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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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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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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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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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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부 AOM] 제26화 -작별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26화


마성진은 류한영이 최고의 스토리를 써냈기에, 윤진용이 최고의 디자인을 했기에 검권천하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류한영과 윤진용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최고의 시나리오가 있더라도, 현실적인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이를 구현할 프로그래머가 없었다면, 검권천하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으리라.


셋 중에서 자신이 가장 뛰어다나고 자부하는 윤진용이지만, 마성진의 능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성진이 만들어낸 김준호라는 가짜 신분.

당연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했다.


단, 온라인상에서만.


정인과 김준호가 다정하게 말하는 장면을 목격해버린 한정희.

분노가 하늘을 찔렀지만, 한정희는 정인이 김준호에게 불렀던 그 이름이 더더욱 신경 쓰였다.


‘마성진 씨.’


회사로 돌아온 한정희는 김준호 기자의 개인 정보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샅샅이 살펴봤다.

우선, SNS부터.


계정이 생성된 건 10년 전이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얼굴이 나온 사진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영상이 게시되어 있었다.

팔로우들도 많았고, ‘좋아요’가 수천 개나 눌려진 게시글도 많았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SNS를 조작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한정희는 잘못 들었던 건 아닌지 자신의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준호가 대학원 졸업 때 제출했던 뇌 과학에 관한 논문.

표절을 찾아내는 검색기에 논문을 돌려봤지만, 방대한 분량의 논문에서 표절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이쯤 되자, 자신이 잘못 들은 게 확실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내가 우리 준호를 의심하다니······, 이러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하지만 여전히 화가 식혀지지 않은 게 있었다.

근데, 준호는 왜 정인이네 집 근처 있었던 거지? 정인이는 왜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준호에게 마성진이라고 불렀고?


흥분을 가라앉히며 골똘히 생각하자, 정인과 김준호의 관계가 그렇게 이상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나 몰래 사귀기라도 하는 거면, 손이라도 잡거나 그래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다정해 보였다는 건, 많이 친하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히 정말 친한 직장 선후배사이, 딱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인이 김준호를 마성진이라고 불렀던 게 못내 찝찝한 한정희.

성진이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검권천하를 만든 천재 프로그래머라는 말 정도는 한정희도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확인하고, 이때에도 이상이 없다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정희는 김준호가 졸업한 미국의 대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I'm Han Jung-hee, editor-in-chief of IT View, a Korean media outlet. I contacted you because there is a new employee who graduated from this university" (저는 대한민국 언론매체인 IT뷰의 편집국장 한정희라고 합니다. 저희 신입사원 중에 이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IT view? Thank you for your article. Excuse me, but who are you looking for?" (IT뷰요?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누굴 찾으시는 거죠?)


"It's a man named Kim Junho. Major in brain science, and his English name is Adward Kim." (김준호라는 남자에요. 뇌과학 전공이고요, 영어 이름은 애드워드 킴이에요.)

"Oh, Adward Kim. He's from my school. But he joined IT View?" (오, 애드워드 킴. 우리 학교 출신 맞습니다. 그런데 IT뷰에 입사했다고요?)


"Yes. What's wrong with you?" (네. 왜 그러시죠?)

"Adward is currently working on a Ph.D. program at our school. Are you mistaken for someone else?" (애드워드는 우리 학교에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요. 혹시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건 아니신지요?)


"No way. Is there a person with the same name?" (그럴리가요. 혹시 동명이인이 있는 건 아닌가요?)

"Not at all. Adwords are the only American Koreans studying brain science." (전혀요.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미국계 한국인은 애드워드뿐입니다.)


전화를 끊은 한정희는 타들어가는 분노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감히 네가 날 속여!


*


다음 날 아침.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IT뷰 기자들이 한두 명씩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료 기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정인.

그리고 뜬눈으로 정인과 성진을 기다린 한정희.


“모두 좋은 아침. 어머, 국장님. 웬일로 정시 출근을 다 하시고?”

“최정인.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말 없어?”

“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그때, 김준호 기자가 들어왔고, 한정희는 정인의 물음을 무시하며 말했다.


“김준호. 내 방으로.”


싸늘한 기운을 느낀 정인과 성진.

오늘이 IT뷰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이 둘은 느낄 수 있었다.


성진이 편집국장실로 들어오자, 한정희가 서류들을 성진의 얼굴에 던졌다.

미국의 대학교에서 보내준 진짜 김준호에 대한 사실확인증명서였다.


“너 누구야?”

“······.”

“누구냐고! 김준호야, 마성진이야!”


성진은 한정희가 흩뿌린 종이들을 주섬주섬 주우며 말했다.


“이미 다 알았으면서, 왜 물어봐요.”

“뭐? 왜 물어봐? 네가 어떻게 나한테!”

“속아보니까, 기분이 어때요?”

“기분이 어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참기가 힘들었던 걸까, 성진은 줍던 종이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


“내가 느낀 기분의 십분의 일이라도 아니, 천만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냐고.”

“준호야······.”


아이러니하게도, 한정희는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보다 이미 마음을 줘버린 남자에게 미련이 더 남아있었다.


그녀 역시 한때는 평범하게 살아가길 바란 적이 있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런 평범한 삶을.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남자가 없었다.

그랬기에, 처음으로 진짜 관심을 갖게 된 성진이 몹시도 미웠다.


한정희는 성진을 껴안았고, 부탁했다.

이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다.


“너 이러면 안 돼. 너를 잡아가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고나 있어? 그냥, 지금처럼 김준호로 살아. 부탁할게. 그냥, 나랑 김준호로 살자. 응?”


