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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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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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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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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10화


“너, 내 동료가 돼라.”

“뭐?”


뜬금없이 동료가 되라니, 미친 거 아니야?

마법의 시대에 재접속한 나백수는 여전히 아픈 얼굴을 문지르며, 한편으로는 그 아픔의 원인제공자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다시 봐도 내 최강스님을 죽인 그 새끼 맞는 거 같은데······.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전재산을 누구 때문에 잃었는데!


한영이 다시 물었다.


“내 동료가 되라니까?”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 네놈 새끼가 어떻게 마법의 시대로 굴러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람 얼굴 하나는 기가 막히게 기억하거든. 너 검권천하에 있던 그 새끼 맞지? 맞잖아, 이 새끼야!”


솔직히 한영은 적지 않게 놀랐다. 어쩌면 많이.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PK했던 상대방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러한 기억력에 감탄한 것도 맞지만, 더 놀라운 게 있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더라도 잠깐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는 게 가능할까?

불가능이다. 천재인 성진이라 하더라도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 남자가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를 PK한 유일한 사람이라서 기억하는 거라면? 나 말고는 져본 적이 없다면?

바꿔 말하자면, 검권천하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영은 나백수를 더 자신의 동료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현실과 마법의 세계를 잇는 유일한 연결책.

이런 이유로도 그를 충분히 자신의 옆에 두어야 했기에, 한영은 좀 더 달달한 말로 나백수를 유혹했다.


“내 동료가 된다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지.”

“네가 어떻게?”


나백수가 반문을 하자, 한영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병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네, 후작 각하.”

“지금부터 이 자는 내 동료다. 앞으로 나를 대하듯이 내 동료를 대우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한 사람의 말 한 마디에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는 10여 명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나백수에게도 90도로 인사를 했다.


항상 무시만 받으며 살았던 나백수.

비록 현재 마법의 시대라는 만들어진 세계에 있었지만, 그런 것을 전부 잊게 할 정도로 대우를 받는 게 기쁘고 설렜다.


나백수의 입이 귀에 걸리자, 다 넘어왔다고 생각한 한영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가?”

“까짓 거, 그렇게 하자.”“불필요한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예전에 나를 보았다느니, 그런 것 말이다. 내 이름은 ‘피스터 론 그레이아’며, 모타 제국의 후작이다.”

“뭐, 일단은. 나는 나백수다.”


나백수가 한영과 악수를 하자, 미리 명령을 받았던 한영의 부하들이 나백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가시죠.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모셔? 나를?”

“후작 각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가시죠.”


그렇게 나백수가 극진한 호의 하에 사라지자, 줄곧 지켜만 보던 대붕금시조가 물었다.


“어서 네 꿍꿍이속을 이실직고해야 할 것이야.”


역시,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한영은 황궁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


“피스트 마스터여, 모타 제국은 그대를 환영하는 바요. 르웬과 함께 군을 이끌어 주시겠소?”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한영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자, 모르타가 황제가 르웬에게 물었다.


“르웬, 우리 모타 제국의 일원이 된 피스트 마스터에게 어떤 작위가 어울리겠소?”

“능력으로 따진다면 공작을, 위계를 고려하신다면 후작을 명하심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흠, 능력과 위계라······.”


어떤 제국이든,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소드 마스터들은 전부 ‘공작’의 작위에 있었다.

황실의 핏줄을 이어받지 않은 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

과거 조선시대를 예로 들자면,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 불리는 영의정 급.


한영은 당연히 공작의 작위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모르타가 황제의 선택은 달랐다.


“그대를 후작으로 임명하겠소. 군의 총사령관인 르웬이 공작의 작위에 있는 이상, 같은 마스터라 한들 그대에게 르웬과 같은 작위를 부여할 수는 없소. 내 판단을 존중해 주겠소?”

“저 역시 폐하와 같은 생각이옵니다.”

“좋소. 피스트 마스터인 그대는 지금 이 순간부터 모타 제국의 ‘피스터 론 그레이아’ 후작이오. 황제인 나보다 백성을 섬기는 후작이 되기를 바라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사실, 한영은 모타 제국의 일원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백수를 본 순간,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마법의 시대 베타 테스터인 나백수, 그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은 개발진에게 전달될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확신이랄까, 검권천하를 테스트 할 때도 그랬기에.


그래서 한영에게는 새로운 신분이 필요했다.

후작이라는 작위는 마법의 시대 개발진의 의심을 완전히 피하며 나백수와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었다.


한영이 대붕금시조에게 일련의 있었던 일들을 말하고 있자, 제법 고급스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나백수가 다시 나타났다.


그가 한영에게 물었다.


“있잖아,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왜 나한테 잘 해주는 거지? 생각해보니까 이상하잖아. 갑자기 동료가 되라고 하질 않나.”

“의심할 거 없어. 너의 잠재능력이 보였을 뿐이니까.”

