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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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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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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4,083

작성
17.12.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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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
글자
13쪽

애들싸움 어른싸움 2.

DUMMY

용사와 마왕 간의 마지막 결전에 집중할 때 갑자기 날카로운 단검 끝에 꽂힌 과일 조각 하나가 슥, 준영의 눈을 가렸다. 자연스레 과일만 뽑아 먹으며 고개를 돌려 보니 미스트가 다소곳하게 앉아 과일을 깎고 있었다.

“음? 언제 왔어?”

“방금.”

“엘레나는?”

준영의 물음에 미스트는 말없이 새로 깎은 조각 하나를 휙 던졌고 날아가는 방향에 있던 엘레나가 과일을 잡아 입에 넣으며 다가왔다.

“나 은퇴했어. 이제 건물주야.”

엘레나가 주로 의뢰를 가져왔던 기억이 난 준영은 건물주임을 강조하며 은근히 뻐기듯 자랑스레 말했다. 그 모습에 엘레나는 피식 웃고는 준영의 맞은편에 몸을 던지곤 말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은지 일거리가 없네. 당분간 신세 좀 진다.”

엘레나의 말에 준영은 미스트가 뾰족한 단검에 찍어 주는 과일 조각을 고개를 내밀어 과일만 뽑아 먹으며 말했다.

“혹시 일자리가 필요해?”

그 말에 엘레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신세만 지지.”

엘레나의 말에 준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용사와 마왕의 마지막 결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전투 끝에 세상을 구한 용사에게 사람들이 피해보상을 청구해 용사가 삐뚤어지는 데까지 봐서 어떻게 끝날지 결말이 참 궁금했다.

에스텔라는 친근한 세 사람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는 미텔을 보곤 히죽 웃으며 옆구리를 툭 찔렀다.

“왜? 부럽냐?”

미텔은 자신을 도발하는 에스텔라의 태도에 발끈하며 말했다.

“흥! 그러는 너는? 자빠트릴 기회가 그렇게 많았으면서 준영씨가 누군지도 못 알아보냐?”

“그래도 너보다는 내가 더 예쁘니까 상관없어.”

“그걸 자뻑이라고 한다지?”

에스텔라와 미텔은 감히 준영의 권역에서 힘을 쓸 수는 없어 툭툭 서로 몸을 치며 말다툼을 벌리다가 점점 강도가 세지더니 결국은 머리채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경쟁자가 없어져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당화련은 안타깝게도 준영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마음을 빼앗겨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꺄악! 귀여워! 이리 와 봐, 고양아!”

“감히! 본인은 고양이가 아니다!”

석호의 다리 뒤에 숨어 하악거리던 나비렌은 당화련이 뿌린 정체불명의 가루에 방패막인 석호가 목을 부여잡으며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지자 당화련의 마수를 피해 까페를 헤집고 다녔고, 당화련은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는 상태로 쫓아다녔다.

그 와중에 에스텔라와 미텔은 머리채를 붙잡은 채로 우당탕거리며 까페 바닥을 굴러다녔고, 엘레나가 그 광경을 구경하며 껄껄 웃는 동안 미스트는 열심히 과일을 깎아 준영에게 줬고 준영은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으며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개판이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타르찬이 중얼거리며 혹시나 불똥이 튈까 싶어 카운터 안쪽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이미 피신해 있던 트리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준영의 권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추격에 추격을 거듭하며 트리시아와 나비렌을 괴롭혔던 타르찬이다. 지금이야 준영에게 굴복했다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관계가 개선된 건 아니다. 그저 불편한 동행일 뿐.

그렇게 서로 싸우고 서로 쫓고 쫓기고 서로 어색해할 때, 준영은 피해 보상한다고 파산해 버려 열 받은 용사가 새로운 마왕으로 등극하고 용사와 마왕의 싸움 때문에 전 재산을 잃은 한 남자가 마왕이 된 전직 용사를 향해 복수를 다짐한다는 2부를 암시하는 결말로 끝난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

준영이 책을 덮자마자 모든 움직임이 멈춘 채 준영을 주시했다. 준영은 잠시 독서의 여운을 음미하는 듯 두 눈을 감고 있다가 번쩍 뜨며 말했다.

“음. 역시 돈이 없으면 세상을 구해도 욕먹는 거구나.”

뭔가 잘못된 가치관을 가져 버린 거 같은 준영의 중얼거림에 푹 참고 있던 숨을 내뱉은 뒤 상대하던 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곧 2차전이 시작됐고 준영은 책장을 뒤지며 중얼거렸다.

“이거 2부는 나왔나?”


