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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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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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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83

작성
17.12.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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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사업

DUMMY

어제에 이어 오늘도다. 그래도 어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상황이 심각해져서 명령에 따랐지만, 지나고 보니 이게 무슨 헛짓거린가 싶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난리다. 그것도 소시지 하나 때문에. 세상이 끝장난 이유가 소시지 하나 덜 줘서라는 건 농담이라도 별로 재미가 없다.

각 0과의 참모장과 사무장이 폭주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거나 냅다 집어 던지는 여파에 각 국가 간의 경제가 흔들리고 몇몇 국가는 실제로 붕괴 위기에 쳐해 버리자 해당 국가 0과 요원들이 약소국의 설움은 참아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고 일제히 반발하기 시작했다.

“에이, 썅! 나 안 해! 야! 다른 나라 동기들이랑 친구들한테 연락해, 이따위 짓거리 못해 먹겠다!”

몇몇 생각 있는 일반 요원들의 반발은 곧 열렬한 호응을 얻었고 들불처럼 기세 좋게 불어난 일반 요원들은 수천 년 0과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일반 요원 전원 파업이라는 대 역사를 이룩했다.


일명 소시지 전쟁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본 건 바로 한국 0과였다. 사무장 효성의 제안대로 건 마스터, 이제는 더 거물임이 확인된 학살자의 영입을 포기한 대신 다른 0과들을 상대로 꿀을 쪽쪽 빨았다.

자국인이라는 이점에 학살자라는 걸 알았음에도 영입을 포기했으니, 다른 0과들은 한국 0과의 결정에 의아해하면서도 그 결과 일단 어떤 협상이건 한 발 양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했다.

한국 0과 내에서도 너무 쉽게 포기한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가 두 차례 종말 전쟁의 위기를 겪자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아침이 열 번 정도 지나가며 한국의 0과는 축배를 들어 올리고 다른 0과들은 빼앗긴 이권에 끙끙 속 앓이만 할 때 세상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국제정세의 혼란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 환란으로 화들짝 놀랐다.

다른 0과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동안 신나게 주워 먹던 한국의 0과는 이 틈을 이용해 국가가 파산할 수 있다는 바람을 언론에 불어넣고, 여론을 조작하며 인식 방해와 기억 혼란 파장을 준영의 건물 주위로 뿌려 버리자, 지금 나라가 망할 판국인데 남의 연애사가 뭣이 중요하냐는 인식이 퍼지며 까페 앞에서 기웃거리던 사람들은 전부 사라졌다.

“음. 오픈발이 끝났나 보네.”

잠에서 깨어나 방에서 나온 준영은 새벽부터 북적거리던 까페 앞의 사람들이 차츰차츰 줄어들더니 어느새 개업했을 때처럼 창밖의 아무도 없는 휑한 광경을 보곤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사실 사장이라 참았지만 정신 사납게 하던 손님들 때문에 조금 불편했었다. 하지만 이제 다 사라졌으니 다시 여유롭게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독서를 즐기는 나날을 보내면 되는 거다.

“식사하세요.”

밥도 먹고.

“아구구, 이 독한 것들 좀 포기하지?”

“온 순서대로 꺼지는 게 어때?”

“에휴, 화낼 힘도 없네. 으으, 침대에 푹 파묻히고 싶다.”

트리시아의 밥 먹으라는 말에 무덤에서 올라오는 좀비들처럼 테이블 밑에서 하나둘 몸을 일으켰고, 당화련의 말에 발끈 하려던 에스텔라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힘없이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축 늘어졌다.

다른 여인들도 공감한다는 듯 힘 빠진 태도로 밥 먹기 위해 테이블을 이어 붙였다.

이렇게 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항상 초호화 시설만 이용하던 여인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이나 소파에서 자는 건 못해 먹을 짓이었다.

“샤워는 못한다 하더라도 씻는 데 한나절이잖아. 거기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다니 내 인생 최대의 수치라고!”

