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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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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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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504

작성
21.03.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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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AOM] 제4화 -단서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4화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당연히 생각이나 감정도 없다.


한때는 가장 강력했으며, 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생명체, 드래곤.

그리고 숲과 자연의 수호자였던 그린드래곤 ‘그라이드라’.


비록 지금은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여 해골드래곤이 되고 말았지만, 최강의 생명체였던 그라이드라의 육신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감지하고 있었다.


‘구오오오오오-’


해골드래곤 그라이드라의 뼈대만 남은 입에 검은색의 마나가 빠르게 모여들었다.

오직 드래곤에게만 허락된 9서클의 마법 중 가장 강력한 드래곤 브레스(Dragon Breath).


해골드래곤의 브레스인 데스 브레스(Death Breath)가 태양빛을 모두 모아놓은 것처럼 붉은 거대한 새를 향해 쏘아졌다.


한영이 외쳤다.


“조심해!”


대붕금시조 역시 상당히 강력한 공격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죽음의 숨결이라고도 불리는 데스 브레스가 스쳐지나가는 곳에는 더 이상 생기(生氣)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공기라 하더라도 순식간에 심각하게 오염됐다.


대붕금시조는 두 날개를 활짝 펼쳤고, 곧바로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남을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데스 브레스를 전부 빨아들인 태풍급 회오리는 점점 회전 속도가 빨라졌고,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번쩍!’


사라진 건 회오리만이 아니었다.

초속의 속도로 날아간 대붕금시조는 해골드래곤의 어깻죽지를 부리로 문 다음, 땅에 처박아버렸다.


‘쿵!’


허공답보로 공기를 밟고 뛰쳐나간 한영은 파열권기를 해골드래곤에게 숱하게 날리며 대붕금시조에게 다가갔다.


“이미 죽어있어. 완전히 소멸시켜 버려야 돼.”


한영의 우려처럼 해골드래곤의 뼈대가 다시 붙으며 재생하고 있었다.

재생하지 못하도록 연거푸 파열권기를 날려 산산이 부수는 한영, 대붕금시조는 얼음 속성의 눈보라를 일으켜서 해골드래곤의 재생을 잠시 정지시켰다.


곧이어 굵은 번개 한 줄기가 땅으로 떨어지며 부셔졌던 해골드래곤의 잔해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무한 재생력을 자랑하는 언데드라지만, 재생할 것조차 없어진 상황이랄까.

언데드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해골드래곤을 처리했지만, 한영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자를 의미하는 언데드(Undead).

살아생전 아무리 강인했다 한들, 스스로 되살아날 수는 없다. 즉, 시체를 조종하는 강령술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던 한영의 눈이 구름 사이의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마법사 로브(Robe)처럼 후드가 달린 긴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있었다.


한영은 그 존재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

“크크크크크.”


괴이한 웃음소리였다. 섬뜩하기마저 했다.

소름 때문에 양팔 가득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마법의 시대로 불시착했을 때도 이정도로 한영을 움츠리게 하지는 않았다.


로브에 감춰진 그 존재의 눈과 한영의 눈이 마주쳤다.


짙노란 눈동자에 좁쌀만큼이 작은 동공.

이, 이게 뭐야?


처음 접해보는 흉측한 눈에 얼어버린 듯이 멈춰버린 한영.

그런 한영을 보며 그 존재는 비웃음을 짓듯이 한쪽 입고리가 올렸다.


눈은 모두가 지니고 있지만, 눈빛만큼은 고유성을 지닌다고들 말한다.

저 눈빛,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그 순간, 한영의 뇌리에 최강자였지만 창조주의 손아래에서 공포에 벌벌 떨었던 한 인물이 떠올랐다.

생사경이자 검권천하에서 가장 강력했던 존재. 한편으로는 육신을 완전히 빼앗겨버린 존재.


사이퍼?


한영은 주머니에서 ‘창조주의 권능-파괴’를 꺼내며 사이퍼라고 의심되는 자를 향해 허공을 밟으며 달려갔다.

