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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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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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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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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작성
17.12.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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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모여드는 사람들

DUMMY

오크들이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느라 다른 세상에 눈 돌릴 틈이 없다지만, 만약 외부로 시선을 돌린다면? 그 우려 때문에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오크계인데, 설마 하던 일이 벌어지게 생겼다.

항상 으르렁거리던 최대 파벌이 힘을 합쳤다면 오크계 전체가 하나로 통일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되면 싸울 상대가 사라진다. 엄청난 번식력에 넘치는 힘은 결국 다른 세계로 향할 게 분명했다.

오크계는 다른 차원계에서 이 세상의 천국은 오크 없는 오크계라 할 정도로 오크계의 대지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주변의 모든 게 먹을 거다. 심지어 흙만 파먹고 살아도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해 주는 괴상한 세계. 거기다 맛도 좋다.

오크들의 식욕을 감당이라도 하려는 듯 식물들의 생장력도 성장 촉진 마법을 사용한 것보다 더 빠르다. 그러니 오크들이 먹고 할 일이라곤 성행위와 싸우는 것밖에 없으니 오크족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부 전사라 할 수 있었다.

출산을 위한 여성을 제외한 오크족 전부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쪽수를 무기로 분탕질 치는 걸 상상만 해도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특히 이쪽 세상처럼 다른 차원에 관한 정보를 숨기고 있는 세상에 오크족의 등장은 천재지변의 재앙이다.

“이게 전부 학살자 하나 때문에 생긴 영향이라는 건 아시죠?”

“······.”

“아직 안 끝났습니다.”

“더 있다고?”

한 간부의 질린 듯한 중얼거림에 효성은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그러면 곤란하다란 표정으로 살짝 미소 지으며 사진을 넘겼다.

“용병왕과 암살자야 같은 팀이었으니까요. 상위 5개국은 몽키매직이 벌인 일을 수습도 하기 전에 공식적으로 요원들을 파견하겠다고 알려 왔습니다.”

“공식적이라면 집행자와 아는 사이를 벌써 구했다는 소린가?”

“일단 미국에선 에스텔라 오스왈드를 보낸다고 합니다.”

“······.”

“······.”

“저기, 에스텔라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에스텔라 맞나?”

“예. 우리 제13인간계가 자랑하는 여배우이자 마성의 목소리를 가진 디바. 미국 0과의 저금통. 에스텔라입니다.”

“······.”

미국이 자랑하는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우현식이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곤 하지만 에스텔라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엑스트라급이다.

아르고스로부터 슈퍼 스타 스킬 마스터급이라는 황당한 스킬 판정을 받은 은막의 여제.

어릴 때부터 육성해 길러 낸 미국 0과가 자랑하는 마스터. 천조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에스텔라가 벌어들이는 각종 수입 덕분에 0과들 중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자랑하며 돈지랄 0과란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대체 왜! 무슨 관계가 있다고!”

“에스텔라가 영화 촬영차 아프리카에 방문할 때 미국 0과가 영입 작전의 일환으로 오메가 팀의 학살자에게 개인 경호임무를 의뢰했답니다. 의뢰비로 진금화를 걸었고요.”

“······미쳤군. 역시 돈지랄 0과답다고 해야 하나?”

“뭐, 결과적으론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이 관리하던 하위 차원에서 마계의 지원을 받은 세력이 에스텔라를 납치하려 했고, 학살자 손에 끝장났지만 수행 인력들이 전멸해 버려서 안전지대까지 이동하느라 열흘 정도 같이 지냈다고 합니다. 친해지긴 충분한 시간이죠. 뭐, 미국 0과만의 생각이겠지만요.”

“끄응.”

들으면 들을수록 느는 건 신음밖에 없다. 머리가 아픈지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라는 듯 참모장이 손을 휘저었다.

“러시아에서 아이스 마스터가 내일 밤 비행기로 도착한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마스터를 보냈다고! 전쟁을 벌이자는 건가!”

“아니, 그보다 러시아 놈들치곤 행동이 너무 빠른 거 아닌가?”

“······그게 아이스 마스터가 학살자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비행기를 탔답니다. 러시아에선 제발 살려만 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마스터가 혼자 비행기를 타는데 막지도 않고 뭐 한 거야!”

“마스터를 무슨 수로 막습니까?”

“······ 그러면 아이스 마스터는 무슨 관계야?”

“아이스 마스터가 유명해진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알지. 그때 원형 탈모가 올 정도로 고민 많이 했으니까.”

마계의 불꽃의 마왕이란 작자가 우연히 아이스 마스터를 보곤 그 미모에 반해 러시아에 아이스 마스터를 조공으로 바치라 요구한 사건이 있었다.

