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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611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7.12.02 14:23
조회
2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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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글자
12쪽

주목받는 남자 4.

DUMMY

방송국의 대형 버스 안. 예쁘장한 여인과 잘생긴 남자가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있고 그 앞에는 대여섯 대의 카메라가 두 사람을 찍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그곳에 가다의 리포터 임유나입니다! 오늘 게스트는 대망의 첫 방송에 걸맞게 아주 귀한 분을 모셨는데요. 할리우드의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변신한 우현식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꺄악! 반가워요! 저 팬이에요! 사인해 주세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현식은 내심 식은땀을 흘리며 리포터의 호들갑에 부드럽게 대처했다. 별다른 홍보가 없어도 영화는 대박을 쳤기에 그 흔한 무대 인사조차 하지 않고 쉬려고 했으나, 소속사 사장이 사정사정을 하여 어쩔 수 없이 대충 하나 골라잡았는데, 벌써부터 잘못 고른 거 같은 후회가 들었다.

“이번에 찍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을 보여 주셨는데요. 잠시 영화 소개 좀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 이번에 제가 찍은 영화는 군대를 갓 제대한 남자가 제대 기념으로 술 마시고 취해 잠들었다 깨어 보니 갑자기 판타지 세상에 떨어졌는데, 거기서 다시 군에 입대를 해 군 생활을 한다는 어찌 보면 모든 전역자분들의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재미있는 설정의 판타지 액션 영화입니다.”

“참 재미있는 설정인데요. 우현식 씨는 현역 만기 제대를 하셨는데, 이번 영화를 촬영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리포터의 질문에 현식은 절로 일그러지려는 인상을 가까스로 붙잡은 채 입꼬리가 떨리는 미소로 답했다.

“물론입니다.”

순간 현식의 머릿속에 끔찍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괴물 같은 부소대장과 별의별 미친놈들이 다 모인 보호관심병사 소대.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다 보니 보호관심병사 소대에서 지냈다는 게 소문이 날 법도 하지만 잠잠한 건 오직 그 괴물 부소대장 덕분이었다.

같은 중대는 물론 대대의 모든 병사들이 자신과 소대원들을 얼마나 동정했던가. 보호관심병사로 편하게 지냈으면서 힘들기는 개뿔이라는 반응이 있을 때마다 주위의 다른 병사들이 한마디 거든다.

‘거기 부소대장이 그 양반이야.’ 그러면 다들 ‘아, 고생하는구나. 힘들겠다.’라며 보내는 그 딱하다는 시선과, 주말 종교 행사를 갈 때마다 하나씩 받는 정情을 몰아주며 말없이 힘내란 시선을 보내던 아저씨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지금도 뭔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음? 우현식 씨?”

아차! 이건 생방송이다. 특이한 콘셉트의 까페나 맛집을 찾아가 취재를 하는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생방송으로 진행한다는 이 미친 프로그램이 허가가 떨어진 것도 웃긴 일이지만 더 열 받는 건 그게 첫 회 출연자로 자신이 나오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사실에 뽑기 하난 더럽게 못하는구나 싶은 자괴감이 들었다.

“저희가 처음으로 찾아갈 곳은 바로 인터넷에서 무수한 화제를 뿌리는 까페인데요. 이름이 특이하게도 출입 금지라고 하네요. 호호, 이름부터 정말 독특하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이 출입 금지란 이름의 까페가 유명해진 건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고가의 가구를 배치하고 질투 날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가 서빙을 한다는 점인데요. 그 외에도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고 일부 콜렉터라면 군침을 흘릴 정도로 희귀한 수집품들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찾아가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마침 도착했네요.”

리포터와 현식이 버스에서 내리고 카메라는 까페의 정경과 간판을 찍기 시작했다.

“정말 까페 이름이 출입 금지네요. 호호, 설마 미인 출입 금지 이런 팻말이 붙어 있는 건 아니겠죠? 그러면 전 못 들어가는데. 호호호.”

귀여운 애교와 함께 자뻑모드에 들어간 리포터지만 뭐.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예쁘기는 했다.

“앗! 발견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매일매일 바뀌는 출입 금지자 팻말! 오늘은 어떤 사람이 출입 금지일까요!”

리포터의 외침과 함께 카메라는 팻말을 비쳤고 팻말에는 ‘채식주의자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평범한 거네요. 설마 이 중에서 채식주의자는 없죠?”

“하하. 저도 고기는 좋아합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앗! 우현식이다!”

