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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69,728
추천수 :
24,738
글자수 :
404,083

작성
17.12.09 16:18
조회
18,708
추천
520
글자
11쪽

모여드는 사람들 4

DUMMY

“죄송합니다. 오늘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네요.”

“예? 정말이에요?”

“손님을 받을 생각이 없는 거예요?”

“와! 대박! 배짱 장사 쩐다!”

“뭐야! 왜 손님을 내쫓는 거야! 주인 나오라 그래! 주인 어디 있어! 손님은 왕이란 거 몰라?”

트리시아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임에도 무작정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해 미소로 친절히 대응하며 돌려보냈으나 손님이 왕이라는 정신무장이 철저한 자들은 소란을 피워 댔다.

오래간만에 트리시아가 끓여 준 라면 면발을 후르륵거리며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이 왕이라니 어째서? 이 건물은 내 거. 이 까페도 내 거. 당연히 내가 주인인데 왜 손님이 왕인 거지?

궁금하긴 한데 귀찮게 가서 물어보고 싶진 않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진데 어째서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이 자꾸 들어올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막는 사람이 없어서인 거 같았다.

이럴 수가!

우리나라의 시민 의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건가! 당연한 상식 아닌가? 준영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며 업종 변경을 고민했다.

손님이 안 찾아오는 장사는 없나? 고민할 때 문득 테이블 밑에 엎드려 있는 똥개가 눈에 들어왔다. 가만? 내가 저놈 집 지키라고 기르는 거잖아? 그런데 지키라는 집은 안 지키고 놀고 먹네? 허어! 요즘 사룟값도 만만치 않다는데 그냥 버릴까?

“아니지. 그래도 토사구팽 할 수는 없지.”

이래 봬도 신용이 중요한 용병 업계에서 일했던 몸이다. 기르던 개를 버리는 토사구팽 같은 짓은 못한다. 그냥 전에 용병 일할 때 봤던 경비 시스템이나 알아봐야겠다.

그 언제더라? 준영은 들어 본 적도 없는 자칭 유명하다는 여배우 하나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공격을 받아 남아프리카의 목적지까지 호송해 주면서 잠깐 들렀던 세이프 하우스의 지문인식에 망막과 성문인식은 물론 출입 암호와 패스카드, 관계자 승인이 있어야만 문이 열리던 경비 시스템에 영화 속에서나 봤던 기술을 실제로 체험해 보고 감탄했던 기억을 떠올린 준영은 까페 문에다가 그거나 하나 설치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남은 라면 국물을 후루룩 마시곤 대충 옆으로 치운 뒤 보고 있던 만화책을 마저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뭔가 시끄러운 잡음이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똥개가 어느새 밖으로 나가 사람들이 던져 주는 간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허어! 역시 이래서 사람들이 개를 키우는 거구나! 사룟값에 허덕이는 주인을 생각해 자기 먹이는 자기 손으로 벌어 먹는 똥개의 충정에 준영은 감동했다.

“앞으로 사룟값은 줄겠군.”

그 중얼거림을 들은 트리시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외면했다. 애초에 푸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상 타르찬은 사료는커녕 족발 뼈다귀 하나 겨우 얻어먹는 신세였다.

개가 주인이랑 겸상하려 든다며 밥을 다 먹고 난 뒤 남은 잔반이 타르찬의 몫이다. 오죽 불쌍해 보였으면 트리시아가 따로 밥을 챙겨 줄 정도였다.

그러니 사룟값 운운하는 준영의 중얼거림에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그 일환으로 트리시아는 타르찬에게 쏟아지는 음식들에 눈독을 들이는 나비렌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나비렌 님, 바깥은 준영 님의 권역이 아니어서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으음. 알겠다. 내가 추태를 보였구나.”

그거야 항상 보던 거구요.

트리시아는 제법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나비렌의 말에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게에 온 손님들이 귀엽다며 챙겨 온 애완동물용 간식을 서로 먹겠다고 타르찬과 경쟁하는 걸 여러 번 봐 왔다.

그게 이 세상 애완동물용 간식이라는 걸 알게 되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불을 걷어찰 정도의 놀림거리여서 굳이 말릴 생각은 안 했지만, 오래간만의 여유라 밀린 교육을 위해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트리시아가 나비렌을 전용 공부방으로 변한 카운터 뒤로 데려가자 인간형으로 변신한 나비렌은 벌써부터 시무룩한 표정으로 귀 축 늘어트린 채 힐끔힐끔 트리시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저번에 건네 드린 책은 읽어 보셨죠?”

“으음. 그게 말이다. 읽어 보려고 했는데 알다시피 드나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어 보기는 했는데 그게······.”

어렵겠지. 말이 안내서지 가이드북보다는 논문에 가까운 책이라 어린아이는 두 번째 장을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난해하다. 물론 트리시아는 그래서 교재로 선택한 거였지만.

“기한은 정해 드리지 않을 거지만 반드시 완독해야만 하는 책입니다. 계속 확인할 거예요.”

“알았다.”

살았다는 듯 안도하는 나비렌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지 트리시아는 두꺼운 양장본의 책을 하나 꺼내 나비렌의 눈앞에 내려놓았다.

“이건······.”

설마······ 아니겠지······ 하는 시선으로 간절히 바라보는 나비렌의 시선을 트리시아는 와작 부숴 버리며 말했다.

“제가 예상한 분량에 못 미칠때마다 숙제가 늘어날거에요. 지금 드린 책은 차원간 법칙의 유사성과 특이성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돼 있는 책이니까 같이 참고해서 읽으시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질거에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귀와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나비렌의 태도에 그제야 마음에 드는지 트리시아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아이를 통제하는 데는 숙제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그럼 오늘은 간단히 차원계의 역사와 현 상황에 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차원은 크게 상위 차원과 중간 차원. 그리고 하위 차원으로 나뉩니다.”