성진은 가차 없이 한정희를 뿌리쳤다.


“당신이 나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10년이야. 10년 동안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검권천하라고! 돈에 환장한 판사, 변호사, 정치인! 그리고 당신 같은 가짜 기자들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처음부터 없었어.”

“준호야, 그러지 마······.”

“잘 들어. 내 이름은 마성진이야.”


눈물까지 쏟아가며 사정사정하던 한정희.

성진의 마음이 그 어떠한 것보다 단단함을 알아서일까,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너 이대로 가면 가만 안 둘 거야! 부셔버릴 거라고!”

“맘대로 해. 난 이미 부서졌으니까.”


성진은 문을 쾅 닫으며 편집국장실에서 나갔고, 기다리고 있던 정인과 함께 사라졌다.

정인이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직장과의 진짜 작별이었다.


정인과 성진이 함께 가버리자, 한정희는 주체 할 수 없는 분노와 마음의 상처를 느끼며, 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진을 찾아서 없애려는 윤진용에게.


“한정희예요. 마성진 그 사람, 찾고 있다고 그랬죠? 김준호 기자가 마성진이었어요. 최정인 기자도 한통속이에요.”


*****


한영이 있는 가상세계 마법의 시대에서도 현실세계 못지 않는 긴장감이 짙게 깔려 있었다.


사이퍼를 에워싼 여덟 마리의 드래곤들과 대붕금시조.

르웬을 포함한 4제국의 소드 마스터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일제히 활을 겨누고 있는 중간계 연합군.

이들 모두는 한 남자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붕금시조의 등에 타고 있던 한영이 말했다.


“다 끝났어, 사이퍼. 반항하면 할수록 고통만 커질 뿐이야.”

「코드 넘버 원!」

“처음부터 네 것이 아닌 것을 탐내면 이렇게 될 줄도 알았어야지!”

「죽인다. 모두 죽인다. 코드 넘버 원을 빼앗는다!」


사이퍼가 육신을 강탈해버린 네크로맨서 블랙드래곤 블라이큰.

블라이큰의 입으로 마나가 빠르게 모여들었다.

거기에 사이퍼가 습득한 대악마의 기운마저 서리자, 어둠보다 더 짙은 죽음의 숨결이 더해졌다.


이윽고, 죽음의 숨결이 깃든 드래곤 브레스를 내뱉자, 한영은 ‘창조주의 권능-파괴’를 쥔 오른손을 뻗으며 드래곤 브레스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창조주의 권능-파괴’

마지막 힘까지 끌어올린 공격이 허무하게 막혀버리자, 사이퍼의 정신은 혼란해져만 갔다.


죽고 싶지 않아! 실험실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도망쳐야 한다, 어떻게든 도망쳐야 한다!


그리고 떠오른 마지막 수.

그자의 몸을 빼앗는다면, 코드 넘버 원을 빼앗을 수 있다!


광분이라고 해야 할까, 사이퍼는 미친 듯이 죽음의 숨결을 흩뿌렸다.

정말 미친 듯이, 뿜어낼 수 있는 전부 다!


여덟 마리의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당장이라도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한영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지체되어갔고, 상대방이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사이퍼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한영은 여전히 공격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답답해서였을까, 아니면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서였을까.

대붕금시조가 본체화를 풀어, 인간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며 물었다.


“어찌하여 달아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더냐!”

“강제적으로는 할 수 없거든. 사이퍼가 자발적으로 내가 있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야만 해.”


사이퍼를 소멸시켜 버리면 한영이 현실세계로 갈 방법도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사이퍼가 스스로 현실로 가게끔 만들어야 했다.


한영은 사이퍼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세계관의 창조주이자 최강자인 ‘더갓’.


사이퍼는 더갓의 육신마저 빼앗을 계획일 테고, 한영은 그러한 사이퍼를 또다시 쓰러뜨려서 사이퍼가 스스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들 계획이었다.


한영이 사이퍼가 도망친 방향으로 뛰어오르려고 하자, 한 여성이 한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르웬?”

“가지 말아요······.”

“미안해요. 가야 돼요.”


르웬은 느낄 수 있었다.

그를 보는 게,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가면, 못 돌아오는 거죠···?”

“아마도요.”

“우리 약속은요?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나요?”

“지키고 싶어서 한 약속이었어요. 그런데 지키기가 힘들 것 같아요. 미안해요.”

“······.”


르웬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않으며, 한영을 바라봤다.

한정희가 성진에게 마음을 준 것처럼, 르웬 역시 마음을 준 남자는 한영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르웬의 선택은 한정희와 달랐다.


“알겠어요. 하지만 전 당신을 기다릴 거예요. 우리가 처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던, 거기서요.”

“못 갈 수도 있고, 가게 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언젠가는 당신이 와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 르웬······.”

“네?”

“제 진짜 이름은 한영입니다. 우리는 친구니까, 당신에게만큼은 제 이름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한영······. 멋있는 이름이네요.”


르웬은 한영이 친구하자고 했던 그때를 기억하며, 한영이 했던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내 친구 한영.”

“당신 덕분에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르웬.”

“우린 친구잖아요. 가세요. 가서 목적한 것을 꼭 이루세요.”

“약속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한영과 대붕금시조는 사이퍼가 도망친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지상계의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은 잠시 이 땅에 강림했던 진짜 창조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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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59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3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47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1 13 12쪽
»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7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49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49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2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3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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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5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4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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