당연히 발끈한 러시아가 모든 동맹에 지원 요청을 보내고 한판 전쟁을 준비하느라, 이걸 도와야 하나 외면해야 하나 모든 0과들이 고심했었다.

그사이 아이스 마스터 홀로 마계로 넘어가 불꽃의 마왕의 힘이라 할 수 있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마계의 불꽃을 꺼트려 불꽃의 마왕을 몰락시켜 버린 그 사건 때문에 전 차원계에 아이스 마스터의 이름이 알려졌다.

다행인 건 고작 마왕 하나한테 휘둘리면 결국 제13인간계는 잡아먹힐 운명뿐이란 사실에 공감한 0과는 물론 힘 좀 쓴다 하는 세력들이 러시아를 지원해 저항하기로 결정했다는 거였다.

만약 러시아를 외면하기로 결정했었다면, 하는 그 상상이 아직도 꿈에 악몽으로 나올 정도였다. 물론 모든 0과들이 찬성한 건 아니라 당시 혼자 살겠다고 지원을 거부했던 0과들은 아직까지 러시아의 끈질기고 집요한 보복에 시달렸다.

“러시아는 미국 0과의 사례를 본받아 마계의 불꽃까지 호송하는 임무에 건 마스터에게 개인 의뢰한 거 같습니다.”

“하여간 교활한 불곰 놈들······.”

회의실에 투덜거리며 러시아를 까대는 소리가 울려 퍼질 때 잠시 기다리던 효성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0과는 건덕지가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삼합회 회주가 손녀를 보냈습니다.”

“······삼합회 회주의 손녀면 분명 그녀지? 동방명주 당화련.”

“예. 포이즌 마스터 당화련이 사흘 뒤 도착 예정입니다.”

“그 여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접점이 없잖아! 이 새끼들 또 억지 쓰는 거 아냐!”

당한 게 많은지 한 간부가 울화통을 터트리자 효성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삼합회주는 순순히 보수를 지불했는데, 그 결정에 불만을 품은 장로 한 명이 학살자에게 보복하려다 지부 하나 날려 먹고 삼합회 회주가 직접 목을 잘라 갖다 바치며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장로 목을 가져다 바칠 때 손녀딸도 같이 데리고 갔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손녀도 같이 바쳤고요”

“······자기 손녀딸을?”

“학살자 창호를 받기 전이지만 건 마스터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으니, 사돈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뭐가 아깝겠습니까?”

“······.”

맞는 말이다. 거기다 동방명주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기까지 하니 보통 남자라면 어이구 감사합니다다.

“······확실히 아르고스가 경계령을 내릴 만하군.”

참모장이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나하나가 특급 인사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뭉친다면? 세계 정복도 순식간이다. 개개인이기는 하나 그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있으니까.

아니, 그보다 오메가 팀이 오크들만 끌고 와도 게임 끝이다. 자고로 쪽수엔 장사 없으니까. 만약 학살자가 오메가 팀을 움직여 차원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가진다면?

부르르!

끔찍한 상상에 절로 몸이 떨릴 때 한 간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어째 성비가 너무 극단적이군.”

간부의 지적에 효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반간계와 더불어 가장 자주 쓰이는 게 미인계니까요.”

‘하렘이냐! 근데 부러운데 부럽지가 않아!’

눈에 번쩍 띄는 미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하나하나가 프라이드가 하늘을 찌르며 또 그럴 만큼의 능력을 가진 여인들이다. 그 사이에서 시달린다 생각하니, 부러운데 부럽지가 않았다.

“이 정도면 군대 인연을 가지고 끼어드는 건 힘들겠는데?”

한 간부의 중얼거림에 다들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효성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러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상황을 예측해서 대비하자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까?”

효성의 설명에 결국 포기했는지 참모장도 아쉽다는 기색이 역력한 태도로 묻자 효성은 자신 있게 대꾸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됩니다.”





모스크바에서 날아온 러시아 항공의 비행기는 정해진 시간에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한 뒤 승객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석의 좁은 좌석에 9시간 가까이 몸을 구겨 넣고 있던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기지개를 펴며 몸을 풀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라 그런지 승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어서 사람들은 입국장의 내국인용 게이트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외국인용 입국 게이트를 힐금힐금 훔쳐보았다.

러시아가 추운 나라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옷을 따뜻하게 입는 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당연히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제 막 한여름이 다 지나가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에 모피 코트를 걸치고 스카프로 머리 전체를 감싼 상태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껴 더 대조적인 뽀얀 피부에 갸름한 턱 선에 삐져나온 백금발이 어울리는, 척 봐도 미녀임을 알 수 있는 존재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입국 심사를 받으려면 당연히 선글라스와 스카프를 벗어 얼굴을 보여야 했기에 미녀의 얼굴이 궁금한 남정네들은 입국 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뭉그적거렸다.