“우리 호인계는?

눈을 반짝이면서 묻는 나비렌의 모습에 역시 애는 애구나 싶어 트리시아는 살포시 웃으며 답했다.

“호인계는 하위 차원에 속합니다.”

“으음. 우리 호인계가 그 정도 밖에 안되었던가.”

나비렌이 실망한 듯 시무룩하게 귀를 축 늘어트리자 트리시아도 침울한 표정으로 나비렌을 바라보았다.

원래대로라면 정해진 커리큘럼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학습할 내용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요점만 알려줄 수밖에 없다 보니 건너뛰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놀려먹고 공부에 허덕이는 아이들을 감상하는게 취미인 트리시아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곳 제 13인간계의 말로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다 똑같다는 말이 있죠? 차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차원이나 하위차원이나 다 똑같습니다.”

“그 그런가?”

나비렌이 이해가 안가는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트리시아는 살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차원을 분류하는건지 궁금하시죠?”

“딱히······ 아니다! 궁금하다!”

궁금해 하면 공부량이 늘어난다는걸 본능적인 감각으로 깨달은 나비렌은 트리시아의 눈초리가 가늘어 지자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오늘 배울 차원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알려드리자면 차원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

그 말에 나비렌이 멍하니 바라보자 트리시아는 키득 거렸다.

“차원계의 시작은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기록이 남은게 없거든요.”

“상아탑의 현자들도 모르는 건가?”

“예. 차원계의 역사는 제1, 2차 차원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눌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1차 차원전쟁이 어떻게 시작된건지, 어떻게 끝난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심지어 누가 누구와 싸웠는지조차 모를 정도라 아주 작은 사료조차 귀한 취급을 받고 고가에 거래된답니다. 역사학자나 상아탑의 현자들이야 연구할거리가 많아 가장 좋아하는 시기지만요.”

“이해가 안 간다. 기록이란게 그렇게 쉽게 없어지는건가? 전쟁이 끝나면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서라도 뭔가를 남길텐데?”

나비렌의 질문에 트리시아는 기특하단 눈빛으로 나비렌을 칭찬하곤 말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정답은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고 해야겠지요.”

“어째서인가?”

“차원전쟁이 끝난뒤 이른바 불통의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불통의 시대? 으음······ 어디서 들어본말 같은데······”

“제가 드린 차원을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첫장. 머리말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제대로 읽어 보셨다면 기억 하실텐데요?”

“그 그렇지 이제 기억난다. 아하하······”

트리시아의 지적에 나비렌이 식은땀을 흘리며 아는척을 하자 트리시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스런 시선으로 나비렌을 바라보다 이러다 울겠다 싶을 때 시선을 거뒀다.

“불통의 시대는 말 그대로 모든 차원이 단절 되 다른 차원과의 교류가 불가능해진 시대를 말합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몇몇 차원들이 다른 차원과 연결할수 있는 게이트를 발견했답니다. 그렇게 최초로 게이트를 발견해 다른 차원과 연결을 시도한 차원들이 지금의 상위차원입니다.”

“어? 하지만 우리 호인계는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줄 알았다고 들었다.”

나비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트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불통의 시대를 끝내며 수많은 차원들이 다시 교류를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편입되지 못한 차원들이 많습니다. 그런 차원들을 단절차원이라 부른답니다.”

“그러면 우리 호인계도 단절차원이었다는 거구나!”

“그렇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룰 브레이커와 세력들이 단절차원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답니다.”

그 말을 하며 트리시아는 절로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걸 감출수 없었다. 차원을 탐색하는 자들의 대부분은 좋은 목적을 가지고 단절차원을 찾아 헤메는게 아니었다.

“그렇게 발견한 단절 차원이 지금의 중간차원과 하위차원이랍니다.”

“어? 다 똑같은 차원이라면서 어째서 중간차원과 하위차원으로 나누는건가?”

“하위차원은 일종의 심사단계라고 할수 있습니다.”

“심사? 누가 우리는 판단한다는 건가?”

나비렌이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툴툴거리자 트리시아는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단절 차원은 먼저 찾아 등록하는 세력이 우선 개발권을 가진답니다. 그렇게 등록된 차원은 차원계에 편입할 자격을 갖출 때 까지 하위 차원으로 분류하고요.”

“정식으로 차원계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전인 차원이 바로 하위차원이라는 거구나! 하지만 어째서 그런 단계를 둔것인가?”

“불통의 시대가 끝나고 다시 차원계의 시대를 열면서 각 차원에 산재한 흔적들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 제 1차 차원전쟁이 있었고 그 결과 불통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불통의 시대가 끝난 뒤 벌어진 전 차원의 거대한 대전인 제 2차 차원전쟁은 어째서 벌어진걸까요?”

“나도 안다! 그건 마계와 자유동맹의 전쟁이었다!”

아는 부분이 나왔다고 의기양양한 태도로 자신있게 대답한 나비렌을 트리시아는 사정없이 부숴줬다.

“틀렸습니다. 마계와 자유동맹이 생긴건 제 2차 차원전쟁이 끝난 후랍니다.”

“그 그런가.”

급격히 자신감을 잃고 침울해 하는 나비렌의 모습에 트리시아는 흡족한 미소로 말했다.

“제 2차 차원전쟁은 한마디로 말해서 생존전쟁이라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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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주목받는 남자 3. +41 17.11.30 20,695 5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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