“뭐?”

“싸워서 진적, 거의 없지?”

“그야, 뭐······.”

“내 눈에는 그게 보였다고.”


현실에서의 나백수는 자신보다 체급이 높은 사람에게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찌질남이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에서는 헤비급 챔피언이나 마찬가지였다.


피스터 후작의 말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걸까, 나백수가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쫙 피며 말했다.


“거, 보는 눈 있네. 제대로 봤어.”


한영은 진짜 속내를 살짝 돌려서 드러냈다.


“그래서 말인데, 나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뭘? 어떻게?”

“내가 이 세계에 관심이 좀 많거든. 사람들이 모르는 그런 정보 말이야. 예를 들자면,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런 거 있잖아. 나랑 같이 그런 것 좀 찾자. 보상은 두둑하게 할 테니까.”


제발, 내게 스토리북을 가져다줘.

내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


유엔더블유 사옥.

오직 VVIP에게만 허락된 장소. 한편으로는 마법의 시대 상황실.


정인은 매의 눈으로 인큐베이터 같은, 마법의 시대 접속기에 누워있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보고 또 봤다.

그리고 머릿속에 메모시켰다.


성진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프로젝트를 못 하게 막으려면 테스터들을 전부 빼내야 돼.”

“어떻게요? 그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고, 신원을 공개하지도 않는단 말이에요.”

“얼굴, 기억할 수 있겠어?”

“방법이 있어서 그러는 거죠?”

“응. 그러니까 정인 씨가 꼭 그 사람들 얼굴을 전부 기억해야 돼.”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의 몽타주를 그리라고 해도, 전혀 다른 얼굴을 그리는 아이러니.

정인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만들지 않기 위해 테스터들의 얼굴을 보고 또 봤다.


내가 기억해야 이 사람들이 살 수 있다!

이 사람들을 살리려면 내가 꼭 기억해야 한다!


검권천하 상황실에서 나온 정인은 테스터들 각각의 얼굴 특징에 대해 메모지에 기록하며 곧장 집으로 향했다.


성진은 이미 유엔더블유 전 직원의 인사정보를 해킹해놓고, 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들어온 정인은 인사도 생략한 채, 한명 한명의 사진을 들여다봤다.


과연 대기업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유엔더블유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수는 자그마치 13만 명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인은 눈이 빠지도록 한명 한명의 사진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눈이 피로해지면 찬물로 세수를 해가며 정신을 애써 찾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에 하늘마저 감탄한 걸까, 정인은 테스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하나씩 추려냈다.


·나광렬 43세

/무기계약직


·김이박 39세

/비정규직


·김태천 36세

/무기계약직


·박태수 31세

/비정규직


·민병무 29세

/인턴


·유수영 26세

/인턴


·한보민 20세

/고졸 신입


7명의 리스트가 완성됐다.

그들의 공통점이 한 눈에 들어왔다.


“헐······, 정규직은 한 명도 없어요.”

“그렇네. 일부러 정규직은 한 명도 안 뽑은 것처럼.”


그것만이 아니었다.

7명 전부, 가족과 떨어져서 살거나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정인은 모니터에 떠 있는 한 젊은 여성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인 씨, 괜찮아······?”

“이 애에요. 한보민. 어제 테스터를 그만뒀다는 사람요.”

“20살이네. 소녀 가장. 하아······.”


누군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비통한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알지도 모르는 사람이었기에 실험실 쥐처럼 쓰고 버렸다.


성진은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일회성으로 쓰고 버린 그 인간이 한때는 자신의 의형제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윤진용! 어쩌다가 그런 괴물이 된 거냐고!


정인이 눈물을 닦으며 성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마성진 씨!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 전부 지옥으로 돌려보내요.”

“알았어!”


천재 프로그래머 성진.

이번에 그의 손길이 닿은 곳은 대한민국 경찰청이었다.


*


‘띠링-’


오늘도 자신의 본분을 다한 덕분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열혈형사 ‘최백호’

책상에 엎드려 잠시 피곤함을 달래던 그가 컴퓨터에서 들려오는 메시지 소리에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 켜며 일어났다.


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은 숫자 5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후 다섯 시가 아닌, 새벽 다섯 시.

최백호의 입에서 짜증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에이 씨, 잠깐 잠도 못 자게. 어떤 새끼가 이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고 지랄이야!”

“그러게요, 선배. 어떤 새낀지 잡히기만 해봐라.”


일어난 건 최백호만이 아니었다.

강력 3팀의 형사들이 눈을 비벼가며 새벽에 잠을 깨운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지만, 메시지를 보자마자 잠은 싹 달아나고 말았다.

동시에 겉옷을 집어 들으며 경찰청을 빠져나왔다.


몇날며칠을 찾아 헤매던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드디어 찾았다는 첩보 메시지였다.

최백호와 동료 형사들이 향한 곳은 유엔더블유 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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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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