가뜩이나 주목받는 여인은 뭐가 그리 불안한지 어깨를 웅크린 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보안 요원들은 여인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가다 무전을 받고는 슥 사라졌다.

“여권 주세요..”

입국 심사대의 직원은 여인이 다가오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고, 여인이 조심스레 건넨 여권을 훑어보지도 않은 채 도장을 ‘쾅!’ 찍고는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여인의 말에 살짝 놀란 직원은 얼떨결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기다리던 남정네들은 신원 확인도 안 한 채 통과시킨 직원을 향해 통관의 허술함과 직업 의식이 부족한 방만한 태도에 분노의 시선을 보냈으나,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통화하기 시작했다.


* * *


“아이스 마스터, 입국 확인했습니다.”

상황실에서 CCTV를 주시하던 사람들은 그 말에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정말 안 들킬 줄 알고 저렇게 하고 있는 건가?”

“정체를 숨기고 싶으면 여권이나 좀 본인 걸로 가져오든가. 0과에서 발급한 여권을 그대로 들고 오면 어쩌자는 거지?”

“모른 척하기도 힘드네.”

“얼씨구? 안 들킨 줄 아나 본데? 발걸음이 달라졌어.”

한 남자의 말대로 화면에는 자신을 쫓아오는 사람이 없자 안심한 듯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를 펴며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 정말 맞춰 주기 힘들다······.”

“빨리 좀 가라······.”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건 부담스럽다. 그래서 빨리 공항을 벗어나 본부 요원들에게 인계하고 싶은 공항팀의 바람과는 달리 여인은 이국의 공항이 신기한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왜 여기서 밥을 먹는 거야?”

여인은 배가 고픈지 식당 코너를 기웃거리다 한식당에 들어가 버렸고 요원들은 그 모습에 탄식을 터트렸다. 그때 다른 모니터를 주시하던 한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특급이 또 떴다!”

“뭐! 통보도 없이 갑자기 또 무슨 특급이야! 누군데!”

“이름이······ 에스텔라? 에스텔라 오스왈드? 맙소사! 이건 너무하잖아!”

명단을 보고 있던 한 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러시아의 마스터야 알려진 바가 없으니 모른 척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에스텔라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여인이다.

그런 여인이 이 시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사방에서 사진을 찍어 댈 테고 SNS의 발달로 순식간에 퍼져 나가고 세계 최고의 여배우가 몰래 한국에 입국했다는 특종에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게 분명했다.

“본부에 보고해!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팀장의 지시에 요원들이 분주히 움직일 때 한 요원이 어정쩡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팀장님.”

“왜?”

“모스크바 홍보팀에 동기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보내온 미확인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모스크바란 말에 팀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입가에 고추장을 묻혀 가며 행복한 얼굴로 비빔밥을 먹고 있는 아이스 마스터를 보고 있자니 위가 쓰려온다.

“뭔데?”

“그게······ 마스터가 단신으로 너무 급박하게 이동하느라 수중에 돈이 없답니다.”

그 말에 팀장의 표정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 졌다.

“돈이 없다니······ 그럼 비행기는 어떻게 탄 거야?”

“마스터가 항공편을 달라는데 누가 안 된다고 합니까?”

“그쪽 요원들은 뭘 한 거야!”

“목숨 걸고 막았다가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죠······.”

“커헉!”

팀장은 뒷목을 붙잡았다. 목이 빳빳해져 온다. 그 모습에 다른 요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에이, 그래도 설마 돈 한 푼 없이 왔겠어요?”

“그거야 수행원들이 있을 때 얘기지. 저 꼴로 몰래 들어오고는 성공했다고 기뻐하는데, 그런 상식이 있기나 할까?”

“······.”

“······.”

팀장의 중얼거림에 상황실엔 침묵이 깔렸다. 설마 하면서도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문득 한 요원이 생각난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저거 밥값은 누가 계산하냐?”

“······.”

러시아의 마스터가 한국의 공항에서 무전취식으로 경찰에 붙잡힌다? 순간 요원들은 등골에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지면 분노한 러시아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러시아 0과의 별명은 무식한 척하는 교활한 곰. 무전취식 하나를 빌미로 상당히 많은걸 뜯어먹을 수가 있는 게 불곰국 놈들이다. 그렇게 되면 막지 못한 자신들의 목숨은 날아가는 거다.

“이 불곰국 새끼들! 엿 먹어 보라고 일부러 닥치고 있었네!”

“막아! 어떻게든 개입해!”

“하지만 공공연한 개입이 불가능합니다!”

“죽기 싫으면 방법을 찾으라고!”

“으악! 늦었습니다! 이미 밥 다 먹었어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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