에스텔라의 투정에 다들 심하게 공감하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 씻는 용도의 좁은 세면대 하나만 있는 화장실이다. 어찌어찌 씻는다 할지라도 이 인원수를 봐라. 거기에 전부 여성들이다.

“확실히 불편은 하군.”

엘레나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준영에게 다가갔다. 그 모습에 미스트를 제외한 모든 여인들이 설마? 하는 기대 어린 시선으로 엘레나를 지켜보았다.

“준영, 잠자리가 불편하다.”

“음?”

엘레나의 말에 고개를 들어 여인들을 쳐다보자 다들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준영의 눈치를 살폈다. 그제야 준영은 자신은 방에서 푹 자지만 여인들은 밤마다 대충 테이블을 이어 붙여 만든 잠자리에서 쪽잠을 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럴 수가! 숙식 제공이라고 했는데 가만 보니 ‘숙’은 제공하지 않고 있었던 거다. 아니 그럼 진작 말하지 왜 여태껏 참고만 있었던 거지?

떠오르던 의문은 곧 납득으로 변했다.

하긴 알바가 사장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건 눈치 보이겠지. 엘레나야 알바가 아니니 불편한 점을 바로 말하는 거고.

준영은 자신이 참 멍청하다며 자책했다.

얼마 전에 감명 깊게 읽은 책에서도 마왕이 다 이겨 놓고 도 용사한테 진 이유가 직원 복지에 무관심했다가 처우에 불만을 품은 부하들이 파업해서가 아니었던가!

하마터면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파업할 뻔했다.

여기서 직원들이 파업을 한다면? 라면도 혼자 끓여 먹어야 하고 밥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고 커피도 알아서 타 먹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불만이 나오기 전에 사장이 먼저 직원 복지를 챙겨 줘야만 한다.

어차피 이 건물은 내 거니까 비어 있는 층을 집으로 꾸미는 거야 간단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준영은 이왕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할 거면 건물주로서 새로운 사업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그 생각을 못 했네. 숙식 제공인데 잠자리도 제대로 마련 안 해 주고. 하마터면 나쁜 고용주가 될 뻔했어.”

준영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엘레나는 뒤를 돌아보며 어떠냐 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고 여인들은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를 고민하며 끙끙거렸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뭐 찾으시는 게 있으세요?”

여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건 신경 안 쓰는 준영이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서랍을 뒤지자 트리시아가 다가와 물었다.

“여기 어디 명함을 둔 게 있을 텐데?”

“그거라면 제가 챙겨 뒀어요. 그런데 명함은 왜요?”

“이왕 하는 김에 까페 말고 다른 사업도 하나 해 볼까 해서.”

순간 머리를 감싸 쥐며 낑낑대던 여인들의 귀가 일제히 쫑긋거렸다. 트리시아는 그런 여성들의 반응에 살포시 웃으며 물었다.

“어떤 사업을 하시려고요?”

“계속 위층을 비어 두기도 뭐 하니까 우리 직원들 지낼 공간도 만들 겸 숙박업이나 한번 해 보려고.”

준영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전달된 특급 정보에 각국의 0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0과는 바쁘게 움직였다. 준영이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벌인단다.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0과가 움직이자 전 세계의 건축과 건설은 물론 디자인과 가구, 주방까지. 거주와 관련된 모든 업종의 회사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발주에 성공만 하면 그 회사는 망하기 전까지 면세를 해 주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거절할 회사는 없다.

“어머, 이거 좋다.”

“잘 보셨습니다. 본 디자인은 저희 회사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디자인한 북유럽 스타일로······.”

“이것도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가 자랑하는 프로방스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호오? 이건 기발하군. 꽤 쓸 만할 거 같은데?”

“저희는 엘레강스하면서도 실용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회사로 이 디자인은 작년도 세계 디자인 총회의 우승에 빛나는 크로크 무슈 치아바타의 역작으로······.”

준영은 갑자기 박람회처럼 변한 까페 내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불경기라더니 숙박업을 한번 해 볼까 말만 꺼냈을 뿐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영업사원들이 등장했다.