이번에는 잡는다! 꼭 내 세계로 돌아간다!


그러나 한영의 손이 채 닿기도 전에 그 존재의 입이 자그맣게 움직였다.


“텔레포트(Teleport)."


‘팟!’


허공을 가르는 한영의 주먹.

이와 동시에 울부짖는 한영.


“사이퍼!”


*


듀란켈이 마련해준 막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대붕금시조와 한영.

대붕금시조가 물었다.


“어찌하여 생을 마감한 존재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더냐?”

“일종의 강령술(降靈術)비슷한 거야.”

“강령술이라 하였느냐! 망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금지된 술법을 일컫는 것이더냐!”


언제 어디서나, 어떤 세계에서나 탄생과 죽음은 삶의 근본이었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게 된다.


무협 세계인 검권천하에서는 죽은 자들의 시신을 움직이는 혈교의 ‘강시술’이 있고, 판타지 세계인 마법의 시대에서는 강령술(Necromancy)이라는 이름의 ‘흑마술’이 있었다.

이름과 구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사자(死者)의 육신을 모독한다는 점은 같았다.


한영이 말했다.


“네가 상대했던 존재는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드래곤이야. 이미 죽어서 강령술사에 의해 조종당하는 신세였지만.”

“역시 당신들이 맞았군요.”


한 남자가 막사 천막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한영과 대붕금시조는 말을 멈추며 그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저는 제7기사단장 레이몬드라 하옵니다. 위대하신 레드 드래곤과 피스트 마스터께 예를 갖춥니다.”


화려한 휘장으로 도배한 레이몬드가 무릎을 풀썩 꿇자, 한영이 그를 세우며 말했다.


“레드 드래곤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부, 분명 그리 말씀을 나누시지 않으셨습니까? 해골드래곤을 상대했다고요. 드래곤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드래곤뿐······.”

“잘못 들으셨겠죠. 뭔가를 들으셨어도 잘못 들으셨어야 할 겁니다.”


한영은 생판 초면인 레이몬드를 노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한영의 손에서 푸른빛이 떠올랐고, 사색이 된 레이몬드의 동공이 일순간에 풀려버렸다.


“피, 피, 피스트 마스터······.”

“이 역시도 잘못 보신 겁니다. 저를 마스터라고 생각하셨다면, 제 말을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

“그, 그 말씀은······.”

“제7기사단장이라고 하셨죠?”

“제7기사단장 레이몬드라 하옵니다, 마스터!”


한영은 자신의 입 앞으로 오른손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쉿! 제가 마스터든 아니든, 제 친구가 레드 드래곤이든 아니든, 단장님은 우리가 평범한 병사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 제 말, 알아들으셨습니까?”

“그, 그게 무슨?”

“우리는 소란스러운 걸 싫어하거든요. 제 친구는 더더욱요. 이해하셨습니까?”

“네, 마스······.”


한영은 주먹을 다시금 쥐어보였고, 레이몬드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영과 대붕금시조를 귀빈 대하듯이 공손히 막사 밖으로 데리고 나온 레이몬드는 기사단 전원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상급기사이자 너희들의 지휘관인 기사단장 나 레이몬드가 직접 확인하였다. 이분들은 피, 피스트 마스터도 레, 레드 드래곤도 아니시다!”


한영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분 말고 이자들이라고 해야죠.”

“네······. 정정한다. 이자들은 피, 피스트 마스터도 아니고 레, 레드 드래곤도 아니시다!”


아이고, 머리야! 싶은 한영.

그러나 모타 제국 제7기사단장에 대한 기사단원들의 믿음은 한영의 예상보다 대단했다.

발연기라 말하기도 어색한 레이몬드의 발언에 기사단원 모두가 믿음을 가졌다.


*


제7기사단의 초라한 작전회의실.

그곳에 네 명의 장수들과 기사단장인 레이몬드, 한영과 대붕금시조가 함께했다.


장수 중 한 명이 물었다.


“단장님, 어찌하여 이리도 중요한 회의에 한낱 의용군을 참석시키는 것입니까?”

