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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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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50
추천수 :
2,572
글자수 :
797,504

작성
21.04.1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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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부 판타지] 제3화 -생중계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3부 판타지] 제3화


한영과 성진, 정인이 갑자기 차에서 내리자, 뒤따라오던 리철준도 자동차 속도를 멈추며 이들과 합류하려고 했다.

그러자 한영이 말했다.


“수영이를 부탁합니다.”

“하지만!”

“오늘로서 이 싸움은 끝입니다. 이기지는 못할망정, 절대 지지는 않을 겁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에, 리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는 수영의 차를 뒤따랐고, 추격해오는 승합차들과 일부러 부딪쳐가며 그녀가 무사히 도망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한영, 성진, 정인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이 모든 것을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아서 계속해서 뛰었다.


사방이 뚫린 곳보다는 움직임에 제한을 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했다.

정인이 손가락으로 현재 공사 중인 뼈대만 있는 2층짜리 집을 가리켰다.


“저기로요!”


한영과 성진은 정인과 함께 그곳 2층으로 올라갔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정인, 그녀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충전을 시키는 거였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인은 성진과 함께 잠적할 계획이었다.

당연히 위치 추적을 당할 수 있는 핸드폰도 꺼놓으려 했기에 충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터리 잔량은 고작 20%.

스마트폰이 최대한 오래 버티기를 바라며, 인터넷방송을 시작했다.


구독자가 수백만을 육박하는 언론매체 ‘IT뷰’가 생방송을 시작하자, 시청하는 사람들의 수는 빠르게 천 명을 넘어, 만 명, 10만 명까지 올라갔다.


-이번에도 영화 홍보?

-오! 최정인이다!

-흉가체험이에요?


등등의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정인은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최정인입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께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방송을 켰습니다. 영화 촬영도, 무언가를 홍보하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이전에 생방송으로 보여드렸던 영상도, 지금 제가 하는 말도 전부 실제상황입니다.”


2층 난간으로 달려간 정인은 카메라로 근처의 상황을 담았다.

백여 대의 승합차에서 내린 수백 명의 남성들.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진짜였다.


정인은 다시 스마트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비치며 말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인 유엔더블유의 실체를 비밀리에 취재해왔습니다.”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홍보 맞네.

-진짜 영화 촬영 중?

-ㅋㅋㅋㅋㅋㅋㅋ


정인이 외쳤다.


“실제상황이라니까! 저는 목숨을 걸고 마지막 방송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믿어주세요. 여러분들이 제 마지막 순간의 증인이 되어달라고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영과 성진은 2층으로 올라온 남자들을 막아섰다.

단 한 명이라도 절대 정인에게 접근하지 못하겠다는 일념으로 싸우고 또 싸웠다.


한영은 팔꿈치와 무릎을 써가며 남자들을 쓰러뜨렸고, 성진은 태극권을 활용해가며 계단으로 올라오는 적들을 밀쳐냈다.


하지만 초일류 기업인 유엔더블유의 회장이 직접 움직인 사람들의 수는 한영과 성진이 막아낼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뚫린 것은 성진이 막고 있는 계단이었다.

그들은 각목과 쇠파이프를 막무가내로 휘둘렀고, 성진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2층으로 올라섰다.


“성진아!”


한영은 달려가며 그들을 발로 밀어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한영이 지키던 계단으로 수많은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쏟아지듯이 올라왔다.

마치, 음료수 병을 뒤로 들자, 병목을 지난 물이 콸콸 쏟아지듯이.


1차 방어선이 뚫리자, 한영과 성진은 중심부로 이동하며 서로에게 등을 맡겼다.

그리고 검은 정장의 남성들은 새까맣게 이들을 둘러쌌다.


“성진아, 괜찮아?”

“아직까지는. 한영이 너 만나면 꼭 같이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성진과 한영은 동시에 앞으로 나가며 달려오는 검은 정장의 남성들을 쓰러뜨렸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시 뒤로 물러서며 서로에게 등을 기댔다.


“성진이 네가 술을 마신다고? 정말?”

“정인 씨한테 배웠거든.”

“진짜 아쉽다. 너랑 진용이랑 같이 술 한 잔 하는 게 예전부터 소원이었는데.”


또다시 달려드는 남자들.

한영과 성진은 다시금 그들을 쓰러뜨렸고, 자리로 돌아왔다.

편하게 대화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만, 대화라도 없었으면 지금을 버틸 수 없었다.


“완전 다른 사람 같아. 미리 살 좀 빼고 그러지 그랬어?”

“그러게. 살짝 후회 되네. 한영아, 결혼하면 어떤 기분이야?”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계속해서 밀려오자, 한 번씩의 대화가 오가기도 힘들어졌다.

한영은 오른쪽의 세 명을, 성진은 왼쪽 두 명의 급소를 때린 다음, 다시 돌아오며 말했다.


“좋아. 정말 좋아.”

“부럽다.”


또 한 번의 방어.


“너 결혼하면, 내가 사회 봐줄게.”

“약속 한 거다?”


한영과 성진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혼을 할 수도, 사회를 봐줄 수도 없겠지만, 살아서 돌아가길 바라는 약속은 그들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점차 물러선 한영과 성진은 어느덧 정인이 있는 가장자리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정인은 이 모든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남은 배터리 잔량은 고작, 10%.


처음에는 홍보니, 영화 촬영이니 하는 댓글들도, 조금씩 변해갔다.


-이게 진짜라고?

-실화임?

-신고해야하는 거 아니야?