* * *


이걸 어쩐다······ 트리시아는 남아 있는 식재료를 확인하곤 곤란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세 사람 덕분에 아침을 준비할 음식이 부족하게 돼 버렸다.

장을 보러 나가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힐끗 문 쪽을 바라보니 이른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 유리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직 이쪽 동네의 배달 시스템을 잘 모르는 트리시아는 이런 이른 시간에 식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 생각해 별수 없이 최대한 있는 재료를 다 동원해 식사를 완성하고는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다들 식사하세요. 사장님도 밥 먹고 주무세요.”

초절정 미녀 엘프가 앞치마를 두른 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매혹적적인 목소리로 깨운다는 2차원에서나 가능한 일을 현실로 구현한 준영은, 커다란 하품을 하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방에서 나왔으나 다른 사람들은 의자나 소파를 이어 붙여 급조한 간이침대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따로 준비된 숙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쟁자들이 서로 견제를 하는 바람에 준영의 옆에서 자는 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아구구, 이것도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네.”

“히잉. 허리 아파.”

평생 침대에서 자 오던 에스텔라와 미텔에겐 아무리 푹신하다 하더라도 편할 수 없는 소파에서의 취침은 은근히 사람 피곤하게 만들었다.

허리를 톡톡 치며 일어난 에스텔라가 미텔을 도와 탁자들을 이어 붙여 기다란 식탁으로 만들자 준영과 여인들이 적당히 알아서 자리에 앉았다.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트리시아는 멋쩍은 얼굴로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는데, 정말 먹을 게 없다. 일인당 계란프라이 하나에 김치와 밑반찬 여러 개가 있는 전형적인 한국식 아침 식탁이었지만, 식사를 하는 구성원은 준영과 석호를 제외하곤 전원 서양인이다.

“소시지가 조금 남아 있는데 그거라고 구워 볼까요?”

밥알만 깨작거리는 게 안쓰러웠는지 준영의 간식으로 남겨 둔 소시지를 꺼내려 하자 다들 꾸벅꾸벅 밥상 앞에서 졸고 있는 준영의 눈치를 살피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살포시 미소 지은 트리시아는 주방으로 가 금세 비엔나소시지를 구웠지만, 워낙 양이 적은지라 싸울까 봐 종이컵에 나눠 담아서 가져왔다.

일인당 서너 개밖에 안 돌아가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식재료를 재보급 하기 전까진 이걸로 버텨야 한다. 다들 종이컵을 하나씩 받아 드는데, 에스텔라가 엘레나의 컵에 담긴 비엔나소시지의 개수를 보고 따져 물었고 엘레나는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훗!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차이다.”

“뭐야! 감히 날 뭐로 보고!”

“앗! 왜 내 걸 뺏어 먹어!”

“이 똥개 새끼가 어디서 끼어들어! 넌 저기 가서 사료나 퍼 먹어!”

“카악! 저리 가!”

소시지의 개수 하나 적고 많고로 으르렁거리며 눈싸움 하는 엘레나와 에스텔라, 미텔의 소시지를 빼앗아 먹고 대수롭지 않게 으쓱거리는 미스트, 은근슬쩍 끼어들어 제 몫을 가져가려는 타르찬을 걷어찬 뒤 나비렌에게 달려드는 당화련과 그런 당화련을 향해 하악질을 하며 식탁 위를 질주한다고 그릇을 뒤엎어 버리는 나비렌까지. 트리시아의 의도와는 반대로 난장판이 돼 버렸다.

“매일매일이 난리구먼.”

석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주방으로 몰래 이동했는데 그의 품에는 소중한 라면 한 봉지가 숨겨져 있었다.

“음? 밥은?”

우당탕거리는 소란에 잠에서 깬 준영의 말에 모든 움직임이 멈췄고 트리시아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곧 식재료를 주문해서 새로 할게요.”

“그럼 난 밥 먹기 전까지 좀 더 잘게.”

자리에서 일어난 준영이 방으로 들어가기도 귀찮아 구석의 소파로 다가가는 동안 그를 따라 모든 시선이 이동하다가 준영이 잠들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씨이! 나도 뺏어 먹을 거야!”

미텔의 포크가 당화련의 몫으로 향했다. 나비렌을 쫓아 다니느라 미처 자신의 몫을 방어하지 못한 당화련이 미텔을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내 소시지를 노리다니 각오는 돼 있겠지.”

“흥! 나도 뺏겼다고!”

“참을 수 없다 !덤벼라! 승부다!”

“좋군.”

소시지 하나를 걸고 엘레나와 에스텔라가 벌떡 일어나 서로를 향해 공격을 하려는 찰나 안개처럼 스며든 미스트가 두 사람의 소시지를 포크로 콕콕 찍어 낚아챘다.