그것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 거 같으니 과연 세계적인 불황이구나 싶었다. 그 노력이 대단해 계약을 해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준영은 모든 계약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째서입니까! 비용이 문제면 충분히 협의를 거쳐서······.”

“저희는 모든 비용을 무료로 해 드리겠습니다! 제발 계약만 해 주세요!”

준영이 내가 하려는 사업에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보자란 말을 하자마자 여인들에게 열을 올리며 홍보를 하던 사원들이 일제히 준영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준영은 매정하게 고개만 젓고는 쏙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준영의 숙박업 사업을 가장 크게 반겨 까페 출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일반인들은 차단하며 영업 사원들만 들여보냈던 에스텔라는 준영이 모든 걸 거부한 채 방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리자 불안해진 표정으로 엘레나에게 물었다.

“뭐지? 준영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내가 준영과 같이 다니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지.”

“그게 뭔데?”

“은근히 거절하는 걸 잘 못 해.”

“······응?”

에스텔라는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엘레나를 쳐다보았다.

“후후. 진짜예요. 하기 싫은데 자꾸 매달리면 결국엔 해 주든가 아니면 지금처럼 쏙 도망가 버려요.”

미스트가 쿡쿡 웃으며 말하자 엘레나도 쓴웃음을 지었다. 뭔가 그들만의 추억 어린 기억을 떠올리는 거 같아 소외감을 느낀 에스텔라는 툴툴거리며 준영이 들어간 방을 노려보았다.

“이러다 진짜 포기하면 어떻게 할 거야? 우리 또 소파에서 자야 돼?”

에스텔라의 말에 엘레나와 미스트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전장을 전전하며 침대보다 바닥에서 잔 횟수가 더 많다지만 침대에서 잘 수 있는데도 바닥에서 자고 싶진 않았다.

“이러다 진짜 포기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힌트를 주자고. 어차피 비용이야 0과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각자 자신 있는 디자인 시안만 가져오라고 해서 준영보고 고르라고 하자. 보고 고르는 거까진 별로 귀찮지 않을 거야.”

“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 * *


에스텔라가 전달해 준 힌트에 사원들은 황당해했지만 본사에서 보내온 고 사인에 다음 날의 전쟁을 준비했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한 회사니 누가 준영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게 가장 큰 쟁점이었다.

하지만 밤샌 준비도 허무하게 다음 날 준영은 출입 금지 팻말에 ‘회사원 출입 금지’라고 떡하니 적어 버렸다. 당연히 막중한 임무를 받고 출장 온 사원들이 아우성 쳤으나, 이번만은 에스텔라도 어떻게 해결해 줄 수가 없었다.

몇몇 영리한 사원들이 사표를 제출하고 일단 들어가 준영을 설득한 다음 재취업을 하는 꼼수를 부리려 했으나, 그러다 실패하면 사표도 냈겠다, 바로 국제 백수 되는 거 아냐란 에스텔라의 따뜻한 걱정 한마디에 포기했다.

하지만 각국의 0과가 제시한 세금의 면제란 대가에 큰 이익을 예상하고 직접 사장이나 회장이 참전한 회사도 있었다. 그런 회사들은 자신들의 선경지명을 자화자찬하며 부러움에 가득 찬 일반 사원들의 시샘을 받으면서 까페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보다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보던 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어디의 사장이라느니 무슨 그룹의 회장이니 하는 사람들이 모든 비용을 무료로 해 줄 테니 그저 마음에 드는 회사만 고르라고 애원하자, 준영은 대충 그들이 가져온 계획서를 훑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제가 생각하는 계획이랑 비슷한 건 없네요. 집만 만드는 거면 상관없는데, 숙박업도 같이할 거라 이왕 공사하는 거 한곳에다가 맡기려고요.”

준영의 말에 다들 말만 하라고 요구조건을 얼마든지 맞춰 준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여인들도 은근히 편을 들어 주자 준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전 고시원을 할 거예요.”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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