연하지. 바가지에 눈탱이를 들이부어 박박 비빈 다음에 호구하구 하며 퍼먹는 놈들 가운데 홀로 정찰제를 고집하면 아무리 비싸도 쌀 수밖에 없다.


* * *


형제시공의 임 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앞의 호구를 바라보았다. 화제의 주인공. 신문과 방송에서 주야장천 떠들어 대던 전생에 취미로 우주를 구한 사나이.

호구의 옆에서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어 하는 여자들은 방송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미녀들. 평생 공사판에서 굴러먹던 임경수 사장은 우리 마누라가 세계 최고의 미인이라 세뇌하며 살았는데, 눈앞의 여자들을 보고 있자니 나중에 집에 가서 마누라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싶었다.

“그러니까 고시원을 하시겠다고요?”

“예.”

‘요즘 부자들은 서민 체험이 유행인가?’

하긴 실행만 되면 추정 자산이 최소로 잡아도 대한민국의 10년 치 예산이라고 뉴스에서 호들갑을 떨어 댈 정도의 부자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이랑은 뭔가 뇌구조가 다른 거라 납득했다.

“그러면 객실당 공간은 어느 정도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적당히요.”

“······.”

준영의 말에 임경수 사장은 솟구쳐 오르는 혈압을 진정시켰다. 아무리 부자의 취미 생활이라지만 오랜만에 들어온 일감이다. 그러니 일단 고객인 이상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

“적당히는 안 되죠. 사장님이 정해 주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2평과 3평은 고작 1평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거 같아도 객실이 하나 더 생기는 문제입니다. 나중에 똑같은 평순데 어째서 객실 수가 차이 나냐고 따지는 사장님도 계시거든요.”

임경수 사장은 사장이란 호칭이 마음에 드는지 헤벌쭉 웃는 준영을 보며 이 일을 맡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최대한 많이요.”

“······최대한요?”

준영의 말에 절로 인상이 구겨지자 아름다운 여인들을 힐끗 쳐다보며 정신건강을 지킨 임경수 사장이 말했다.

“대충 견적을 보니까 주방과 식당, 욕실을 공용으로 돌리고 복도와 관리실 등을 제하면 최대한 30개 정도의 객실은 확보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렇게 해 주세요.”

“······뭐 알겠습니다. 그리고 2층은 고시원으로 개조한다 치고 3층은 일반 주택으로 만드신다고요?”

“예. 3층은 우리 직원들이 살 곳이니까 직원들한테 물어봐서 의견을 반영해 주세요.”

“어? 우리 고시원에서 살라고 만드는 거 아니었어?”

3층도 손을 댈 거란 소식을 처음 들은 여인들을 대표해 에스텔라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준영은 질색을 하며 말했다.

“관도 아니고 거기서 어떻게 지내냐?”

“······.”

아니, 그러면 왜 만드는 건데? 준영의 반응에 다들 속으로 한목소리를 외쳤다. 지금 거주하는 골방도 고시원 크기에서 약간 더 큰 정도에 불과한데 저런 소리를 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러려니 해야지. 고시원에 안 들어가는 게 어딘가.

“그러면 우리 같이 사는 거야?”

“난 이사 갈 생각 없는데?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

준영이 고개를 젓자 반박에 반발이 튀어나왔다.

“그게 뭐야! 같이 살아야지!”

“나도 준영 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상공, 소녀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아무리 쉬는 중이라지만 전력을 분산하는 건 좋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다.”

“뭐. 몰래 들어가면 되니까 상관없어요.”

벌컥 소리 지르는 에스텔라와 조르는 미텔, 가식적인 눈물을 보이며 읍소하는 당화련과 고개를 젓는 엘레나까지 준영의 말에 여인들은 한목소리로 재잘거렸다. 미스트야 얼마든지 숨어 들어갈 수 있어 여인들의 틈에서 슬쩍 빠져나왔다.

“어······ 안 되는데······.”

여인들의 반발에 준영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준영의 모습을 바로 맞은편에서 보고 있던 임경수 사장은 저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지며 준영을 때릴 뻔했다.

한 명 한 명이 눈 돌아가는 미인들이 같이 살자고 하면 냅다 받아들여야지 곤란할 게 뭐 있다고!

“어차피 혼자 살기엔 너무 넓잖아! 그러니까 같이 있자고.”

에스텔라의 제안에 준영은 싫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날마다 오르락내리락하기 귀찮아.”

그 말에 여인들은 아우성치며 준영에게 달라붙었고 준영은 귀찮음과 곤란함이 섞인 표정으로 어버버거리는데 이 꼬라지를 계속 보고 있다간 죽겠다 싶어 임경수 사장은 황급히 말했다.

“······예, 뭐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견적과 설계부터 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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