“아앗! 내 소시지!”

“미스트, 이건 너무하네.”

“음?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한 손엔 밥그릇, 한 손에 소시지가 줄줄이 꽂힌 포크를 든 미스트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엘레나와 에스텔라가 한 손에는 포크를, 한 손에는 종이컵을 든 채 서로를 견제했다. 미텔과 미스트, 당화련은 삼각 대형을 이룬 채 방심만 하면 물어뜯을 기세로 상대방의 소시지를 노렸다.


* * *


비록 까페 내부가 준영의 권역이라고는 하나 허술한 설정 덕분에 내부의 상황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요원이 트리시아와 접촉해 트리시아가 허가할 경우에만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계약을 마쳤다.

그래서 전 세계의 0과는 까페 내부의 아침 식사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고, 에스텔라가 소시지의 개수를 가지고 따지는 순간 조약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감히 우리 에스텔라를 무시하다니! 왜 우리 에스텔라만 소시지를 덜 주는 거야! 유럽연합에 항의해!”

“······이게 항의까지 갈 건 아닌 거 같은데요? 유럽 애들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닥쳐! 유럽 놈들에게 에스텔라가 모욕당했다고!”


-유럽-


“미국 0과에서 항의를 보내 왔습니다.”

“뭐? 하여간 미국 놈들 쪼잔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딱 격에 맞게 분배한 거구만. 무시해.”


-미국-


“뭐? 반응도 안 보인다고! 감히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크아악! 참을 수 없다! 전쟁이다!”

“하지만!”

“네놈 월급에 0 하나 더 붙은 게 누구 덕분인 거 같냐!”

“······공중항모 항로 변경 실시합니다.”


-유럽-


“어? 공중항모 항로 변경! 예상 경로 유럽입니다!”

“갑자기 뭐 하자는 짓이지? 조약을 어기려고 하다니. 어서 경고해.”


-미국-


“유럽연합에서 경고를 해 왔습니다.”

“봤냐! 저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지! 문의도 아니고 경고란다! 경고! 전해라! 우린 그리스에서 아침을 먹고 점심은 파리에서! 저녁은 런던에서 먹은 뒤 집에 가서 마누라 엉덩이 두들기며 자겠다고!”


-러시아-


“아, 진짜 뭐 하자는 거야! 미국과 유럽의 0과에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해! 이것들은 학습 능력도 없는 건가? 어제 종말 전쟁을 할 뻔해 놓고 고작 소시지 하나 때문에 일을 벌이려고 하다니.”


-중국-


“감히 우리 동방명주의 소시지를 뺏어 먹다니! 복수다!”


- 러시아 -


“어? 이 미친 새끼들 소시지 하나 때문에 진짜 움직이는 거야? 뺏긴 놈이 멍청한 거지!”

“중국에서 온 통보입니다! 삼합회가 선전포고를 고려 중이랍니다!”

“진짜 해보자는 거잖아! 1급 경계령 발동하고 중국 국적자들은 전부 체포해.”

“헉!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지금 중국 놈들이 문제냐! 삼합회 놈들이 분탕질을 치면 국내 범죄율이 열 배는 치솟는다! 난 그 꼴 절대 못 봐! 그렇지! 중국 국적자들과 중국 소속의 항공편과 선박편도 모조리 출입 금지시키고 핑크베어한테도 협력 요청해!”


- 중국 -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 동방명주의 소시지도 뺏어 먹고 고립시키려고 해? 소시지! 아니 중국의 복수가 어떤 건지 보여 주마! 팔기군을 전부 동원한다!”


-러시아-


“팔기군 출동을 확인했습니다. 목적지는 모스크바 같습니다.”

“후후, 좋아. 갈 때까지 가 보자. 우리 러시아가 자랑하는 키로프급 미사일 전단의 위력을 보여 주지. 웨폰이터 준비! 예열을 서둘러라!”


그때 미스트가 엘레나와 에스텔라의 소시지를 뺏어 먹었다.


“헉! 유럽과 미국이 갑자기 동맹을 맺었습니다! 중동을 압박하려는 속셈 같습니다.”

“음. 중동을 끌어들인다. 서둘러 동맹을 제의해.”

“······저기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 우리 때문에 증시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중국을 고립시켜 버려서 언론은 물론이고 수사기관들이 테러 경계한다고 애꿎은 사람들 잡아넣고 있고요.”

“이건 치킨게임이야! 학살자를 차지하기 위해선 경쟁자를 제거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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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모여드는 사람들 +37 17.12.05 19,836 56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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