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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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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작성
17.12.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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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
글자
13쪽

모여드는 사람들 6

DUMMY

“사람이 많네?”

“음? 저건 무슨 개지?”

“타르찬이군. 그 양반한테 깨지고 집 지키는 개가 됐다더니 정말이네.”

“타르찬? 야랑대의 타르찬을 말하는 거야?”

타르찬을 발견한 석호가 중얼거리자 에스텔라가 놀란 듯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고 석호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슬쩍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아마 그럴 거다. 그 양반에게 당한 불쌍한 희생자 중 하나지. 별로 동정은 안 가지만.”

쯔쯔, 혀를 차는데 대체 누가 누구를 동정하는지 모르겠는 에스텔라와 미텔은 어깨를 으쓱이며 까페의 입구로 다가갔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오늘은 이건가?”

“다행이네. 우리는 관계자들이니까.”

사실 준영이 어떤 걸 출입 금지로 해 둘지 몰라 오면서도 고민이었다. 만약 준영이 여자 출입 금지라고 해 놨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멋모르고 들어갈 테지만 차원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은 그 출입 금지를 어기려면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딸랑!

문을 열고 까페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 아래에서 불쑥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여자가 바로 그 소문의 트리시아로군. 요정계 제7지파인 엘족을 이끄는 하이엘프. 요정족의 한 갈래를 이끄는 여왕이자 요정들을 사냥하는 노예사냥꾼들을 박멸해 전 차원에 녹색의 마녀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고, 하위 차원을 성장시키는 일을 주로 맡는 정원사 그룹에서도 악몽의 정원사라 불리는 여인.

“죄송합니다. 오늘은 관계자 외 출입이······.”

말을 하다 말고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듯한 트리시아를 향해 에스텔라가 말했다.

“우린 관계자야.”

그 말에 트리시아는 잠시 고민했다. 일반인들이 몇 명 관계자라 떠들며 접근해 자신에게 말 한마디 붙여 보려다 쫓겨났지만 에스텔라와 아이스 마스터면 제13인간계에서 자랑스레 내세우는 룰 브레이커들이다. 그런 여인들이 감히 준영의 권역에서 거짓을 말할 리 없다. 그래서 트리시아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 * *


“헤헤. 보고 싶었어요.”

준영은 갑자기 쪼르르 달려와 몸을 배배 꼬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누구세요?”

“설마 절 못 알아보시는 거예요? 저에요 저! 미텔!”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지만 어디서 본 거 같긴 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시무룩해진 여자가 갑자기 손부채를 붙였고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억이 났다.

“아. 기억났다.”

“정말요!”

자신의 말에 기뻐하는 여자를 향해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한 게 참 좋았지.”

예전에 어디더라? 아프리카보다 더 뜨겁고 습한 지역에서 호위임무를 맡았던 여자다. 임무 끝나고 나서 볼일 없다 생각해 잊어버렸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

준영이 고민할 때 미텔은 상상과는 다른 준영의 반응에 충격을 먹었는지 흐느적거리며 구석으로 가 쪼그려 앉더니 좌절 모드에 들어갔다.

“호호호! 러시아의 에어컨이 그럼 그렇지.”

미텔의 모습에 통쾌하다는 듯 깔깔 웃으며 에스텔라는 성큼 준영 앞으로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준영.”

준영은 시원한 여자 대신에 나타난 여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서 봤더라······ 이 여자도 분명 어디서 보긴 봤다. 그거 하난 확실하다.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니까.

잠깐 고민하던 준영은 에스텔라에 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요즘 경기가 안 좋다고 하더니 역시 무명의 여배우가 먹고 살기엔 문화계 쪽 일은 팍팍할 수밖에. 그래도 아는 사이라고 날 찾아온 거 같은데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모른 척하고 지나치기도 좀 그렇다.

“왜 말이 없어?”

“열심히 사네.”

“응? 뭐 그렇지······.”

“그래. 잘 왔어. 여기서 일해 봐. 숙식 제공에 월 200 어때?”

“······뭐?”

에스텔라가 준영의 말에 이해를 못 한 듯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준영은 보수가 적어서 그러나 싶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먼저 들어온 트리시아랑 똑같이 대우할 순 없잖아. 일단 열심히 일해서 경력이 쌓이면 월급도 올려 줄게. 숙식 제공이니까 돈 나갈 일은 별로 없을 거야. 여기서 먹고 자면서 그 뭐냐? 오디션? 그런 거 준비하면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유명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쩌적!