“말조심하라! 네 입으로 우리 모타 제국의 멸망을 초래할 작정인가!”

“네?”


한영은 레이몬드를 노려봤다.

이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챈 기사단장 레이몬드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이, 이분들은 제, 아니 내 시중을 드시는 아니, 드는 분들이시, 아니 자들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이분, 아니 이 자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기사단은 천 명의 병사를 이끄는 연대급 집단이었다.

그런 기사단의 최고 리더인 레이몬드가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말하자 부하 장수들이 그를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하, 진짜.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겠네, 싶은 한영.

한영은 작전회의실의 잡동사니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저 단장님의 시중일 뿐입니다. 단장님께서는 최근에 출몰한 해골 드래곤 때문에 심려가 깊으십니다.”

“이, 이 분, 아니 이 자의 말이 맞네. 그러니 회의를 속행하라.”


레이몬드의 말이 떨어지자 한 장수가 아이오니 평원의 지도 이곳저곳을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영은 여전히 작전회의실을 정리하며 그들의 회의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제7기사단은 이곳 아이오니 평원에서 여러 의용군과 합류하여 제3군단에 합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해골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에 의해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겨버렸습니다.”

“네 이놈!”


레이몬드가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보고를 한 장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눈은 대붕금시조를 향했고, 입은 장수를 꾸짖었다.


“감히 위대하고, 지혜롭고, 찬란하고, 영광스럽고, 고귀하신 레드 드래곤이라는 수식어를 뺀 죄, 네 목숨으로 갚거라.”


신이 만든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

이러한 막강함보다 사람들이 드래곤 하면 가장 떠올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포악함이었다.

탐욕스럽기는 세계관 최강이며, 성질이 난폭하여 하루아침에 한 국가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존재가 바로 드래곤이었다.


설마 레드 드래곤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닌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레이몬드, 그는 정말로 부하 장수의 목을 내리칠 기세로 검을 뽑았다.

그러자 한영이 정리하던 물건들을 실수인 척 떨어뜨리며 크게 말했다.


“어이쿠, 들키면 안 되는데.”


한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레이몬드는 다시 검을 집어넣었고, 제법 불안해 보이는 회의는 그런 상태로 지속되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


회의가 전부 끝나고 장수들이 작전회의실에서 나가자 한영이 레이몬드에게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마성진이라는 제 친구를 단장님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분도 마스터십니까?”

“아뇨! 단장님처럼 연기의 연 자도 모르는 친구거든요.”

“요, 용서하십시오, 마스터······.”


에휴, 머리야.

한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포기한 듯 입을 열었다.


“됐고요, 기사단과 군단의 전력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네! 저희 모타 제국은 20개의 기사단과 3개의 군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사단은 천 명의 규모며, 군단은 각각이 4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합 14만이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원래는 제3군단에 합류할 목적이었다고요?”

“네! 하지만 해골드래곤이 나타나는 바람에 제3군단이 북쪽으로 퇴각한 상황입니다.”

“그럼 제7기사단도 북진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레이몬드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일대는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우범지역입니다. 아무리 기사단이라 하더라도 그 지역을 돌파하는 건 무리입니다. 우회하여 돌아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안전하게 군단에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몬스터만 없으면 우회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사오나, 그곳에는 드래곤 다음으로 강력한 변종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역입니다. 우회가 불가피합니다.”


한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레이몬드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기도 했다.


“뭔 걱정이에요? 우리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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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3부 판타지] 제3화 -생중계 21.04.17 475 13 11쪽
143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59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48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1 13 12쪽
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7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49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49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2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3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5 14 13쪽
131 [2부 AOM] 제18화 -네크로맨서(2) 21.04.04 473 13 13쪽
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5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4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0 13 12쪽
126 [2부 AOM] 제13화 -아군과 적군 21.03.28 484 12 13쪽
125 [2부 AOM] 제12화 -신곡 21.03.27 475 13 11쪽
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4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78 13 11쪽
122 [2부 AOM] 제9화 -선전포고 +2 21.03.23 488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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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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