“꺄악! 사인해 줘요!”

여러 대의 카메라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리포터와 우현식이 까페 안으로 들어오자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왔고 방송국 스태프들은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아하하, 반갑습니다.”

‘으으, 하기 싫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 거지?’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겉으론 자본주의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의 사인 요청에 간간이 응해 줄 때 리포터는 트리시아를 발견하곤 후다닥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우와! 소문대로 미인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요? 잠시만요, 사장님한테 물어볼게요.”

“사장님도 같이요! 이런 특이한 까페를 차린 이유를 듣고 싶어요!”

“사장님!”

트리시아의 외침에 까페 구석에서 후르륵거리며 라면을 먹고 있던 준영이 고개를 돌렸고, 진땀을 흘리며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던 우현식은 준영을 발견하곤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

순간 정적이 흐르고 리포터와 PD는 방송 사고란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추, 충성! 부소대장님, 여기 계셨습니까!”

“응?”

준영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곤 쪼르르 달려와 경례하는 어디서 많이 본 낯짝을 가진 놈을 멍하니 바라보다 후르륵! 물고 있던 면발을 빨아 삼키곤 말했다.

“누구세요?”

“접니다! 저! 소대원이었던 우현식이!”

그 말에 생각났다. 만날 집에 가고 싶다고 훌쩍이는 게 귀찮아 뒤통수 몇 번 만져 주면 며칠 잠잠하다가도 다시 훌쩍이던 놈.

“아! 그 찔찔이?”

“험험. 부소대장님, 그런 오해성 별명은 좀······.”

준영의 말에 현식은 지금 생방송 중이란 걸 깨닫고 당황하며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카메라가 문제가 아니었다. 까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핸드폰을 꺼낸 채 자신과 소대장을 향해 뻗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왜 알은척을 한 거야!’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게 아닌 뒤통수에 새겨진 본능 때문이었다. 현식은 과거사가 죄다 까발려질까 두려워 서둘러 말을 돌렸다.

“아니, 그동안 대체 어디 있었던 겁니까? 제대하고 소대원들이 부소대장님 얼마나 찾았는데요!”

“날 왜 찾아?”

“그야 복수······ 험험, 전역자들 끼리 모여서 군 생활을 추억하며 술이나 한잔하려고 했죠.”

“귀찮아.”

“······.”

초, 중, 고, 대학의 동창들이 줄기차게 제발 한 번만 나와 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며 광고주와 제작사, 감독 들도 굽실거리는 세계적인 월드 스타인 이 몸과 술을 한잔할 수 있는 기회다.

남들은 못해 봐서 안달인 걸 이 양반은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한 태도로 심지어는 저리 가서 놀란 의미가 담긴 휘휘 동네 똥개 내쫓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래, 이런 양반이었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단 생각에 현식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이 까페는 뭡니까? 부소대장님이 사장인 겁니까?”

“응. 이 건물도 내 거야.”

현식의 물음에 자랑스럽게 허리를 펴며 말하는 준영의 태도에 현식은 말도 안 된다는 피식 웃었다.

“무슨 돈으로 건물을 사고 이런 까페도 차린 겁니까? 로또라도 당첨되셨습니까?”

현식이 말할 때 리포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며 PD를 쳐다봤고 PD는 프로그램의 진행보다 지금 상황에 실시간으로 시청률이 쭉쭉 올라가자 그대로 GO 사인을 보냈다.

“로또? 그냥 외국에 돈 벌러 나갔다 왔어.”

“아니, 대체 무슨 일을 하면 중사 월급 받던 양반이 몇 년 만에 강남 건물주가 되는 겁니까!”

“사람 죽이면 되던데?”

“······예?”

“용병으로 일했어. 돈은 많이 주더라.”

순간 싸늘한 침묵이 까페를 점령했다. 현식은 예상외의 대답에 머릿속이 새 하얘졌다.

“저, 전쟁터에 계셨다고요?”

“응.”

“며, 몇 명이나 죽이셨는데요?”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준영은 현식의 질문에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글쎄다. 한 1천 명은 넘은 거 같은데 그 뒤론 몰라.”

“······.”

우현식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초대형 방송 사고다. 인터넷에서 뭐라고 떠들어 댈지 안 봐도 뻔하다.

“아하하. 부소대장님, 농담도 할 줄 아시고. 역시 제대하니까 사람이 변하네요. 아하하······.”