준영의 말에 에스텔라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준영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예상했다. 그때도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무명 여배우 취급했으니까. 솔직히 가식이 아닌 진짜 모르는 준영의 태도가 신선해 관심이 갔다.

그런데 감히 전 차원에 걸쳐 팬들이 널려 있고 은막의 여제라 칭송받는 이 몸을 그것도 월 200? 200이면 얼마지? 한 2만 달러는 되나? 개런티 비용만 해도 초당 10만 달러씩 챙기는 이 몸을 고작 2만 달러로 고용하겠다?

“왁! 왁! 진정해 진정! 밖에 사람들! 민간인!”

자신도 모르게 오딘의 반지에서 번개를 뽑아내자 몽키매직이 기겁을 하며 에스텔라를 말렸고 그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이런······ 실수했다. 에스텔라는 하도 오랜만에 들은 정신이 나갈 정도의 모욕이라 저도 모르게 준영을 공격할 뻔했다. 내가 미쳤지 학살자를 공격하려고 하다니.

어느새 트리시아가 극도의 경계심을 내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편승해 기운을 차렸는지 미텔이 깔깔거리며 에스텔라를 놀렸다.

“호호호! 준영 씨가 유명해질 때까지 일 시켜 준다는데 감사합니다, 해야지.”

찌릿!

고소해하는 미텔을 노려보던 에스텔라는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준영을 향해 말했다.

“호호호. 좋아. 일할게. 나 확실히 책임지는 거지?”

준영은 손에서 번쩍번쩍하는 전기를 뽑아내는 여자가 신기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세상엔 별의별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으니까. 저런 재주가 있으면서도 여태 무명인 걸 보니 연기력이 영 안 좋은가 보다.

“그럼 오늘부터 일해 봐. 트리시아가 가르쳐 줄 거야.”

“어?”

준영의 말에 미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럴 수가!

어느새 저 얄미운 여자가 자신보다 우위를 차지했다. 질 수 없는 미텔은 쪼르르 달려가 준영에게 매달렷다.

“준영 씨, 저도 일할 거예요! 아니, 일하게 해 주세요!”

그 말에 준영은 굳이 알바를 세 명이나 쓸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시원했던 그때 그 기억이 떠올라 여름에는 쓸 만하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헤. 오랜만입니다.”

일자리 얻어서 좋다고 방방 뛰는 미텔을 보며 요즘 경기가 안 좋기는 안 좋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며 보다 만 만화책을 이어 보려고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남자가 굽실거리며 다가오자 오늘따라 참 낯익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싶었다.

아!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하니까 관계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가? 이야! 이거 효과 좋은데? 나중에 누구 찾고 싶을 때 쓸 만하겠다 싶다가 내가 누굴 찾을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넌 누구니?”

“헤헤, 기억 안 나십니까? 부소대장님 밑에 있던 석호입니다. 우현식이 사수!”

아, 기억났다. 종이에 키보드 그려 놓고 흥얼거리던 미친놈. 그래서 왜 왔는지 더 이해가 안 간다.

“컴퓨터 고장난 거 없는데?”

“······.”


* * *


“이걸 어떻게 포장하라는 거야!”

“방법이 없을까요?”

“장난해? 까페 입구에서부터 이미 수백 장이 퍼졌어. 세계적인 배우가 한국의 까페에서 서빙 일을 한다고! 전 세계 미디어가 눈깔 뒤집히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무슨 재주로 막아!”

“미국 0과에서 거품을 물었답니다.”

“그럴 만하지. 그런데 왜 그놈들은 우리한테 항의를 하는 거야?”

“학살자한테 따질 순 없으니까요. 만만한 게 우리죠.”

“이거 막을 수 있을까?”

“이미 포기했습니다.”

“어쩌지?”

“이렇게 된 거 아예 대놓고 가죠.”

“아떻게?”

“만남 자체가 극적이잖아요. 미모의 여배우를 노린 습격. 그걸 목숨 걸고 막은 용병. 사선을 넘나들며 싹튼 사랑. 캬! 이거 시나리오 써도 되겠는데요?”

“시나리오 쓰고 있네.”

“제법 그럴듯하지 않아요?”

“0과들이 가만있겠냐! 러시아는 겉절이야?”

“원래 사랑은 삼각관계가 재미있죠.”

“너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

“0과 들어올 때부터 이미 정신줄 놨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장난 아냐. 우리랑 미국이 손잡은 걸로 비칠 수 있어.”