반신반의한 반응들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는 한 노인의 등장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저 할아버지 유엔더블유 회장 같은데?

-유양운 회장?

-유양운 맞네.

-그럼 진짜 실제상황임?


유양운이 모습을 드러내자, 검은 정장의 남성들은 홍해가 갈라지듯이 양옆으로 비키며 길을 텄다.

김 비서의 부축을 받던 유양운은 천천히 걸어와서 한영과 성진 앞에 섰다.


그가 입을 열었다.


“마법의 시대에서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류한영 자네가 무척이네 반갑구먼.”

“······.”

“사이퍼의 기억을 엿보았다네. 자네,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있더구먼. 내게 그걸 보여줄 수 있겠나?”


한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검권천하와 마법의 시대를 오가면서도 항상 품고 있던 물건.


‘창조주의 권능-파괴’를 꺼내들자, 사이퍼가 그랬던 것처럼 회장의 눈에서 생기가 반짝였다.


“그래, 그걸세. 내게 주게나. 어서.”

“이걸 주면, 우리를 어떻게 할 거지?”

“살려줄 수고 있고,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줄 수도 있다네. 그건 자네가 얼마나 빨리 내게 무릎을 꿇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건네지 않는다면 회장은 자신들을 죽여서라도 빼앗을 것이다.

뻔히 보이는 악몽보다 짙은 현실에, 한영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수영이랑 다시 예전처럼 한 집에서 눈 뜨고, 감을 수만 있다면······.


한영의 손이 점점 유양운에게로 움직인 그때, 정인이 외쳤다.


“안 돼요! 마법의 시대가 완성되면, 이 세계는 끝이에요!”


유양운이 정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젊은 아가씨가 명을 재촉하는구먼. 그렇다면 소원을 들어주어야지.”


잠시 멈칫했던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다시 한영과 성진, 정인에게로 다가왔다.

그들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정인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생의 마지막 말을 시작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자신의 것을 소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그런 곳이며,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검권천하는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두 남자와 이 두 남자를 배신한 한 남자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땀흘려가며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그러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유엔더블유는 판사를 매수하여 거짓 판결로 검권천하를 빼앗았고, 언론인을 매수하여 가짜 기사로 우리를 현혹시켰으며, 국회의원을 매수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바꾸려고 하였고,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잔혹한 실험을 하여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 이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여러분에게 공개하겠습니다. 제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자료를 퍼트려주세요. 그래서 우리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마성진 씨!”

“성진아!”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정인에게로 달려들자, 성진은 몸을 날려가며 그들을 막아냈다.

하지만 머리를 노리는 쇠파이프를 피할 수 없었고, 머리가 깨져버린 성진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붉은 피는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고, 정인은 성진을 끌어안은 채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그와 함께 했다.


“성진 오빠······.”

“지켜주지 못, 해서······. 미안해······.”


성진의 의식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정인은 그런 성진을 끌어안으며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도와주세요!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그녀가 떨어뜨린 스마트폰은 삽시간에 수많은 댓글들로 가득 찼다.


-진짜였어? 진짜라고?

-신고! 빨리 신고!


한영의 상황도 성진과 다르지 않았다.

사방에서 수백 명의 남자들이 덮쳐왔고, 제아무리 검권천하에서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한영이었음에도 현실에서는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이었다.


각목과 쇠파이프로 얻어맞은 정강이는 부러졌고, 팔과 갈비뼈 역시 성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한영의 배를 차디찬 무언가가 뚫고 들어갔다.


의식이 점차 혼미해졌다.

동공이 풀려버리자, 수백 명의 남자들이 수천 명으로 보였다.


수영아······.

우리 아이, 잘 부탁해······.


거대 권력에 끝까지 싸워온 두 남자의 마지막은 처참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희생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방송 화면 하단에 첨부된 자료를 다운 받는 사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유엔더블유의 악행은 그렇게 온 천하에 퍼져갔다.


무서웠다. 죽음을 피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정인은 싸늘해진 성진의 손을 잡으며 두 손으로 감쌌다.


당신을 만난 다섯 달이라는 시간이, 내겐 가장 행복했어.

우리 또 만날 수 있겠죠?


모든 것을 단념이라도 하듯이, 정인은 성진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두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멀리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정인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회장의 최측근인 김 비서, 그는 정인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인은 그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다.

고마움, 미안함, 그리고 이건 무슨 의미일까. 알 수 없는 결의 같은 게 그의 눈빛에서 보였다.


김 비서는 난간 끝으로 걸어갔다.

그의 손에는 단 한 발뿐인 권총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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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판타지] 제3화 -생중계 21.04.17 476 13 11쪽
143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59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48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1 13 12쪽
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7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49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49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2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3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5 14 13쪽
131 [2부 AOM] 제18화 -네크로맨서(2) 21.04.04 473 13 13쪽
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5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4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1 13 12쪽
126 [2부 AOM] 제13화 -아군과 적군 21.03.28 484 12 13쪽
125 [2부 AOM] 제12화 -신곡 21.03.27 475 13 11쪽
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5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78 13 11쪽
122 [2부 AOM] 제9화 -선전포고 +2 21.03.23 488 13 12쪽
121 [2부 AOM] 제8화 -표절과 실험실 쥐 +1 21.03.22 497 13 12쪽
120 [2부 AOM] 제7화 -숨바꼭질 +1 21.03.21 511 13 12쪽
119 [2부 AOM] 제6화 -조우(2) +2 21.03.20 515 13 11쪽
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2 13 13쪽
117 [2부 AOM] 제4화 -단서 +2 21.03.18 52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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