억지로 밀어붙였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반응뿐이다. 슬쩍 눈치를 보니 다들 준영이 한 말에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음? 농담 아닌데?”

그 와중에 이 원수는 눈치 없이 딴지를 건다. 우현식은 필사적으로 준영에게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에이, 제가 부소대장님 성격을 아는데요. 귀찮아서 어디 1천 명까지 세고 있을 리 없잖아요.”

우현식의 말에 준영도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내가 몇 명 죽였는지는 몰라. 그냥 옆에 따라다니던 애가 언젠가 갑자기 내가 죽인 놈들 자신이 센 것만 해도 1천 명이 넘는다고 하기에 많이도 죽였구나 싶어서 기억하고 있던 거야.”

정신이 아찔해져 온다. 이건 더 심하잖아!

“증거를 대 봐요! 그런 허풍을 요즘 누가 믿습니까? 그 1천 명까지 숫자 셌다는 사람이 누구예요!”

우현식의 외침에 준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기억을 떠올려 봤다. 누구였더라? 용병 생활에 슬슬 익숙해질 무렵 준영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 이들이 생겼다.

살짝 귀찮긴 했지만 예전에 재벌 3세처럼 이런저런 잔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게 꽤 편하다 보니 아무렴 어떠랴 싶어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덧 하나의 팀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됐었고 여러 가지 의뢰를 알아서 물어 와 그러려니 했다.

“아, 생각났다. 언제부턴가 나 따라다니던 놈인데 나한테 그거 알려 주고 난 다음 날 몰래 마약 거래 하다가 틀어져 가지고 삼합회 애들이 염산통에 담갔다더라.”

준영의 섬뜩한 말에 우현식은 일부러 더 과장되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에이, 거짓말! 저 만났다고 허풍을 너무 심하게 치는 거 아니에요? 무슨 용병에 삼합회까지 나와요?”

너무 현실을 초월한 얘기라 그런지 까페 안에 있던 사람들은 피식 웃으며 준영의 말을 허풍으로 받아들였고 우현식마저 부추기자 그게 당연한 듯 여겼다.

준영은 부연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 그럼 그런가 보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우현식의 말에 반박하지 않는 준영의 모습에 다들 허풍이었구나! 하고 넘어갔다. 군대라는 주제엔 반드시 허풍이란 조미료가 첨가되기 마련이니까.

우현식은 어째 상황을 잘 넘긴 거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게 생방송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새롭게 떠오른 월드스타에 관한 세계인의 관심은 뜨거웠다.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전 세계의 팬들은 우현식이 나온다는 정보가 퍼지자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산간오지에도 초고속 인터넷이 통하는 세상이다. 우현식이 준영과 대화하는 동안 전 세계의 각종 커뮤니티엔 진짜다 아니다 하는 공방이 벌어졌고, 허풍이라고 일축하는 진영에 반박해 진실이라 주장하는 자들은 여러 가지 증거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준영이 용병 시절 동료들과 찍은 사진은 물론이고 같이 전투에 참여했던 용병들의 증언과 반대 진영에서 싸웠던 용병들의 악몽 같은 경험담, 아니 생존담, 그리고 준영이 활동했던 지역의 현지인들의 증언이 각종 SNS를 통해 인터넷상에 퍼져 나갔다.

거기에 각종 지식을 뽐내는 밀덕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관심종자들, 남의 불행이 자신의 행복인 어그로꾼들이 가세하고, 준영의 학창 시절 동기들과 군 시절 후임, 고참은 물론 같이 생활했던 중대원들이 자신들이 겪은 준영이란 인간에 관한 이미지를 풀어 놓기 시작하자, 각종 커뮤니티는 모두 준영의 과거에 관한 얘기로 시끌벅적해졌다.


작가의말

반성문 공지로 돌리려고 했는데 안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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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여드는 사람들 6 +35 17.12.12 18,639 538 13쪽
19 모여드는 사람들 5 +31 17.12.10 19,055 5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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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모여드는 사람들 2. +18 17.12.06 19,469 561 11쪽
15 모여드는 사람들 +37 17.12.05 19,838 561 15쪽
14 준영의 정체 3. +16 17.12.05 19,752 564 12쪽
13 준영의 정체 2. +29 17.12.04 20,246 605 12쪽
12 준영의 정체 +48 17.12.03 21,115 560 12쪽
» 주목받는 남자 4. +24 17.12.02 20,774 558 12쪽
10 주목받는 남자 3. +41 17.11.30 20,693 5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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