“에이. 그러면 3류 러브스토리죠. 진정한 1등급 시나리오는 짝사랑하는 걸로 가야죠.”

“응?”

“생사를 넘나들며 싹튼 사랑!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사랑일 뿐! 남자는 매정하게 여자의 구애를 뿌리치고 돌아선 고독한 용병! 캬! 멋지다! 거기에 여자는 집에 돌아가서도 남자를 잊지 못해, 상사병에 걸리고 그러다 우연히 방송에서 남자를 발견! 부와 명예를 포기한 채 사랑 하나만을 위해 남자에게 달려간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를 뿌리치는 매정한 남자! 하나! 여자는 일편단심으로 그런 남자의 곁을 맴돌며 사랑을 구걸한다! 크아! 난 이쪽으로 나갔어야 돼!”

자화자찬에 빠진 요원을 바라보던 팀장은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저 자식 저거 올해 안에 미국 0과 손에 걸려서 장례식 치른다에 1만 원 건다.”

“에이, 너무 길어요. 전 이번 달에 1만 원.”

“그래도 석 달은 버티겠죠.”

“난 1년!”

“오! 세다!”

0과와 관련된 사건이 퍼질 경우 그럴듯하게 포장해 위장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는 0과 홍보팀의 결정이었다.


* * *


심층 취재! 세기의 스캔들!

은막의 여제가 사랑하는 남자! 그의 정체는?


최근 연예계를 강타한 폭풍이 한국과 미국에서 몰아치고 있다. 바로 스크린의 여왕이자 천상의 디바라 불리는 에스텔라가 바로 그 폭풍의 주인공이다.

본지의 조사에 의하면 에스텔라는 아무런 수행원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의 목적지는 최근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강남의 출입 금지란 이색 까페. 본 기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이색 까페의 점주인 청년 사장은, 육군 부사관으로 제대한 뒤 아프리카에서 용병으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본지의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듯이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운 영화 ‘아프리카의 겨울’을 촬영할 당시 현지 조사차 먼저 아프리카를 방문한 에스텔라가 무장 독립 반군 단체의 테러 목표로 지정돼 촬영팀이 기습을 받았고, 에스텔라가 행방불명된 사건에 미군 제1함대가 아프리카로 이동하여 해당 무장 단체를 말 그대로 지워 버린 초대형 사건을 기억할 거다.

일주일간 실종됐던 에스텔라가 무사히 남아프리카의 미 대사관으로 복귀하면서 일단락된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남아프리카의 정세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그 사건을 왜 언급하는지 의아해할 독자들도 있을 텐데 본 기자가 이번 기사를 조사하며 미국의 정보원에게서 전해 들은 충격적인 정보로는 실종된 일주일간 무장 단체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면서 무사히 대사관으로 피신할 수 있었던 건 당시 에스텔라의 호위 임무를 맡았던 한 용병의 존재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제 이해가 가는가? 그렇다. 그 용병이 바로 출입 금지란 이색 까페를 운영하는 그 청년이었다. 남녀가 일주일간 단둘이 사선을 넘나들며 동고동락을 같이했다.

죽음의 위기 속에 사랑이 싹트기엔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거기다 에스텔라는 이색 까페가 알려지게 된 계기인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우현식의 생방송이 방영된 지 채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모슨 스케줄을 취소하면서까지 한국을 극비 방문해 그 의심에 무게를 더했다.

본 기자가 본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까페에서 일하며 인터넷상에서 여신으로 등극한 종업원을 설득해 겨우 따낸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증언을 들어서이다.

에스텔라는 까페의 사장이자 용병으로 활동했던 그 청년을 만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고 외치면서 청년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믿기는가? 모든 남성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에스텔라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는 게?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청년사장이 에스텔라를 냉정하게 뿌리치며 구애를 거절했다는 거다!

에스텔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도전했으나, 그 누구도 에스텔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정작 에스텔라의 마음을 송두리째 뺏어 간 남자는 에스텔라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거다.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에스텔라는 남자의 냉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애를 하며 곁에 있게만 해 달라고 간청했고, 결국 간절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에스텔라를 까페의 종업원으로 고용했다는 거다.

사랑을 위해 부와 명예를 버린 에스텔라의 일편단심도 놀랍지만, 그런 에스텔라의 구애를 거절한 청년 또한 성 정체성을 의심해 볼 만하다.


-주간 먼데이 인턴 기자 건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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